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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록(追憶錄)

어렸을 때 겪어본 여성혐오증의 사례

by 박달령 2018. 10. 3.

◎ 어렸을 때 겪어본 여성혐오증의 사례

 

여성을 향한 성 차별여성에 대한 부정, 여성 비하, 여성에 대한 폭력, 남성우월주의 사상 등에 의하여

여성에 대한 혐오나 멸시, 또는 반여성적인 편견인 여성혐오증은 전 세계적으로 오랜 옛날부터 이어져

내려온 사회의 관습이며, 이 글을 쓰는 현재에도 사회적 문제가 되어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 여성혐오증에 대하여 이 글을 쓰는 때로부터 65년 전 쯤의 어린 시절에 보고 겪었던 옛 추억이 떠 오

른다.

 

그 당시만 하여도 딸을 기르는 가정의 부모들은 남성우월주의의 봉건시대 관습이 남아 있어서, 딸들에게

가정교육을 할 때에, 길을 걷다가 그 길을 가로질러서 반대편으로 건너갈 때나, 또는 삼거리, 사거리 길 등

에서 길을 건너갈 때는 좌우로 고개를 돌려가며 조금 먼 거리까지 자세히살펴보고서자신이 건너 가려는

길을 내가 서 있는 곳을 향하여 남자가 걸어오는 것을 발견하면, 경솔하게 남자가 길을 지나기 전에 남자의

앞을 가로질러 건너서는 절대로 안되고, 반드시 남자가 길을 지나간 뒤에 건너 가라고 귀에 딱지가 앉도록

무수히 반복하여 밥상머리교육을 시키는 것을 보면서 자란 세월이었다.

 

그 까닭은 길을 걸어가는 남자 앞을 가로질러 건너면 그 남자의 앞길을 망치는 결과가 발생한다는 이유

에서였다. 그리고 당시의 남성들도 길을 걸어가는 도중에 여자가 자신의 앞을 가로질러 길을 건너 가는

것을 목격하면 그 날은 재수 없는 날이 된다고 불평 불만을 토로하면서 하루 종일 그 여인을 욕설을 섞

어서 저주하는 여성혐오증이 사회를 지배하고 있었던 것이다.

 

내가 직접 목격한 사례는 아니지만, 친구가 보고서 내게 들려 준 이야기에 의하면, 당시는 6.25 한국전

쟁 전후의 시기라서, 산악지대 아래에 있는 동네 길을 공비토벌을 하려고 군경부대가 행군을 하는 광경이

자주 목격되던 때였는데, 어느 날 아침에 동네의 이 길100여 명이 넘는 공비토벌 부대가 행군을 하는

길의 바로 앞에서 동네의 어떤 여인이 기다리지 않고 길을 가로질러 건너가 버린 것이었다.

 

그러자 행군하던 부대원들이 우르르 달려들어 그 여인을 길바닥에 팽개치고서는 욕설을 남발하며

려들어 발로 짓밟아버리는 폭행을 자행함으로써, 그 여인은 길바닥에서 까무러치고 말아버리는 장면을

목격하였다는 이야기였다.

 

내가 직접 목격하고 기억하는 사실은, 고향 동네에 나보다 약 50살이상이나 연상이신 할머니 한 분이

살고 계셨는데, 당시 국민학교(초등학교) 3~4학년에 불과한 남학생들이 길을 걸어가다가 그 할머니께

서 길가에 서서 우리 일행이 지나가기를 한참동안 기다리셨다가 우리가 지나가고 난 다음 그 때서야

길을 가로질러 건너시는 것이 목격되었.

 

이러한 광경을 목격한 나의 친구들은 연세 많으신 저 할머니가 우리들에게 재수 없는 일이 일어나지

말라고 저렇게 한참이나 기다리셨다가 우리가 지나간 다음에 길을 건너시는 거구나" 하고 말하는 것

을 듣게 되었다.

 

물론 세월이 흘러 흘러 장구한 시간이 지난 지금도 여성혐오증이 청소가 된 것은 아니지만, 옛날 옛적 이

사회의 여성혐오증은 이 정도로 극심하였던 추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