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만 13세로 중2 때의 일로 기억되는, 인삼을 잘못먹고 1개월 가량 장기간 배탈로 고생한 일이 갑자기 생각난다.
수십 년 전 당시의 인삼은 시세로 따지면 지금보다 몇 갑절 비쌌으며, 산삼 못지 않은 영약(靈藥)으로 취급 받고 있
어서 매우 귀한 약품으로 대접 받고 있었다. 지금처럼 전국적으로 인삼 재배를 하지 않았던 시절이라서 그런것이다.
당시의 인삼은 가공 상태에 따라 3가지로 분류되어 그에 따른 명칭이 부여되기도 하였다.
밭에서 캔 상태 그대로 가공을 하지 않고 뿌리에 묻은 흙만 물에 씻어서 그대로 판매하는 인삼은 수삼(水蔘)이고,
뿌리에 묻은 흙을 씻어내고 난 다음 하얗게 건조시켜서 상자에 포장하여 판매하는 인삼은 백삼(白蔘)이며, 뿌리에
묻은 흙을 씻어내고 난 다음 솥에 넣고 쪄낸 인삼은 홍삼(紅蔘)이다.
그런데, 당시에 30편(片)들이 백삼 한상자가 집에 선물로 들어와 장농 서랍속에 보관 중인 것을 우연히 알게 되었다.
백삼(白蔘)은 같은 용량의 작은 상자에 포장된 한 가지 제품이었는데, 품질별로 분류하는 방법은 "50편들이", "40편
들이", "30편들이", "20편들이", "10편들이" 하는 식으로 한 상자에 백삼이 몇 뿌리 들어있는가를 상자에 표시하는
방식으로서 숫자가 적은 것이 인삼의 몸집이 큰 것이어서 품질이 우수한 인삼이다.
나는 인삼이 사람의 힘을 돋우는데 쓰는 보약이라는 말을 들어서 알고 있었는데, 그 무렵 친구와 싸움이 붙어 얻어
맞게 되자, 어찌 하면 친구보다 힘이 세어질까 궁리를 하던 중, 장농 서랍에 들어있는 인삼에 생각이 미치게 되었다.
그래서 부모님 몰래 백삼을 날마다 한 두 뿌리씩 꺼내다가 조용한 곳으로 가서 입안에 넣고 쓴 맛을 참아가며 억지
로 씹어먹기를 10여일간 계속하였다.
그러다 보니 30편들이 백삼 한 상자에서 거의 절반 가까이 인삼의 양이 줄어들었음을 발견하신 어머니께서 인삼을
누가 꺼내갔느냐고 나를 비롯한 형제들을 차례로 불러 물으셨는데, 나는 매 맞을 일이 겁이 나서 모르쇠로 일관하
여 위기를 넘겼다.
그러나, 그 때로부터 2~3일 쯤 지나면서 나의 인삼 훔쳐먹은 행각은 발각이 되고 말아버린 사건이 터진 것이다.
어느 날 갑자기 뱃속에서 천둥치는 소리가 나면서 설사가 나기 시작하였다.
그러나 이 설사의 특징은 하루 종일계속되는 것이 아니고, 밤에 잠잘때면 뱃속에서 천둥치는 소리가 났고, 세균에
전염된 배탈처럼 복통이 일어나는 것이 아니고, 배는 별로 아프지 않으면서 뱃속이 부글거리다가 설사가 났기 때
문에 많이 고통스럽지는 않았었다. 이러한 사태는 매일 계속되었다.
그런데, 어느 날 나의 몸이 허약해져 감을 느끼신 어머니께서 며칠간 나의 신체상태를 관찰하시던중, 갑자기 나의
등짝을 손바닥으로 철썩 때리시더니, 장농에 넣어두셨던 인삼을 훔쳐먹은 범인이 바로 나였음을 선포하셨다.
어머니의 말씀이 인삼제품은 약탕관에 달여 마시거나, 닭의 뱃속에 넣고 삼계탕으로 삶아먹거나, 홍삼처럼 쪄서
먹거나 하는 등 한 차례 이상 긴 시간 가열(加熱)을 하여 복용 하여야만 보약이 되는 것이지, 가열을 하지 않고서
그냥 먹게 되면 내장을 냉하게(차겁게) 하는 작용을 하여 장기간 설사를 하게 된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어머니께서는 내장을 덥게 하고, 설사를 멈추게 하는 약을 사다가 나에게 먹이시기를 한 달 가까이 계속
하셨고, 나는 이처럼 집 안에서 훔친 인삼(백삼)을 날로 먹고 장기간 배탈로 고생하였던 추억이 잊혀지지 않고
오늘도 생각이 난다.
인삼이 사람의 기력을 북돋운다는 소문만 믿고, 복용 방법은 몰랐던 상황에서 가열을 하지 않고 날것으로 먹었다가
하마터면 배탈 설사로 탈진해 쓰러질뻔 하였던 추억을 되새기며, 의료계에서 사람들의 주의를 환기 시키는 표어를
다시 한 번 되뇌어본다. ㅡ 진료는 의사에게, 약은 약사에게 ㅡ 라는 표어 말이다.
'추억록(追憶錄)' 카테고리의 다른 글
어렸을 때 겪어본 여성혐오증의 사례 (0) | 2018.10.03 |
---|---|
고등학교 2년 재학 중 결혼한 동창 해근(海根)이 형의 추억 (0) | 2018.03.03 |
초여름 모내기를 한 논을 바라볼 때면 생각나는 옛 추억 (0) | 2016.05.31 |
사카린 탄 물에 밥말아 먹다가 구토한 이야기 (0) | 2013.12.22 |
사람의 말을 알아듣는 동물의 추억 (0) | 2012.12.1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