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다녔던 고등학교는 시골 벽촌인 농촌지역이라서 학생 수가 전교생이 100명도 채 안 되게 아주
작았던 소규모의 학교였고, 남녀공학을 하였으며 남녀 학생들이 한 교실에서 수업을 받았었다.
그뿐만이 아니라 지금부터 반 세기에다가 10년 가까운 세월을 더하여야 하는 옛 시절이어서, 그 당시
에는 고등학교에 재학중에 군에 입대하여 3년 가까이 의무복무를 하고 제대하여 복학을 하는 고교의
학생도 드물지만 있었던 시절이었으며, 시골 벽촌 고등학교 한 반의 학생들 간의 연령 차이가 5~6년
은 물론이고 7~8년인 경우도 있었던 시절이었다.
내가 고등학교 2학년 때에 한 반에『해근(海根)』이라는 학우가 있었는데, 나보다 6살이나 위인 학우
였으므로, 한 반의 학우라 할지라도 대화시에 단순히 이름만 부르는게 아니고,『해근(海根)이 형(兄)』
이라는 호칭을 사용하여 형님 대접을 하였었다. 그러니까 당시 해근이 형은 24세였었다.
호남정맥에서 모악지맥이 갈리는 상두산 아래의 산골 마을에 집이 위치한 해근이 형은 독자(외아들)였
으므로 부모님의 권유로 이웃 마을의 처자와 고등학교 2학년 재학 중에 결혼을 하게 되었던 것이다.
고교 2학년이던 그 해 초가을 어느 날 점심시간에 교실에서 도시락을 먹기 시작하면서, 해근이 형이 갑
자기 결혼 날짜를 보름 후로 택일하였으니, 그 날 결혼식에 한 반 학우들 모두 와달라고 하는 말을 듣고
서, 우리 한 반의 학우들 중 남학생들은 전원 참석하겠다고 약속을 한 후에 달력을 바라보니 그 날이 휴
일이 아니고, 목요일인지 금요일인지 지금은 잘 기억이 나지 않지만 휴일이 아닌 평일(平日)이었다.
그러고 나서 며칠 동안에 걸쳐 담임선생님께 이러한 사정을 말씀 드리며 해당되는 날짜의 평일 하루를,
수업을 중지하고, 해근이 형의 결혼식에 갈 수 있도록 조치하여 주시라고 졸라대기를 수 차 반복하였더
니, 담임선생님은 이 사실을 교감선생님과 교장선생님께 보고를 하기에 이르렀고, 이러한 보고를 들으
신 교감선생님과 교장선생님께서는 두 분이 협의 끝에 해근이 형의 결혼식 참석을 위한 결석을 허락하
셨다.
해근이 형의 결혼식을 기다리던 우리 한 반 학우들 중 20여 명은 결혼식 날을 맞이하여 학교는 결석하
고, 아침 이른 시각에 노선버스도 다니지 않는 시골길을 20여리(약 8Km)나 지루하게 걸어가서 산골짜
기에 위치한『화율 마을』의 해근이 형 집에 도착하니, 해근이 형은 우리를 반갑게 맞이하고서, 결혼식
초례청인 신부의 집이 위치한『누른골 마을』까지 약 3Km를 다시 걸어가서 초례청에 도착하여 약 1시
간 반가량 걸리는 구식(전통 재래식) 결혼식을 구경하게 되었다.
결혼식이 끝나고 나서 신부의 집 마당에 차일을 치고 넓게 펴놓은 멍석에 앉아서 차려낸 축하연 음식과
막걸리를 먹고 마시면서, 해근이 형의 결혼을 축하하기 위하여 손에 들린 쇠젖가락으로 상바닥을 두들
겨 곰보를 만들어가며 신나게 노래를 부르는 음주가무 행사를 서너 시간이나 진행하면서 얼큰하게 취기
가 오른 상태에서 하루 해를 보내고 귀가하게 되었다.
당시 불과 고교 2년생에 불과하였던 나였다 할지라도 나의 음주 시작 연령은 국민학교(초등학교) 2학년
이던 8세때였으므로, 해근이 형의 결혼식때의 나의 음주경력은 10년이 넘는 때였으므로 음주가무 놀이
가 부담스러운 시절은 아니었다.
(<나의 음주경력을 쓴 글 링크> http://blog.daum.net/jasyh/402416 )
그런데 고교를 졸업하고 나서 몇 년이 지나 군 입대 영장을 받아 육군에 입대 복무를 시작하면서 고향을
떠난 후 귀향을 하지 않고 수십년 객지로 떠도는 타향살이가 계속되면서 해근이 형의 뒷소식을 일체 듣
지 못하고 세월이 흘러 오늘에 이르면서, 문득 해근이 형의 추억이 떠올라 소식이 궁금하여 이렇게 넑두
리를 늘어놓게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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