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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록(追憶錄)

초여름 모내기를 한 논을 바라볼 때면 생각나는 옛 추억

by 박달령 2016. 5. 31.

요즈음 산행을 위하여 농촌을 지나다니다 보면 모내기를 최근에 끝낸 논을 보게 되는 계절이다.

이처럼 모내기를 막 끝낸 논을 바라보면서 이 글을 쓰는 때로부터 반세기도 훨씬 이전의 옛 추억이 떠오른다.





농촌에서 태어난 나는 어린 나이때부터 틈 나는대로 집안의 농사일을 하면서 가사를 도왔었다. 그 중에서도 요즈음 모내기

철에 모내기를 막 끝낸 논을 보게 되면 내가 모내기를 하던 당시의 생각이 난다. 어렸을 때에는 집안의 모내기 일이나 돕는

정도였지만, 20세가 가까워지면서는 마을 이웃집에 품앗이 모내기나 삯꾼으로 모내기 일도 다니게 되었다.


지금은 기계화가 되어서 이앙기에 모판을 얹어놓고 시동을 걸면 기계가 모를 논바닥에 꽂아주고 있지만 내가 농사일을 할

당시에는 기계화가 전혀 되어있지 않아서 농지 면적이 작은 집에서는 10여 명, 좀 많은 집에서는 20~30여 명씩의 일꾼을

품을 사서 모내기를 하였기 때문에 왼손에 든 모를 오른손으로 한포기 씩 갈라내어 손으로 일일히 논바닥에 꽂는 완전 수

동식 모내기였던 것이다.


우리집이 되었던, 이웃집이 되었던, 모내기를 하러 논에 나가는 날이면 남녀가 뒤섞인 10~30여 명씩의 일꾼들이 한군데

모여서 모내기를 하는 중에 갑자기 소변이 마려울 때가 닥치는 경우가 가장 고역이었다. 그것은  옆에서 같이 일하는 여자

일꾼들 때문에 논바닥에서 실례를 할 수도 없고 그렇다고 안 보이는 곳까지 나서 실례를 하고 돌아오기에는 너무 시간이

오래 걸려 난감해진다.

 

그래서 어느 날인가 곁에서 일하시던 마을 아저씨에게 "논가운데서 소변이 마려운때는 어떻게 해야 합니까?" 라고 귓속말

로 소근거리며 넌지시 물어보았다. 그랬더니 그 아저씨가 요령을 가르쳐 주셨다.


그 요령이라는게, 발을 헛디뎌 넘어지는 동작으로 미친척 하고 자연스럽게 논바닥에 넘어져 주저앉았다 일어나서 시치미

를 뚝 떼고서 손으로는 모내기를 열심히 하면서 논물에 젖은 바지에다 그냥 쉬~를 해버리라는 것이었다. 그러면 아무도

논물에 흠뻑 젖은 바지에 쉬~를 하는지 모른다는 것이다.

 

그래서 그 말을 따라 발을 헛디뎌 넘어지는 척 하면서 논바닥에 주저 앉았다 일어나서 젖은 바지를 그냥 입은 채 손으로는

열심히 모를 심으면서 쉬~!를 하여 해결하곤 하였었다.


그 후로 한번은 모내기 작업을 하는데 비가 내려 비를 맞으면서 일을 하니 옷이 비에 젖어 쌀쌀한 오한끼를 느끼던 차에

소변이 마려워 빗물에 젖은 바지에 그냥 쉬~를 해버리니까 뜨거운 소변이 허벅지를 타고 흘러내리면서 온 몸에 퍼져가던

한기가 빨리 없어지던 경험도 해봤던 게 이처럼 기나긴 세월이 흘렀어도 엊그제의 일처럼 기억에 생생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