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기 4347년 9월 12일(금)
21:30경에 집을 나서서 수원역 맞은편에서 사당행 7770번 좌석버스(요금 2,100원)에 승차한다.
좌석버스는 약 45분간을 달려 22:15경에 사당역에 도착하여 지하철역으로 내려가 2호선으로 환승하여 23:10
경에 강변역에서 하차한다. 강변역 길건너 동서울버스터미널 매표창구에 가서 인터넷으로 예약하였던 승차권
(24,500원)을 교부받고도 시간이 많이 남아 길가의 포장마차에서 국수 한 그릇(4,000원)으로 허기를 때운다.
23:55에 출발하는 지리산행 시외버스에 승차하니 버스는 정시에 출발한다. 자다 깨다를 반복하면서 버스는 중
간의 휴게소 한 군데에서 약 15분쯤 정차하고 계속 지리산 백무동 종점을 향하여 달려간다. 길고 긴 추석연휴
가 끝난지 2일밖에 안되어서인지 교통체증 없이 고속도로의 소통은 막힘없이 잘 된다.
단기 4347년 9월 13일(토)
동서울 시외버스 터미널을 출발한 시외버스는 03:45경에 백무동 종점 주차장에 도착하여 하차한다.
화장실에 들어가 세수를 하고 나와 전에 왔을 때처럼 새벽에 영업하는 식당이 있는지 주변을 둘러보았으나 오
늘은 식당이 문을 연데가 없다.
그런데, 버스 종점 길건너 슈퍼 앞 처마 밑에 놓인 탁자와 의자에 서너 명의 산꾼들이 컵라면을 먹고 있는 모습
이 보여 가게로 들어가니 철야영업을 하고 있어 큰 용기에 담긴 사발면 1개(2,500원)를 사서 가게에서 서비스
해주는 뜨거운 물을 부어 잠시 기다렸다가 먹으니 그런대로 요기가 된다.
아침을 해결하고 나니 화장실이 급하여진다. 버스종점 화장실에 들어가 볼 일을 보고, 머리띠 전등을 꺼내어
쓰고 신발끈을 고쳐매는 등 산행 준비를 굼뜬 동작으로 하고나니 05:40경에야 산행 출발을 하게 된다.
05:45경 한신계곡과 하동바위 갈림길에 도착하여 왼쪽의 하동바위 방면의 길로 접어든다.
지난 밤 버스 안에서 잠을 설쳐서인지 피로감이 엄습하여 발걸음이 도대체가 진도가 나가지를 않는다.
그래서 백무동을 출발한지 1시간 25분이나 걸려 07:15경에야 겨우 하동바위를 지나게 된다.
잠시 쉬면서 머리띠 전등을 배낭에 수납한다.
07:55경 참샘 도착.
백무동을 05:40경 출발하여 2시간 15분만에 겨우 2. 6Km에 불과한 거리를 올랐으니 피로가 많이 누적되었나
보다. 참샘에서 잠시 쉬면서 간식을 꺼내어 참샘에서 받은 물과 함께 배를 채운다. 그리고 캔막걸리 1개를 꺼
내어 입산주로 마시기도 하고...
08:30경 참샘 출발
참샘에서부터 산길은 경사가 급해지면서 몸은 지쳐 힘이 든다. 된비알을 올라가다 만난 4인의 젊은 여성산행
객 일행이 나에게 묻기를 어디까지 가야 이 급경사가 끝나는지 묻기에 약 400m쯤 진행하여 소지봉까지 가면
그곳부터는 경사가 완만해져서 힘이 덜 들것이라고 대답해준다. 아마 지리산이 초행인 모양이다.
09:20경 소지봉 도착
경사가 얼마나 급한지 참샘에서 약 400m밖에 안되는 거리를 50분이나 소모하고 소지봉에 도착하게 된다.
소지봉은 산봉우리가 없는 곳인데도 어떻게 봉(峰)이라는 이름을 얻게 되었는지 모르겠다.
소지봉에 앉아서 조금 쉬었다가 출발한다.
11:20경 장터목 도착
백무동에서 불과 6Km 남짓한 거리를 5시간 40분이나 걸려 도착했으니 내 몸의 컨디션이 엉망임을 알겠다.
장터목에서 약 1시간 남짓 쉬면서 점심식사를 한다.
▼ 지난 밤 동서울시외버스터미널에서 타고 온 지리산 백무동행 시외버스
▼ 하동바위(장터목산장)와 한신계곡(세석산장) 갈림길의 이정표
▼ 밝아져오는 산길
▼ 하동바위 도착
▼ 하동바위의 위용(바위가 커서 카메라에 한번에 안찍힌다)
▼ 하동바위 끝자락
▼ 참샘의 이정표
▼ 참샘에 설치된 의료 구급함
▼ 참샘 (날씨가 가물어 수량이 아주 적다)
▼ 참샘에서 쉬면서 입산주 한잔...
▼ 소지봉(1,312m)의 이정표
▼ 소지봉부터 완만해지는 산길의 경사
▼ 지리산 전 지역에 도배질이 되어 있는 곰 출현 주의 현수막
(지리산에 곰을 방사하는 문제에 관한 나의 입장 링크 : http://blog.daum.net/jasyh/7677403 )
▼ 화려한 자태를 자랑하는 지리산의 야생화
▼ 장터목산장 주변의 야생화(1)
▼ 장터목산장 주변의 야생화(2)
▼ 장터목산장 주변의 야생화(3)
▼ 장터목산장의 이정표 (천왕봉까지 1.7Km)
▼ 장터목에서 중산리계곡 조망
▼ 구건물을 철거하고 새로 짓는 장터목산장의 샘터
▼ 구름에 반쯤 가린 반야봉과 중앙 좌측 멀리 보이는 노고단
▼ 장터목 산장에서 천왕봉을 향하여 출발하기 직전에 야생화 한 컷...
12:30경 천왕봉을 향하여 장터목 출발
13:00경 제석봉(1806) 전망대 도착
제석봉 전망대에 도착하여 이곳 저곳을 조망하느라고 10여분 지체한다.
13:15경,
천왕봉을 향하여 조금 진행하니 이정표가 서 있는데, 천왕봉까지 1Km, 장터목까지 0.7Km로 표시되어 있다.
그런데 이 이정표 앞에서 돌발사태가 발생한다. 장터목산장에서 1시간 가까이 휴식을 하면서 점심식사와 간식을
너무 많이 먹은 탓인지 갑자기 대변이 절박하게 마렵다. 아랫배가 아프지는 않은걸로 봐서 설사 배탈은 아닌데도
그렇다. 그래서 전후좌우를 살펴봐도 제석봉 부근은 은신하기 알맞은 숲도 변변치 않을뿐 아니라, 출입금지구역
으로 되어 있고 천왕봉쪽으로 진행을 해봐도 용변을 해결할 적당한 장소가 나타날지 미지수이다.
할 수 없이 장터목산장의 화장실로 후퇴하기로 작정하고 되돌아선다.
그러나 발걸음을 빨리 할 수가 없다. 걸음을 재촉하다가는 몸의 진동이 심해져 길바닥에서 실례를 해야 하는 최
악의 사태가 발생할 것이기에 천천히 걷다가 절박감이 심해지면 멈춰서서 잠시 안정을 시킨 다음 다시 천천히
몇 걸음씩 옮기기를 무수히 반복하면서 장터목으로 철수작전을 시행한다.
13:45경 장터목산장 도착
그나마 불행 중 다행이라고 길바닥에서 실례를 하는 불상사 없이 0.7Km 철수작전을 종료하고 화장실에 들어가서
허리띠를 풀고 드디어 근심덩어리를 시원하게 털어내버리니 뱃속이 텅 비면서 개운하게 된다.
근심덩어리를 털어내버리고 다시 천왕봉을 향하여 출발을 하려니 기운이 빠져서 오르기가 싫어진다.
그래서 천왕봉 정상을 1Km 앞두고 후퇴한 김에 장터목에서 백무동으로 하산해버리기로 하고 천왕봉에 대한 미련
을 남긴채 14:20경에 백무동을 향하여 장터목을 출발한다.
▼ 제석봉 전망대
▼ 제석봉(1,806m)
▼ 제석봉에서 1Km 남은 천왕봉
▼ 당겨서 바라본 천왕봉(1,915m)
▼ 제석봉에서의 조망(1)
▼ 제석봉에서의 조망(2)
▼ 제석봉의 야생화
▼ 절박한 근심을 해결해 준 장터목산장의 고마운 해우실(解憂室)
▼ 장터목에서 하산길에 본 야생화
▼ 되돌아온 백무동의 이정표
▼ 이른 아침에 지났던 한신계곡과 하동바위 갈림길 이정표
▼ 백무동 버스종점의 버스 시간표
17:30경 백무동에 도착한다.
버스 주차장의 화장실에서 세수를 하고 가게에 들러 간식거리를 사서 먹은 다음에 주차장으로 가서 18:30에
출발하는 함양행 버스(2,000원)를 타고 가다가 인월 터미널에서 19:00경에 하차하여 19:15에 출발하는 남원
행 시내버스에 승차(3,000원)하고 종점인 남원역에서 20:10경에 하차한다.
남원역으로 들어가니 20:33에 출발하는 새마을 상행열차가 좌석이 있어 승차권(27,700원)을 구입하여 잠시
기다렸다가 정시에 도착하는 열차에 승차하고 나른한 잠속에 빠져들며 귀가길에 올라 23:30경에 수원역에
서 하차하여 귀가한다.
이로써 절박한 돌발사태 발생으로 천왕봉 정상을 1Km 앞두고 미련을 남긴채 하산을 함으로써 오늘의 지리산
산행은 목표를 달성하지 못한 실패한 산행으로 기록된다. 그러나 길에서 옷속에다 실례를 해버리는 대형사고
가 나지 않은 것만을 위안으로 삼기로 한다.
천왕봉 정상을 바로 앞에 두고 하산한 경험은 이번이 두 번째이다.
첫번째는 지금부터 17년 전인 단기 4330년(1997) 5월 25일 04:50에 성삼재를 출발, 당일치기 종주로 15:50
경 장터목에 도착하니 제석봉부터 먹구름이 캄캄하게 잔뜩 끼어있고, 천지를 진동하는 천둥소리와 번개가
번쩍거려 벼락에 맞을까봐 도저히 오를 수가 없어 장터목에서 그만 하산하고 말았던 것이다.
▼ 오늘 나를 지리산까지 왕복시켜준 버스와 열차 승차권들
'영남권 산행' 카테고리의 다른 글
지리산 - 사람 많지 않은 코스만 골라 하루를... (0) | 2013.07.21 |
---|---|
문경새재 도립공원 내 조령천에서의 계곡산행. (0) | 2012.08.26 |
지리산 한신계곡을 감상하고 천왕봉을 오르다. (0) | 2011.06.06 |
비슬산 진달래 - 소문난 잔치에 먹을것 없더라. (0) | 2011.05.06 |
화왕산, 관룡산 억새산행... (0) | 2010.11.0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