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기 4346년 10월 25일(금)
이번 주말에는 단풍산행지를 어느 산으로 정할까 하다가 5년 전인 단기 4341년 10월 18일 찾아갔던 피아골
로 정하였다. 오늘보다 1주일이나 이른 시기에 찾았다가 단풍 시기가 너무 빨라 이번에 1주일 늦춰서 가게
되니 단풍 절정기에 맞을 것 같아서였다. 5년 전의 아쉬웠던 기억에 다시 한번 더 찾아보기 위해서이다.
코레일 홈페이지에 들어가 수원역에서 구례구역까지의 열차 승차권을 검색하니 이미 매진되어버렸다.
그래서 궁리끝에 수원역에서 서대전역까지, 그리고 서대전역에서 구례구역까지 나누어 검색해보다 수원역
에서 22:34에 출발하여 서대전역에 00:00에 도착하는 호남선 목포행 무궁화호와 그 뒤 42분 후에 서대전역
에서 다음날인 00:42에 출발하여 구례구역에 03:03에 도착하는 전라선 무궁화호 열차 승차권을 구입하게
되었다. (수원~서대전 5,700원, 서대전~구례구 9,000원)
22:20경 집을 나서서 수원역으로 들어가 22:34에 출발하는 열차에 승차하고 가다가 서대전역에서 하차한다.
단기 4346년 10월 26일(토)
서대전역에서 한참 기다렸다가 00:42에 출발하는 열차에 승차하고 곧바로 잠이 들었다가 깨어나니 열차는
오수역에 도착하고 있다. 한숨 더 자도 되겠지 하는 안이한 생각에 다시 잠이 들었다가 깨어나니 열차는 칠
흑같은 어둠속을 달리고 있다. 이제 구례구역이겠지 하며 옷매무새를 고치면서 잠시 기다리니 안내방송에
서 이번 정차역은 '순천역'이란다. (오잉~? 제기럴)
잠에 취하여 구례구역에서 한 정거장을 더 간 순천역까지 가버린 것이다. 이런 된장~!
순천역에서 하차하니 03:30이다. 구례구역으로 되돌아가려면 어떻게 해야 될까~?
순천역 구내에 게시된 열차시각표를 보니 05:31에 용산역으로 출발하는 열차가 있긴 한데 새마을호나 무궁
화호가 아닌 KTX다. KTX라서 구례구역에서 정차하지 않을 것 같아 그 다음 열차인 무궁화호를 보니 06:24
에 출발하는 익산행이다. 이건 너무 늦다.
그래서 매표창구에 가서 05:31에 출발하는 KTX가 구례구역에서 정차하는지 물으니 정차한다는 답변이다.
옳커니, 일이 제대로 되어가는구나. 승차권을 구입(8,400원)하고 보니 차시간이 2시간 가량 남았다.
화장실에 가서 세수를 하고나서 역 밖으로 나가니 심야영업을 하는 식당들이 7~8개소가량 눈에 띈다.
24시간 김밥집에 들어가 점심용으로 김밥 2줄(4,000원)을 사서 배낭에 수납하고, 그 옆의 식당에 들어가서
순대국밥(7,000원)을 시켜 이른 아침식사를 하고 난 다음 순천역으로 돌아와 기다렸다가 도착하는 KTX에
승차하니 불과 14분만인 05:45에 구례구역에 도착한다.
구례구역에서 하차하여 밖을 살펴보니 새벽 03:00경에 하차하였을때는 기다리던 구례 시내버스도 없고,
택시도 없는 칠흙같은 어둠이 깔려있는 적막강산이다. 구례구역에 게시된 구례 시내버스 시각표를 보니
시내버스도 07:30에야 있다.
061-114에 전화하여 구례택시를 호출하고 택시정류장에서 기다리는데, 어둠을 가르고 순천택시가 도착
하여 나를 보더니 승차하라고 한다. 구례 택시를 호출하고 기다리는 중이라고 거절했더니 이곳은 순천택
시 영업지역이라서 순천택시를 타야 한다는 것이다.
내가 내돈 쓰는데 어느 지역 택시를 호출해서 타고 가건 말건 무슨 참견이냐고 한참이나 입씨름을 한다.
(그렇지 않아도 순천까지 갔다가 되짚어 올라오느라고 기분 더럽고 찝찝한데 사람 성질 돋구고 있네...
원, 별 미친XX 같으니라구...)
남이사, 전봇대를 쪼개서 이쑤시개를 만들건 말건...
요강을 붙들고 한강에서 물놀이를 하건 말건...
1천만원짜리 밍크코트를 입은채 개펄에서 샅바씨름을 하건 말건...
똥지게를 짏어진채 동네 고샅에서 마누라와 탱고 스텝을 돌리건 말건...
돼먹지 못하게시리 무슨 참견이냐구~!!!
한참 입씨름이 무르익어가는 도중에 구례읍에서 호출한 택시가 도착한다. 순천택시 기사가 이번에는 구
례택시 기사에게 영업구역 위반이라고 시비를 건다. 구례택시 기사가 '난 손님의 호출을 받고 온 것 뿐'
이라고 응수하니 아무 소리 못한다.
구례 택시는 구례구역 앞길을 지나 섬진강위에 놓인 다리를 건너 구례읍으로 간다. 역 바로 앞의 이 섬진
강이 순천시(옛날 승주군)와 구례군의 경계선이고 구례구역은 순천관할이기 때문에 구례택시와 순천택
시 기사들간에 영업분쟁이 끊이지 않는 곳이 바로 구례구역 앞이다.
그래서 열차역 명칭도 구례역(求禮驛)이 아니고 구례구역(求禮口驛)으로 불리우는 것이다. 구례읍 주민
들이 이용하도록 설치한 역인데 지형적으로 구례군내 지역에 철로가 지나가지를 못하자 할 수 없이 섬진
강을 거너 순천관할인 강변에 역을 설치하고서 '구례역'으로 부르지 못하고 '구례 입구의 역'이라는 뜻으
로 '구례구역'이라는 궁색한 이름을 붙인 것이다.
구례 버스터미널에 도착하여 택시에서 하차(택시비 6,500원)하니 06:15이다.
피아골행 시내버스 첫차는 06:40에 출발한다. 매표구에서 승차권 1매를 구입(3,000원)하고 대기중인 버
스에 승차하니 버스는 정시에 출발하여 07:10경에 피아골 종점에 도착하여 하차한다.
▼ 수원역에서 구례구역까지 직통 승차권이 매진되어 중간 42분 간격을 두고 분할구입한 승차권
▼ 졸다가 하차역(구례구역)을 놓치고 순천역까지 가서 되돌아오기 위해 구입한 KTX 승차권
▼ 구례 버스터미널에서 구입한 피아골(직전마을)행 시내버스 승차권
▼ 피아골(직전마을) 시내버스 종점
▼ 시내버스 종점에 세워진 관광안내판
▼ 피아골 이야기
▼ 피아골의 지명 유래
▼ 피아골을 산행 날머리로 한 산행객을 배려하여 게시한 버스 시각표
버스 종점에서 약 1Km가량 도로를 따라 직전마을 상가지역을 지나 진행하니 피아골 산행 들머리에 도착
하여 07:45부터 산행을 시작한다. 그러나, 들머리를 지나서도 약 1Km가량은 비포장 임도가 계속되다가
'표고막터' 이정표 앞의 첫번째 무명의 철다리에서부터 도로가 없어지고 본격적인 산길이 시작된다.
지난 5년 전과 달리 이번에는 표고막터까지 단풍이 내려오긴 왔는데 아직 절정은 아니고, 단풍이 물든 나
뭇잎의 색깔도 선명하지 못하고 우중충하다. 지난주에 오대산 단풍산행에서 본 선명한 단풍잎의 감흥이
아직 채 가시지 않아서인지 기대에 못 미친 단풍 색깔에 약간의 실망감이 든다.
피아골 계곡 산길은 처음부터 끝까지 울퉁불퉁한 돌밭길이어서 한눈을 팔면서 걷기는 힘든 길이다.
'삼홍소' 위에 놓인 삼홍교(두번째 철다리)를 건너며 전후좌우를 살펴봐도 문헌상 기록된 선행객들이 극
찬한 단풍은 보이지 않고 한참 걸어가다 보면 어쩌다 한 그루씩 보이는 단풍을 이삭줍기 하는 심경으로
카메라에 담으면서 진행한다.
그러다가 무명의 3번째 철다리를 건너면서부터 단풍은 조금 자주 나타나면서 색깔이 선명해진다.
그리고 선녀교(4번째 철다리)를 건너고, 신선교(5번째 철다리)를 건너면서 한결 상태가 좋아지더니 피아
골산장에 이르니 그제서야 제대로 된 단풍을 볼 수 있게 된다.
▼ 파아골계곡 산행 들머리
▼ 국립공원 입산시간 지정제 시행 안내판(지리산에서 먼저 시행해보고 전국에 확대시행 예정)
▼ 표고막터 이정표 앞까지 계속되는 임도
▼ 고사목의 몸통속에 뿌리를 박고 자라난 나무가 특이하다.
▼ 표고막터 이정표
▼ 표고막터 이정표 앞의 무명의 첫번째 철다리 (임도가 끝나고 여기서부터 본격적인 산길이다)
▼ 피아골계곡의 풍광
▼ 색깔이 선명하지 못하고 우중충한 단풍
▼ 어쩌다 한 그루씩 나타나는 단풍을 이삭줍기 하듯...
▼ 삼홍소 위의 삼홍교 (두번째 철다리)
▼ 삼홍교 위쪽 삼홍소 주변의 만족스럽지 못한 단풍 모습 (식물의 천이현상인지 명성에 못미친다)
▼ 삼홍교 아래쪽의 풍광
▼ 삼홍교 건너에 서있는 삼홍소(三紅沼) 이정표
▼ 삼홍소를 지나면서 약간 자주 나타나는 단풍
▼ 3번째 철다리(피아골계곡의 유일한 출렁다리이다)
▼ 색깔이 차츰 좋아져가는면서 자주 나타나는 피아골 단풍
▼ 선녀교(4번째 다리)
▼ 계속되는 단풍
▼ 신선교 (5번째 다리) (피아골 산장이 바로 코앞이다)
▼ 계속되는 단풍
▼ 피아골산장이 보인다.
09:50 피아골산장(해발 789m) 도착
피아골산장에 도착하니 단풍이 이제야 선명한 제 색깔을 띄고 있다.
약 30분간 휴식을 하면서 배낭에서 캔맥주를 꺼내 늦은 입산주(入山酒)를 마신다.
푹 쉬었다가 10:20경에 지리산 종주길 주능선을 향하여 출발한다.
피아골산장에서 출발하면서부터 단풍은 군락지를 이루면서 색깔도 선명해지고 현란한 자태를 자랑한다.
이제야 피아골 단풍의 명성에 걸맞는 풍광을 감상하면서 경사가 급해져 숨이 차는 된비알을 오르다 쉬고,
또 오르다 쉬기를 반복하다 보니 피아골산장에서 주능선(피이골 삼거리)까지 불과 2Km의 거리를 2시간
이나 걸려 올라선다.
이 2Km의 된비알에서 오늘 가장 많이 다리를 혹사시켰다.
어느 산악인이 그랬지.
'등산'의 정의(定義)가 '눈이 천국을 유람하기 위하여, 다리를 지옥에 보내는 일' 이라고...
오늘 이 말을 실감하게 된 된비알 2Km였다.
오늘 새벽에 잠들지 않고 구례구역에서 03:03경에 하차해서 시내버스로 성삼재로 올라가 피아골 삼거리
로 와서 피아골로 하산했더라면 눈도 다리도 같이 천국이 되었을지 모르는데...
아니지, 그랬더라면 오늘 계획했던 노고단 정상 개방 이전에 통과하게 되어 노고단을 오르지 못했을테니
쓸데 없는 생각일랑 하지를 말자.
▼ 피아골 산장 옆의 돌탑군 (이 뒷쪽에 샘터가 있다)
▼ 피아골산장 주변의 단풍
▼ 노랑색 단풍도 색깔이 선명하다.
▼ 피아골산장의 샘터
▼ 피아골산장의 단풍 아래에서 늦은 입산주를...
▼ 피아골산장 출발점의 이정표 (여기서부터 '눈은 천국으로, 다리는 지옥으로' 가는 된비알 2Km이다)
▼ 현란한 자태를 자랑하는 명성에 걸맞는 피아골 단풍이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 피아골 계곡의 6번째 마지막 철다리 불로교(不老橋)
▼ 불로교를 지나면서 더욱 현란해지는 단풍
▼ 백두대간과 만나는 피아골 삼거리의 이정표 (여기서 '눈은 천국, 다리는 지옥'길이 끝난다)
▼ 피아골 삼거리가 해발 1,330m라고~? 흠~! 그럼 피아골산장에서 약 550m를 치고 올라왔군...
▼ 피아골 삼거리에서 바라보는 반야봉 (지리산 주능선은 이미 겨울 준비에 들어갔다)
피아골 삼거리에서 잠시 10여분간 숨고르기를 한 다음 노고단 방면으로 향한다.
지리산 주능선은 초목의 잎새가 시들어 말라 떨어지면서 본격적인 겨울 준비에 들어가고, 기온도 서늘해져
많은 땀을 흘리지 않아도 될만큼 상쾌하다.
낮으막한 오르내림을 서너번 반복하다 보니 13:45경에 노고단고개에 이른다.
노고단 정상은 10월 19일부터 11월 10일까지 23일간 09:00부터 15:00까지 한 시간에 1회씩만 입장을 시키
는 예약제를 실시 중이다.
14:00에 입장하는 신청을 부랴부랴 예약하고 10여분 기다렸다 입장하여 노고단 정상을 올랐다가 노고단고
개로 되내려와서 노고단대피소를 거쳐 15:40에 성삼재에 도착하여 하산을 마친다.
▼ 돼지령을 지나며...
▼ 노고단고개의 입산통제초소 (단풍철을 맞아 지리산 일대는 장터처럼 북새통이다)
▼ 노고단고개의 돌탑
▼ 노고단 정상 1시간에 1회 탐방예약제 시행 안내판
▼ 노고단 정상을 향하여...
▼ 노고단 정상을 오르다가 뒤돌아본 노고단고개
▼ 노고단 정상 직전의 암봉
▼ 노고단(1,507m) 정상은 북새통 장터가 되어 정상 표지석 촬영에 원하지 않는 인물이 찍혔다.
▼ 노고단 정상의 돌탑
▼ 노고단 정상에서 바라본 종석대
▼ 노고단 돌탑의 유래
▼ 노고단에서 바라본 반야봉
▼ 오늘의 정상 노고단에서 정상주 한 잔을...
▼ 노고단 정상에서 되돌아 내려온 노고단고개
▼ 노고단고개의 이정표
▼ 노고단 대피소를 지나고...
▼ 백두대간 북쪽 남원에서 남쪽 구례 방면으로 대간 마루금을 물이 넘어가고 있는 무넹기를 지나서...
('무넹기'에 대한 기사는 5년 전 산행기 링크 참조 : http://blog.daum.net/jasyh/7589705 )
15:40 성삼재에 이르러 하산을 마친다.
성삼재 휴게소에 게시된 구례 시내버스 시각표를 보니 16:40에 출발하는 버스를 타기 위해서는 1시간 정도
의 여유가 있다. 주차장 입구에서 교통정리를 하는 국립공원 관리공단 직원에게 가서 시내버스 출발지점을
문의하여 확인한 다음 휴게소로 되돌아간다.
▼ 성삼재 휴게소에 게시된 구례 시내버스 시각표 (16:40 출발하는 버스를 타기로 한다)
시내버스 출발장소를 확인한 다음 하산주를 한 잔 하려고 휴게소로 되돌아갔는데, 누군가가 반가운 인사를
한다. 그래서 바라보니 오잉~? 이 분이 누구신가? 바로 대충산사의 탱크님이시다. 가족여행을 오셨는데 모
친께서 건강이 좋지 않으셔서 노고단을 오르지 못하시고 탱크님과 휴게소에 계시고 부인과 아드님만 노고
단으로 가셨다 한다.
매점에서 하산주용 캔맥주를 사면서 한 잔 하시겠느냐고 물으니 자동차 운전을 하셔야 하기 때문에 사양하
신다. 나 혼자서만 캔맥주를 1개 사서 하산주를 마시며 탱크님과 담소를 나눈다.
▼ 성삼재 휴게소에서 하산주를 마시며 탱크님과...
탱크님께서 나의 귀가길 교통편 스케줄을 물으시기에 성삼재에서 16:40에 출발하는 시내버스에 승차
하여 구례 터미널로 가서 택시로 구례구역까지 간 다음 17:30에 출발하는 열차로 귀가하려고 하는데
교통 혼잡으로 시내버스가 제 시간에 못올까봐 걱정이라고 하니, 탱크님께서 귀가하시는 차편으로 구
례구역까지 편승시켜 드릴테니 염려 말라고 하신다.
이렇게 해서 뜻밖의 해후를 하게 된 탱크님의 덕으로 16:30경에 성삼재를 출발한 탱크님의 차에 편승
하여 구례구역에 도착하니 17:00이다. 차에서 내려 탱크님과 작별인사를 나누고 나서 생각해보니 빨
리 서두르면 이른 저녁식사를 할 수 있을 것도 같다.
역 앞의 식당에 들어가 시각이 급하다는 사정을 말하고 재첩해장국(6,000원)을 시키니 10분만에 밥
상이 나와 옛날 군대생활 할때처럼 급히 서둘러 먹고나니 열차시간이 약 7분 정도 남았다. 식당을
나와 구례구역으로 들어가 17:29에 도착하는 열차에 승차하고 귀가길에 오른다.
오늘 성삼재에서 탱크님을 만나지 못하고 시내버스를 탔더라면 시간이 빠듯하여 저녁식사를 못하
고 귀가길에 오를뻔 했다. 저녁식사를 하고서 귀가를 하도록 하여주신 탱크님께 감사 드립니다.
▼ 귀가길의 열차 승차권(14,8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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