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기 4344년(2011) 4월 9일(토)
새벽에 잠에서 깨니 05:30이다. 오늘은 광교산 → 청계산 종주를 하려고 마음 먹었던 날인데, 어제저녁 늦
게 11:00가 훨씬 넘어 잠자리에 들었던 탓인지 03:00경에 잠에서 깨어나지를 못하고 약간 늦잠이 들었다.
06:00경에 산행출발을 하자면 많이 늦었지만 가는데까지 가보자고 마음 편하게 먹고 세수하고 산행복장
을 갈아입으면서 처에게 아침을 간단히 차려달라고 해서 먹고 시내버스 정류장으로 나가 경기대학교 앞으
로 가는 버스를 탄다.
07:30경 산행출발지인 반딧불이 화장실에 가서 볼일을 보고 07:50에 산행 출발을 한다.
광교산 → 청계산 종주는 이번이 9번째다. 4년 전까지는 매년 한 번씩 종주를 했었는데 도중에 몇년간 건강
악화로 빼먹다가 회복이 되어가는 지금 그 회복 정도가 어느만큼인지 이번 종주로 측정을 해보기로 한다.
광교산 → 청계산 종주는 수원 하광교동(경기대 정문근처)에서 반딧불이화장실에서 시작하여 광교산 - 청
계산 - 서울 양재동 화물터미널까지 약 25~28Km쯤 되는 거리이다. 백두대간 한 구간에 필적하는 장거리
다. 나는 걸음걸이가 느려서 보통 11시간~12시간이 걸렸었는데 이번에는 어떠할까 생각하며 걷는다.
준족들은 8시간대에 끊는다는 구간이다.
▼ 광교산 → 청계산 종주 개념도
▼ 07:50 산행 출발을 한 반딧불이 화장실(여기서 형제봉까지는 완만한 오르막이다.)
▼ 출발지에서 시작되는 계단길
▼ 소월의 시가 적힌 간판이 파손되어 기울어간다.
▼ 한참 걷다 보면 한남정맥길에 합류한다.
▼ 한남정맥길에 들어서는 이의동 갈림길 이정표
▼ 형제봉으로 오르는 길에 설치된 대형 계단길
▼ 밑에서 올려다본 형제봉 암봉
09:00 형제봉에 도착하다. 형제봉 직전에도 마루금에서 용인쪽으로 막걸리 좌판이 있는데 여기는 그냥 지
나치기로 한다.
▼ 형제봉(448m) 정상 표지석
형제봉에서 양지재까지약 500m는 급경사 내리막을 계단으로 내려섰다가 양지재에서 비로봉까지 완만한
오르막을 올랐다가 토끼재로 내려선다. 그리고 토끼재에서 광교산 시루봉까지 완만하게 올라간다.
▼ 형제봉에서 광교산 시루봉을 향하는 길에 길가에 보이는 생강나무꽃(산행 끝날때까지 자주 보게된다.)
▼ 길가에 핀 야생화인데 수분이 부족한 듯 잎이 많이 시들었다.
10:10 광교산 시루봉에 도착한다. 시루봉에서 동쪽 용인방면으로 약 30m쯤 가면 막걸리 좌판이 있다. 찾아
가서 2,000원을 내고 막걸리 한 사발을 들이켠 다음 10:20에 백운산으로 향한다. 뱃속이 든든해진다.
▼ 광교산(582m) 정상 표지석
▼ 백운산 가는길에 억새밭을 지나자 보이는 버들강아지가 꽃을 피웠다.
11:00 백운산에 도착한다.
백운산 정상에도 막걸리 좌판이 있다. 다시 2,000원을 내고 막걸리 한 사발을 들이켠다. 배가 든든하다.
11:10 백운산을 출발한다. 사방이 스모그인지 연무인지 잔뜩 끼어서 시야가 좋지 못하다.
여기 백운산에서 한남정맥길과 작별을 하고 청계산 방면으로 북진을 시작한다.
▼ 백운산(567m) 정상 표지석
▼ 백운산 정상의 막걸리 좌판
백운산을 출발하여 바라산으로 향하는 도중에 길가의 땅바닥에 비닐포장을 한 나무 무더기가 무수히 보인
다. 가까이 다가가서 살펴보니 참나무 시들음병에 감염된 참나무를 벌채하여 비닐로 덮어 훈증을 한다는
내용이다. 참나무가 병에 걸린다는 사실은 처음 보고 듣는 이야기이다.
▼ 참나무 시들음병 감염목을 벌채 후 비닐포장하여 훈증하는 모습
▼ 훈증 비닐을 파손하지 말라는 경고문
▼ 바라산 직전에 작년의 태풍 곤파스에 희생된 나무를 정리한 모습
12:00 바라산(428m) 정상에 도착한다. 바라산에는 많은 사람들로 북적이고 있다. 바라산은 정상 표지석이
없고 누군가가 나무가지에 매달은 표지목이 표지석을 대신하고 있다. 12:05에 바라산을 출발하여 약 100여
m 계속되는 경사 50도 내외의 흙절벽 수준의 급경사길을 조심조심 내려서면 바라산재다.
바라산재에서 다시 완만한 경사를 한참 올라서면 우담산이다.
▼ 바라산(428m) 정상의 모습
▼ 바라산 정상임을 알리는 표지석 대신에 매달려 있는 표지목 안내판
▼ 바라산에서 내려서는 경사 50도 이상 흙절벽 수준의 급경사 내리막길(약 100여m 이상 계속된다.)
▼ 우담산으로 가는 길에 길가에 보이는 봉오리를 맺은 진달래꽃(몇 시간 후면 필 것 같다.)
13:00에 우담산에 도착한다. 우담산 정상에는 벤치가 여러 개 설치되어 있어 쉼터로 알맞은 곳이다.
우담산 정상에도 표지석은 없고 누군가가 써서 매달아 놓은 안내표지목이 우담산임을 알려주고 있다.
약 3분간 숨고르기를 한 다음 바로 출발하여 하오고개로 향한다.
우담산을 출발한지 30분쯤 지나 허기가 져서 13:30경 점심요기를 간단히 하고 13:40경에 다시 출발한다.
▼ 우담산(425m) 정상을 알리는 안내 표지목
▼ 우담산 정상의 쉼터
▼ 하오고개까지 2.4Km 남았음을 알리는 이정표
▼ 하오고개 가는 길목 삼거리 영심봉(英芯峰, 368.8m)의 이정표
▼ 길가의 고사목
▼ 하오고개 내려서기 직전 369봉의 쌍둥이철탑 중 오른쪽 철탑(이 철탑 마당으로 하오고개 내림길이다)
14:05 하오고개에 도착하다.
하오고개는 그동안 8차선의 57번 지방도로와 또 다른 2차선의 구도로를 횡단하여야 하는 위험부담의 문제
로 산꾼들간에 원성이 자자했던 곳이다. 원래 터널을 뚫었어야 하는 길을 억지로 높이 100여미터나 되는
산을 절개하여 절벽을 만들어놓아 광교산과 청계산을 연결하는 마루금을 토막쳐버린 곳이라 광교 - 청계
를 종주하는 산꾼들은 약 2Km나 의왕시쪽으로 우회를 하는 불편을 겪었던 곳이다.
그런데 어느 뜻있는 산꾼께서 2007년도에 의왕시에 민원을 제기하여 의왕시에서 하오고개 도로확장공사
시공사인 한국토지공사와 2007년 10월에 협의를 하여 고개 정상에 육교를 개설하기로 계획한 후 2008년
도부터 착공하여 2010년말에 개통을 함으로써 도로를 사고를 무릅쓰고 무단횡단하거나 멀리 우회를 하는
불편이 해소되었다.
각설하고,
이제 여기 하오고개에서 아침의 늦은 산행출발로 중간탈출을 할 것인지, 아니면 계속하여 종주를 이어갈
것인지 결정을 해야 하는 곳에 이르렀다. 엊저녁에 한국천문연구원 홈페이지에 들어가 확인한 바에 의하면
오늘 저녁 일몰시간은 19:02이고, 시민박명은 19:29까지라 하니 앞으로 넉넉잡아 6시간을 잡으면 20:00까
지면 산행을 마칠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약 30분동안만 야간산행을 하면 된다. 이에 대비하여 아침 출발시에 헤드랜턴과 플래시 등 조명
기구를 2개 준비했으니 몸은 비록 많이 지쳐있기는 하나 그냥 끝까지 종주하기로 마음먹고 하오고개를 출
발하여 국사봉으로 향한다.
▼ 작년 말에 개통된 그동안 산꾼들의 숙원사업이었던 8차선 지방도로와 2차선 구도로 위 하오고개 육교
▼ 하오고개 육교의 안쪽 모습
하오고개에서 국사봉까지는 경사가 급한 된비알이어서 지쳐있는 산꾼을 숨이 꼴까닥 넘어가게 만든다.
힘겹게 힘겹게 하오고개에서 불과 1.5Km 남짓한 국사봉까지 1시간 반이나 꾸물거리다가 15:30 국사봉에
이른다. 국사봉에서는 표지석 사진만 찍고 바로 이수봉으로 향한다.
▼ 국사봉 오름길의 야생화
▼ 국사봉을 오르는 길에 만난 반쯤 개화한 진달래
▼ 국사봉에서 약 20m쯤 떨어진 암봉(이곳을 국사봉으로 착각하여 올랐다 다시 내려온다.)
▼ 국사봉(540m) 정상 표지석
▼ 국사봉에서 북쪽으로 약 10여m 떨어진 곳의 암봉
16:00 이수봉(545m)에 도착하다.
하오고개에서 국사봉까지는 된비알 급경사였던데 비하여 국사봉에서 이수봉 사이는 완만하게 안부로 내려
섰다가 다시 완만하게 올라서는 능선이어서 훨씬 힘이 덜든다.
이수봉 정상 표지석은 높이 약 4m쯤 되는 우람한 표지석이다.
이수봉 정상에도 막걸리 좌판이 있다. 2,000원을 내고 막걸리 한 사발을 들이켠다.
16:10에 이수봉을 출발하여 청계산 망경대(618.2m) 옆길로 향하다.
이수봉에서 망경대 정상 옆을 지나는 길도 된비알이 아니어서 별로 힘이 들지 않는다.
▼ 우람한 이수봉(545m) 정상 표지석
▼ 이수봉 정상의 막걸리 좌판
▼ 청계산 정상인 망경대 옆의 암봉(망경대 정상은 미군부대가 주둔하고 있어 출입금지구역이다.)
미군부대 주둔으로 오늘의 정상인 망경대를 오르지 못하는 아쉬움을 남긴채 정상 바로 아래를 지나 17:00
에 혈읍재에 이른다. 혈읍재에도 막걸리 좌판이 있는데, 장사를 막 끝낸 주인은 지게에 짐을 지고 하산을
하는 모습이 보인다.
▼ 혈읍재의 이정표
17:20경 청계산 망경대에 갈음하여 정상을 대신하는 매봉에 이르기 직전 50여m 지점의 막걸리 좌판은 아
직 영업중이다. 2,000원을 내고 막걸리 한 사발을 또 들이켠다. 오늘 만난 막걸리 좌판은 6개소인데, 그 중
에서 4군데에 들러 막걸리를 한 사발씩 들이켰다.
옛 시인은 '인간도처 유청산(人間到處有靑山)'이라 했다는데,
광교 - 청계간 능선길에는 '산객도처 유탁주(山客到處有濁酒)'로구나~! 크으~어어억~!!!
17:30경 매봉을 출발하여 옥녀봉으로 향하다.
매봉에서 옥녀봉 사이에는 서초구청에서 설치한 계단길이 대부분이다.
▼ 청계산 매봉(582.5m) 정상 표지석
▼ 매봉 정상에서 내려다 본 서울 시가지(스모그에 절어 시계가 불량하다.)
▼ 매봉에서 조금 내려서면 돌문바위가 나타난다.
▼ 돌문바위의 삼각형 돌문틈으로 소원성취를 기원하는 산행객이 들어서고 있다.
돌문바위를 지나 한참 내려가니 삼거리가 나타나고 이정표가 서 있는데 왼쪽은 원터골이고, 오른쪽은 청계
골이 표시되어 있는데, 옥녀봉 방면은 표시가 안되어있다. 오래간만에 이곳을 찾으니 기억이 희미하다.
지나가는 산행객에게 길을 물어 왼편의 원터골을 가리키는 길을 향한다.
이런 된장~! 성의없이 부실한 이정표를 설치한 서초구청을 원망하면서...
완만한 경사의 내리막을 내려서서 안부에 도착했다가 다시 완만한 오르막길로 옥녀봉을 오른다
18:20 옥녀봉에 이르다.
서산을 바라보니 해가 두어뼘 남아 뉘엿뉘엿 져가고 있는 중이다.
옥녀봉을 출발하여 한참 내려가자 땅거미가 지면서 어둠이 찾아오는 가운데 진달래가 만발한 모습이 보인
다. 아침에는 봉오리만 맺었던 것이 오늘 하루 햇볕을 받아 피어난 듯 하다.
▼ 옥녀봉(375m) 정상을 알리는 옥녀봉 유래 설명 안내판
▼ 만발한 진달래
화물터미널 날머리에 이르러 하산을 마치니 19:00이 되었다.
오늘 종주길은 꼭 11시간 10분이 걸렸다.
비록 저질체력이긴 하였지만 옛날의 체력을 되찾았음을 느끼는 하루였다.
▼ 화물터미널 날머리의 등산로 안내 이정표
날머리에서 약 300m를 걸어서 좌석버스 정류장으로 가서 기다리니 수원역으로 가는 3000번 좌석버스가
도착하여 1,800원을 내고 19:30에 승차한 후 수원을 향하여 귀가길에 오른다.
예상했던 것보다 한 시간쯤 앞당겨 오늘 산행을 일찍 끝낼 수 있었던 까닭은 20도 이내의 선선한 기온에,
능선을 넘나드는 바람이 시원하게 하루 종일 불어주어 땀을 많이 흘리지 않았던 탓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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