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기 4344년 신묘년 설날 다음 초이튿날(양력 2월 4일)...
새벽에 잠에서 깨어 일어나보니 03:00이다. 어제밤에 일찍 잠자리에 들었던 까닭에 일찍 잠이 깼다.
세수하고 등산복을 챙겨 입고 배낭을 정리하니 04:30이다.
설 연휴기간중이어서 교통체증도 심할 것이고 또한 요즈음 전국적으로 구제역이 창궐하여 출입통제를 하
는 지역이 많아 장거리 산행은 엄두를 낼 수 없어 가까운 광교산을 올랐다가 시간이 허용하면 청계산까지
종주를 하여볼 계획을 세웠었다.
처를 깨워 식사를 차려달라고 해 밥을 먹으면서, 점심식사용 떡을 데우고 보온병에 끓인 물과, 귤도 챙겨줄 것을 같이 부탁한다. 식사를 마치고 05:10에 집을 나서서 수원역전 시내버스 정류장으로 나가 05:30에 광교산행 13번 시내버스에 승차하여(요금 1,000원) 광교저수지 옆의 반딧불이 화장실에 05:50에 도착하여 산
행준비를 마친 다음 06:00에 출발한다.
아직은 어두운 새벽이어서 배낭에서 손전등을 꺼내 들고 불을 켜고서 진행한다.
예전 같으면 이렇게 일찍 출발하면 광교산을 거쳐 청계산을 지나 양재동 화물터미널까지 갈 수 있었는데 오
늘은 몇 백미터 걸어보니 신체 리듬이 많이 망가져 있음을 느낀다.
지난 해 12월부터 시작된 극심한 한파 때문에 거의 두 달가량 산행을 자제해 왔었다.
이제는 어찌 해봐도 노년기 퇴행적 현상인 뇌질환과 심장질환의 위험에 노출되어 있는 형편이어서 혹한이
계속되는 불순한 기상상태 하에서 무리한 외부활동에 신체를 혹사하면 안되는 까닭에서였다.
그런데 이번 겨울 추위는 3한4온의 법칙이 완전히 무시되고, 영하 10도 이하의 밤 추위와 영하권을 밑도는 낮 추위가 하루도 빠짐없이 두 달동안이나 계속되다 보니 최저기온으로 따지면 예년과 비슷하나 간간히 영상의 기온을 회복하는 날이 하루도 없으니 체감온도는 진저리를 칠만큼 호된 추위가 엄습하는 겨울이었다.
그런데 설 연휴를 맞아 1월 31일부터 낮 기온이 영상 7도까지 올라가는 바람에 추위가 풀려 오늘 산행을 나
서게 된 것이다. 엊그제 2월 1일날은 겨울동안 엄두도 내지 못하던 승용차 세차까지도 할 수 있었다.
이처럼 두 달동안이나 산행을 못하고 말았으니 그동안 단련되었던 몸의 신체리듬이 망가져버린 것 같다.
▼ 산행 출발 기점인 광교 저수지 제방 옆(경기대 입구)의 반딧불이 화장실
▼ 반딧불이 화장실 옆의 광교산 등산 안내도
▼ 오늘의 산행을 끝마칠 때까지 답답하게 전망이 트이지 않는 안개길
▼ 형제봉 바로 밑의 이정표
07:15 형제봉에 도착한다. 보통때는 경기대에서 여기까지 1시간 내에 도착했는데 오늘은 많이 늦었다.
야간 산행은 아무리 전등 불빛이 밝아도 발걸음을 빨리 하기가 거북하여 속도가 나지 않는다.
거기에다 두 달만에 산에 오르니 그동안 산행에 단련되었던 몸의 근육이 모두 다 경직되어버려 발걸음을 뗄
때마다 몸이 말을 잘 듣지 않는다.
▼ 형제봉(448m)에 올라보니 자욱하게 낀 안개로 겨우 지척을 분간할 정도로 어둡다
▼ 비로봉(490.2m) 94m 직전에 서있는 이정표(직진하면 비로봉, 우회전하면 비로봉 안거치는 우회로이다)
비로봉으로 오르지 않고 우회하여 토끼재로 간다. 다리 근육이 말을 듣지 않아 속도가 점점 느려진다.
토끼재에 08:30경 도착하여 쉬면서 생각해보니 그 간 날씨가 영상의 기온을 회복하여 풀렸다고는 하나, 이
번 겨울이 얼마나 추웠으면 길바닥에 녹으려던 눈이 밤 사이에 얼어붙어 빙판길이 많아졌다.
그런데 경기대에서 토끼재까지 약 5.2Km 구간을 아이젠을 꺼내기 귀찮아서 그냥 진행했는데, 그러자니 간간이 나타나는 빙판길을 걷는데 힘이 들었다. 그래서 배낭을 열고 아이젠(체인젠)을 꺼내어 착용하고 토끼
재를 출발한다. 빙판길이 나타나도 미끄럽지 않으니 발걸음이 한결 가벼워진다.
▼토끼재에 서있는 이정표(경기대까지의 거리는 약 5.2Km정도인데, 7.9Km라고 오기되어 있다)
▼ 토끼재에서 상광교동 버스 종점으로 하산하는 목재 계단길
09:15 광교산 정상에 도착한다.
경기대에서 여기까지 적어도 두 시간 반 이내에 도착해야 하는데 엉치뼈를 감싸는 근육과 양 다리 근육이 오래간만의 산행에 놀라서 경련을 일으키기 직전 상태라 세 시간이 넘게 걸려 많이 늦었다.
▼ 광교산 정상(582m)<광교산 정상 표지석에 얽힌 사연은 http://blog.daum.net/jasyh/7677168 참조>
▼ 광교산 정상에 서 있는 이정표
▼ 광교산 정상의 삼각점(30년 전만 해도 삼각점 모가지가 땅바닥이었는데 약 1m가량 흙이 패어 달아났다)
광교산을 출발하여 약 400m 북서쪽 능선을 진행하니 노루목 대피소가 나와 여기 들어가서 배낭에서 떡과
귤을 한 개 꺼내 간단히 요기를 한다.
▼ 노루목 대피소
▼ 노루목에 서있는 이정표
광교산 정상을 출발하면서 바람의 속도가 빨라지자 짙게 퍼져있는 안개가 나무에 얼어붙어 상고대가 생겨나기 시작한다.
▼ 풍속이 세어지자 서서히 생겨나는 상고대
▼ 억새밭의 이정표(이름은 '억새밭'이나 수십년에 걸쳐 산행객들의 발길에 밟혀 현재 억새는 멸종되었다)
▼ 억새밭 이정표 옆의 무너진 돌탑(산행을 하다 보면 멀쩡하던 돌탑이 이처럼 무너진 걸 자주 보게 된다.)
▼ 볼품 있게 피어가는 상고대
▼ 솔잎을 감싸는 상고대
▼ 산행객들이 제공하여 준 모이를 먹고 있는 산새들
10:20 백운산에 도착한다.
백운산에는 막걸리 좌판이 있다. 막걸리 좌판이 보이니 반갑다. 차가운 막걸리 한 사발을 사서 벌컥벌컥 들
이 마시니 간까지 썰렁해지며 시원해진다. 지난 가을에는 2,500원을 받더니 오늘은 2,000원이란다.
다른 물건은 물가폭탄을 맞아 천정부지로 올랐는데, 오히려 가격이 하락했으니 참 괴이한 일도 다 있다.
▼ 백운산(567m) 정상 표지석
▼ 백운산 정상의 이정표(왼쪽 하단에 막걸리 좌판이 어렴풋이 보인다.)
▼ 나를 즐겁게 해준 반가운 막걸리 좌판
▼ 백운산 북사면의 눈길
11:10 고분재에 도착한다. 이곳 사거리에서 서쪽으로 가면 의왕시 백운호수, 동쪽으로 가면 용인시 고기리
로 하산하는 길이다.
▼ 용인시에서 세운 고분재의 이정표(누군가가 백운산과 바라산의 거리 글자를 심술궂게 긁어 없애버렸다.)
▼ 의왕시에서 세운 고분재의 이정표
고분재에서 바라산으로 오르는 길은 경사가 급하여 헐떡거리는 숨결은 줄이 느슨해진 헌 장구 두드리는 소
리가 난다. 다리와 엉덩이 근육이 오랫만에 무리를 하여 발걸음이 잘 떼어지지 않는다. 자주 쉰다.
▼ 바라산 오르는 길에 보이는 참나무에 감긴 비닐테이프(병충해 방제용으로 추측된다.)
11:40 바라산에 도착한다.
바라산 정상에는 표지석은 없고, 나무가지에 걸어놓은 표찰이 정상석을 대신하고 있다.
▼ 바라산(428m) 정상
▼ 표지석을 대신하고 있는 바라산 표찰
바라산을 출발하여 북쪽 바라산재로 내려서는 길은 약 50~60도 가량의 급경사를 이루어 지친 몸으로 밧줄 을 붙들고 용을 쓰며 실랑이를 하자니 진 땀이 흐른다.
12:05 바라산재에 우여곡절 끝에 미끄러운 흙절벽을 간신히 내려선다.
▼ 바라산재에 서있는 이정표
▼ 바라산재에 내려서기 직전의 계단(내가 10년 전에 매달아놓은 밧줄이 지금도 있다.)
▼ 바라산재에서 백운호수로 내려서는 길.
▼ 아직 녹지 않은 눈
12:45 우담산에 도착한다.
우담산에도 정상 표지석은 없고 이정표에 매달려 있는 표찰이 정상석을 대신하고 있다.
▼ 우담산(425m) 정상의 표찰
▼ 성남시에서 세운 우담산 정상의 이정표
▼ 의왕시에서 세운 우담산 정상의 이정표
우담산에서 영심봉(英芯峰)으로 향하다가 양지바른 산비탈을 만나 떡과 귤을 꺼내어 점심요기를 한다.
13:30 영심봉에 도착한다. 영심봉에도 정상 표지석은 없고, 이정표에 정상임을 표시해 놓았다.
▼ 영심봉(367m) 정상의 이정표가 정상 표지석을 대신하고 있다.
영심봉을 지나 하오고개에 14:05에 도착한다.
오래간만의 산행이어서 많이 지치고, 양 다리와 엉덩이 근육이 뻐근하고 발걸음을 떼려니 말을 안듣는다.
하오고개 57번 8차선 지방도로상에는 그간 도로를 횡단하는 육교가 없어 광교 -> 청계 종주객들은 이 도로
를 무단횡단 하거나 아니면 고속도로 밑의 지하도를 경유하여 원터마을로 돌아서 하오고개로 다시 올라오
는 우회경로를 택하여 종주를 했었다.
그러나, 그간에 광교 -> 청계 종주 산행객들의 꾸준한 민원 제기의 결과 행정 당국에서 상당한 예산을 할애
하여 작년 1년간 공사 끝에 57번 지방도로를 횡단하는 거대한 육교 설치공사를 끝내어 금년부터 통행할 수
있도록 개통을 하여 이제는 무단횡단이나, 먼 거리로 우회하는 일이 없이 편하게 되었다.
이 육교는 산행객의 편의만 도모하는 게 아니라 백운산권과 청계산권을 연결하는 동물 이동에 이용되는 생
태통로 역할도 야간에는 할 것으로 기대가 된다. 57번 지방도로가 하오고개를 지나가면서 청계산권역이 생
태통로가 단절되어 동물 이동이 많은 제약을 받았을텐데, 동물들도 야간에 이 육교를 이용했으면 좋겠다.
▼ 2010년 한해동안 공사한 하오고개 육교 풍경(1)
▼ 2010년 한해동안 공사한 하오고개 육교 풍경(2)
▼ 2010년 한해동안 공사한 하오고개 육교 풍경(3)
▼ 2010년 한해동안 공사한 하오고개 육교 풍경(4)
▼ 2010년 한해동안 공사한 하오고개 육교 풍경(5)
▼ 2010년 한해동안 공사한 하오고개 육교 풍경(6)
▼ 2010년 한해동안 공사한 하오고개 육교 풍경(7)
▼ 2010년 한해동안 공사한 하오고개 육교 풍경(8)
▼ 2010년 한해동안 공사한 하오고개 육교 풍경(9)
하오고개 육교를 건너고나니 피로가 엄습해오고,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아 도저히 청계산으로 갈 수가 없다.
게다가 새벽부터 짙게 끼었던 안개는 하루 종일 시원하게 걷히지 않아 전망도 트이지 않는다.
시간도 늦었다. 한 시간 반 내지 두 시간 정도 더 일찍 도착했어야 청계산을 거쳐 양재동 화물터미널까지 갈
수가 있었을텐데 지금은 14:30으로 너무 늦은데다 피로가 겹쳐 여기서 산행을 중단하고 하산을 하기로 결 정하고 하오고개 구도로를 따라서 원터마을의 버스정류장을 향하여 걷기 시작한다.
약 1Km가량 걸어서 원터마을 버스정류장에 도착하여 조금 기다리니 성남쪽에서 넘어오는 안양행 좌석버 스가 도착하여 승차한 후(요금 1,800원) 인덕원역에서 하차하여 서울 사당동에서 수원으로 가는 777번 시
내버스로 갈아타고(요금 1,200원) 가다가 수원역에서 하차하여 귀가한다.
오늘 산행은 종전에 6시간이 채 안걸리던 거리를 8시간이 넘게 걸리는 완전히 달팽이 산행이 되어버렸다.
비록 미완으로 끝났지만 약 15Km의 신묘년 첫 산행을 이렇게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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