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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남권 산행

43년만에 개방된 대구 팔공산 비로봉 정상

by 박달령 2010. 9. 21.

단기 4343년 9월 19일(일)

그간 군사안보와 방송 통신시설을 보호한다는 명분으로 입산이 금지되었던 대구 팔공산의 주봉인 비로봉(1,192. 9m)이 작년 11월 1일자로 43년만에 개방되어 대구시민의 품으로 돌아가게 된 사실을 소문 들어서 한번 올라가 보려고 벼르고 있다가 오늘 실행에 옮겨본다. 팔공산은 그간 오래 전에 두 번이나 찾았었지만 주봉인 비로봉은 출입금지구역이라 오르지 못하였었다.

 

그래서 그동안 팔공산은 꿩 대신 닭이라고 동봉(1,155)이 주봉을 대신하고 있었다. 그런데 단기 4341년 말부터 대구 산악인들이 주축이 되어 비로봉 개방 논의가 시작되어 추진이 시작되었고, MBC, KBS, TBC 등 각 방송사와, KT 등 통신사 및 국방부 등을 차례로 설득하여 마침내 산악인들의 숙원사업이 빛을 보게 된 것이다. 그러나 여러 개소의 통신철탑이 시야를 방해하여 답답한 느낌은 어쩔 수 없었으나, 그나마 개방된 것만도 다행이라 여겨졌다.

 

팔공산 말고도 최근에 군사시설 보호구역으로 묶여 출입 금지구역이었던 양평 용문산(1,157) 정상도 양평군수가 직접 나서서 공군과 KT를 설득해 단기 4340년 말 40여년만에 개방되었고, 역시 군사시설로 출입금지구역이었던 광주 무등산(1,187) 정상도 75개 시민단체들이 합류하여 결성한 <사단법인 무등산보호단체협의회>의 무등산 살리기 운동에 힘입어 40년만에 군 통제지역 중 일부가 개방되었으며, 방송용 송신소 때문에 폐쇄됐던 전주 모악산(794) 정상도 전주 시민들의 10년 노력 끝에 4340년 4월 말 개방되었으니, 이제 대전시민들의 사랑을 받는 계룡산 천황봉(845. 1) 정상도 개방운동이 일어날 것을 한 번 기대해 본다.

 

새벽에 잠이 깨어 일어나니 04:00이다. 03:00경에는 잠에서 깨어났어야 영동역에서 05:33 출발하거나 또는 05:53에 출발하는 동대구행 열차를 타고 가야 여유있게 산행을 일찍 끝낼터인데, 좀 늦었다. 할 수 없이 06:54에 출발하여 동대구역에 08:24에 도착하는 열차를 타기로 마음먹고 산행 채비를 마치니 06:00이 된다. 숙소를 나서서 승용차를 운전하여 24시간 김밥집에 들어가 아침 식사를 하고, 김밥 두줄을 점심식사로 준비하여(5,500원) 배낭에 수납을 한 다음 역 근처로 가서 주차를 하여놓고 06:54분 무궁화호 열차 승차권(7,100원) 1매를 사서 승차하여 동대구역으로 향한다.

 

사실상의 추석 귀성이 시작되었다고는 하나 워낙 아침 일찍 출발하는 열차라서 좌석은 많이 남는 편이다.

08:24에 동대구역에 도착하여 하차 후 구내 매점에서 양갱 3개, 초콜렛 3개 등을 구입하여(5,400원) 간식거리로 배낭에 수납을 하면서 매점 주인에게 팔공산 동화사행 시내버스 승강장을 물으니 옛날과 마찬가지로 동대구역 바로 옆의 시내버스 정류장이라 일러주기에 역을 나가 버스를 기다렸다가 08:50경에 <1번 급행> 시내버스에 올라 동화사로 향한다.(요금 1,500원)

 

09:40경 동화사 입구 팔공산자연공원 관리사무소 옆 광장에서 하차하여 지나가는 산행객들에게 길을 물어 수태골 입구로 향하면서 고독한 방랑자의 산행은 시작된다. 동화사 종점에서 서쪽 포장도로를 따라 약 25분을 터벅터벅 걸으니 수태골 입구임을 안내하는 표지판이 보여 계곡을 따라 올라간다.

 

수태골 계곡은 골이 깊은데다가 최근에 잦은 비로 물이 많이 흐르고 있어 경치도 좋고 시원하다. 다만 나무가 울창하여 나무가지 사이로 보이기는 하지만 사진촬영을 하면 보이지 않기에 구경만 하면서 오른다. 팔공산은 그 덩치가 계룡산보다 크고 넓지만 기암괴석이 별로 없어 경치는 계룡산보다 떨어져 국립공원이 되지 못한 산인 대신 웅장한 맛은 계룡산보다 더하다.

 

오르면서 보니 옛날과 달리 팔공산의 주요 등산로는 많은 산행객들의 발길로 황폐화가 진행되어 설악산이나 계룡산처럼 이를 방지하기 위하여 정상까지 돌계단을 깔아놓았다.

 

▼ 팔공산 산행 개념도

 

▼ 등산로 입구에 세워진 팔공산 안내판  

 

▼ 등산로 입구 광장에 조성된 송이버섯 조각 조형물 

 

▼ 시내버스 종점에서 서쪽으로 약 25분가량 걸어가자 나타나는 수태골 안내판 

 

▼ 수태골 진입로 

 

▼ 수태골 계곡수

 

▼ 수태골 계곡수 

 

▼ 길가에 피어난 버섯 

 

한참을 오르니 바위에 숙련되지 않은 듯한 글씨체로 수릉봉산계(綏陵封山界)라고 새겨진 바위가 나타난다.

안내판을 읽어보니 <수릉>은 조선조 헌종의 아버지로서 실제 왕노릇을 하지 않고, 사후 추증을 받은  익종의 능이며, 이 수릉의 유지 관리와 제사 비용의 염출을 위하여 이곳 팔공산의 수림을 보호림으로 지정하여 일반인의 벌목과 출입을 금하는 봉산으로 삼았다는 내용이다.

 

▼ 수릉 봉산계(綏陵封山界) 표석 (대구광역시 문화재 제33호) 

 

▼ 수릉봉산계 표석 안내 설명서

 

▼ 수태골 중간지점 조금 지나서 나타나는 암벽지대(암벽을 오르는 바위꾼들이 보인다.) 

 

▼ 수태골의 기암괴석 

 

▼ 길가의 고사목 

 

▼ 가끔씩 암릉도 나타난다. 

 

▼ 염불암에서 올라오는 길과 만나는 철탑삼거리 이정표 (여기에 막걸리 좌판 노점이 있다.) 

 

 

▼ 산행 시작부터 정상에 이를 때까지 계속되는 돌계단길 

 

철탑삼거리를 지나 조금 올라가니 서봉 및 비로봉과 동봉이 갈라지는 삼거리가 나타나는데 이 삼거리에서 동봉까지는 300여미터 된비알을 올려쳐야 하는데 정상에 이르니 흐린 날씨에 개스가 끼어 조망은 만족스럽지 못하다.

 

▼ 서봉 및 비로봉과 동봉 갈림길 삼거리 이정표(1)  

 

▼ 서봉 및 비로봉과 동봉 갈림길의 이정표(2) 

 

▼ 동봉 정상 표지석 앞면("동봉"이라는 글씨를 초서로 갈겨 써서 새겨 놓았다.) 

 

▼ 동봉 정상표지석 뒷면 

 

▼ 산 높이를 특이하게 표지석 옆면에 새겼다. (지도에는 1,155m인데, 표지석은 1,167m이다.) 

 

▼ 동봉 정상에 서있는 종주등산로 이정표 (가팔환초 종주길이다.)

 

▼ 동봉에서 조망되는 갓바위 방면 동쪽 능선(1)

 

▼ 동봉에서 조망되는 갓바위 방면 동쪽 능선(2) 

 

▼ 43년동안이나 출입금지구역이었던 비로봉의 흉물스러운 방송, 통신시설물 철탑들 

 

▼ 서쪽방향의 능선(앞의 봉우리가 서봉이다.) 

 

▼ 동봉에서 쉬고 있는 산행객들 

 

동봉에서 한참 쉬면서 사방을 둘러보며 휴식을 하다가 비로봉으로 가기 위해 조금 전에 지나왔던 서봉 및 비로봉이 갈라지는 삼거리로 되돌아 내려간다. 삼거리에 이르러 비로봉 방면 서쪽으로 약 100여미터 진행하니 비로봉과 서봉이 갈라지는 두번째 삼거리가 나오는데 넓은 평탄한 지형이어서 길에서 이탈하여 앉기 좋은 바위를 찾아 앉아 쉬면서 김밥을 꺼내 점심식사를 한다.

 

▼ 비로봉으로 가기 위해 되돌아온 삼거리

 

▼ 약 100여미터 서진하여 비로봉과 서봉이 갈라지는 두번째 삼거리의 이정표(근처에서 점심식사) 

 

비로봉쪽으로 길을 잡아 오르막을 조금 진행하니 길가에 <달구벌 얼 찾는 모임>이라는 단체에서 제작한 팔공산 제천단의 유래를 설명하는 표석이 세워져 있어 이곳 비로봉에서 옛날에는 제천의식이 행하여 졌음을 말하여 준다. 이 표석을 지나 몇 걸음 오르니 바로 비로봉 정상인데, 아직 규모를 갖춘 정상표지석은 세워져 있지 않고, 삼각점 위에다 누군가가 작은 돌을 올려놓고 매직으로 <팔공산 비로봉>이라고 엉성하게 써놓은 것이 정상임을 알려준다. 이제 개방된지 얼마 안되어 그러할 것이고, 조만간 대구 지자체나 산악단체에서 아담하고 규모 있는 정상 표지석을 세울 것으로 기대해 본다.

 

비로봉 정상 북쪽으로 갈라지는 능선 비탈은 넓은 기암절벽으로 되어 있어 암벽산행을 하기 좋게 생겼다.

정상 일대는 10여기가 넘는 철탑이 어지러이 서 있어 몸에서 두드러기가 날 정도로 시야를 방해한다.

이 철탑들로 인하여 조망도 시원치 않고 다만 팔공산 진짜 정상에 올랐다는 사실만을 위안으로 삼아본다.

비로봉 정상은 비좁은데다가 방송통신시설 보호용 철망이 둘러쳐져 있어 구차스러워 보인다.

 

다만, 2012년까지 지상파의 아날로그TV 방송이 종료되고 디지털방송으로 전환된다 하는데, 그렇게 되면 현재 방송사별로 1곳씩 사용하고 있는 송신시설도 하나로 통합된 송신탑만으로도 충분하다 하니 현재보다 약 60%의 철탑 철거가 가능할 것으로 보여지므로 비로봉 일대의 환경 정화를 기대해 볼만하다 하겠다.

 

▼ 팔공산 제천단 유래 설명 안내 표석 

 

▼ 비로봉에서 갈려나간 북릉의 기암절벽 

 

▼ 비로봉(1,192. 9) 정상의 삼각점과 이 삼각점 위에 얹혀져 비로봉임을 알려주는 엉성한 돌멩이 

 

▼ 제천단이었을 것으로 추정되는 돌무더기 제단. 

 

▼ 비로봉에서 매우 가까이 조망되는 서봉 

 

▼ 시야를 방해하는 비로봉의 철탑들

 

▼ 40여년만에 되찾은 비로봉을 잘 보존하자는 안내문 

 

비로봉에서 약 15분간 휴식을 한 다음 서봉으로 가기 위하여 조금 전에 지나온 갈림길 삼거리로 되내려가서 서봉으로 향하려니 피로가 엄습한다. 어제 하루 종일 전북 김제 금산면에 있는 할머님 산소와, 전북 남원 아영면에 있는 할아버님 산소 두군데를 새벽부터 차를 운전하고 쫓아다니며 벌초 겸 성묘를 하느라 피로가 누적된 상태에서 오늘 산행을 하니 피로할 수 밖에 없다.

 

게다가 산소가 높고 깊은 곳에 한 기씩 있어 예초기를 운반하기도 마땅치 않아 낫을 사용하여 벌초를 했기 때문에 매우 힘이 들어 더욱 피로한 것이다. 그래서 서봉으로 가지 않고 철탑삼거리로 되돌아간 다음에 염불암, 부도암을 거쳐 동화사로 하산하기로 하고 발걸음을 돌린다.

 

원래 계획은 오도재를 지나 서봉을 경유 약 2. 5Km 능선따라 진행하다가 부인사로 하산하려 했는데...

철탑 삼거리에 되돌아 와서 목이 컬컬한 참이라 막걸리 좌판 노점에서 차가운 막걸리 한사발을 벌컥벌컥 들이키니 뱃속이 시원해지며 간이 동동 뜨는 느낌이다.(2,000원)

 

잠시 쉬었다가 동화사를 향하여 수태골의 반대방향인 염불암쪽 길로 하산을 시작한다. 별 특징이 없는 숲길을 한참 내려가서 염불암이 갈라지는 삼거리에 이르니 자동차가 다닐 수 있는 아스팔트 포장도로가 나타난다. 도로변에는 사람 키 정도의 돌탑이 수십기가 군데군데 서 있다. 그래서 이 염불암 아래 계곡을 탑골이라고 하나 하는 생각이 든다.

 

이 포장도로를 지루하게 내려서자 곧 부도암이 나타나고 부도암 입구 계곡물에 내려가 윗통을 벗고 세수하고 머리감고 물수건으로 상체를 닦아낸 다음 여벌 옷을 꺼내 입으니 아쉬운대로 개운하다. 오늘은 지나다니는 사람들이 워낙 많아 알탕의 진미를 맛보지 못하고 말았다.

 

▼ 염불암 쪽으로 하산하기 위하여 되돌아온 첫번째 삼거리 

 

▼ 되돌아온 염불암과 수태골 갈림길 철탑 삼거리의 이정표 

 

▼ 철탑 삼거리의 또다른 이정표 

 

▼ 염불암이 갈라지는 삼거리의 포장도로 

 

▼ 길가의 돌탑들 

 

▼ 수십기나 계속되는 길가의 돌탑들 

 

▼ 부도암을 지나 동화사로 향하는 길 

 

부도암을 지나 조금 내려가자 동화사 후문쪽 주차장 겸 광장이 나오기에 동화사 후문으로 발길을 돌려 동화사를 둘러보며 구경 후 정문쪽으로 나가니 일주문이 나타나고 일주문에서 몇 걸음 더 내려가니 보물 제243호로 지정된 마애불이 큰 바위절벽에 조각되어 있고 마애불을 지나 한참 내려가니 대구행 <1번 급행> 시내버스 정류장이 나타난다.

 

▼ 사천왕을 봉안한 동화사 옹호문 

 

▼ 바깥쪽에서 바라본 설법전 

 

▼ 옹호문 안에 봉안된 사천왕(1) 

 

▼ 옹호문 안에 봉안된 사천왕(2)  

 

▼ 봉서루 

 

▼ 대웅전 

 

▼ 산신각 

 

▼ 조사전 

 

▼ 단청을 하지 않은 칠성각 

 

▼ 단청을 하지 않은 선원 

 

▼ 관람객의 출입이 금지된 수행 전각들 

 

▼ 마당에 핀 꽃 

 

▼ 가을을 알리는 흰 코스모스 

 

▼ 연분홍 코스모스  

 

▼ 가을을 알리는 이름을 잊은 꽃 

 

▼ 영산전

 

▼ 사찰의 사물(四物)이라는 (좌로부터) 범종(梵鐘), 운판(雲板), 목어(木魚), 법고(法鼓)가 걸려있는 종각 

 

▼ 안쪽에서 바라본 설법전 

 

▼ 동화사 경내의 해탈교 

 

▼ 승려 수계를 받는 금강계단(金剛戒壇) 

 

▼ 금강계단 옆의 통일대불 

 

▼ 통일대불과 함께 서 있는 석탑 

 

▼ 금강계단에서 밖으로 나가는 석조계단 

 

▼ 동화사 옆을 흐르는 수숫골 계곡 

 

▼ 동화사 일주문(봉황문) 

 

▼ 일주문 아랫쪽의 마애불(보물 제243호) 

 

▼ 마애불 유래 설명 안내판 

 

시내버스 정류장에서 약 10여분 기다리니 대구행 시내버스 <1번 급행>이 오기에 승차하여(1,500원) 약 40여분을 달리자 동대구역 정류장이라는 안내방송이 나오기에 17:30 경에 하차하여 동대구역으로 들어가 서울방면 열차시각을 살피니 10분 후에 출발하는 17:40 무궁화호가 좌석이 있어 승차권을 1장(7,100원)  영동역까지 구입하여 승차하고 귀가길에 오른다.

 

▼ 오늘 나를 영동역에서 동대구역까지 왕복시켜준 열차 승차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