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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남권 산행

주왕산을 오르려고 7시간 30분간 껌을 씹으며...

by 박달령 2007. 10. 28.

<주왕산의 가을>


○ 산행일 : 단기 4340년 10월 27일 (토)

○ 산행자 : 고독한 방랑자 박달령 단독산행

 

○ 산행경로 : 절골매표소 -> 절골계곡 -> 대문다리 -> 가메봉삼거리 -> 가메봉 -> 가메봉삼거리 ->

    내원동 마을 -> 3폭포 -> 후리메기 입구 -> 2폭포 -> 1폭포 -> 대전사

 

○ 산행거리 : 13. 2 Km (하산 후 덤으로 걸은 거리 약 6 Km 포함하면 19. 2 Km))

○ 산행시간 : 6시간 50분 (아침식사, 점심식사, 휴식시간 포함)

 

□ 산행후기


03:00.

휴대전화 알람시계 소리에 잠이 깬다.

산행 준비를한다.

 

03:45.

차를 운전하여 영동을 출발한다.

도중 읍내 24시간 김밥집에 들러 김밥 4줄, 24시간 편의점에 들러 캔맥주 2개를 사서 배낭에 넣는다.

 

영동에서 황간까지 가는 4번국도의 길은 짙은 안개로 겨우 10여미터 앞만 보일 뿐이다.

불안감을 느끼며 조심스레 서행으로 운행을 하는데, 룸미러에 보이는 뒷차가 대형 화물트럭 같다.

오래 전에 얻은 경험이 생각나서, 버스 정류장 차선이 나타나는 곳으로 들어가 정차하여 뒤에 따라오는 트럭에게 길을 양보하여 주고 곧바로 트럭을 뒤따라간다.

 

트럭은 컨테이너 박스를 적재한 대형 화물트럭이 맞았다.

안개가 짙게 끼어 지척 분간이 힘들때는 이러한 대형트럭을 앞세우고 그 뒤를 따르면 커다란 트럭 차체가 안개를 헤쳐 가르며 진행하여 헤쳐진 안개가 합쳐져 다시 모이려면 잠시 시간이 필요하므로 내 차는 시야가 훤히 트여 트럭 후미와 내 차 사이의 길바닥이 잘 보인다. 이 원리를 한번 경험 후에 내가 자주 써먹는 요령이다. 내 차의 앞길을 훤히 터주면서 앞서 가던 트럭도 나와 마찬가지로 황간 나들목으로 진입한다.

 

04:30

황간 나들목에서 경부고속도로에 진입한다. 고속도로에 진입하니 안개가 매우 엷어지며 전방 200 여미터 이상으로 시야가 확보되어 오히려 4번국도보다 운전하기가 수월하다. 고속도로라서 많은 차량들이

지나다녀 안개를 헤쳐놓아서 시야가 일반도로보다 멀리 터지는 것으로 생각된다.

 

고속도로는 이른 새벽이어서 운행하는 차의 숫자는 많지 않고 드문드문 스치는 차들은 거의 화물트럭

다. 졸음운전을 하는 화물트럭을 5 ~ 6차례 조심스레 추월을 한다. 졸음운전하는 차들은 뒤에서 보면

표가 난다. 서행하면서 차선의 중심부로 똑바로 진행하지 않고 차선을 좌로 한 번 넘었다가, 우로 한

번 넘었다가 하기를 만취한 술꾼 갈짓자 걸음 걷듯 계속 반복한다.

 

세상살이가 얼마나 팍팍하면 처자식 먹여살리기 위해 목숨을 담보로 졸음운전까지 하여야 할까...?

툭하면 세계 10위의 OECD 경제대국이니 뭐니 하며 으시대는 발언을 서슴지 않는 대한민국의 현주소이

다. 서글픈 현실에 기분이 마냥 우울해 진다.

 

대구 근처 도동분기점에서 포항방면 고속도로로 진입한다.

북영천 나들목에서 빠져나가 북쪽 청송방향으로 진행해야 되는데, 라디오를 듣다가 지나쳐 30 Km나 더

<서포항> 나들목을 빠져 31번 국도를 따라 북진하다가 청송군 부남면 소재지 북쪽 갈림길 908번

지방우회전하여 부동면 소재지에서 이정표 <주산지, 절골> 이 가리키는 방향으로 진행한다.

 

07:30

절골 매표소 앞마당 도착. 출발한지 꼭 3시간 45분이 걸렸다.

마당에 주차를 하고, 등산화로 갈아신고 산행장비 점검을 끝내고 나니 택시 한대가 도착하고 부부로 보

이는 산행객 남녀가 내린다.

 

승용차를 주왕산의 주계곡인 부동천계곡 대전사 아래 주차장에 주차를 하고 택시를 불러 타고 왔다고

한다. 택시 기사에게 물으니 부동면에서 영업을 하는 개인택시라기에 내 산행 목적지를 말하고 절골계

곡에서 가메봉거쳐 대전사로 넘어가 호출하고 싶다고 말하자 반가워 하며 명함을 한 장 건네주기에 받

아 넣었다.

 

07:50

절골계곡 매표소 옆을 지나 산행을 시작한다. 안개가 짙게 끼어 전방 시야가 부옇다. 안개가 빨리 걷히

기를 바라면서 진행을 하니 08 : 30 경부터 걷히며 차츰 시야가 양호해진다.


 

▼ 절골 매표소 - (지금은 입장료를 받지 않기는 하나 국립공원 관리공단 직원들은 근무를 한다)

 


▼ 등산로 안내판

 

 

▼ 절골계곡에 대한 안내판

 

 

대부분의 관광객들은 대전사 위의 주방천계곡만을 찾고 절골계곡은 잘 찾지 않으나, 이름있는 폭포가

없어서 그렇지 깎아지른듯한 협곡 단애에 기암괴석이 널려있는 데다 가을 단풍이 곱게 물든 절골계곡은

주방천계곡보다 더 정감이 간다.

 

다만 주왕산 일대는 같은 단풍나무라도 붉은 색으로 물드는 단풍보다 노랑색으로 물드는 단풍나무가 더

많아 아쉽다. 절골계곡의 풍광에 취하여 발걸음도 더디게 띄어진다.

 

 

▼ 절골계곡의 풍광 <1> 

 

 

▼ 절골계곡의 풍광 <2>

 


▼ 절골계곡의 풍광 <3>

 


▼ 절골계곡의 풍광 <4>

 


▼ 절골계곡의 풍광 <5>

 

 

▼ 절골계곡의 풍광 <6> 

 

 

▼ 절골계곡의 풍광 <7> (무협영화의 어느 한 장면같은 분위기를 풍긴다.)


 

▼ 절골계곡의 풍광 <8> (여기서 김밥 두줄을 꺼내 캔맥주 반주하여 아침식사를 한다.)


 

▼ 절골계곡의 풍광 <9>

 


▼ 절골계곡의 풍광 <10> 



▼ 절골계곡의 풍광 <11> 

 



▼ 절골계곡의 풍광 <12>

 


▼ 절골계곡의 풍광 <13>

 


▼ 절골계곡의 풍광 <14>

 


▼ 절골계곡의 풍광 <15>



▼ 절골계곡의 풍광 <16>

 


▼ 절골계곡의 풍광 <17>

 

 

▼ 절골계곡의 풍광 <18>



▼ 절골계곡의 풍광 <19> 



▼ 절골계곡의 풍광 <20>

 

 

▼ 절골계곡의 풍광 <21>

 


▼ 절골계곡의 풍광 <22>


 

절골계곡의 중간지점을 조금 지나서 <대문다리> 가 나온다. "다리"라 하여 교량이 있는지 사방을 둘러

없다. <대문다리>라는 지명을 쓰게 된 연유는 잘 모르겠다.

이 대문다리에서부터 주왕산 -> 가메봉 -> 왕거암봉을 잇는 주능선으로 오르기 시작한다.

주능선으로 오르는 오르막은 숨가쁜 급경사는 아니고 그저 호흡이 약간 거칠어지는 정도이다.

 

 

▼ 대문다리 이정표 


 

주왕산 일대에는 1976년에 국립공원으로 지정되기 직전까지 주민들이 생계를 위해 송진채취를 하기 위

하여 소나무에 무수히 빗살무늬의 상채기를 내어놓은 흔적이 30년 세월이 지난 지금까지도 아물지 않고

있다.

 


▼ 주능선으로 오르는 도중의 소나무 빗살무늬 상처 설명 안내판
 



▼ 주능선상에 서있는 가메봉 삼거리 이정표 (여기서 "가메봉"까지는 200m이다.)

(앉아 휴식을 취하고 있는 산행객 뒤로 보이는 능선은 왕거암봉으로 가는 길인데 "등산로 아님"

세워 출입금지구역으로 만들어 놓았다)

 


▼ 가메봉 5 m 아래에 서있는 이정표

 


주왕산(720. 6m)보다 160여m가 높은 가메봉(882m)에는 변변한 정상표지석이 없고, 공원관리공단에서 세

운 자연보호 계도문이 적힌 안내판 밑에 구차하게 붙여 색깔이 거의 바래가는 표지가 정상석을 대신하

고 있다.

 

주왕산 산군(山群)에서 제일 높은 왕거암봉(907. 4 m)을 주왕산 정상으로 삼지 않고 출입금지구역으로

지정해 놓은 것도 이해가 안간다. 정상에서 만난 인근에서 오른 산꾼의 말을 들으니, 청송 안동 일대의

산꾼들은 지도상의 주왕산 정상이 아니라 이곳 가메봉을 주왕산 정상으로 여기고 오른다는 설명이다.

 

포항 내연산 정상이 삼지봉이 아닌 향로봉으로 바뀌듯이 왕거암봉이 주왕산 정상이 되고 출입금지가 해

제되기를 기원하여 본다.

 

 

▼ 가메봉 정상 표지석을 대신하고 있는 구차한 표지목


 

▼ 주왕산 제1봉 왕거암봉을 배경으로 한 가메봉 정상에서의 증명사진

 

 

▼ 주왕산 제1봉 왕거암봉(907. 4)의 모습


 

▼ 왕거암봉에서 느지미재 쪽으로 휘도는 능선


 

가메봉에서 잠시 한바퀴 사방 전망을 휘둘러 보는데 주왕산에서 온다는 산행객의 말을 들으니 대전사에

서 주왕산 정상으로 올랐다가 칼등고개에서 계곡을 따라 후리메기로 하산하였다가 사창골계곡을 따라

주능선으로 올라와 가메봉까지 오는데 무척 힘들었다고 한다.

 

등산지도상에는 주왕산 정상에서 능선따라 등산로가 표시되어 있는데, 길을 못봤느냐고 물으니, 못봤다

고 한다. 그렇다면 칼등고개에서 후리메기까지 약 300 m 이상을 내려섰다가 다시 400 m를 치고 올라온

것이니 힘이 많이 들었을 것으로 짐작된다. 왜 지도상에는 있는 산길이 실제로는 없었을까 ?

 

가메봉을 뒤로 하고 내원동 마을로 내려가 주방천계곡을 따라 하산하기 위하여 조금 전의 가메봉 삼거

리 이정표가 서있는 곳으로 되돌아가 이정표가 가리키는 <상의 입구> 쪽으로 내려선다.

 

<상의>라는 문구는 주왕산 주방천계곡 일대가 청송군 부동면 상의리이므로 <상의리 입구>라는 뜻인듯

하다. 내원동 마을로 내려서는 하산길은 경사가 그리 급하지 않다.

 


▼ 내원동 마을로 내려서는 도중의 악어가 입을 다문 듯한 모습을 한 바위


 

▼ 내원동 마을의 첫번째 만난 민가

내원동 마을은 10여년 전까지만 해도 여러 가구의 주민들이 마을을 이루고 살았다 한다.

그런데 지금은 2가구만 남았다. 이 내원동 마을이 얼마나 오지였는지, 당시의 주민들은 6. 25 한국전쟁

이 일어난 줄도 모르고 지나갔다 한다.  

 

 

▼ 억새밭으로 변해버린 내원동 마을의 농지<1>



▼ 억새밭으로 변해버린 내원동 마을의 농지 <2> (이 근처 집터에서 김밥을 꺼내 점심식사를 하다.)



▼ 내원동 마을의 두번째 민가 옆모습


 

▼ 내원동 마을의 두번째 민가 앞모습 <내원산방> 

 


▼ 내원산방 바로 옆의 폐교가 된 <주왕산 국민학교 내원분교> 건물


 

▼ <내원분교> 현관 앞에 서있는 목공예 장승들 (오른쪽에 보이는 작은 건물이 <내원산방>이다.) 


 

▼ 내원분교의 유래 안내판



▼ 내원분교를 뒤로 하고 하산하는 길의 주방천 계곡



▼ 제3폭포



▼ 후리메기 입구에 서있는 이정표



▼ 제2폭포 



▼ 제2폭포를 지나 내려다 보이는 협곡



▼ 제1폭포



▼ 주방천계곡의 풍광


 

▼ 설악산 귀면암보다 더 귀신같아 보이는 바위 

 


▼ 그러나 위의 바위 이름은 시루봉이다. 



▼ 주방천 계곡의 기암괴석



▼ 주방천계곡에서 올려다 보이는 기암괴석



▼ 주방천계곡의 풍광



▼ 주방천계곡의 기암괴석 



▼ 주방천계곡의 기암괴석



▼위 바위 이름은"기암(旗巖)"이다. 옛날 마장군이 주왕(周王)을 토벌후 전승기를 꽂았다는전설이다. 



▼ 대전사(大典寺) 보광전 (대전사에는 대웅전이 없고 보광전이 주된 법당이다.) 



▼ 다른 방향에서 찍은 대전사 보광전

 


14:40. 하산완료

하산 후 대전사 아래편 길을 따라 약 1. 5 Km를 걸어 주차장에 도착해보니 그 넓은 주차장과 도로에 수

천대의 차들이 뒤엉켜 꼼짝 달싹을 하지 못하는 아수라장이 되어 있었다.

 

택시 부르기 좋은 교통소통이 될만한 장소를 찾아 계속하여 도로를 따라 내려오는데 약 2 Km를 더 걸어

<주왕산 삼거리>에 이르니 교통소통이 비교적 되는 편인데, 교통경찰 2인이 진땀을 흘리며 교통정리를

하고 있다.

 

아침에 절골입구에서 받은 개인택시 명함을 꺼내 와달라고 전화를 하니, 청송읍에서 주왕산 삼거리 사

이에서 <사과축제>가 열리고 있는데 이 때문에 길이 막히고 교통이 마비되어 갇혀서 꼼짝을 못하고 있

어 못온다 한다.

 

대책없이 멍 하니 서있는데 청송읍 -> 주왕산 주차장 간을 운행하는 시내버스가 청송으로 가는 길이 막

혔다는 소식을 듣고 내가 가고자 하는 부동면쪽으로 돌아서 청송을 간다기에 교통경찰에게 부탁하여 버

스 차비 1,300원을 지불하고 승차한다. 궁하면 통하는 길이 있다는 속담이 맞긴 맞는 모양이다.

 

부동면 소재지에서 시내버스를 하차하여 절골매표소를 향하여 2. 5 Km를 터벅터벅 걷기 시작하는데, 딱

딱한 아스팔트 포장도로를 걸으려니 발바닥에서 불이 나는 것 같다.

주산지가 갈라지는 삼거리에 이르니 누군가 반갑게 인사를 하는데 기억이 안난다.

 

누구시냐고 여쭈었더니 <홀대모>의 <노고지리>님이시란다.

3 ~ 4년 전인가 두어번 홀대모 모임에서 잠깐 만나고 난 후, 수년간 만나지 못하였기 때문에 그동안 얼

굴을 잊은 것이다. 홀대모에서 퇴출 당한지 수년이나 지난 퇴물의 얼굴을 잊지 않고 반겨 주시니 그저

감읍할 따름이다.

 

시간이 없어 몇 마디 안부만 서로 묻고 절골매표소를 향하여 걸으니 드디어 절골매표소가 나온다.

등산화를 벗고 운동화로 갈아신은 후 화장실에서 대충 세수를 하고 귀가 준비를 하다.

원래 계획은 <주산지>까지 둘러보려 하였으나 교통체증으로 시간을 너무 소모하여 접기로 한다.

 

17:30. 귀가길에 오르다.

북대구 나들목에서 금호분기점 사이에 차량증가로 지체 서행을 반복하며 상당한 시간을 까먹는다.

 

20:45. 영동에 도착하다.

귀가길도 아침과 마찬가지로 꼭 3시간 45분이 걸렸으니, 왕복 7시간 30분을 차량운전에 소모한 것이다.

 

귀가 후 늦은 저녁식사를 하는데 음식을 씹으려니 양쪽 볼아귀가 아파서 씹기가 매우 힘이 든다.

아픈 걸 간신히 참고 대충 우물거려 음식을 목으로 넘기면서 생각해보니 정답이 나온다.

나는 장거리 운전을 할 때면 껌을 항상 씹는다. 졸다가 호되게 혼이 난 후로 졸음운전을 예방하기 위해

서다. 그래서 내 차에는 껌이 항상 몇통씩 들어있고, 장거리 운전 시작때는 습관처럼 꺼내 씹는다.

 

그런데 오늘 주왕산 가는데 3시간 45분, 귀가하는데 3시간 45분, 도합 7시간 30분간을 졸음운전 예방을

위해 껌을 씹었으니 양 볼의 아구창 근육이 견뎌 나겠는가 말이다.

 

산에 미쳐도 너무 미치다 보니 7시간 30분을 껌을 씹어가며 산행을 하게 된 결과가 바로 양 볼 아구창

근육통이 되어버려 매우 힘들게 저녁식사를 간신히 마치게 된 것이다.

그래서 오늘은 7시간 30분간을 껌을 씹은 특별한 기록을 세운 산행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