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일자 : 단기 4342년(2009) 5월 29일(토) 05:00 ~ 16:30(10시간 30분)
산 행 지 : 지리산 서북릉(성삼재에서 인월방면 능선)
산행경로 : 성삼재 -> 작은고리봉 -> 묘봉치 -> 만복대 -> 정령치 -> 큰고리봉 -> 세걸산 -> 세동치 ->
부운치 -> 1122.8봉 -> 팔랑치 -> 바래봉 -> 바래봉 삼거리로 후진 -> 비포장도로따라 운봉
(산행거리 약 21 Km)
산행인원 : 고독한 방랑자 박달령 혼자서...
날씨 : 구름 조금 낀 흐린 날씨에 개스가 끼어 시야가 투명하지 못하고 한낮에는 더위를 느낌
지리산 서북릉 종주를 결심하고 집을 나서서 열차에 승차한다.
전라선 열차에 승차하고 4시간 가량 가는 사이에 옆에서 술마시며 떠드는 승객들로 인해 한잠도 눈을 붙
이지 못했다. 한 두 시간이라도 잠을 자야 하는데 오늘 산행에 신체 컨디션이 매우 염려된다.
03:30경에 구례구역에서 정차하는 열차에서 하차하여 부지런히 속보로 걸어 역광장 맞은편 도로를 건너
대기하고 있는 구례행 시내버스에 차비 1,000원을 내고 오르니 자리가 반쯤 차 있어 자리를 잡고 앉는다.
산행객이 많은 휴일날 구례구역에서 하차하여 조금만 해찰을 하면 시내버스가 만원이 되어 승차할 수가
없고 다음 06:00 차를 타야 한다.
부지런히 서두른 탓에 자리를 잡고 나니 2 ~ 3분만에 입석까지 다 들어차 만원이 되어버린다. 차창밖을
내다보니 20 ~ 30여 명의 산행객들이 승차하지 못하고 발만 동동 구르고 있다. 버스는 구례버스터미널
에서 10여분간 정차하였다가 04:00가 되자 출발한다. 이 때에 차비 3,200원을 하차시 추가로 내야 한다.
옆자리에 앉은 젊은이는 뒷자리 일행과 셋이서 1박2일 계획으로 지리종주를 간다고 한다.
지리산이 처음길이라기에 지리 주능선은 샘물이 여러 곳에서 나오므로 물은 무겁게 많이 짊어지고 갈
필요가 없다고 일러준다.
오늘은 세석대피소까지 갈 예정이라기에 성삼재에서 05:00경에 출발하게 되는데 너무 빨리 걸으면 오늘
오후 14:00 이내에 도착할 것이므로 천천히 걸으면서 주변 경치도 구경하며 여유있게 산행을 하라고 조
언해준다.
5 ~ 10분정도 버스에 흔들리며 꾸벅꾸벅 졸다가 성삼재에 도착하니 04:35이다.
워낙 많은 승객이 탄 버스여서 하차하는데도 약 10여분 기다려야 했다. 하차하여 신발끈도 조이며 산행
준비를 하다 보니 05:00이다.
낮이 긴 때라 전등이 필요 없이 벌써 날이 밝아온다.
대부분의 산행객들은 노고단쪽으로 향하고, 7 ~ 8명의 산꾼들만 나하고 같은 방향으로 진행한다.
날씨는 개스가 끼어 가까운 곳만 겨우 보이고 먼 거리는 시야가 흐릿하다.
새벽 바람이 약간 춥게 느껴져 산행하기는 알맞은 기온이다.
2001년도 백두대간 종주를 할 때에 진입해보고 두번째 진입하는 들머리에 들어서니 감회가 새롭다.
▼ 성삼재의 지리산 서북릉 진입로 (백두대간길)
얼마 가지 않아 작은고리봉(1,248 m)이 나타나 뒤 돌아보니 반야봉과 노고단이 흐릿하게 보인다.
▼ 작은고리봉에서 건너다 본 반야봉
▼ 작은고리봉에서 건너다 본 노고단
잠시 사방을 둘러보는 사이에 흐릿하게 일출이 보인다.
▼ 작은고리봉에서 맞이한 시원찮은 일출
▼ 묘봉치에서 뒤돌아 본 운해 (큰고리봉과 묘봉치 사이에 서편에서 동편으로 대간능선을 넘는 구름)
▼ 묘봉치에서 뒤돌아본 운해
묘봉치를 지나고 헬기장도 지나니 배가 고파온다. 열차 매점에서 산 호두과자 한 상자를 꺼내 모조리 먹으
니 배가 부르다. 우선 이걸로 정령치까지 견디기로 하고 정령치 휴게소에 가면 아침식사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가져본다.
성삼재에서 정령치에 이르는 길은 키 큰 활엽수가 우거져 터널을 통과하듯 하여 사방 전망이 거의 안 보인
다. 드문드문 만나는 산봉우리도 거의 전망이 없다. 만복대가 가까워지니 나무숲이 없어진다.
▼ 순탄하게 전개되는 만복대 오름길
▼ 만복대 정상 표지석
▼ 8년전 백두대간 종주시 보았던 돌탑이 없어졌다.
▼ 만복대의 이정표
▼ 뒤 돌아본 작은고리봉과 종석대
성삼재에서부터 비교적 순탄하고 편안한 길을 걸어 정령치에 이르니 08:40이다.
휴게소에 들어가니 국립공원 관리공단 제복을 입은 남자직원들만 셋이 있고, 전에 보았던 아주머니도 안
보이고, 간단한 식사마저도 할 수 없다.
공단 직원 말에 의하면 작년까지 민영 식당이 있었는데, 그간 공단에서 인수하여 임시로 운영하고 있으며
앞으로 식사제공이 가능하도록 하기 위해 연구 검토중이란다. 아침식사를 해결할 수 있을것이라는 기대감
이 물거품이 되면서 난감해진다. 배낭속에는 점심식사 대용으로 얼린 인절미가 있지만 이걸로 아침식사를
해버리면 점심은 굶어야 한다.
할 수 없이 <간편 새참>이라는 포장어묵 한사발을 사서 허겁지겁 먹고나니 밤잠을 설친 피로감이 엄습하
여 휴게소 마당에 놓인 긴의자에 배낭을 베고 드러누워 잠시 눈을 붙여본다. 주변이 조용하지 못해 쉽게
잠이 들지 않다가 깜빡 잠에 빠져들었다가 자동차 경음기 소리에 깬다. 약 10여분 졸았나보다.
다시 잠을 청하지만 정신만 말똥말똥해져 일어나 출발준비를 하고 09:30에 길을 나선다.
잠은 못잤지만 약 50분에 걸친 긴 휴식을 해서인지 몸이 좀 가뜬해지는 것 같다.
정령치를 출발하여 조금 가면 바위를 옆으로 돌아 40 ~ 50여미터 가파른 오르막이 나타나는데 전에는 이
곳을 오르기에 힘이 들었다. 그런데 이번에 와 보니 나무계단을 설치하여 놓았다.
▼ 정령치 휴게소 입간판 (해발 1,172 m)
▼ 정령치 휴게소 건물
▼ 휴게소에서 산길로 들어가는 진입로
▼ 산행 안내도
▼ 가야 할 큰고리봉
▼ 정령치에서 뒤돌아본 만복대 서쪽능선
▼ 정령치에서 뒤돌아본 만복대
▼ 큰고리봉 정상 표지목(여기서 고기삼거리 방면이 백두대간 능선이다.)
▼ 큰고리봉에서 뒤돌아본 만복대와 지나온 능선
▼ 가야 할 바래봉 방면의 능선
▼ 잡목에 둘러쌓인 길가의 외로운 소나무
▼ 산비탈에 서있는 큰 나무에 꽃이 화려하게 피었다.
큰고리봉에서 대간길과 작별을 하고 서북릉으로 방향을 잡아 세걸산까지 진행하는 약 3 Km의 길은 아주
험하지는 않지만 수십번이나 수시로 나타나는 암릉과 절벽 등으로 사람의 진을 뽑아놓으며 시간을 많이
지체하게 한다. 더군다나 잠을 제대로 충분히 자질 못해 몸의 컨디션이 말이 아닌 상태라 더욱 힘들어진다.
세걸산 못미쳐서 배낭에서 도시락을 꺼내 인절미떡을 보니까 먹기 좋게 녹았다.
11:00에 이른 점심을 떡으로 때운다.
지도상으로는 얼마 걸리지 않을 것 같던 세걸산은 큰고리봉에서 두 시간이 넘을만큼 길이 나쁘다.
▼ 힘들게 도달한 세걸산 정상
▼ 세걸산 정상 표지목 겸 이정표 (바래봉까지는 5. 6 Km나 남았으니 세시간은 걸릴 것 같다.)
▼ 세걸산에서 가야 할 길을 바라보니 바래봉이 멀리 아득하게 보인다.
▼ 뒤돌아본 지나온 능선과 오른편의 만복대
▼ 세걸산 서편 비탈은 꽃밭이다.
세걸산을 지나니 길 상태는 좀 좋아져 편해지지만 밤잠을 설친 후유증이 서서히 밀려오기 시작하여 발걸음
은 점점 무거워진다.
▼ 세걸산 500m 북쪽의 세동치
▼ 세걸산과 바래봉 중간쯤의 부운치
▼ 부운치에서 500여미터 북쪽의 1,122. 8봉 삼각점
▼ 1,122. 8봉에서 가깝게 바라보이는 바래봉(철쭉은 낙화가 되어 없어지고 녹음만 우거졌다.)
▼ 세걸산에서 4 Km 진행하면 나타나는 팔랑치
▼ 팔랑치를 지나면 전개되는 철쭉군락지
▼ 팔랑치에서부터 넓어지는 산길과 지척에 보이는 바래봉
팔랑치에서 바래봉에 이르는 철쭉군락지는 우연히 생긴 게 아니라 한다.
이 천혜의 비경은 결코 우연히 이루어진 게 아니다. 1969년에 한국과 호주간 면양시범목장 설치가 합의되
어 국내의 적지(適地)를 2년에 걸쳐 조사한 결과 바래봉 일대가 선정되어 1972년부터 1976년까지 5년간
한국과 호주 공동사업으로 산지 645 ha을 개발하고 면양(綿羊) 2,500두를 도입 사육하게 되었는데 <살아
있는 제초기>라고도 하는 면양은 철쭉만은 잎에 독성이 있어 먹지 않고 다른 나무잎만 먹어 치우게 되어
모두 죽게 하고 철쭉나무만 무성하게 번식한 결과가 오늘날에 해마다 바래봉 철쭉제가 열리게 된 장관의
군락지가 된 역사라 한다. (지금은 여건의 제약상 면양 사육은 안한다 한다.)
▼ 운봉방면 도로와 바래봉이 갈라지는 삼거리의 이정표
지쳐서 힘든 몸을 이끌고 바래봉에 도착하니 15:05이 되었다.
▼ 바래봉 정상의 표지목과 그 뒤로 이어지는 덕두산 가는 길
▼ 뒤돌아본 지나온 능선길
바래봉 정상에 이르니 긴장이 풀어지며 피로가 엄습하고 밤잠을 못잔 후유증으로 눈꺼풀이 감겨지면서 도
저히 산길을 걸어 덕두산을 거쳐 인월까지 갈 수가 없다. 여기서 중대한 결심을 하지 않을 수 없다.
조금 전 지나왔던 운봉 갈림길 삼거리로 후진하여 편안한 비포장도로를 따라 운봉으로 가기로 계획을 수정
할 수 밖에 없다. 비몽사몽간에 불규칙한 산길을 걷다가 안전사고가 나겠다.
이렇게 해서 덕두산을 지나는 서북릉 종주는 미완(未完)으로 끝나게 되었다.
▼ 운봉방향으로 하산하는 길은 사륜구동 찦차는 쉽게 오를 수 있는 도로이다.
오늘은 일출이 시작되면서부터 산행이 끝날 때까지 내내 머리 위에서 검은등뻐꾸기가 "홀딱벗고 !", "홀딱
벗고 !" 하고 노래를 하는 소리가 그치지 않고 들렸다. 그 소리는 마치 홀딱벗고새 한 마리가 내 머리 위를
날면서 계속하여 따라오는 듯한 착각이 들 정도였다.
편안하지만 지루한 도로를 따라 하산을 끝내니 해마다 철쭉제가 열리는 주차장이 나오고 축제광장에서는
허브축제가 열리고 있어 차와 사람들이 북새통을 이루고 있는데 때마침 나타나는 운봉택시에 타고 버스정
류장으로 쉽게 가서 남원행 시내버스에 승차하여 여원재를 거쳐 남원으로 간다.
시내에서 내려 목욕탕을 찾아 한참 돌아다니다 찾지 못하고 식당에 들어가 저녁식사를 끝내니 18:40이 되
었다. 택시를 타고 남원역으로 가는데 시내 중심가에 있다가 몇년 전에 새로 옮긴 남원역에 도달하니 주변
에 역사 말고는 집 한채도 없는 허허벌판에 역사만 덩그렇게 서 있다.
화장실에 들어가 웃통을 벗고 머리를 감고 세수하고 물수건으로 상반신의 땀을 깨끗이 닦아낸 후 여벌로
준비해간 상의 속옷과 남방셔츠를 갈아 입으니 개운하다. 이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열차내에서 옆사람에게
땀냄새를 풍겨 혐오감을 주게 되니 여름철 산행 끝에는 간이목욕을 해야 한다.
19:41에 도착하는 열차에 승차하여 자리에 앉아 깊은 잠에 빠져들며 귀가길에 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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