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백두대간 종주기 [제1회] (상)
◇ 제1회 총 산행 기간 : 단기 4334년(2001) 9월 22일 (토) - 9월 23일 (일) 2일간
◇ 제1회 총 산행 구간 : 천왕봉 → 성삼재
◇ 배낭 중량 : 약 22 Kg
◇ 산행지로 출발
○ 단기 4334년(2001) 9월 21일 (금)
22 : 32 수원역 출발 무궁화 일반실 → 9. 22. 04 : 48 진주 도착(23,600원)
○ 단기 4334년(2001) 9월 22일 (토)
05 : 00 진주역 앞에서 택시를 대원사까지 30,000원에 흥정 승차
05 : 45 대원사 앞 하차. 대원사 대웅전 참배
◇ 산행
○ 단기 4334년(2001) 9월 22일 (토) 맑음 (제1일)
- 금일 산행 구간 : 천왕봉 → 벽소령산장
06 : 00 산행 시작
드디어 그 동안 염원하여 오던 백두대간 종주의 첫 발을 내디디게 된다. 지리산 천왕봉에서부터 시작
하여 단 한 번도 물을 건너지 않고 백두산까지 능선으로만 이어져 있다는 백두대간.
이 백두대간 북진종주(北進縱走)의 첫걸음을 내딛는 순간 마음은 설레이고 가슴은 벅차 오른다.
대원사를 출발하여 지도상에 밤밭골로 표시된 마을의 들머리로 가려고 콘크리트 포장길을 따라 북서쪽
으로 오르는데 길 우측에 절경의 냇물이 이어진다. 조금 가니 60세 전후의 남자 한사람이 농사일을 나
가는 차림이라 이 지역에 거주하는 원주민으로 판단하고, 천왕봉 오르는 들머리를 물어보니 이 근처에
도 길이 있고, 콘크리트 포장길을 따라 계속 오르다가 새재마을에서 올라가는 길도 있는데 그곳이 길이
험하지 않고 좋다고 하므로 새재마을에서 오르기로 하다.
새재마을에 이르도록 도로는 승용차 통행에는 지장이 없을 만큼 양호하게 콘크리트 포장이 되어 있다.
처음 와보는 길인데다 사전 지식이 없어 택시를 타고 더 들어오지 못하고 대원사에서 하차한 것이 후회
스럽다. 도로에서 너무 많은 시간을 허비하였다.
도로를 약 4 Km는 걸은 것 같다.
07 : 00 새재마을 도착
민박집이 여러 가구가 있다.
문이 열린 민박집을 발견하고 들어가 소주 2병을 구입하면서 아침 식사 여부를 문의하자 준비가 안되었
다 한다.
어제 밤 먹다 남긴 밥이라도 있으면 차려 달라고 부탁하니 찰밥 1공기와 순두부국을 데워 김치하고 차려
주는 것을 다 먹고나서 계산을 하려는데 밥값은 안받고 소주값 4,000원만 내라기에 고마워서 5,000원을
주고 나왔다. 주인 부부의 인심이 좋다. 주인 남자에게 산행 들머리를 물어보니 상세히 가르쳐 준다.
07 : 45 민박집 출발 - 산의 들머리로 진입하여 개울물에서 식수 준비.
30분쯤 오르면서 가끔 천왕봉 쪽에서 하산하는 등산객들을 만나다.
중산리코스처럼 계속하여 오르막길이 아니고, 길은 편안하지만 수 없이 봉우리를 오르락 내리락 하여 힘
이든다.
무재치기폭포 안내 이정표를 만나다.
무재치기폭포는 길에서 상당히 떨어져 있다고 이정표에 되어 있다.
배낭이 무거워 피로하여 무재치기폭포 구경은 그만두고 그냥 오르다.
10 : 30 치밭목 산장 도착
안내표지 따라 산장 뒤로 가니 내리막길이 나타나고 150미터쯤 내려가니 샘터가 나와 식수를 보충하고
다시 산장으로 오르다.
맥주 1캔(3,000원)과 초콜렛 6개(3,000원)를 사서 세 개는 배낭에 넣고 세 개는 간식으로 먹으며 산장 앞
마당의 의자에서 쉬고 있으려니 경상도 말씨의 산장주인 남자가 이야기 2개를 들려준다.
(1) 산장의 부부침실에 대한 민원
"인터넷이라 카능기 생겨가지고예, 요즈음에는 지리산 산장에 대해서 베라벨 민원이 다 올라 오능기라요. 어떤 사람은 국립공원관리공단에다요, 지리산 산장에 와 부부 침실은 안 만들어 놨나 카는 민원도 제기하
메 항의하는 일도 있었다 아입니꺼 ?"
(나는 대간 종주 내내 이 이야기만 생각나면 피식 실소가 나왔다. 아마 어느 부부가 지리산 종주 중 산장에
서 밤만 되면 남자 방과 여자 방으로 서로 헤어지다 보니 대단히 분노하였던 모양이다. 밤새도록 이불 속에
서 부부가 꼭 끌어안고서 잠을 못 자서 말이다.)
(2) 벽소령산장의 결투
"벡소령 산장에서예, 밤중에 술들 췌해가 삼(싸움)들이 벌어졌는데예, 어떤 사람이 2층 침상에서 다이빙을
해 목뻬가 부러져뿟다 아입니꺼 ? 그 뒤부터 맥주도 못팔게 해삐릿능기라예."
(산행객들의 화제가 98년도까지는 벽소령산장에서 맥주는 팔았는데 그 다음해부터는 왜 안 파는지 궁금하
다는 이야기에 그 사연을 치밭목산장 주인이 들려준 이야기였다.)
12 : 50 중봉(1875) 도착
천왕봉을 바라보니 정상 밑으로 드문드문 첫단풍이 새빨갛게 곱게도 물들어 눈을 즐겁게 하여 준다.
단풍나무가 군락을 이루지 못하고 숫자가 많지 않고 너무 드문드문 서 있는 것이 아쉽기만 하다.
13 : 30 천왕봉(1915. 4) 도착.
새재마을부터 여기까지 오르막길만 계속되는 것이 아니고, 오르락 내리락이 반복되는 힘든 길이었다.
천왕봉의 꼴불견 3인방 : 품질도 좋지 않은 싸구려 카셋트 라디오 틀어놓고 엉덩이춤을 추는 세 명의 20대
초반 꼴불견 남자들을 보게 되다.
천왕봉을 조금 내려서서 간식을 하려고 한곳에 앉았다가 말라비틀어진 똥무더기가 눈에 띄어 다시 장소를
멀리 옮겨 인절미떡을 꺼내 먹는다.
천왕봉 주변에는 언제 보아도 후미진 곳이면 사방에 항상 똥무더기가 널려 있어 음식을 먹을 데가 마땅치
않다.
간식을 끝내고 제석봉 쪽을 바라보며 걷는 경치는 절경이다.
통천문을 통과하여 제석봉을 지나면서 가끔 뒤돌아보면 천왕봉 아래 산비탈의 첫단풍이 너무도 곱게 물들
어 있어 발걸음을 멈추게 한다.
14 : 20 장터목산장 도착
취사장에서 라면 1개 끓여 소주와 함께 점심식사, 식수 보충.
전에는 샘터에서 물을 떠다가 끓였는데, 이번에는 물병에 남은 물을 코펠에 부어 불 위에 올려놓은 다음에
샘터로 물을 뜨러 갔다오니 시간이 많이 절약된다.
산장 마당 식탁에서 휴식 중 인터넷『오케이마운틴』싸이트에서, 벽소령 오르는 등산로를 문의하였던 40
대 초반으로 보이는 필명『산내음』님을 만나다.
대화 도중, 그가 벽소령 남쪽의 의신마을 - 삼정마을 - 벽소령으로 올라 장터목에 도착하였다기에 혹시나
인터넷으로 등산로 문의하신 분 아닌가 질문하였더니 맞다고 하여 나의 답변 글을 읽었는지 물으니 나의
필명이 무엇인지 반문 하기에『박달령』이라 다시 대답하였더니 읽었다고 하여 사이버상에서 대화하던
람을 우연히 산에서 실제로 만나게 된 기이한 인연을 확인하고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헤어지다.
16 : 00 장터목산장 출발
출발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 배낭이 어깨를 짓누르기 시작하며 쉬고 싶다. 내 체력과 연령에 비해 배낭
의 중량이 너무 무거운 모양이다.
17 : 30 세석산장 통과
18 : 40 선비샘 약 500여미터 남겨놓고 날이 어두워져 손전등을 꺼내 켜다.
헤드랜턴이 아니어서 조금 불편하기는 하나 그런대로 걸을만하다.
19 : 00 덕평봉 밑의 선비샘 도착
식수 보충 후 부지런히 걸으니 구 벽소령 비포장도로가 나온다.
19 : 50 구벽소령 비포장도로 도착
제1차 커닝을 결정하다.
"실전백두대간종주산행" 등산지도에는 여기서 도로를 따르지 않고 길을 건너 능선으로 올라서서 1,426봉
을 통과한 후 서쪽의 신벽소령 산 장쪽으로 내려가야 대간 마루금으로 등산로가 연결되는 것으로 표시되어
있다. 그리고 전에 언제인가 그쪽으로 표지기가 붙어있는 것을 본 것 같기도 하여 이번에는 지도에 표시된
대로 마루금 길이 있는지 확인을 해 보고 싶었다. 이 능선에 등산로가 없고 다른 대간 종주자들도 모두 도
로를 따른다면 커닝 구간이 되지 않을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야간인데다 심신이 극도로 피로하여 사실 여부 확인도 귀찮아 커닝을 하기로 하고 그냥 도로를 따
라 벽소령산장으로 걸어가다. 걸어가면서도 길 우측의 능선 마루금 길에 미련이 남는다.
20 : 10 벽소령산장 도착
관리인에게 숙박 예약을 안했는데 숙박 가능한지 물으니 어두운데 밤늦게 오시느라 고생하셨다는 따뜻한
위로의 말과 함께 침실 여분이 있어 입실 가능하다 하여 5,000원을 지불하고 지정한 방에 가니 입실객이
적어 1/3도 방이 차지 않았다. 취사장에 가면서 다른 방도 살펴 보니 마찬가지로 입실객이 절반도 차지
않은 토요일의 이변을 목격하게 되다.
취사장에서 라면 2개에 인절미떡을 넣고 끓여 소주 반주로 저녁식사를 하고 침실 방으로 돌아오다.
21 : 30 산장에서 모포 빌리지 않고 휴대한 침낭만으로 취침.
'백두대간 종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 별책 부록 - 대간길의 흡혈귀 진드기 관찰 보고서 (0) | 2007.10.20 |
---|---|
◎백두대간 종주기 - <여는 글> (0) | 2007.10.16 |
◎백두대간 종주기[제1회](하)<벽소령 - 성삼재> (0) | 2007.10.16 |
◎백두대간 종주기[제2회](상)<성삼재 - 여원재> (0) | 2007.10.16 |
◎백두대간 종주기[제2회](하)<여원재-새맥이재> (0) | 2007.10.1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