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백두대간 종주기 [제2회] (하)
○ 단기 4334년(2001) 9월 27일 (목) 맑음 (제4일)
- 금일 산행 구간 : 여원재 → 새맥이재
05 : 00 기상.
잠이 깨어 여관 현관에 설치된 자동판매기에 주화 300원을 넣고 1회용 면도기를 빼내어 세수하고 옷을
입다. 벽에 걸어놓은 옷의 땀이 밤사이에 말랐다.
여관을 나서 문 열린 슈퍼에 들어가 소주 2병(2,000원) 구입 후 터미널 구내에 있는 세 번째 식당에 들
어가 백반(4,000원)과 소주 반주하여 아침 식사를 하면서 식수를 준비하다.
06 : 45 남원에서 운봉행 시내버스 승차(1,100원) → 여원재 하차
이 곳 원주민들은 "여원재"를 줄여 "연재" 라고 발음한다. 그래서 혹시 길을 물어볼 때에 "연재"라고 물
어보아야 빨리 알아 듣는다.
07 : 10 여원재 출발
마루금에 진입하여 한참을 걸어가니 50여미터마다 걸린 대간 표지기가 갑자기 보이지 않아 약 300여m
의 길을 두 차례나 전진과 후진을 반복하며 아까운 시간만 축낸다.
때마침 밭에 일하러 나오는 60대 남자를 만나 등산객들 지나는 길이 이곳인지 물으니 아니라면서 뒤쪽
을 가리키며 지나온 콘크리트길을 따라가다 보면 계단을 만나니 그곳에서 계단을 오르라 한다.
다시 되돌아가면서 보니 길을 잘못들었던 팀이 걸어놓은 비닐 표지기가 걸린 곳에서 좌측(전진하면서는
우측)으로 내려서는 곳에 표지기가 걸려있다. 매직펜을 꺼내어 잘못 걸린 표지기를 뒤집어 글씨가 없는
쪽에 "백두대간 우회전"이라 쓰고 화살표를 그려 넣어 다시 매달아 뒤에 오는 후답자들이 혼동되지 않도
록 조치하고 전진하니 마을사람에게 들었던 콘크리트 길 걸너 통나무를 걸쳐 만든 계단위에 표지기가 주
렁주렁 많이도 걸려있다.
"합민성터"라는 곳은 발견하지 못하고 지나쳤다.
우여곡절 끝에 대간 마루금을 찾아 전진하니 고남산 못미쳐서 암릉길이 나타난다. 마루금쪽 암릉에 밧
줄이 걸려있고, 우측으로 사람들이 다닌 길 흔적이 있어 우측 길이 쉬워보여 몇걸음 전진하니 바위벼랑
을 3∼4 m 정도 안고 도는 절벽이 나타나 어렵사리 지나니 식은땀이 난다.
밧줄 매달린 암릉길이 안전한데 판단 착오로 위험지대를 지난 것이다.
11 : 20 고남산(846. 5) 도착.
고남산을 넘어서니 산불감시 초소에 60대의 남자가 산불 감시를 하고 있다. 매요리까지 길을 물어보니
1시간 반이면 되고 내리막길이어서 힘은 들지 않을거라 한다.
조금 내려가니 대형 통신시설물이 대간 마루금 위에 지어져 있어 그 좌측 9부능선으로 철조망을 우회하
여 내려간다. 다 내려서니 콘크리트 포장도로다. 좌우를 살피니 위로 약간 오른 지점에 표지기가 달려있
어 산길로 접어드니 다시 콘크리트포장도로가 나오고 두어 번 그런 상황이 벌어지더니 다시 능선길이다.
한참 진행하니 능선 우측에서 마을회관 마이크 방송소리가 지척에 들리기에 매요리마을에 거의 도착 한
것 같았는데 능선은 계속되고 유치재로 생각되는 지점을 지나 산봉우리 하나를 올라가 한참을 넘어서니
매요리 마을이 그제야 나타난다.
마을길을 따라가면서 보니 실전백두대간종주산행의 매요리 세밀도에 표시된 구판장은 눈에 띄지 않는다.
13 : 30 매요리 마을 도착.
세밀도 상의 교회 건물이 보이기에 이를 기준 삼아 콘크리트 길을 따라가니 좌측에 비교적 커다란 경로당
건물이 보이고 삼거리에 이르니 "매요리 휴게소" 간판이 보여 좌회전하니 교회의 옆에 구멍가게가 보여서
마당의 비치파라솔 밑에 앉아 가게 주인 할머니와 이야기를 나누며 막걸리 두 병(4,000원)과 멸치 2봉지
(1,000원)를 시켜먹자 할머니는 밥과 김치까지 내놓아 점심으로 때운다. 점심을 끓이는 수고를 덜었다.
14 : 50 매요리 휴게소 출발
도로를 따라 조금 가니 산길로 접어드는 곳에 대간 표지기가 많이 걸려 있어 산길로 접어들다.
15 : 45 사치재 도착
왕래하는 차가 뜸할 때 88고속도로를 잽싸게 횡단하여 맞은편 들머리의 표지기를 찾아 산으로 진입하다. (주 ; 후에 알게 된 사실이지만, 고속도로를 무단횡단 하지 말고 사치재 날머리에서 우측으로 약 10여 m
를 가면 사람이 선 채로 걸을 수 있는 지하 배수로가 도로 밑으로 나 있는데 이곳으로 횡단하면 안전하다.)
산불로 나무 밑동이 그을린 지대를 통과하여 697봉 직전의 작은 봉우리에 이르러 휴식을 취하다가 막걸
리 마신 취기도 오르고, 이틀째 산행으로 피로하여 잠시 깜빡 잠에 빠졌다 눈을 뜨다.
697봉을 통과하는데 피로하다.
17 : 20 새맥이재 도착
농로나 임도로 생각 될 만큼 넓은 고갯길이 능선을 가로막고 좌우로 나 있는데 여기가 어느 지점인지 모르
겠다. (이곳이 새맥이재인줄은 하산하여 나중에 마을에서 물어보아 알았음)
잠시 휴식 후 길 건너 표지기가 많이 매달린 산길로 접어들어 계속 북진을 한다고 길을 따라 전진하였는데
20여분이나 지났을까 ? 비슷하다고 생각되는 조금 전의 고개길이 다시 나타난다. 자세히 살펴보니 똑같은 장소다. 북진을 한다고 하였는데 어떻게 남쪽에서 올라오는 길을 따라오다가 같은 장소에 되돌아왔는가 ?
17 : 40이 되었다.
맥이 풀려 그 자리에 앉아 배낭을 벗고 쉬면서 생각에 또 생각을 하여 본다. 어떻게 하여 이러한 현상이 일
어 났는가 ? 일어서서 고개에 내려서기 전의 조금 높은 곳으로 올라가 사방을 둘러보아도 영문을 모르겠다.
도깨비에게 홀린 것일까 ? 어물어물 하는 사이에 시간은 흘러 이제 18 : 00이 다 되어간다.
이것이 소위 말하는 "환상방황" - 꼬부랑말로 "링반데룽"이라 하는 것일 게다.
18 : 00 하산을 결정하다.
아침의 목표는 복성이재까지 였는데 귀신에게 홀렸는지 아니면 도깨비에게 홀렸는지 모를 일을 당하면서
40여분이나 까먹고 이제는 피곤하다. 조금 있으면 해가 질 것이니 하산을 하자.
이제 이곳에서 하산 후 귀가하여 추석 쇨 준비를 해야겠다.
하산하기 전에 다음에 길을 정확하게 찾기 위하여 나무에 매달린 비닐로 만든 표지기 뒷면에 "9/27 박달
령"이라 써놓다.
우회전하여 비포장 길을 조금 내려가니 크고 긴 바위 두개가 서 있고 중장비로 산비탈을 훼손하여 집터를
닦은 곳이 보이는 것이 누군가가 별장이나 위락시설을 지을 모양이다. 길을 따라 내려 가자니 날은 저물어
점점 어두워진다.
18 : 40 당동마을(처음에는 당동마을인지 몰랐음) 도착.
마을회관 앞의 불켜진 집에 들어가 주인을 찾으니, 대문 옆방 문이 열리고 70은 훨씬 넘어 보이는 할머니
가 내다보기에 인월택시를 불러야 하는데 전화번호를 가르쳐 달라고 부탁하자, 안채의 딸에게 말하란다.
안채를 보니 30대 중반쯤의 아주머니가 초등학생 정도의 딸과 마루에서 무얼 하는데 인월택시 전화번호를 묻자 자신이 택시를 불러 주겠다며 전화를 한다. 이곳 마을 이름을 물으니 "당동마을"이라 한다.
아주머니가 전화하는 사이에 할머니에게 산 위쪽의 내가 하산을 시작한 고개 이름을 물으니 "새맥이재"
라 한다. 그래 지도를 꺼내 보니 근처의 지리를 확실히 알 수 있겠다.
인사를 하고 대문을 나와 마을회관 앞에 앉아 조금 기다려 택시를 타고 인월로 향하다. (인월 터미널까지
4,500원)
오늘까지 나흘동안 비박장비까지 배낭에 넣어 20 Kg이 넘는 짐을 지고 산행을 하니 체력이 뒷받침이 되
지 않아 도저히 안 되겠다. 이대로는 산행을 계속할 수 없으니 산행패턴을 수정하여야 하겠다.
오늘 저녁에 귀가하면 불요불급한 물건들은 과감히 도태시키고 반드시 필요한 물품만 작은 배낭에 넣어
짐의 무게를 10 Kg 내외로 줄이기로 하다. 그리고 비박이나 야영은 하지 않고, 여관이나 여인숙, 민박집,
유인관리산장 등에서 숙박을 하기로 하고, 산행 일정도 출발지점과 하루 산행 마감시간을 택시 부르기 좋
은 포장도로 중심으로 계획을 세우기로 하다.
나흘동안의 산행을 하면서 계산하여 보니 택시 부르고 여관잠 자는 것이 얼핏 생각하면 비용이 많이 들지
만, 따지고 보면 무거운 짐을지고 산행을 하면서 어설픈 비박을 하다가 몸에 탈이나 나면 그 몇 배의 병원
치료비가 들것이니 손익계산을 따져도 가볍게 지고 멀리 가면서 밤에는 개운하게 목욕하고 속옷과 양말
도 빨아 밤새 말리면서 편안한 잠을 푹 자면서 피로를 푸는 것이 훨씬 경제적이라는 판단이 선다.
◇ 귀가
○ 단기 4334년(2001) 9월 27일 (목)
19 : 30 인월터미널에서 남원행 버스 시간을 확인하니 20 : 30이 막차다.
터미널 근처의 목욕탕을 물어 찾아가 목욕을 하다가 피로하여 깜빡 잠이 들었다가 목욕탕 종업원이 깨워
일어나니 21 : 00이다.
터덜터덜 걸어나와 터미널에 가니 차는 끊기고 문을 닫아 걸었다. 그런데 인생살이가 궁하면 통한다는 말
이 맞나보다.
택시를 타려고 두리번거리니 소형트럭 한대가 갈림길 모퉁이를 돌아 나오며 운전사가 어디로 가느냐 묻기
에 남원을 간다하니 타라고 한다. 트럭에 타고서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다.
트럭운전사가 자신은 재작년까지 인월에서 20년간 개인택시를 하다가 작년부터 중화요리 식당을 하고 있
다 한다. 딸이 남원여고 3학년인데 야간자율학습이 밤 22 : 00에 끝나기 때문에 매일 밤이면 이렇게 남원
으로 가서 데려온다고 한다.
과거 내 아이들의 경우를 생각하니 사실 말이 좋아 자율학습이지 무늬만 자율이고, 실제로는 묵시적 강압
에 의한 타율학습일 것이다.
선친의 고향이 인월면 옆의 산내면이고, 산내면 부면장을 지낸 배종수씨는 잘 아는 분인데 생존해 계시는
지 모르겠다고 하니, 반가워하면서 자신도 잘 아는 분이라며 생존해 있다 한다.
22 : 00 남원역 도착.
태워다 주신 분께 감사의 인사를 하고 역전에서 하차하여 역 부근에 영업하는 식당에 들어가 백반과 소주
1병(합산 6,000원)을 시켜 저녁식사를 하다.
23 : 48 남원역 무궁화 일반실(11,900원) 승차 출발
○ 단기 4334년(2001) 9월 28일 (금)
04 : 20 잠결에 수원역 지나쳐 영등포역에서 월승(越乘)요금 1,000원 내고 하차
06 : 00 영등포역에서 전철 승차(1,100원) - 수원역 하차 - 시내버스로 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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