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백두대간 종주기 [제4회] (상)
◇ 제4회 총 산행 기간 : 단기 4334년(2001) 10월 11일 (목) ∼ 10월 13일 (토) 3일간
◇ 제4회 총 산행 구간 : 육십령 → 덕산재
◇ 배낭 중량 : 약 12 Kg
◇ 산행지로 출발
○ 단기 4334년(2001) 10월 10일 (수)
13 : 21 수원역 출발 남원행 무궁화호 일반실 승차 (11,900원)
17 : 20 남원역 도착
17 : 50 장계행 시외버스 승차
남원 시외버스터미널에서 18 : 40발 장계행 버스표를 구입하였으나, 17 : 30 출발하여야 하는 앞 버스
가 타이어 펑크로 연발하는 바람에 17 : 50에 이 버스에 승차하고 장계로 향하다.
18 : 50 장계 시외버스터미널 도착
지난 10월 3일 숙박시 김밥을 샀던 명성장여관 옆 장터국수집에서 김밥 2인분(4,000원) 구입 후 성정식
씨 개인택시를 전화로 호출 하였더니, 성정식씨는 바빠서 다른 대리운전 기사에게 개인택시를 운전시켜
도착한다. 택시에 승차하고 육십령으로 향하다.
육십령으로 가는 이유는 미리 055 - 114로 문의하여 전화번호를 알아낸 육십령휴게소에 민박 예약을
하였으므로 그 휴게소에서 숙박을 하기 위해서다.
20 : 00 육십령 도착(택시비 10,000원)
고개너머 경상도 쪽 휴게소에서 저녁식사 및 민박 (된장찌개 4,000원, 민박 숙박비 15,000원, 소주 1병
1,000원)
휴게소의 60대 아주머니가 어느 쪽에서 무얼 타고 올라왔느냐고 묻기에 장계에서 택시를 타고 왔다고
대답하였더니, "장계에서 전화를 하 였으면 우리 차를 보냈을낀데 …." 하고 내가 택시비를 추가로 지불
한데 대하여 무척 아쉬워한다.
민박비는 늦봄부터 초가을까지 난방을 하지 않을 때에는 10,000원이고 난방을 할 때에는 15,000원이라
한다.
저녁식사를 하면서 아침 식사는 몇 시부터 시작하느냐고 물으니 아들 내외와 교대로 24시간 철야영업을
한다고 하여 내일 아침의 귀찮은 취사 걱정을 덜고 나니 마음이 편하다.
공동으로 사용하는 화장실은 조명도 어둡고 시설이 상당히 열악한 편이다. 샤워실도 따로 없고 이곳에서
적당히 해결하는 모양이다.
장계에서 산 김밥을 휴게소 냉장고에 보관을 부탁하다.
21 : 30 취침
◇ 산행
○ 단기 4334년(2001) 10월 11일 (목) 하루 종일 안개와 강풍, 한때 비 (제 7일)
- 금일 산행 구간 : 육십령 → 백암봉 → 향적봉 산장
04 : 00 기상. 면도 및 세수
04 : 40 민박집 된장찌개(4,000원)로 아침 식사 후 휴게소 앞 마당의 수도에서 식수 준비하고 냉장고
보관을 부탁하였던 김밥을 찾아 배낭에 넣다. 밖은 안개인지 구름인지 모를 것이 짙게 낀데다가 서풍
이 거세게 불어댄다.
휴대전화로 055 - 131, 063 - 131 등을 차례로 호출하여 함양과 장수, 거창과 무주 지역의 일기예보
를 청취하니 오전 한때 약간의 비가 내 린 후 오후에는 개일 것이라 한다. 산행 출발을 하여야 할지 중
단 하여야 할지 휴게소 안팎을 몇 차례 들락거리며 갈등에 빠진다. 갈등 속에 시간만 보내다가 우선은
비가 오지 않으니 그냥 출발하기로 결정하다.
06 : 20 육십령 출발.
할미봉 암릉이 대단히 위험하다고 하였으므로 그 곳을 통과하며 고생할 생각을 하니 걱정이 된다.
잡목과 산죽, 억새에 맺힌 이슬에 허리 부분까지 옷과 신발이 젖기 시작하여 배낭에서 비닐 앞치마를 꺼
내 두르고 출발한다. 이 비닐 앞치마는 지난번까지 이슬에 옷이 젖어 고생을 하였기 때문에 집에 가서
고심끝에 마침 사무실에서 집에 가져다 놓았던 캐비닛형 에어컨 커버를 가로 세로 1미터정도 되게 잘라
서 한쪽 끝을 접어 넣어 바느질을 하여 놓은 부분에 등산화 끈 남은 것 하나를 끼워 넣어 만든 것이다.
허리에 두르고 등산화 끈 양쪽 끝을 뒤에서 조여 묶으면 앞과 옆이 가려져 이슬이 발등에만 떨어지게 만
든 앞치마이다.
처음 앞치마를 두르고 바람이 불지 않는 지대를 통과할 때에는 효과가 있었으나 점점 고도가 높아지며
강풍이 세게 때리는 높은 능선으 로 갈수록 바람에 앞치마가 펄럭이면서 바지와 신발이 흠뻑 젖어 철떡
거려 보행을 어렵게 한다. 비닐 앞치마를 걷어 넣다.
할미봉이 가까워 오니 능선 우측으로 강풍에 안개구름이 잠시 걷힐 때 언뜻 보이는 채석장은 백두대간을
향하여 파먹어 들어오고 있다. 공권력의 인허가권과 지주, 채석업자들 간의 야합의 산물인 이 채석장은
이대로 두면 백두대간이 곧 두 동강이 날것같다. 산악연맹과 환 경보호 단체 등에서 여론을 일으켜 암석
채굴을 중단시켜야 할 곳이다.
07 : 30 할미봉(1026. 4)도착.
할미봉을 넘어서 내리막길이 경사 60 - 70도 가량 됨직한 거의 직벽의 암벽이 4 - 5미터 정도씩 두어 군
데 나타나는데, 선답자들이 밧줄 을 매달아 놓은 데다 밧줄을 붙들고 발 디딤 할 장소가 양호하여 실전백
두대간종주산행을 읽으면서 생각하였던 것과 같은 위험한 암릉 길은 아니다.
08 : 35 덕유교육원 삼거리 도착
여기서 서봉과의 중간지점에서 비를 만나 판초우의를 꺼내 입다.
서봉 도착 직전 안부에서 두개의 갈림길이 나타나 이길 저길 갔다가 되짚어 나오느라 약 30여분 가량 과
외공부를 하며 시간을 허비하다.
어느 쪽 길이 맞는지 몰라서 리본이 많이 붙은 왼쪽 길을 택하여 오르니 약수터 좌측 100미터를 알리는
표지판을 만나다. 육십령에서 서봉 직전까지는 잡목, 억새의 저항을 심하게 받았다
11 : 00 서봉(장수덕유산)(1510) 도착
서봉 도착 직전에 비가 그쳐 판초우의를 벗어 집어넣다.
서봉에서 내려서는 가파르고 위험한 암벽 길에는 기나긴 철계단을 설치하여 놓았다. 이 서봉 일대까지가
덕유산국립공원 구역이어서 이러한 시설물을 설치하여 놓은것 같다. 할미봉, 육십령 일대는 공원구역 밖
이어서 위험한 암벽구간도, 채석장도 방치하고 있는 모양이다.
암벽 철계단을 내려서서 숲으로 접어드니 제초작업이 양호하게 되어 있어 잡목이나 산죽, 억새의 저항을
전혀 받지 않아 이슬에 옷이 젖지 않아서 걷기가 무척 좋다. 보행 속도가 빨라지고 날아가는 것 같다.
11 : 30 월성치 도착.
단기 4332년(1999) 7월 17일 향적봉에서 남덕유산 쪽으로 종주하다가 삼복의 땡볕 더위에 지쳐서 이곳
에서 장수 토옥동으로 비상 탈출 하산한 기억이 새롭다. 그때에 월성치 서쪽 약 150m 아래 지점의 샘물
에서 물을 떠 마시고 40여분쯤 경사가 완만하여 편안한 산길을 내려가니 비포장 농로가 나타나고 계곡의
물과 바위가 좋은 곳의 길가에 봉고승합차가 1대 서 있었고 계곡 그늘 가에는 열댓 명의 40대의 남녀들이
가마솥에 개를 삶아놓고 복날 보신잔치를 하고 있었던 기억도 난다.
그때 그들에게 인사를 하고 길을 물었더니 어디서 오느냐기에 새벽에 구천동에서 향적봉을 거쳐 남덕유
산 영각사로 가려다가 너무 더위에 시달려 지쳐서 월성치에서 하산하는 길이라 대답하니 큰 고생을 하였
다며 개고기를 좀 들고 가라고 권유하는 것을 사양하고 그냥 내려갔었다.
나는 개고기를 무척 좋아하는데, 당시에 너무 더위에 시달려서 소화능력이 극도로 저하되어 음식만 먹으
면 토할 것처럼 속이 울렁거려 사양하였던 것이 지금도 생각하면 아깝다.
덕유산 능선은 향적봉에서부터 남덕유산까지 키 큰 나무가 많지 않아 그늘이 별로 없어 날씨가 맑은 여름
날은 땡볕이 직사광선으로 내리쬐어 달달 볶아대는 구간이었다. 이제 와서 생각하니 그날은 바람도 불지
않았고 등산로도 걷기 좋은 능선길이므로 배낭에서 우산을 꺼내 펴서 파라솔처럼 받쳐들고 걸었더라면 직
사광선을 막을 수가 있었는데 그때 왜 그 생각을 못하고 지쳐 늘어지도록 고생을 하였는지 모르겠다.
월성치를 지나 삿갓봉 직전 오르막이 시작되는 지점에서 간식.
삿갓봉을 왼쪽으로 우회하여 삿갓골재 쪽으로 내려서는데 맞은편에서 50대 후반의 남자 4인이 온다.
덕유능선을 종주 중이라 한다. 백두대간을 단독종주중이라 하니 부럽다 한다.
삿갓골재 직전에서 자욱하였던 안개구름이 강풍에 한때 잠시 걷히는 순간 경상도 쪽으로 내려다보이는
단풍이 절경이다. 7부능선까지만 단풍이 들어 울긋불긋하고 그 아래쪽은 아직 나뭇잎이 파랗다.
오늘 하루 종일 부는 강풍은 서풍이다. 이 강한 서풍에 거대한 안개구름 덩어리가 한 무더기씩 덕유능선
을 넘어 동쪽 경상도 방향으로 넘어가면서 구름 덩어리와 구름 덩어리 사이의 공간을 통하여 1 - 2분간씩
잠시 능선 아래 골짜기가 내려다보이는데 그럴 때마다 구름과 단풍이 조화를 이루며 절경을 연출한다.
13 : 00 삿갓골 산장 도착.
곰처럼 큰 검둥개가 짖으며 달려나온다. 여기서 일하는 사람에게 들으니 이 개는 이렇게 짖으며 내닫는
것이 사람을 반기는 인사란다.
더워서 맥주 생각이 나 물으니 산장에서 술은 팔지 않는다고 한다.
사발면(1,500원) 1개를 사 가지고 아래층 취사장으로 가서 사발면이 익기를 기다리는 동안 의자에 앉아
젖은 등산화를 벗은 다음 양말을 벗어 짜니 물이 엄청나게 많이 나온다. 양말을 의자 등받이에 널어놓
고 손을 씻은 다음 김밥 1인분과 소주를 꺼내 사발면과 함께 점심식사를 하다.
식사를 거의 끝내갈 무렵 취사장을 출입하는 사람들이 있어 등산객은 아닌 것 같아 물어보니 무룡산 쪽
의 식생(植生) 보존을 위한 등산로 정비작업을 하는 일꾼들이라 한다.
식사 후 식수 보충. 산장 아래쪽 샘물의 물을 작은 물탱크에 받아 두었다가 쓰는 물이어서 식기 설거지
와, 세면, 세탁, 목욕 등에 물을 낭비 하면 다음 사람들이 쓸 물이 모자라므로 가능한 한 식수로만 사용
하여 달라던 산장관리인의 당부가 생각이 나서 세수는 수건에 물을 적셔 얼굴과 머리를 닦아내는 방법
으로 해결하다. 젖은 양말과 등산화를 다시 신고 출발준비를 하다.
14 : 00 삿갓골재를 출발하면서 그 곰 같은 개에게 황태채 몇 개를 던져주니 잘도 먹는다. 개에게 잘
있으라고 손 인사 후 출발하다.
안개와 서풍에 시달리며 진행하다 간간이 걷히는 안개 사이로 내려다 보이는 단풍이 절경이다.
무룡산 정상 부근에 등산로를 정비하는 10여인의 일꾼들이 작업을 하고 있다. 수고한다 인사하고 지
나가다. 등산로가 너무 넓어져 주변 식생 보존을 위한 정비가 필요하겠다.
16 : 15 동엽령 못미쳐 어마어마하게 큰 배낭을 진 남자 1인과 여자 5인 일행의 등산객을 만나다.
삿갓골산장까지 간다 한다. 그래서 내가 두 시간 15분만에 여기를 왔으니까 그곳까지 가는데 그 정도
시간이 걸릴 것이며 해지기 전에는 충분히 도착할 수 있을 것이라고 격려하니 고맙다고 인사를 한다.
16 : 25 동엽령 4거리(1260) 도착.
계속하여 안개와 서풍이 세차게 불어대는 중간 중간에 잠시 안개가 걷히면서 언뜻 언뜻 나타나는 단풍
을 내려다 보면서 전진하다.
17 : 20 백암봉(1490) 도착.
향적봉산장으로 가서 자고 내일 다시 이곳으로 나와 지봉(池峰)을 향하여 가야 하는 지점이다.
동엽령 등 등산지도에 표시된 중간탈출로로 하산하였다 다시 오르려면 시간도 오래 걸릴뿐더러 체력 소
모가 너무 심할 것 같아 향적봉산 장에서 1박하기로 마음먹고 여기까지 온 것이므로 대간길을 벗어나서
향적봉쪽으로 진행하다.
17 : 45 중봉(1594. 3) 도착.
구름이 끼어 흐린 날씨라 일찌감치 날이 어두워지기 시작한다.
18 : 15 향적봉산장 도착. 완전히 어둡기 전에 도착하여 전등은 켜지 않고 여기까지 왔다.
매점을 찾아가니 불도 켜져 있지 않고 관리인도 보이지 않아, 불빛이 보이는 취사장에 들어가니 7 - 8인
의 등산객이 식사 중이다.
들어가자마자 권하는 소주 3잔을 받아 마시다.
버너를 켜고 라면 끓일 물을 얹어 놓으니 산장 관리인이 돌아온 기척이 난다.
입실 접수를 하고, 입실료 3,000원, 모포 5장 5,000원, 팩소주 3개 6,000원 대금을 지불 후 취사장으로
돌아와 라면을 끓여 장계에서 구입한 김밥 1인분과 함께 소주 반주하여 저녁식사를 마치다.
식사 후 침실에 입실하니 등산객은 10여명 정도밖에 안되어 침상은 넓다. 육십령에서부터 하루 종일 강
한 서풍을 맞으며 능선 길을 걸어 왔더니 왼쪽 뺨과 왼쪽 팔, 왼쪽 옆구리 등이 얼얼하다.
21 : 00 2층 침상에서 취침.
모포 1장을 깔고 4장을 덮으니 몸은 춥지 않은데 이마와 발이 시려워 자다가 자주 잠에서 깨어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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