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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두대간 종주기

◎백두대간 종주기[제9회](하)<이화령 - 하늘재>

by 박달령 2007. 10. 14.

◎ 백두대간 종주기 [제9회] (하)


○ 단기 4334년(2001). 11월  4일 (일) 맑다가 16 : 00경부터 흐려짐 (제21일)

- 금일 산행구간 : 이화령 → 하늘재

 

04 : 30  기상.  면도, 세수.
밤새 몇 번 잠이 깨었는데 여관 카운터의 말과는 달리 방바닥이 따끈거리지 않아 빨래가 덜 마른 채로 착용하니 끈적거린다.

 

05 : 00에 여관을 나가려는데 카운터에 "만숙(滿宿)"이라는 팻말이 걸려있고 출입문이 잠겨 있어 카운터 직원을 깨워 문을

열고 "영분식집"으로 향하다.  이렇게 바가지 씌우는 여관도 만숙(滿宿)이니 문경 일대가 온천 개발과 조령산 등으로 관광지

가 되어서 그런 모양이다.

 

05 : 10  새마을금고 옆 골목 "영 분식"(054 - 572 - 1950)에 가서 시래기 해장국(3,000원)으로 아침식사 후 어제 저녁에

주문하였던 김밥 2인분을 찾아 여관으로 돌아오다.


경상도 지역 여행시 음식이 입에 맞지 않았는데 시설은 허름하여도 맛은 좋아 경상도 음식솜씨가 아니라고 주인 아주머니

에게 칭찬을 하여 주다.

 

여관 화장실에서 수돗물을 받아 식수를 준비하다.  이제는 산행 출발전에 여관이나 역, 터미널 등에서 화장실 수돗물을 받

아 식수를 준비하였다가 산행 시작지점 부근에 도착하여 샘터가 발견되면 쏟아버린  후 샘물을 새로 받아 넣고, 만약 샘터

가 없으면 화장실에서 받은 물을 그냥 식수로 사용하곤 하는 방식이 몸에 배인 습관이 되어버렸다.

 

06 : 00  양승달씨 택시를 호출(011 - 536 - 2822)하니 여관 앞에서 기다린다는 응답이다.
여관을 나가 택시에 승차하고 문경 출발 이화령으로 향하다.

 

06 : 15  이화령 도착. (택시비 7,000원)
먼동이 터 오른다.  신발 끈을 졸라매고 산행 준비.

 

06 : 20  이화령 출발
조령샘에 이를 때까지 대간 마루금이 아니고 계속하여 우측 아래 9부 능선쯤으로 산길이 나 있다.  이상한 생각이 들면서

도, 표지기를 따라 진행한다.  계속 이러하니 대간길이 맞는지 의심이 난다.
그러다가 조령샘 아래에서 능선 쪽으로 올라 마루금에 이른다.

 

07 : 20  조령샘 도착
파이프 끝에서 물이 상당히 많이 나온다.  여관 화장실에서 받아 넣은 식수를 모두 버리고 조령샘 물을 받아 식수를 준비

하다.

 

물을 거의 다 받고 나니 경상도 말씨를 쓰는 30대 후반으로 보이는 남자 대간종주객 두 사람이 도착한다.  부산이 고향으

로 선후배 사이이고 현재는 직장 따라 충남 서산에서 살고 있다 한다.
그들은 06 : 50에 출발하여 35분만에 여기에 도착하였다 한다.

 

07 : 30  조령샘 출발
조령샘에서 만난 대간 종주객 둘이 나를 금방 추월한다.  나의 산행속도를 설명하고 나를 신경 쓰지 말고 그냥 먼저 가라

고 하다.

 

08 : 00  조령산(1026) 도착.
먼저 간 두 사람이 조령산 정상에서 열심히 사진을 찍고 있다. 먼저 보내고 다시 한참을 가니 어느 경치 좋은 암벽 정상에

서 사진을 찍고 있다가 사과 한 개를 권하기에 받아서 먹다.  그리고 또 먼저 보내다.

조령산 정상에서 10분쯤 지나면서부터 821. 5봉까지 약 5 Km 구간은 수십 번의 급경사 암벽과 흙길, 때로는 직벽 암벽을

오르내린다.
  
암벽에 오래 전에 설치한 굵은 동아줄은 이제는 거의 시커멓게 썩어서 붙잡고 오르내릴 때에 끊어질까 불안하고, 군데군데

누군가가 새로 매달은 밧줄은 너무 가늘어 붙들고 힘을 쓰기가 불안하다.
그래도 어제 오른 희양산 정상 밑의 밧줄도 없는 직벽 보다는 낫다

 

어제와 오늘 이틀동안 얼마나 급경사 길에서 용을 썼는지 컨디션이 말이 아니다.  이제는 기암절벽이 보기 좋은 게 아니고

멀리서부터 바위만 보이면 스트레스를 받기 시작한다.
그래서 이 구간을 지나는 도중 절경의 암봉이 수없이 나타나고 건너편 주흘산 쪽으로도 절경이 보이지만 경치를 감상하고

싶은 마음이 일어나지 않을 정도이다.

 

10 : 30  757봉으로 생각되는 지점 조금 지나니 도저히 배가 고파서 더는 못가겠다.  김밥 1인분을 꺼내어 허겁지겁 먹어

치우니 이제는 살겠다.

 

11 : 00  김밥을 다 먹고 출발하려는데 도마뱀 1마리가 놀라 달아난다.

 

11 : 50  조령 3관문 도착.
산신각에 무사 산행을 감사하며 3배를 올려 참배하고 조령약수를 마시려 하니 샘물이 거의 말라가고 있다.  전에 10여 차

례나 이곳을 들를 때마다 샘물이 잘 솟아나고 있었는데 이번의 가을 가뭄이 심각한 모양이다.  일요일이어서 인지 행락객

들이 많다.

 

충북 쪽으로 가려고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물으니 음식점은 약 300미터 이상 떨어져 있다 한다.  경북 쪽을 내려다보니 아

래쪽 잔디밭이 끝난 산자락에 노점상이 보인다.  그곳으로 가니 아침에 나를 추월하여 간 종주객 남자 둘이 그곳에서 두부

무침을 안주하여 동동주를 마시고 있다.  인사를 나눈 후에 언제 여기 도착하였느냐고 물었더니 11 : 00 경에 도착하였다

한다.  이화령에서 여기까지 그들은 4시간 10분,  나는 5시간 30분이 걸렸으니 내가 1시간 20분이 더 걸린 셈이다.

 

나는 오르막길에서 과속을 하면 다리에 쥐가 나고, 내리막에서 뛰면 무릎이 시큰거리며, 위험구간에서는 발을 내디뎌야 할

곳과, 손으로 붙들어야 할 곳이 어디인지 미리 둘러보고, 발 디딜 곳이 낙엽이 쌓여 있으면 발끝으로 헤쳐서 땅바닥의 상태

를 확인 후 디디는 등 속도보다는 안전에 최우선을 두기 때문에 자연스레 속도가 느릴 수밖에는 없다.

 

이러한 나의 산행 스타일을 설명하니 그들도 이해를 하고 산행속도는 자신의 페이스를 지켜야 한다는 사실에 공감한다.

어묵을 한 그릇(2,000원) 사서 뜨끈한 국물을 훌훌 마시니 아까 차거운 김밥을 먹고 더부룩하였던 속이 푸근하게 가라앉

는다.

 

그들은 나에게 동동주 한잔을 권하고는 12 : 10경에 먼저 출발한다.
16 : 00 경에는 하늘재에 당도 하겠다고 격려하며, 나도 슬슬 뒤따라서 17 : 30까지는 하늘재에 도착할 것이라고 먼저 가

라고 인사를 하다.  신발을 벗고 발에 통풍을 시키면서 잠시 휴식.

 

12 : 20  조령 3관문 출발
군막터를 지나 성벽 우측 마패봉 길은 상당히 가파른 오르막이다.

 

13 : 00  마패봉(927) 도착.
정상 근처에 등산객들이 수십 명은 되어 보인다.
우측 능선으로 대간 표지기를 확인하며 내리막길을 따라 동진(東進)하다.

 

13 : 20  북암문(北暗門)에서 5분간 휴식

 

14 : 30  동암문(東暗門) 도착.
약 200여 미터 앞에 나보다 먼저 출발한 종주객 둘의 뒷모습이 보인다.  그들은 부봉을 향하여 열심히 오르고 있다.

배가 고파서 어제 이화령휴게소에서 사 먹다 남은 오징어를 꺼내 안주하여 소주를 마시다.

 

동암문은 대간길 능선과 동화원, 평천재로 갈라지는 4거리 길이 뚜렷하다. 

꾀부리는 사람들이 부봉 - 959봉을 경유하는 ㄷ자형의 대간길을 버리고 평천재로 직행하여 커닝을 한다는 곳이다.

 

휴식을 끝내고 적당한 나무에 거름을 주다.

아무리 등산예절을 잘 지키는 사람이라도 산행 도중 대소변이 마려우면 산 아래 민가에까지 내려가 화장실에서 볼일을

수는 없는 것이다.  그래서 나는 산행시 대소변 3대 수칙을 세워 실천하기로 하였다.

 

① 개울, 드러난 흙바닥, 바위 위 등과 같이 계곡 하천으로 바로 유입이 될만한 곳에서는 절대로 볼일을 보지 않는다.


② 소변은 비교적 건조한 곳에 서 있는 팔뚝 굵기의 왕성한 성장기의 나무 옆에 거름으로 주어 나무 뿌리가 신속하게 영

분으로 흡수하여 개울물로 유입되지 않도록 한다.

 

③ 대변도 마찬가지 환경의 나무 밑 낙엽과 퇴비를 깊이 헤쳐내고 거름으로 주고 난 후 화장지와 함께 퇴비로 덮고, 낙엽

으로 또 덮어 변 덩어리가 건조되지 않고 화장지와 함께 썩으면서 나무 뿌리가 신속하게 영양분으로 흡수하여 개울 물로

유입되지 않도록 한다.

 

이상이 나의 산행시 "나무에 거름주기 3대 수칙"이다.

 

14 : 50  동암문 출발 - 부봉 쪽으로 남진(南進)하다.
마른 오징어가 뱃속에서 불으면 배가 불러올 줄 알았는데 전혀
그럴 기미가 안 보인다.  배고픈 건 마찬가지다.

 

부봉 10분이라는 이정표가 있는 갈림길에서 부봉으로 오르지 않고, 동진하다.  이정표에는 하늘재 3. 2 Km, 1시간 30분이

라고 쓰여있다.  959봉 못 미쳐 인지 지나서인지 지점은 잘 분간이 안가나, 생각지도 않았던 암릉을 통과하고 비좁은 암벽

을 돌아나가는 길이 나타난다.   암벽 옆을 돌면서 발 밑을 내려다보니 10여 미터는 됨직한 절벽이 아슬아슬하다.

 

15 : 50  평천재 도착
허기가 져서 도저히 더 이상 전진할 수 없어 신발까지 벗어 통풍을 시키면서 퍼질러 앉아 배낭에 남은 김밥 1인분을 먹다.

날씨가 차가워서인지 긴 시간이 지나도 변질되지 않았다.
날씨가 흐려지기 시작한다.

 

16 : 10  평천재 출발
평천재에서 하늘재까지는 순탄한 길이다.
탄항산과 미륵리가 갈라지는 삼거리에서 도마뱀 1마리가 나의 인기척에 놀라 낙엽위로 달아나는 소리가 사각사각거린다.

 

17 : 10  하늘재가 바로 내려다보이는 봉우리에 이르러 혹시 하늘재로 내려섰다가 휴대전화가 불통이 될까봐서 문경택시

양승달씨를 호출(054 - 572 - 1950)하니 간신히 전화가 되는데 지금 대구로 가고 있는 중이어서 문경에 연락하여 다른

택시를 보내 주겠다고 하므로 30분 후에 하늘재에 도착시켜 달라고 부탁하다.  약 5분쯤 지나서 양승달씨에게 다시 전화

로 확인하니「2214호」 택시가 도착할 것이라고 대답한다.

 

봉우리를 내려서서 조금 가니 우측에 농장 철조망이 나타난다.
철조망 옆을 따라 하산하니 하늘재 직전의 능선에서 2 - 3 미터 우측에 농장의 커다란 물탱크가 설치되어 있고 이 물탱크

좌측 상단에 직경 약 5 - 60mm 정도의 굵은 파이프가 달려 있어 이 파이프에서 물탱크를 넘치는 물이 콸콸 쏟아져 나와

능선 좌측으로 떨어져 내려간다.

 

이 물탱크에서 넘치는 물이 대간 능선을 넘어가니 기분이 좋지 않다.  마루금을 비껴서 물탱크에서 넘치는 물로 질척거리

는 능선 좌측으로 난 길을 따라 하늘재로 내려서다.

 

17 : 30  하늘재(525) 도착.
충청도 쪽으로는 비포장, 경상도 쪽으로는 아스팔트 포장이 되어 있다.
경상도 쪽은 마을 이름이 관음리(觀音里), 충청도 쪽은 미륵리(彌勒里)라서, 예로부터 이 하늘재를 통하여 경상도에서 충

청도로, 관음세계에서 미륵세계로, 현실세계에서 미래세계로 넘어가는 고개라 하여 이 하늘재에 큰 의미를 부여하고 있

다는 곳이다.

 

포암산쪽 들머리의 대간 표지기를 확인하고 내려오는데 무장군인들 두 사람이 산속으로 들어가는 것이 보인다.  아마 훈련

중인가보다. 군생활 할 때에 5 - 6일씩 훈련을 나가 야영을 하던 생각이 난다.

 

군에서 제대한지도 어언 31년이나 되었는데도 인간성 더러운 고참들한테 곡괭이자루로 엉덩이를 떡치듯 얻어 맞던 기억은

잊혀지지 않는다.  엉덩이를 패는 몽둥이를 배트(bat)의 일본식 발음인 "빳따"라 고 불렀었다.  지금 신세대들도 그렇게 일

식 영어발음으로 부르는지, 아니면 아예 병영의 구타가 근절되어 그러한 용어가 사라지고 없는지 궁금하다.


왜놈들은 표기할 문자가 없어서 트럭을 "도라꾸", 플래시를 "후라시", 컵을 "고뿌", 배터리를 "밧떼리" 등으로 엉터리 발음

을 하고 있고, 왜정시대를 거친 어른들의 영향을 받은 나의 세대들도 이러한 일본식 영어 발음을 답습한 경우가 많다.

 

그 때 졸병들은 이미자씨의 노래 "동백아가씨"를 개사하여 부르면서 한맺힌 설움을 달랬었다. 

그 개사곡은 지금도 기억이 새롭다.

 

- 헤일 수 없이 수많은 빠아 - ㅅ따.
- 엉덩이를 도려내는 아픔에 겨워,
- 얼마나 울었던가 육군 쫄벼-엉들.
- 빳다를 맞다 지쳐서 울다 지쳐서,
- 엉덩이는 빨갛게 멍이 들어-었소.

 

동백아가씨 개사곡을 부르던 추억에 젖어 깊은 상념에 빠져 있다가 고개를 들어 포암산을 바라보니 절벽처럼 솟아 있

는 급경사 오름길 끝에 정상 부분의 암릉을 이 다음에 오를 생각을 하니 기가 질린다. 
이렇게 하루 산행을 마감하고 다음날 오를 이런 곳을 바라보면 피로한 끝이라 그런지 항상 기가 질린다.

그러나 다음날 아침 원기를 회복하여 올라보면 또 별것 아닌 것이 지금까지의 경험이니 두려워 하지말자.

 

17 : 40 「2214호」문경택시가 도착하여 승차하다.

 

17 : 55  문경 터미널 도착(택시비 13,000원)
터미널 대합실에 들어가 휴대전화로 054 - 131을 호출하여 문경지방의 내일 일기예보를 청취하니, 문경지역 비올 확률

60%, 제천지역 비올 확률 80%라 한다.

 

비올 확률이 40%만 넘으면 틀림없이 비가 오므로 산행을 중지하고 귀가를 결정하다.  근래 몇 년 전부터는 기상청의 일

기예보가 왜 이리 적중률이 99%에 육박하는지 신통한 일이다.

내일 하루 더 산행을 하고 귀가하려 하였는데 내일은 비가 오고, 모레는 어머님 제사다.  이제 귀가하면 며칠 쉬게 되겠다.

 

수원행 버스가 19 : 15에 있으므로 시간이 조금 있다.
아침식사를 한 "영 분식"집에 가서 백반에 동동주 1병으로 저녁식사(5,000원)를 하고 터미널 쪽으로 가려하니 목욕탕이

보인다.

 

18 : 35  목욕탕(2,800원)에 들어가 샤워를 하고 배낭에서 새 옷을 꺼내 갈아 입다.

 

19 : 00   문경 버스터미널 도착.

 

◇ 귀가
○ 단기 4334년(2001) 11월  4일 (일)

 

19 : 15  문경 터미널에서 수원행 버스(9,800원) 승차
어제와 오늘 희양산과 조령산의 험난한 구간을 통과하느라 비지땀을 흘린 피로가 엄습하여 깊은 잠에 빠졌다가 다시 깨어

나기를 수차례 반복하다.

 

22 : 40  수원 버스터미널 도착
일요일 오후라서 교통체증이 심하여 엄청난 시간이 소요되었다.

 

23 : 00  7번 시내버스에 승차하여 귀가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