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백두대간 종주기 [제8회] (하)
○ 단기 4334년(2001) 10월 30일 (화) 맑음 (제19일) - 금일 산행구간 : 버리미기재 → 지름티재
04 : 30 기상.
면도, 세수후 라면에 누룽지 넣고 끓여 참치통조림과 아침식사
06 : 00 가은 개인택시 김원국씨 호출
(사무실 571 - 5789, 자택 571 - 4931, 6138, 휴대전화 011 - 533 - 4931)
06 : 10 택시 승차 가은읍 신라장여관 출발
06 : 20 버리미기재 도착. (택시비 12,000원)
개울물에 내려가서 식수 준비
06 : 30 버리미기재 출발
장성봉을 향하여 가파른 길을 올라간다.
소화도 잘 안되고 몸의 컨디션이 몹시 나쁘다. 어제 대야산 정상에서 불란치재 사이에 수시로 나타나는
험난한 급경사에 시달리며 과로하였던 것 같다.
08 : 00 장성봉 도착
장성봉을 출발하여 10여분 가니 뒤에서 "야호 !" 소리가 몇차례 들린다.
소화가 잘 안되어 헛트림만 계속 나온다.
출발 30여분 지나 길가에 앉아 쉬고 있는데 50대 초반의 경상도 말씨를 쓰는 남자 한사람이 올라온다.
인사를 나눈 후 이야기 끝에 버리미기재에서 06 : 30에 출발하였다 하니까 "하이구 ! 그런데 인제 여기
까지 왔어요 ?" 하며 비웃는 투로 말한다. 참으로 건방진 자이다.
등산깨나 다닌다는 자가 어찌 남의 산행 속도를 가지고 야유를 한단 말인가 ? 대화 도중 어떤 때는 존
칭어, 어떤 때는 반말 비슷한 투로 말하는 품이 건방지기 짝이 없는 자이다. 54세라는 이 자는 점촌에
서 귀금속상을 한다는데 재산이 수십억이라고 돈 자랑을 하기도 한다.
더 늙기 전에 백두대간은 한번 뛰고 죽어야 할 것 아니냐고 하며 오늘은 지름티재에서 은치재까지 땜질
을 하는 날이라 한다. 이렇게 산행 예절을 모르는 무식한 자들 때문에 다른 등산객이나 대간 종주자들
이 도매금으로 욕을 먹는다.
출발을 하여 앞서서 내달리면서 내가 뒤쳐지니 빨리 따라 오라고 하기도 한다. 여태까지 산행 도중 이
렇게 건방지고 산행 예절을 모르는 무식한 자는 처음 본다. 제가 발걸음이 빠르면 얼마나 빠르다고 이
렇게 남에게 참견을 한단 말인가 ? 나는 신경 쓰지 말고 먼저 가라고 몇 번을 이야기한다.
한참 앞서 가다 바위 끝에 앉아 쉬며 뭘 먹고 있다가 내가 도착하니 귤 두개를 집어 주면서 먹으라고 한
다. 소화가 잘 안되어 싫다는 데도 억지로 떠맡긴다. 싸울 수도 없어 할 수 없이 받아 먹는 체 한다.
나중에는 제풀에 지쳤는지 혼자서 휭 하니 먼저 내빼며 계속 "야호" 소리를 지른다.
명색이 대간종주 한다는 자가 이렇게 무식할까 ?
악휘봉이 가까워지면서 암릉 몇개를 지나다.
10 : 35 악휘봉 삼거리 도착.
별로 멀지 않은 길인 것 같은데 버리미기재에서 4시간이나 걸렸다.
소화가 안되니 빨리 지친다. 악휘봉을 들르려다 귀찮아 그냥 지나간다.
암릉 내리막을 4 - 5회정도 지나는데, 직벽에 가까운 곳도 있다.
악휘봉 삼거리를 지나면서 부터 우측 봉암사 갈림길이 있음직한 곳은 모두 큰 나무들을 잘라 목책을 두
르고 스테인리스로 만든 봉암사 출입금지 경고판이 계속하여 설치되어 있다.
11 : 35 은치재 도착.
봉암사 쪽으로 목책과 출입금지 경고판이 서 있다.
소주 꺼내어 꽁치통조림 안주 후, 누룽지를 씹으며 점심으로 때우는데 소화가 잘 안되어 억지로 먹으며
휴식을 취한다.
12 : 10 은치재 출발.
종주기에서 읽은 안동권씨(安東權氏) 표석이 설치된 묘지가 나타난다.
초상이 난 후 바로 관을 져 올려다 묘를 쓰지는 못하였을 것이고 어디 공동묘지나 초빈(草殯)에서 육탈
이 된 후에 유골을 운반하여 묻었겠다.
이렇게 험한 곳까지 유골을 운반하여 묘를 쓴 후손들 참으로 대단한 정성이다. 더군다나 대간 마루금에
다가 말이다. 어떤 사람은 정맥의 그 지맥의 지맥에도 못쓰는 묘지인데 …….
주치봉을 넘으니 좌측에 은티마을로 하산하는 지도에 없는 길이 또 있다.
구왕봉을 지나니 직벽에 가까운 내리막길이 나타난다.
대간 표지기는 이어질듯 끊어지고, 끊어질듯 간신히 이어지면서 사람 애간장을 태운다.
14 : 15 지름태재 도착.
봉암사 쪽으로 목책과 출입금지 경고판이 서 있고, 주변의 돌을 그러모아 쌓아서 만든 제단이 있다.
눈앞에 사람을 압도하는 희양산이 무척 힘이 든다는 데 소화도 안 되고, 지쳐서 힘도 없다.
이러한 컨디션으로는 도저히 오를 수가 없다. 하산하여 집에 가 며칠 쉬기로 결정하다.
어제 오후 한나절 대야산 산행에서 계속하여 직벽에 급경사에 밧줄과 나뭇가지를 붙들고 용을 써대어
그런지 온 몸이 결리고 피곤하다.
은티마을까지는 길은 순탄한데 식수로 쓸 개울물이 마땅치가 않다.
마을이 가까워지자 넓은 사과 과수원이 나타나고, 멋지게 신축하는 건물도 있다.
15 : 30 은티마을 가게 도착.
문이 잠겨 있어 한참 기다리니 주인 아주머니가 개울 건너편에서 뛰어 온다. 40 전후로 보인다. 가게
는 식당도 겸한 곳이다.
가게 안에 들어가니 한쪽은 분위기 있는 카페처럼 자리를 꾸며 놓았다. 한쪽 벽 전부는 등산객과 대간
종주자들이 명함을 꽂아 놓았다.
나도 처음으로 명함 한장을 꺼내어 날짜를 적고 백두대간 종주 중 이곳을 들렀다고 써서 꽂아 본다.
모두 부질없는 일이지만 …….
맥주 두 병을 마시면서 주인 아주머니와 이야기를 나누니, 저쪽 건너편에 양옥집 한 채를 가리키며 그
곳이 자기네 집인데 민박을 한단다.
(은티마을 구판장 민박집 : 043 - 843 - 5708 또는 0575 )
많은 단체나 개인 대간 종주자들이 민박을 하고 새벽 일찍 출발하는데 이른 아침도 해 주고, 점심용
주먹밥도 싸주기도 한단다.
맥주를 마시며 조금 있으려니 화장과 옷차림이 시골여인 같지 않은 주인 아주머니의 친구인 듯한 여자
가 엘란트라 승용차를 몰고 나타난다. 미리 연락이 있었나 보다. 느낌이 미용실이나 옷가게 또는 다방
경영주인 듯하다.
주인 아주머니는 잠시 밖에 나가더니 채소거리 등을 가져다가 차에 실어준다. 그리고는 나에게 연풍의
택시를 부를 필요 없이 이 승용차를 타고 나가란다. 몸에서 땀냄새가 난다고 몇 번을 사양해도 승용차
차주 아주머니까지 합세하여 권유한다.
승용차 편승 편의제공을 받아 연풍으로 나가면서 아주머니가 하는 말이 자신은 연풍면 소재지에서 살
고 있는데 바로 얼마 전에 운전을 배워 중고차를 사서 끌고 다닌단다. 자동변속기를 운전하면 쉬울텐
데 왜 수동을 샀느냐고 하니 어쩌다 보니 그렇게 되었다 한다.
연풍 터미널까지 태워다 준다. 감사의 인사를 하고 하차 후 초라한 모습의 터미널에 들어가 버스 시각
표를 보니 수원행 버스는 30여분 남았다. 마을과 뚝 떨어진 공터에 서 있는 터미널인지라 터미널 안의
매점에서 캔맥주를 사마시며 기다리다. 터미널 안의 매점 주인 아주머니는 40대 중반으로 보인다.
◇ 귀가
○ 단기 4334년(2001) 10월 30일 (화)
16 : 55 연풍 터미널에서 수원행 버스(9,000원) 승차
20 : 00 수원 터미널 도착, 7번 시내버스로 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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