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백두대간 종주기 [제7회]
◇ 제7회 산행 기간 : 단기 4334년(2001) 10월 27일 (토) 1일간
◇ 제7회 총 산행 구간 : 밤티재 → 밀재
◇ 배낭 중량 : 약 12 Kg
◇ 산행지로 출발
○ 4334년(2001) 10월 26일 (금)
14 : 00 7번 시내버스에 승차하여 수원 시외버스터미널로 출발
15 : 28 청주행 버스(5,400원) 승차
16 : 50 청주 시외버스터미널 도착
시계가 고장이 나서 멈췄다. 배터리를 갈아도 안 된다.
화북행 버스를 기다리며 근처 상점에서 맥주 1병 마시다.
17 : 55 화북행 버스(5,100원) 승차
시계가 고장나서 시간이 궁금할 때마다 휴대전화를 열어야 한다.
버스가 송면리, 이평리를 지나 화북면으로 향할 즈음 40대 중반의 남자 한사람이 자리에서 일어나
운전사에게 청천면이 얼마나 남았느냐고 묻자, 운전사 기가 막힌다는 말투로 진작에 지나서 화북면
종점 거의 다 왔다고 하니 남자 승객이 얼떨떨한 표정이다. 잠을 자다가 청천면 소재지 버스 정류
장에서 내리지 못하고 지나쳐 온 것이다.
19 : 40 화북면 도착.
청천면에서 내리지 못한 남자가 종점에서 내린 다음에 황당하고 난감한 모양이다. 버스 운전사기
사에게 청천으로 가는 버스가 있는지 묻자, 운전사의 대답이 이제 나가는 버스는 없고, 여기 여관에
서 자고서 내일 아침 첫차를 타야 한다고 하니 심란한 표정이다.
내가 옆에 있다가 그 남자를 불러, 청천면 소재지에 사느냐고 물었더니 거기서도 조금 더 가야하는
어느 마을 이름을 말한다. 청주에 농업관계로 무슨 교육인가 갔다 오는 길에 이리 되었다 한다.
그래서 두 가지 방법을 설명하였다.
첫째는 식당에서 식사를 하고, 여기 민박집이나 여관에서 숙박을 한 다음 내일 아침 첫 버스로 청천
으로 가는 방법과,
둘째는 이곳 화북에 개인택시가 딱 한대 있으니 그 택시를 불러 타고 청천으로 가는 방법이 있는데
소요되는 비용은 식대 + 여관비 + 버스요금 합계액과, 택시비가 각각 3 - 4만원 정도로 거의 맞먹
을 것이고, 여기서 숙박을 하면 내일 오전 한나절은 집안 일을 못보고 공치게 될 터이니 택시를 타는
게 낳을 것이라고 설명을 하여 주었다.
그러자 그 남자는 지금 자신이 가진 돈은 8,000원 밖에 없어서 여관잠도, 택시 승차도 모두 불가능
하니 어떻게 하여야 할지 낙심천만이란다. 그래서 나는 다시 그렇다면 더더욱 택시를 탈수밖에 없
을 것이라하고, 이럴 때 택시 타는 요령을 모르느냐고 하였더니 어떻게 해야 하느냐고 묻기에, 지금
택시를 타고 집에 가면 가족들이 대문 앞에 택시비를 가지고 나와 기다릴 수 있느냐고 하니 가능하
다고 한다.
이 대답에 그럼 내가 택시 전화번호를 알고 있어 지금 바로 불러 줄것이니 자신이 지금 처한 상황을
사실대로 택시기사에게 이야기하고 택시기사의 휴대전화를 빌려 집에 전화를 하여 택시비를 준비하
고 기다렸다가 대문 앞에서 차 소리가 나거든 돈을 가지고 나오라고 연락하라고 하였더니 그렇게 하
겠다고 한다.
화북 개인택시를 호출하니 5분쯤 있다가 버스 정류장 옆으로 택시가 나타난다. 갈령까지 왕복 승차
의 인연으로 택시기사와 구면이 되어 인사를 나누고 청천면의 남자에게 타고 가라고 말하고서 기사
에게서 정류장 옆의 민박집을 소개받다. (민박비 20,000원)
민박집에 여장을 풀고 지난번 삼겹살집을 찾아가니 영업이 끝났다 하여 이곳 저곳 식당을 찾아 헤매
다 결국 버스 정류장 옆의 춘천닭갈비집이 영업을 하고 있어 들어가 김치찌개(4,000원)로 저녁식사
를 한다. 음식맛이 괜찮다. 시골이고 관광 비수기여서 식당들이 일찍 문을 닫는다.
21 : 00 민박집으로 돌아와 취침
방도 따뜻하고 공동샤워실이지만 온수 잘 나오고, 공동화장실도 거실 끝에 있고 지난번 화북장여관
보다 훨씬 낫다. 민박비가 좀 비싼 게 흠이다. 다음부터는 여관에 들어갈 때 방이 따뜻한지, 온수가
잘 나오는지 확인하고 숙박을 결정하여야겠다. 화북장여관에서의 경험은 귀중한 교훈이다.
◇ 산행
○ 단기 4334년(2001) 10월 27일 (토) 오전 맑음, 오후 흐림.
(제17일) - 금일 산행구간 : 밤티재 → 밀재
03 : 30 기상
"실전 백두대간"을 읽으며 지도로 오늘과 다음날 진행할 경로 확인
오늘부터 시작하여 이화령 지나 조령까지 험난한 구간인데 걱정이다.
04 : 30 면도, 세수 후 라면에 누룽지 넣고 끓여 아침 식사를 하고 식수 준비.
06 : 00 화북 개인택시 호출 (김환동씨 054 - 534 - 7447, 011 - 803 - 6463)하고 민박집 앞 길
가에서 기다리고 있으려니 바로 민박집 옆 골목에서 기사가 나온다. 택시 승차 화북면 출발.
택시를 타고 가면서 기사에게 어제 밤의 내가 소개하여 주었던 그 남자 청천면까지 태워다 주었느
냐고 물었더니 다녀왔다고 하며 주머니에 돈 8,000원 밖에 안 남았다고 안절부절을 하며, 객지생활
도 하여보지 않은 사람이라 굉장히 순진한 사람이더라 한다.
그래서 택시비를 집의 가족들에게 가지고 나오라고 연락하고서 돈 없이 타고 가는 요령도 어제 밤에
내가 가르쳐 준 것이라 하였더니 우스운 모양이다.
06 : 20 밤티재 도착
택시비 5,000원 + 새벽잠 깨워 미안하여 2,000원 추가 지불
06 : 25 밤티재 출발
늘재까지 길은 봉우리를 몇 개 넘지만 대체로 순탄하다.
07 : 50 늘재 도착
음나무 보호수 곁에 성황당이 초라하게 서 있다.
성황당 문을 열어보니 먼지만 자욱하고 음습하다.
늘재를 출발하여 약 20여분 오르니 포근한 햇살이 퍼지기 시작한다.
배낭을 벗고 앉아 썬크림을 꺼내어 산행시 매일 아침마다 하는 얼굴에 왁스칠하기 행사를 한다.
내가 산행시 얼굴이 까맣게 그슬려 오니까 두 딸들이 아빠 피부관리 잘못해 드린다고 제 어미를 구
박을 하여 대니 처는 연쇄반응으로 썬크림을 사다가 나에게 주면서 제발 좀 바르라고 성화를 대어
작년부터 억지로 발라온 썬크림이다. 자식들 때문에 이제는 얼굴도 마음대로 태우지 못한다.
09 : 40 청화산(984) 도착
오늘의 정상이다. 배낭에서 소주, 양갱, 땅콩 등을 꺼내어 정상 표지석 서너 걸음 떨어진 바위에 앉
아 정상주를 하며 표지석을 바라보니 파리 5 - 6마리가 한가로이 날았다니다 표지석에 앉곤 한다.
실전 백두대간에는 정상에서 원적사로 내려가는 길이 있다고 쓰여 있으나, 어디에 있는지 보이지를
않는다.
정상 표지석에서 약 5미터 떨어진 능선에 문경시가 설치한 안내 표지가 서 있다. 늘재 3. 5 Km(약
1시간 30분 소요), 조항산 10. 3Km(약 3시간 30분 소요)라고 되어 있는데 아무래도 이상하다.
늘재는 그렇다치고 조항산은 지도를 보니 청화산에서 도상거리가 약 5 Km정도밖에 안되고 두시간
남짓이면 갈 수 있을 것 같은데 어마어마한 거리와 소요 시간을 써 놓았으니 참으로 이상하다는 생
각이 들어 의문을 품고서 출발하다.
10 : 00 청화산 출발
이제부터 상주를 벗어나 문경 땅이다.
암릉이 간간이 나타난다.
769봉(갓바위재)에서 우측으로 내려가는 지도상의 길은 안 보인다.
769봉을 지나 조항산에 이르는 구간에서 3 - 4개의 험난한 암릉을 통과한다. 비가 내리고 있을 때
나 겨울에 얼어 있을 때에는 위험하겠다.
조항산 정상 300여 미터를 남기고 정상을 오르는데 갑자기 산 너머에서 비행기가 이륙할 때에 나는
굉음소리가 들린다. 산 너머에 웬 비행장이 있나 ? 으아 해 하며 정상으로 오른다. 오를수록 비행
기 이륙할 때 나는 굉음 소리는 더욱 커진다.
12 : 50 조항산(961. 2) 정상 도착.
비행기 소리로 생각한 굉음은 정상에 도착하여 북쪽을 바라보니 고모치광산 채석장에서 백두대간
을 향하여 돌을 캐어내는 중장비 소리이다. 여기도 백두대간이 처참하게 훼손되어 가는 현장이다.
백두대간 종주자가 많아져서 여론화되었으면 하는 바램이다.
이제 더 이상 종주자들은 대간을 훼손하는 사람들이 아니라 대간의 지킴이라는 확신이 선다.
그까짓 종주자들의 발자국에 흙 몇 줌 패어 달아나는 것이 공권력의 인허가권과 지주가 야합한 백두
대간 후벼 파내기와 비교 할 수 있을까 ?
시간을 계산하여 보니 아까 보았던 문경시에서 설치한 청화산 정상의 안내표지판의 거리는 잘못 표
시된 것이 분명하다. 나의 산중 보행속도는 상당히 느린 편에 속하는데, 10. 3Km나 되는 거리를 내
가 두 시간 15분만에 주파하였을 리가 없다. 나의 평균 산행속도는 시속 2. 5 Km 정도로서 길의 상
태가 좋으면 3 Km, 좀 험난한 구간이 있으면 2 Km를 걷는다. 길어야 6 Km도 안되겠다.
아무리 줄자로 정성 들여 재어 본 거리가 아니라 하더라도 관공서에서 세웠다는 안내표지가 너무나
공신력이 없다.
조항산 정상은 마땅한 곳이 없고 약 5분쯤 북진한 다음 적당한 그늘이 있어 등산화를 벗고 휴식하
면서, 누룽지를 참치통조림과 함께 씹으면서, 소주 반주로 점심을 때우다. 산불이 위험하여 취사를
위한 불을 안 피우고 누룽지를 오래오래 씹으니 그런 대로 먹을 만 하다.
13 : 10 조항산 출발.
능선은 평범한 길이다.
진행하면서 능선 우측을 내려다보니 고모치광산 채석장이 대간을 파먹어 들어오는 그 몰골은 처참
하기만 하다.
확인하지 못하였다.)
13 : 50 고모령 도착.
이 고모령은 다른 등산지도에는 "고모치"로도 쓰여있는 고개로서, 대중가요 "비나리는 고모령"의 그
고개가 아니다.
"비나리는 고모령" 노래에서 일컫는 고모령(顧母嶺)은 대구 시내의 민촌동에서 고모동으로 넘어가
는 나지막한 언덕의 고개이다. 동대구역에서 부산방면으로 경부선 철로를 따라가다 맨 처음 만나는
간이역이 "고모역"인데, 파크호텔과 이 고모역 사이 중간지점 쯤이 되겠다.
멀리 보이는 대야산 정상 일대의 암릉과 암벽은 절경이다.
집채바위를 지나 밀재 직전 내리막 급경사를 내려서니 밀재 안내 표지판이 보인다.
조항산에서 밀재까지는 비교적 편안한 산길이 이어져 요순시대이다. 이러한 편안함은 대야산에서
버리미기재까지의 험난한 구간을 예고하는 폭풍전야의 고요함과 같은 현상이라는 생각이 든다. 대
간 종주기록을 읽어보면 앞으로의 구간이 지독하게도 험난하다고 하였다.
15 : 30 밀재 도착
나지막하면서 아늑하고 널찍한 고개이다.
시간상으로 보아 버리미기재까지는 갈 수 없고 이곳에서 오늘의 산행을 마감하여야 하겠는데 가은
벌바 위와 송면 어느쪽으로 하산을 하여야 할지 잠시 갈등을 느낀다.
구름이 끼어 휴대전화로 내일의 일기예보를 들어보려 하나 전화 불통지역이다. 송면으로 하산하여
일기예보를 들어본 다음, 내일 비가 오지 않으면 송면에서 민박 후, 이른 아침에 택시를 타고 농바위
골의 가능한 곳까지 올라와서 밀재로 오르고, 악천후시에는 그냥 화북에서 나오는 막차를 타고 귀가
후 쉬기로 하면서 송면 쪽으로 하산하다.
하산 시작 10여분 후 사방이 훤하게 트인 곳이 나타나 휴대전화를 시도하여 보니 통화가 가능하다.
054 - 131 문경지역 일기예보 : 오늘과 내일 사이에 40 - 80mm 심한 곳은 100mm의 집중호우가
예상되며, 호우경보 예비발령, 내일의 강수확률이 100%라 한다.
043 - 131 괴산지역 일기예보 : 오늘과 내일 사이에 10 - 30mm의 비가 예상되며, 내일의 강수 확
률이 60%라 한다.
100mm의 집중호우 ? 이건 등산객에게는 천재지변이자 대재앙이다.
더군다나 밀재부터 희양산까지는 등산로가 험난한 곳이다.
송면 쪽으로 하산하길 잘했다. 송면으로 가면 화북에서 18 : 00에 출발하는 청주행 직행버스가 18
: 30 전후면 도착 할 터이니, 가서 기다려야겠다. 그리고 집에 가서 한 이틀 쉬어야겠다.
비가 이렇게 많이 내리면, 비 그친 직후에도 산길은 미끄러울 것이니 이틀쯤 후에 산행을 시작하여
야 하겠다.
날씨는 점점 흐려진다. 30분쯤 걸으니 논, 밭이 나타나고 들에서 일하는 농부들이 보인다. 지도에
표시되지 않은 농바위마을이 나온다.
농바 위마을부터 길이 포장 되어있다. 한참 걸어나가 폐교된 송면초등학교 삼송분교를 지나니 화
북면과 청천면 간의 49번이라고도 하고 32번이라고도 지도상에 표시되어 있는 포장된 지방도로
이다.
큰길 건너 규모가 제법 큰 양옥집 "이평 공용버스정류장"이 보인다.
슈퍼, 정육점, 식당을 겸한 건물이다.
17 : 00 이평 공용버스정류장 도착
맥주 1병, 땅콩 1개로 갈증을 달래며 물어보니 화북면 출발 청주행 버스는 18 : 20에 도착한다고
한다. 버스시간이 많이 남아 식당으로 들어가 적당한 소주 안주를 물어보니 주인 아주머니와 마을
의 남자 한 사람이 한쪽 편에 앉아 술을 마시고 있다가 안주는 별도로 시킬 것 없이 자신들과 합석하 여 소주나 한 병 사면 된다고 한다.
남자는 내가 지나온 농바위 마을에 사는 54세의 농부인데, 나보다 두 살 아래 이면서도 농사일에 찌
들어 60세가 넘어 보일 만큼 늙었다.
농부는 자신이 마을에서 제일 나이 어린 막내라 하며 농촌 현실을 개탄하고 분개해 한다.
농촌문제, 쌀 문제 등등의 울분 섞인 화제로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를 하다가 버스 시간이 거의 되어
밖으로 나오니 비가 내리기 시작한다.
청주까지 4,100원에 버스표 구입
◇ 귀가
○ 단기 4334년(2001) 10월 27일 (토)
18 : 25 청주행 버스에 승차.
20 : 10 청주 터미널 도착
수원행 버스가 막 출발하여 버린다. 터미널 구내식당에서 김밥 2인분을 5,000원에 구입한 후 다음
버스에
승차하니 간신히 자리를 잡게 된다.앉아서 방금 산 김밥으로 저녁식사를 때우다.
20 : 40 수원행 버스 출발 (5,400원)
22 : 50 수원터미널 도착
900번 좌석버스(1,200원)로 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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