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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두대간 종주기

◎백두대간 종주기[제6회](마)<갈령 - 밤티재>

by 박달령 2007. 10. 15.

◎ 백두대간 종주기 [제6회] (마)

 

○ 단기 4334(2001)년 10월 24일 (수) 맑음. (제16일) - 금일 산행구간 : 갈령삼거리 → 밤티재

 

04 : 00  기상
면도, 세수 후 라면에 누룽지 넣고 끓여 참치통조림 1개로 아침 식사후 널어놓은 양말을 만져보니 방이

따뜻하지 않아 전혀 마르지 않았다.  젖은 양말을 그냥 신고 나서다.

 

06 : 00  식수 준비 후 택시 호출하고 화북장여관 출발

 

10분 정도 기다리다가 택시 승차.  기사에게 화북장여관의 실정을 이야기 하니 깜짝 놀란다. 하루 종일

땀을 흘리고 등산 후에 샤워도 못하고 얼마나 고생하셨느냐고 위로한다.  다른 손님들은 화북장여관에

절 대로 안내하지 말라고 당부하니 그렇게 하겠다고 하다.

 

사방에 안개가 자욱하여 걱정하였더니, 기사의 말이 갈령에서 조금만 산 위로 오르면 안개를 벗어날거

한다.  이 일대는 항상 골짜기 계곡에만 안개가 깔려 있어 산으로 조금만 오르면 안개 위로 올라선다

한다. 그리고 밤티재에서는 휴대전화가 안되고, 늘재는 된다고 일러준다.

 

06 : 30  갈령 도착.
택시비 5,000원에 새벽잠 깨워 미안하여 2,000원 추가 지불하다.
택시기사 말대로 산을 조금 오르니 안개 위로 올라선다.

 

대간 능선과 나란히 달리는 동쪽의 맞은편 두리봉 능선 사이 골짜기에만 안개가 깔려있고 양쪽 산비

탈은 햇살이 비치기 시작한다. 어제 내려올 때는 힘이 들지 않았는데, 오늘 오르려니 힘이 든다.

 

07 : 10  갈령 삼거리 도착.
잠시 휴식 후 출발하다.  앞에 보이는 형제봉으로 생각되는 봉우리 근처에 암릉이 혹시 괴롭히지 않을

걱정이 된다.

 

07 : 40  형제봉(828) 도착
암릉은 오르지 않고 피앗재 쪽으로 우회한다.  안도감이 든다.

 

08 : 20  피앗재 도착
누군가가 비닐조각에 "피앗재"라고 써서 나무에 걸어 놓았다.
만수동으로 내려가는 등산로는 사람이 많이 다닌 흔적이 뚜렷하고, 화북면 쪽으로 내려가는 길도 희미

하게 나있는 4거리이다.


쓰러진 큰 나무에 걸터앉아 신발 벗고 휴식을 취하다.  어제 젖은 양말이 덜 말라 축축하다.

 

08 : 30  피앗재 출발

 

10 : 30  703봉 도착
초콜렛 1봉지를 간식으로 먹어본다.
피앗재에서 이곳까지 두 번에 걸쳐 간단한 휴식을 취하다.


산죽밭의 저항이 있었으나 심한 정도는 아니고 견딜만하다.
703봉을 출발하여 전진하니 산세가 수려한 속리산이 지척으로 보이고 우측의 상오리 계곡 단풍이 그림

같이 아름답다.

 

11 : 30  천황봉(1057. 7) 도착.
모처럼 추풍령 지나고 처음으로 1,000미터급 산에 올랐다.
땡볕에 파리와 하루살이 연합특공대가 산 정상을 자욱하게 에워싸고 윙윙거리며 덤벼들어 오래 지체하

못하고 비로봉으로 전진하다가 천황석문에 이르러 소주와 양갱을 꺼내어 정상주 한잔 후 출발하다.

 

국립공원 관광지 구간이어서 안내판과 돌계단, 철계단 나무계단 등이 곳곳에 잘 설치되어 있다.  절경의

릉 사이사이로 난 우회로를 따라 가끔 나타나는 산죽밭을 지나면서 전진하다.

 

12 : 30  신선대 휴게소 도착.
지도에 없는 휴게소다. 상당히 넓은 마당에 철제 원탁과 플래스틱 의자가 놓여 있는데 수십 명의 등산객

들이 자리를 차지하고서 휴게소 물건은 사지 않고 가지고 온 음식만 꺼내먹으니 휴게소 주인이 속상하나

보다.

 

영업에 지장이 있으니 속히 자리 비워달라 주의를 준다.  휴게소 매점에서 캔맥주 1개를 3,000원에 사서

당의 자리에 앉아 천천히 마시며 법주사 쪽 산아래 펼쳐지는 절경의 단풍을 감상하다.  휴게소 주인에

게 물어보니 물건은 헬기를 이용하지 않고 등짐으로 져다 올려 온다 한다.  그렇다면 캔맥주 값 3,000원

이 비싼 게 아니다.

 

50대 초반의 옆자리에 앉은 부부와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백두대간 종주중이라 하니 경이로운 눈

빛이다.

 

13 : 10  문수봉 도착.
문장대 휴게소가 가까이 보인다.  허기가 져서 잠시 쉬면서 청주의 친지 이재련씨 생각이 나 휴대전화를

니 마침 받는다.  대간 종주중 속리산을 지나면서 생각이 나 전화를 하였다고 인사를 나눈 후 이런 저

런 이야기 끝에,

 

"내가 지금 배가 고픈데 문장대 식당까지 가기 전에 혼수상태에 빠지겠으니 사무실 앞의 가까운 식당에

얼른 가서 밥 한 그릇을 내 대신 빨리 먹고 와서 전화로 먹은 거와 똑같이 이야기를 하여주면 좀 낫지 않

겠는지요 ?"

라고 농담을 하자 옆에 지나가는 산행객들이 깔깔거리고 웃어젖힌다.

 

13 : 30  문장대 휴게소 도착.
천황봉에서 이곳에 이를 때까지 공원구간이어서 급경사 험난한 구간은 나무계단이나 철계단, 돌계단

설치하였으며, 대간  표지기는 딱 한 개만 보였다.  아마 공원관리소에서 전부 제거 하나보다.


휴게소에서 시래기국밥 6,000원, 동동주 1사발 2,000원으로 점심식사 후, 식당의 식수를 얻어 보충하며

인 아주머니에게 물으니 오늘 저 아래 법주사에서부터 KBS방송국에서 "전국은 지금"이라는 프로를

만들기 위하여 단풍 촬영을 하며 이곳 문장대로 올라오는 도중이어서 공원관리소 직원들이 문장대에 쫙

깔려 있어 출입금지 된 대간길로 들어서기 힘들겠다고 한다.

 

문장대 전망대 밑에까지 두어 번 오르내리며 살펴보니 제복을 입은 공원관리소 직원들이 10여명이나 순

찰하고 있는 것이 눈에 띈다.

대간길 진입을 포기하고 네번째 커닝을 결정하다.

커닝 결정 후 하산하려는데 백운대에서 담소를 하였던 부부 등산객을 또 만나게 되어 목례로 인사하다.

 

14 : 00  문장대 휴게소 출발 - 시어동 등산로로 하산
쉴바위 지나 성불사 입구까지 도달하는 동안 좌측을 유심히 살피며 능선으로 올라가는 길을 눈 여겨 찾

았으나 적당한 길이 없다.

 

15 : 10  성불사 입구의 노점상에서 캔맥주 1개(2,000원)를 사서 마시며 슬그머니 주인남자에게 건너편

선으로 진입하는 길을 물으니 아래쪽을 가리키며 바로 앞의 산모롱이를 돌면 길이 있다고 한다. 

 

산모롱이를 돌아가니 좌회전하는 길이 보이고 "기도도량, 출입금지" 라고 쓴 팻말이 보이는 슬레이트 지

의 집 옆을 지나 능선으로 오르는 길을 따라 진행하다가  갈림길에서 북서쪽 방향을 선택하여 계속 오

르다.

 

부지런히 약 30분 오르니 사람이 많이 다닌 흔적이 있는 길이 능선 약간 밑으로 나 있는 것이 멀리 올려

보인다.  직감으로 대간길임을 느끼다.

 

15 : 40  백두대간길 진입 커닝 성공.
"함양산악회", "은령회" 등의 표지기를 만나니 반갑다.  커닝 성공 위치는 916봉과 700봉의 중간지점쯤

는 안부가 될 것 같다.

 

실거리로 약 1. 5 Km쯤 커닝을 하였나보다.
밤티재쪽으로 방향을 잡아 북동진 하니 지도에도 없는 견훤산성 갈림길 이정표가 서 있다.  594봉인 것

다.  이곳을 통과하여 밤티재가 내려다보이는 높은 곳에서 휴대전화를 시도하니 통화 불능지역이다.  

오늘 아침의 택시기사 말이 맞는다. 궁하면 통한다는 속담만 믿고 밤티재로 하산하다.

 

16 : 15  밤티재 도착 
내일까지 산행을 계속한다면 늘재까지 충분히 갈 수 있는 시간이나, 내일 저녁이 외조모님 제사다.

외숙부님이 일제시대에 중국으로 가서 사업을 하시다 해방 이후 잠시 고향에 들러서 중국으로 간다고 월

북 하신 후 소식이 두절되어 참으로 한 많은 세월을 사시다가 30여 년전에 돌아가신 분이다.

 

어떤 사람은 외가 제사를 모시면 안 좋다고 만류하기도 여러 번 하였으나, 내가 갓난아기 시절에 어머니

들일을 나가시고 외조모님이 나를 업고 다니시다 보채면 빈 젖꼭지를 물려 달래 주시던 분이시니 설

내가 불행하게 되어 쪽박을 차고 빌어먹는 한이 있더라도 나는 외조모님을 잊을 수 없고 제사도 포기

할 수 없다.

 

그래서 오늘 여기서 산행을 중단하고 귀가하여야 한다.  내가 없으면 외조모님 제사를 모실 사람이 없어

생전만이라도 모셔야 한다.


다시 휴대전화를 시도하여 보았으나 역시 불통이다.  화북쪽으로 약 2 Km 걸어 내려가 지도상 아래늘티

을 삼거리쯤에서 택시를 호출하여 화북 버스정류장에서 청주로 가는 18 : 00 버스를 타기로 하고 배낭

짊어지는데 아까 신선대 휴게소와 문장대 휴게소에서 만난 부부 등산객이 승용차를 운전하고 지나가

다 나를 발견하고 청주까지 가는 길이니 타라고 한다.

 

땀 냄새가 난다고 사양해도 타라고 하여 청주까지 편의제공을 받다.  내 몸에서 냄새가 나서 석양에 쌀쌀

날씨에도 계속하여 창문을 열고 가니 미안하기만 하다.

청주의 어딘지 모르는 곳에서 하차하여 택시를 타고 터미널로 가다. (택시비 4,800원)

 

◇ 귀가
○ 단기 4334년(2001) 10월 24일 (수)

 

18 : 04  청주 터미널 출발 수원행 버스(5,400원) 승차

20 : 00  수원 터미널 도착
7번 시내버스로 귀가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