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백두대간 종주기

◎백두대간 종주기[제14회](라)<미시령 - 진부령>

by 박달령 2007. 10. 7.

◎ 백두대간 종주기 [제14회] (라)
○ 단기 4335년(2002)  6월  6일 (목) 맑음. (제40일) - 금일 산행구간 : 미시령 → 진부령

 

03 : 00  기상
오늘은 지리산 새재마을에서 첫발을 디디고 천왕봉에 올라 시작한 백두대간의 대장정을  마무리하는  날이다.

휴대전화로 설악산지역 일기예보를 청취하니 대체로 맑겠으나, 낮 한 때 소나기가 내리는 지역이 있겠다는 예보에

걱정이 된다.

 

면도, 세수를 마치고 화장실 수도에서 물을 받아 식수를 준비 후 스테인리스 반찬통에 누룽지밥을 만들어 넣다.

오늘 진행할 구간에대하여 지도 및 자료를 읽고 예습을 하다.

 

05 : 20  여관 카운터를 지키는 총각에게 열쇠를 반환하고 밖에 택시가 돌아다니고 있으니 잡으러 나가야겠다고

하니까 콜택시를 불러주겠다고 하며 현관 소파에 앉아 기다리라 한다.  다만 택시 콜비용이 1,000원 추가된다고

하여 승낙하니, 전화를 하고 나서 자판기에서 커피를 빼다 권한다. 커피를 다 마실 때쯤 택시가 도착한다.

 

05 : 30  택시 승차하고 속초 원성장모텔 출발

 

05 : 50  미시령 휴게소 도착 (택시비 15,000원, 시외운행이므로 콜비용은 면제)
길 건너 설악산 쪽 공터에 등산객 둘이 텐트를 걷고 있는 것이 보여 건너가 인사를 하고 물으니 오늘 나하고 같은

구간을 갈 30대 후반으로 보이는 대간 종주객들이다. 나처럼 대청봉 - 희운각 구간은 소청봉으로 우회하였다 한다.

 

이 곳에서 야영을 하는데 오늘 새벽 02 : 00 경 관광버스 한대가 와서 수십 명의 등산객들이 울타리를 넘어 황철봉

쪽으로 올라갔다한다. 이 대부대의 종주객들이 오늘 또 얼마나 대간길을 황폐화시킬지 참으로 답답한 일이다.

이런 대부대들이 한번 지나간 자리는길이 넓어지는 등 폐해가 막심하게 되는데 걱정이 된다.

 

종주객들에게 미시령 - 진부령 구간을 대개 몇 시간을 잡느냐고 물었더니 6 - 7시간이라 한다.  그렇다면 휴게소에서

아침 식사를 하고 느긋하게 시작하여도 되겠다고 먼저 출발하라고 인사 후 휴게소로 되돌아오다.

 

휴게소 식당은 아직 영업을 시작하지 않았으므로 스넥코너에서 가락국수(3,000원)를 시켜 먹으면서 판매원 남자에게

오늘 진행할 산길에 샘터가 있는지 물으니 상봉 못 미쳐 약수터가 있다고 한다.

 

06 : 20  미시령(767) 출발
주유소 뒤쪽으로 형식적으로 억지로 남겨놓은 듯 보이는 칼날 같은 능선길을 따라 100여 미터 전진하니 소형 국가

시설물 왼쪽으로대간길이 이어지고 조금 더 가서 본격적인 가파른 오르막길이 시작된다.
오르다가 뒤를 돌아보니 어제 내려온 1318. 8봉 아래의 그 지루하게도 길고 길었던 너덜지대가 건너다 보인다.

 

07 : 10  샘터 도착.
이곳이 지도상 어느 지점인지 모르겠다.
미시령 휴게소 스넥코너 판매원 남자가 알려준 약수터가 여기인 모양이다.  물의 양은 많지 않으나, 파이프 끝에서

떨어지고 있어 위적으로 깨끗해 보여 여관 화장실에서 받아 준비한 식수를 모두 쏟아 내 버리고 새로 받아 넣다.

 

마루금 위에 있는 이 샘터는 지도상 표시가 없고, 샘 바로 아래는 좌우로 뚜렷한 갈림길이 있는 4거리인데 역시 지도

에 표시되지 않았다.   이 길들은 어디로 가는 길인가 ?  4거리 공터 옆에는 참호도 있다.
샘터에서 잠시 휴식 후 상봉을 향하여 오르니 상봉 직전에 너덜지대가 시작되는 돌틈에서 도마뱀 한마리가 나를 빤

히 바라보더니 사라진다.

 

이곳 너덜도 어제 지나온 곳처럼 크고 거칠은 돌이다.
너덜의 길이가 짧아 그런지 길잡이 돌무더기 표지가 없다.  어느 쪽에 숲길 들머리가 있는지도 모르는 채 약간의

불안감을 느끼며 짐작으로 이리 저리 진행하면서 어렵사리 표지기를 찾는다.

 

안되겠다 싶어 배낭을 날머리에 벗어놓고 되돌아서서 너덜에 진입하면 잘 보일만한 중간 지점에 여기저기 돌 틈을

뒤져 잔돌을 찾아돌무더기 표지를 하나 만들고, 숲길 들머리 부근으로 방향을 유도하는 돌무더기 표지를 하나 더

만들어 놓고 진행하다.  이제 후답자들을 두리번거리지 않게 하고 확실한 길잡이를 하게될 것이다.

 

숲길로 접어들어 조금 가니 가까이 바라보이는 봉우리에 둥글게 돔형으로 쌓아올린 돌탑이 눈에 들어온다.

상봉이다.

 

08 : 05  상봉 (1239) 도착
표지석은 없고 높이 약 2미터 가량의 둥글게 돔형으로 쌓아올린 돌탑이 서 있다. 서풍이 거세게 분다.
화암재를 향하여 내려서는 길은 3 - 4차례 험난한 짧은 내리막 암벽이 나오는데 모두 튼튼한 밧줄이 매달려 있어

붙들고 조금만 조심하면서 내려서면 된다.

 

08 : 35  화암재 도착
지도상에는 왼편 서쪽으로만 길이 있으나, 실제로는 오른편 동쪽으로도 뚜렷한 길이 있는 4거리이다.

동쪽 길은 아마 화암사로 내려가는 길 같다.  길 왼편에는 네 기둥에 함석지붕을 한 참호가 있다.
잠시 휴식 후 신선봉을 향하여 가파른 오르막길을 오르다.

 

09 : 00  신선봉(1204) 도착
신선봉에서 큰새이령쪽으로 500여미터가량 진행한 지점에 짤막한 너덜이 나타나고, 그 전후하여 잡목의 저항을

약간 받게 된다.

 

그리고 이 부근에서 두 군데의 3거리 갈림길을 만나 잡념에 빠져 대간길 아닌 쪽으로 50여미터정도 진행하다가

예감이 이상하여 되돌아가 길을 확인하여 표지기를 찾아 바로 진행하였으나 지도상 어느 지점인지는 모르겠다.

 

너덜에서 약 700 - 800미터 진행하면 여기서부터 큰새이령까지 서서히 낮아지는 부드러운 흙길 내리막인데 간간이

약간의 잡목의저항이 나타난다.

 

큰새이령까지는 너무 내려간다 싶을 만큼 낮아지면서 이에 따라 멀리 보이는 1058봉과 마산 봉우리는 상대적으로

하늘 높이 솟아오르는 느낌이다.  실제로 지도상에서도 신선봉과 큰새이령 사이에 계곡선(計曲線)이 5개나 지나니

500미터 훨씬 넘게 고도를 낮추는 셈이다.

 

완만한 경사가 계속되던 길은 큰새이령 직전에서 약 100여미터가량 가파른 내리막이 되는데, 길바닥의 흙이 음습

하여 미끄럼에 주의하여야 한다.

 

10 : 15  큰새이령(대간령)(642) 도착.
실전 백두대간 지도에는 고도 표시가 없으나, 성지문화사 발행 10만분의 1 도로교통지도에는 높이가 642미터로 표시

되어 있다.그러니까 신선봉에서 이곳까지는 562미터나 크게 고도를 낮춘 셈이다.

 

지도상은 왼편 남서쪽으로만 갈림길이 있는 3거리이나, 실제로는 길이 뚜렷한 4거리이다.  북동쪽 길은 아마 문암천

계곡 쪽으로 내려가다 지도상의 임도와 만나는 길 같다. 고개마루에는 각목에 판자를 잘라붙여 만든 "대간령" 안내표

지목이 서 있다.  최근에 누군가가 새로 설치한 듯 산뜻한 모습이다.

왼편 남서쪽 길은 "소간령", 지나온 남동쪽 길은 "신선봉", 진행해 나갈 대간 북진길은 "마신봉"이라 안내하고 있다.

(오른편 길은 안내표시가 없다.)

 

"마신봉"이란 지도에 없는 이름이다.  이곳 원주민들이 지도상 1058봉을 "마신봉"이라 부르는지, 아니면 "마산"을

"마신봉"이라 부르는지 모르겠다.
고개 주변에는 여기저기 옛 집터라 생각되는 평지에 돌덩이만 깔려있어 너덜을 이루고 있다.

 

편편한 돌이 깔려있어 쉬기 좋은 곳에 앉아 불린 누룽지를 꺼내 멸치볶음, 황태채볶음 등과 함께 이른 점심식사를

하고 다시 누룽지밥을 한 그릇 더 만들다.

 

고개의 공터 일대에는 아침에 미시령에서 앞서 출발한 종주객들이 여기저기 뿌려놓은 것으로 추측되는 수십 개의

건빵을 여러마리의 다람쥐들이 내가 가까이서 바라보는 것은 아랑곳하지도 않고 어디로인지 부 지런히 물어 나르고

있다.

 

11 : 00  큰새이령(대간령) 출발
이제 1058봉까지는 416미터나 고도를 높여야 한다.
잡목의 저항을 간간이 받으면서 서서히 높아지는 오르막길을 오르다.

지도상 첫 번째 암봉지점을 지나 두 번째 암봉지점 가까이 꽤 길고 넓은 너덜지대가 나타나는데, 표적 삼아 진행할

돌무더기 표지가없어 이리저리 헤매며 맞은편 날머리를 찾고 나서 배낭을 벗어놓고 막장갑을 낀 다음 원점으로

되돌아가 관찰을 하면서 적당하다고생각되는 곳 3개소에 돌무더기 표지를 만들어 놓다.

 

이제 이 정도면 후답자들에게 충분히 길 안내를 할 것 같은데 어떠할지 모르겠다. 두 번째 암봉과 1058봉 사이에서

길 오른쪽 50여 미터 비탈 아래 밀림속을 50대 남자 한사람이 헤집고 다닌다. 나물이나 약초채취꾼인지 아니면

밀렵꾼인지 또는 땅꾼인지 모르겠다.

 

13 : 20  1058봉 도착
정상에서 서쪽을 내려다보니 바위절벽이 넓게 펼쳐져 있다.  아마 지도상의 병풍바위가 여기인 모양이다.

 그러나 정상에서는 조망이안되고 남쪽으로 뻗은 능선에서나 잘 보이겠다.
이곳까지 남서쪽을 향하던 대간길은 정상에서 급하게 북서쪽으로 방향을 틀며 내리막길이다.

 

13 : 45  1058봉과 마산 중간 안부에서 2차 점심식사.
큰새이령에서 물부어 만든 불린 누룽지밥을 멸치볶음, 황태채볶음 등과 함께 소주 반주하여 식사를 하다.

이제 더 이상 식사가 필요 없을 것 같아 누룽지밥을 만들지 않는다.

식사가 끝나니 식곤증이 밀려와 배낭에 기대어 깜빡 20여분동안 잠에 빠진다.

시간여유가 넉넉하니 이제는 낮잠까지 자가며 대간길을 가는 호사도 부려본다.

 

14 : 35  마산 (1051. 9) 도착
마산 정상은 대간길에서 약 10여 미터 벗어나 있다.
정상에 서서 바라보니 1058봉 밑의 병풍바위가 비스듬히 조망된다.
마산에서 약 10여분 동안 돌과 바위투성이의 내리막길을 내려서니 부드러운 흙길이 나온다.

 

14 : 55  스키박물관 갈림길로 생각되는 3거리 도착
왼편 남쪽으로 뻗은 능선으로 길이 선명한 것으로 보아 이곳이 지도상 리프트를 지나 스키박물관으로 가는 산길로

표시된 갈림길 3거리 같다.  대간 표지기는 직진하는 길로 달려있다.

 

표지기가 달린 길로 한참 진행하니 표지기는 보이지 않고 능선 끝의 바위 위에 시멘트로 제조하여 흰색 페인트를

칠한 대형 십자가가 세워져 있고, 산길은 그 십자가 10여 미터 전방에서 왼쪽 가파른 비탈길로 내려서는데 계곡

개울에 이르도록 역시 표지기는 보이지 않는다.

 

길을 잘못 들지 않았는지 의심이 더럭 나서 지나온 3거리 원점까지 되돌아가 다시 한번 더 확인을 하여도 표지기가

가리키는 방향은내가 진행한 방향이다. 이번에는 천천히 좌우를 살펴가며 혹시 다른 갈림길이 있는지 자세히 확인

하며 십자가 구조물 앞까지 진행하였으나 갈림길은 일체 발견되지 않는다.

 

왼쪽 가파른 내리막을 다시 내려서면서 바지 주머니를 뒤져보니 길에서 주운 표지기 한 개가 있어 나무에 매달고

개울로 내려서다. 배낭을 벗어놓고 바위에서 흘러 떨어지는 물에 머리까지 감고 휴식을 취하며 배낭 속의 빈 물병에

식수를 받아 실컷 마시다.   지도를 꺼내 봐도 어느 지점인지 짐작을 할 수 없는 곳이다. 휴식을 끝내고 개울을 따라

내려가니 낯익은 노랑색 대간 표지기 하나가 달려있다.  표지기를 지나쳐 개울이 흐르는 계곡을 따라 계속 내려가니

갑자기 드넓은 마당이 나타나는데 11층(옥탑층까지 합하면 13 층 - 층수는 잘못 세었는지도 모름)의 고층아파트같은

건물 2동이 서 있는 뒷마당이다.  아마 알프스리조트 건물인 모양이다.

 

마당가를 따라 희미하게 보이는 발자국 길을 따라가니 비포장도로가 나오고, 왼쪽으로 길가의 나무에 표지기 두어개

가 달려 있어 왼쪽으로 도로를 따라가니 왼편 스키장 쪽에서 나오는 아스팔트 포장도로와 만나는 삼거리이다.

맞은편 북쪽으로 보이는 학교같은 건물이 흘리초등학교인 모양이다.

 

멀리 산비탈의 스키장 사면을 바라보면서 언젠가 읽은 프랑스의 다음과 같은 이야기가 갑자기 생각나는 건 웬일인지

모르겠다.

-  프랑스사람들이 스키에만 정신이 팔려 책을 거들떠보지도 않기 때문에 한 서점에서 다음과 같은 광고를 내어 화제를

   모은 일이 있었다.
"여러분이 책을 읽는데 더 많은 시간을 보내면 자연히 스키를 타다가 다리가 부러질 위험한 시간을 그만큼 단축시킬

수 있을 것입니다."
  
위의 이야기를 어느 책에서인가 읽고 한참 실소를 하던 기억이 난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독서열이 낮다 하지만, 프랑스 사람들은 더한 모양이다.

독서를 골절상 예방법으로 광고를 할 정도이니 말이다.

 

삼거리에서 아스팔트 포장도로를 따라 우회전하여 한참을 가니 흘리초등학교에서 내려오는 길과 만나는 삼거리에

"삼거리수퍼"라는 가게 가 보인다.  내가 걷고 있는 길은 지도상의 대간길이 아닌 것이다.
사방을 둘러보니 지질펀펀한 넓은 지형에 스키장과 관련된 영업시설의 건축물이 많이 서 있어 시가지를 이루다시피

한 것이, 꼭 추풍령 일대의 시가지를 연상케 한다.

 

삼거리수퍼에 들어가니 주인아주머니가 동네 아주머니들 4 - 5명과 마주 앉아 담소를 나누는 중이다.
배낭을 벗고 캔맥주 1개(1,600원)를 사서 마시며 백두대간 종주 중임을 말하고 진부령 가는 길을 물으니,

가게를 나서서 왼쪽으로 포장도로를 따라 계속하여 가야 한다면서, 이 일대는 군부대, 목장, 개간지, 건축물 등이

산등성이에 속속 생겨나며 대간줄기 마루금길이 없어진지가 오래되어 지금은 거의 찾을 수가 없다고 한다.

 

인사 후 밖으로 나서니 도로에서 올라오는 복사열과 하늘에서 내려쬐는 작열하는 땡볕으로 삼복더위에 버금갈 날씨

이다.  진부령까지 도상거리 1. 5 Km 이상을 걸어야 하는데 안되겠다 싶어 모자는 벗어 배낭끈에 매달고 우산을

꺼내 펴서 받쳐들고 그늘을 만들어 걸어가니 훨씬 시원하여진다.

 

도로가 지도상은 직선으로 보이지만 실제로는 여러 번 구불거리는데, 심하게 굽어지는 지점에서 왼쪽 비탈로 7 ~ 8

미터가량 급경사를 내려서도록 표지기가 달려 있는 곳이 나오나 이곳으로 내려서더라도 굽이돌아온 도로와 다시

만나는 곳인데다 붕괴 우려가 있으니 이 지름길은 이용하지 말고 그냥 도로를 따르는 게 좋겠다.

 

진부령에 거의 도달할 즈음, 오른쪽으로 콘크리트 계단길이 갈라진다. 도로를 벗어나 이 콘크리트 계단을 따라 대간

표지기가 붙어있고 조금 더 내려가면 "강원 고성전화국 흘리분기국사" 건물 정문 앞을 지나 진부령의 정상으로 내려

서게 된다.  이 길이 지름길이고, 포장도로는 멀리 돌아와서 만나게되는 길이다.

 

걸어오며 생각해보니 좀 전의 산 능선 바위 끝 십자가 구조물 왼편 비탈로 내려설 때부터 흘리 일대의 대간길은 지도

와 다르게 엉망이 되어 버리고 대간에서 멀리 그 남쪽으로 700 - 800미터, 심한 경우 1Km 이상 떨어져 마루금도 잘

보이지 않는 도로를 따라 걷는것이다.

 

막판에 와서 이렇게 허망하게 김을 빼놓으니 대간 종주를 마친다는 감격이 반감되고 기분도 그냥 심드렁해진다.
새벽에 일기예보를 청취하고 걱정하였던 소나기는 내리지 않았다.

 

16 : 50  진부령 (520) 도착.
비록 중간에 몇 번의 짤막한 커닝구간이 섞여있긴 하였지만, 순수한 산행일만 40일간의 백두대간 남한구간 대장정

이 끝나는 순간이다.

백두대간은 나에게 정신적인 면에서 화폐가치로는 환산할 수 없는 많은 가르침을 주고, 조국의 산하에 대한 애착심

을 재확인 시켜주고, 어떠한 역경에 처하더라도 이를 극복하고 헤쳐 나갈 수 있는 자신감을  심어주는 등 인생의

수양을 시켜준 산 교육장이었다.

 

그러나, 흘리 일대의 엉망이 되어버린 대간 마루금으로 김이 빠진데다 눈앞에 보이는 북쪽 길을 따라 향로봉,

그리고 금강산을 지나 백두산으로 뻗어나가지 못하는 아쉬움이 너무도 큰지라 대간종주를 마쳤다는 벅찬 감격이나

감흥 같은 것은 그만 묻혀버리고 마는 듯한 느낌이다.

 

이정표에는 해발고도가 520미터이고, 성지문화사 발행 10만분의 1 도로교통지도는 529미터로 되어 있으니 어느 쪽

이 맞는지 모르겠다.

 

길 건너 마루금에 서있는 "진부령지구 전투순적비" 앞에 가니 주변이 깨끗이 제초작업과 청소가 되어 있고, 큰 꽃

다발이 놓여 있다.오늘이 현충일이어서 헌화를 한 것이다.  잠시 호국영령에 대한 묵념을 경건하게 올리고 돌아서다.

 

향로봉 쪽 대간 능선을 올려다보니 "진부령 교회"가 마루금 위에 서 있다.
지도상에 진부령 북쪽은 고성군, 남쪽은 도로를 따라 인제군과 고성군이 경계를 이루고 있는데, 남쪽으로 도로

양편에 민가가 들어서서 자그마한 마을을 이루고 있고 경찰초소도 있다.

 

17 : 05  휴대전화를 열어보니 송수신 상태가 양호하여, 그동안 누룽지, 밑반찬 마련, 세탁물 정리, 기타 자질구레한

뒷바라지를 군말없이 하여준, 그러다 한번은 혹시나 어디에다 작은마누라 사귀어 숨겨놓고 백두대간을 빙자하여

푹 빠졌다가 오는 것 아니냐고 농담을 건네기도 하던 집의 처(妻)에게 대간 산행을 끝낸 첫 소식을 전하니 오히려

주인공인 나보다 더 감격스러워 한다.

 

버스 정류장 매표소를 겸하고 있는 가게에 들어가 캔맥주 1개(1,600원)를 사서 갈증을 달래며 가게의 주인남자에게

간성으로 가는 교통편을 물어보니 흘리에서 17 : 15분에 출발하는 시내버스가 곧 나온다 하여 길가에 앉아 기다리다.

 

◇ 귀가
○ 단기 4335년(2002)  6월  6일 (목)  맑음
17 : 25  흘리에서 나와 진부령에서 간성방면으로 가는 시내버스 승차.
속초까지 간다 하므로 요금 3,290원 지불.

18 : 35  속초 버스터미널 부근에서 시내버스 하차
도보로 5분 정도 걸어 속초 버스터미널로 가다.

 

18 : 45  강릉행 직통버스 승차 (5,300)

19 : 45  강릉 터미널 도착
택시에 승차하여 강릉역 근처 목욕탕으로 가자고 요청 (2,000원).

목욕탕 두 군데를 돌아다녔으나 모두 영업이 끝나서 목욕 실패.

 

20 : 15  강릉역으로 가서 문의하니 열차 좌석이 있다 한다.
22 : 20 출발 무궁화호 일반실 청량리행 열차표 구입. (21,200원)
강릉역 맞은편 길 건너 일식집에 들어가 알탕(5,000원), 초밥(8,000원) 등을 한꺼번에 시켰더니 상당히 많은

양인데도 얼마나 허기졌던지 소주 1병(2,000원)을 반주하여 걸신들린 듯 순식간에 먹어 치우다.

 

21 : 30  다시 강릉역으로 가서 화장실에 가니 한산한 역이어서 인적이 없어 다행이다 싶어 우선 윗옷만 벗고

세수 후 물 적신 수건으로 상반신의 땀을 고루 닦아낸 다음에 배낭에서 깨끗한 옷을 꺼내서 갈아입고,

양변기 있는 곳으로 들어가 하의를 벗고서 재빨리반신의 땀을 닦아낸 후 깨끗한 옷으로 갈아입고 나오다.

 

그리고 양말 벗고 발까지 닦아낸 후 새 양말을 갈아 신고 하다보니 시간은 22 : 00이 되었다.

 이렇게 엉터리목욕이나마 하고 옷을 갈아 입으니 몸도 개운해지고 옆 사람들에게 땀 냄새를 풍기지 않게 되었다.

 

22 : 20  청량리행 열차에 승차하고 강릉역 출발.

 

○ 단기 4335년(2002)  6월  7일 (금)  맑음

06 : 04  청량리역 도착 지하철 승차

 

07 : 55  수원역 도착.  시내버스로 귀가하다.

 

==========================================================================

 

<추신>◎ 백두대간 부실구간 보충산행

◇ 산행 구간 : 마산 → 진부령
◇ 산행 기간 :  단기 4335년(2002) 10월 27일(일) 1일간
◇ 배낭 중량 :  약 7 Kg

 

◇ 산행지로 출발

○ 단기 4335년(2002) 10월 27일 (일) 맑음.
04 : 00  집을 나서서 도보로 집 가까운 수원여고 앞 버스정류장으로 가다.

 

오늘은 인터넷 OK마운틴 싸이트에서 만난『구름나그네』님과 『최중교』님 그리고 최중교 님의

『돼지처남 권경연』등의 백두대간 완주 기념행사로 서울과 수도권에 거주하는 OK마운틴 회원 20여분이

미시령에서 진부령까지 동반산행을  하는 날이다.

 

나도 어제저녁 23 : 00에 서울 서초구청 앞에서 출발하는 버스에 합류하려 하였으나, 어머님 기제사일이어서

오늘 새벽에 출발하는 것이다.

 

진부령으로 가서 흘리마을을 거쳐 마산으로 역종주를 하여 마주 오는 일행들을 기다렸다가 환영 합류하여

다시 한번 마루금을 찾기 위하여 겸사겸사 떠나는 길이다.

 

나보다 후발 종주한 다른 이들의 산행기를 읽어보니 내가 마루금 찾기에 실패하여 마산에서 스키장 콘도

뒷마당으로  내려설때에 길을 잘못들어 가지능선인 십자가 구조물 직전에서 좌회전하여 개울을 건너고,

흘리마을에서 도로를 따부령으로 진행하였는데, 그 후에 읽어본 산행기의 자료를 토대로 다시 한번

마루금을 찾아 진행하여 보려는 것이다.

 

04 : 35  인터넷에서 검색할 때는 수원역에서 사당역행 7770번 좌석버스가 04 : 30에 출발한다고 하였는데

오지 않고, 같은 사당역행 777번 입석버스만 지나간다.

 

04 : 45  역시 7770번 좌석버스는 오지 않고 다시 777번 입석버스가 오기에 세워 승차하다. (버스비 1,200원)

버스 기사에게 물어보니 7770번 좌석버스는 오는 11월 1일부터 인터넷에 올라온 시간표대로 운행한다고 한다.

 

05 : 25  사당역 버스종점 도착.

05 : 35  잠실방면 지하철 2호선 승차

 

06 : 00  강변역 도착
강변역 바로 옆에 있는 동서을 터미널로 가서 진부령까지 승차권을 구입하다. (버스비 14,100원)

 

06 : 15  강원도 대진행 시외버스 승차
버스는 양평, 홍천, 인제, 원통의 각 터미널을 거쳐 한계령 갈림길, 백담사 입구 갈림길, 미시령 갈림길 등등

낯익은 곳거쳐 진부령으로 달린다.

 

09 : 20  진부령 도착
지난 2002.  6.  6. 대간종주를 마칠때 발을 디뎌보고 두번째 발을 디뎌보는 곳이다.
감회가 새롭다.

 진부령의 날씨는 포근하여 봄날 같다.

 

◇ 산행 시작

 

09 : 25  진부령 출발
전에 지났던 『강원 고성전화국 흘리분기국사』건물 앞으로 난 계단길을 따라 가다가 흘리마을로 가는 아스팔트

포장도로로 올라서서 10여분 걸어가는데 뒤에서 대형차량이 흘리쪽으로 오는 소리가 들려 돌아보니 대형버스여서

바라보고 서 있자 내 앞에서 멈춘다. 그리고 흘리마을로 가느냐면서 버스 기사가 친절하게도 타라고 한다.

감사하다고 인사하고 올라타니 흘리마을 주민들로 보이는 남자들 서넛이 타고 있다.

버스는 금방 알프스리조트 입구 주차장에 도착한다.

하차하면서 다시 한번 버스기사에게 감사의 인사를 하고 콘도 뒷마당 쪽으로 발걸음을 옮긴다.

 

09 : 40  알프스리조트 콘도건물 뒷마당 출발.
지난번에 하산하였던 십자가 구조물을 만나는 길이 아니고 갈림길에서 오른편 능선으로 진입하는 길로 여러개의 대간

표지기가 붙어있다. 표지기가 달린 길을 따라 천천히 오르니 스키장 리프트가 나온다.

리프트 옆을 지나 마루금을 따르니 경사가 급한 오르막길이다.  쉬엄쉬엄 오르막길을 오르면서 간간히 좌측을 살펴보니

지난번 산행시 보았던 십자가 구조물이 멀리 산자락에 서 있는 것이 보인다.

오르막길을 치고 올라 편편한 능선길을 한참 가니 지난번 산행시 길을 잘못든 갈림길 삼거리가 나온다.

이곳까지 대간 표지기는 많이 붙어 있다.

 

10 : 30  스키장 리프트 갈림길 삼거리 도착

오늘은 살펴보니 대간 표지기가 내가 올라온 스키장쪽으로 매달려 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지난 6월 6일 도착하였을때에는 우측 십자가 구조물을 만나는 능선쪽으로 붙어 있었다.

이제사 추리하여 보니 지난 겨울 스키 씨즌이 시작되면서 대간꾼들이 스키장쪽으로 내려오지 못하도록 대간

마루금이 아닌 우측 가지능선쪽으로 옮겨 붙인 것이 아니었던가 하는 의심이 간다.

 

길 옆에 있는 넙적한 돌 하나를 주워다 매직펜을 꺼내 『주의.  대간길 아님』이라고 쓰는데 돌 표면이 굴곡이

심하여 글씨가 잘 안된다. 억지로 써서 내가 지난번에 길을 잘못 들었던 가지능선 쪽 길가에 눈에 잘 띄는 곳에

세워두고 마산을 향하여 출발하다

 

10 : 50  마산(1051. 9 m) 도착. 날씨는 맑다.
대간길은 마산 정상을 디디지않고, 정상 우측 10미터 떨어진 곳으로 우회전하여 남쪽의 병풍바위쪽으로 나있다.

 

마산 봉우리는 을씨년스럽다.

정상 바로 옆에 군부대에서 지어 사용하였던 것으로 보이는 한평 넓이 정도의 자그마한 초소가 폐가가 된채

엉성하게 서 있고, 정상에는 힘껏 두들겨야 겨우 둔탁한 소리가 나는 쇠파이프를 잘라 만든 길이  50센티

정도의 쇠종이 가는 쇠파이프지주에 매달려 있다.

 

1 Km쯤 떨어진 병풍바위쪽을 바라보니 20 ~ 30명은 되어보이는 산행객들이 무엇을 하는지 분주히 움직이다

멈추었다 하기를 반복하고 있다.  구름나그네 님과 지리산 님이 인솔하는 환영산행 OK마운틴 회원 일행인 것 같은데

쪽으로는 올 생각도 하지 않고 움직이 다가 멈추다가를 반복하기를 계속하는 것으로 보아 아마 기념사진들을 찍는

같다.

 

휴대전화기를 꺼내보니 송수신 상태가 양호하다.  내가 만나려고 하는 일행인지 여부를 확인하려고 전화번호를

메모종이를 꺼내 보면서 구름나그네 님에게 전화를 하니 전화기가 꺼져있다 한다.
다시 『동촌』님에게 전화를 하니 역시 전화기가 꺼져 있어 음성메시지를 남긴다.
"이 전화가 OK마운틴의 동촌 님 전화가 맞습니까 ?  저는 OK에 박달령입니다.  들으시는 즉시 전화 하여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전화번호 011 - 332 - 3365 입니다."

 

음성메시지를 남기고 기다리자니 지루한데 병풍바위쪽의 산행객들은 계속하여 분주하게 움직이다가 멈추다가를

반복하기만 할 뿐이다.

하릴없이 무료하여 폐가가 된 초소에 들어가 바람을 피하니 한결 낫다.

초소 바닥에 앉아 배낭에서 피리를 꺼내 불어본다. 구슬픈 가락은 초소 밖으로 스멀스멀 밤안개처럼 퍼져 나간다.

 

한 10여분이나 지났을까 한데 폐초소 뒤의 마산 정상에서 『땡땡땡』하는 둔탁한 종소리가 난다.

불던 피리를 천천히 멈추고 폐초소를 나서서 마산 정상쪽으로 올라서려니 낯선 남자 산꾼 두분이 바라본다.   
인사를 하며 『혹시 지리산 님과 구름나그네 님 일행 아니십니까 ?』하고 물으니 그렇다고 한다. 

편에서 걸어나오는 여자 산꾼 한분의 얼굴을 보니 낯익다.  OK마운틴 회원인 필명『일사구이』님이다.

반갑게 인사를 하니 일사구이 님이 날더러 『대금』소리가 듣기 좋다고 더 불어보라고 조른다.

『피리』를 『대금』으로 착각을 한 것 같다.

 

인사를 나누는 사이에 일행들이 속속 도착한다.

작년에 계룡산에서 뵈었던 지리산 님에 뒤이어 오늘의 주인공 구름나그네 님이 도착하여 반가운 포옹을 하여본다.

오늘의 주인공들 중의 한분들인 최중교님과 돼지처남 권경연님과도 인사를 나눈다.

 

대단히 미안하게시리『김귀천』공의 얼굴을 미쳐 알아보지 못하는 실수를 저질러버렸다.

그리고 20여 회원 여러분차례로 인사를 나누는데 워낙 숫자가 많아 인터넷 필명 따로, 얼굴 따로 각각 놀아 기억을

잘 못하겠다.

밤도깨비 님, 동촌 님, 겨울나그네 님, 에버그린 님, 쌍빠 님, 송비 님 등등 나중에 만나면 얼굴과 필명을 연결시켜서

기억을 못한다고 섭섭하다는 원망을 듣겠다.

 

11 : 20  마산 출발
이제부터 마산에서 진부령까지 지난 종주때 제대로 밟지 못한 마루금을 찾아 걷는 길이다.

여기서부터 진부령까지는산행거리도 짧은데다가 마루금 찾기에 골몰하면서 각 지점별 도착 및 출발시간은 큰 의미가

없기에 기록을 하지 않기로 하고 진행하다.

 

알프스리조트 스키장과 십자가 구조물방면 능선 갈림길 삼거리 도착.
사방을 둘러보니 지난번에 내려갔던 우측길은 대간길에서 새끼 쳐나간 가지능선이 분명해 보인다.  조금 전에 올라왔

좌측길로 3 - 4분정도 진행하니 또 삼거리 갈림길이 나온다.  이 곳에서는 우측길로 가야 한다.

 

잠시 후 부드러운 능선길이 끝나고 스키장쪽 가파른 내리막길로 대간 마루금은 이어진다. 스키장 리프트 옆을 통과한

마루금을 따라 전나무 숲으로 진입하여 한참을 내려가니 12층 내외의 고층 알프스 콘도 2동이 서있는 뒷마당에 도착한다.

지난번 산행시에 길을 잘못들어 십자가 구조물 직전에서 산비탈로 내려서서 개울을 건너온 길과 만나는 지점이다.

 

콘도 뒷마당 한쪽편으로 사람들의 왕래가 많아 발길에 다져져서 길이 된 곳을 따라 가다가 제방처럼 된 흙언덕을 넘어

콘도 뒷마당을 벗어나니 아스팔트 포장도로의 고개마루인 눈물고개에 이른다.

 

눈물고개 도착.
눈물고개에서 포장도로를 건너 왼쪽에 있는 밭둑으로 대간 마루금이 이어지는 것 같아 밭으로 올라서서 밭둑을 따라

몇 걸음 가면서 양쪽을 살펴보나 대간 표지기는 보이지 않는다.

거리가 멀지 않아 밭둑 끝까지 진행하니 포장도로에서 갈려나온 비포장 농로가 나오고 대간 표지기가 보인다.

 

대간 표지기는 비포장 농로를 건너 맞은편 숲속길로 이어지지 않고 농로를 따라 우측으로 달려있다.

농로를 따라 100여미터 진행하니 대간 표지기는 다시 왼쪽 넓은 초지 가운데 소로쪽으로 달려있어 이 소로를 따라가면서

맞은편 큰 건물을 살피니 군부대 막사다.  마산쪽에서 멀리 보이던 이 건물이 처음에는 흘리초등학교인줄 알고 왔는데,

가까이 다가와서 보니 군부대 건물이다.

 

소로길은 군부대 철조망 울타리 앞에서 다시 왼편으로 콘크리트 포장도로로 바뀌고 조금 진행하니 군부대 정문에서

또 왼편으로 철조망을 따라 휘어진다.  철조망 끝에 이르니 길은 콘크리트 포장도로를 버리고 오른편으로  철조망

을 따라 산길로 오르게 된다.  군부대 시설물이 없었더라면 막사 뒤편이 대간 마루금이 될터인데 울타리에 막혀 우회를

하며 철조망 따라 진행하게 되는 것이다.

 

완만한 경사를 한참 오르니 철조망이 끝나고 산길은 한적한 소나무 숲속으로 접어들어 얕은 산자락을 넘어 완만한 내리막

길로 묘지를 지나니 콘크리트 포장도로가 나온다.  콘크리트길로 내려서서 오른편으로 도로 따라 가면서 오른편산비탈을

살피니 군부대 시설때문에 마루금을 걷지 못하고 이 콘크리트길로 우회하게 되는 것을 확실히 느끼겠다.

 

간간히 대간 표지기를 만나면서 콘크리트 포장도로를 약 1 ∼ 1. 5 Km가량 진행하니 흰색의 벽으로 된 기와집이 보인다.

기와집 못미쳐 길가의 밭에서 일하는 원주민으로 보이는 50대 정도의 남자에게 이쪽으로 등산객들이 지나다니는지 물으니

백두대간 하는 사람들 왕래가 많다고 대답하며 흰색 기와집 뒤편길로 가라고 한다. 

 

원주민이 가르쳐 준대로 콘크리트 포장도로를 벗어나 왼편 비포장 농로 갈림길로 접어드니 군부대 뒷산에서 넘어오는 마루금

길을 이제야 다시 만나게 된 것이다.  비포장 농로를 따라 마루금길은 남쪽으로 급히 굽어지며 한참 진행하니 길 왼편에 노루

목장이 있다.  노루목장을 지나조금 가니 길은 다시 콘크리트 포장농로로 바뀌고 또 조금 가니 비포장 농로로 바뀐다.

 

평지에 가까운 마루금 길을 농로를 따라 한참 가니 길 오른편에 철조망 울타리를 둘러친 컨테이너박스 통신시설 비슷

시설물이 나오고 이 시설물을 지나 한 10여미터 진행하니 비슷한 시설물 정문이 나온다.  이 통신시설로 보이는 시설물

정문앞에서 오른편으로 나 있는 길을 따라 숲길로 접어들어 한참 진행하니 군용 교통호가 가로 막는다.

 

교통호에서 어느쪽으로 가야할지 몰라 우선 오른쪽으로 교통호를 따라가니 사람 지나다닌 흔적의 발자국이 보이지 않

되돌아서는데 왼쪽으로 갔던 일행이 길을 찾았다고 소리 치기에 왼쪽으로 내려가니 도로가 내려다 보이는 절개지에

50 cm 가량의 초록색 빗물 배수로가 매설되어 있다. 

이 배수로를 몇발짝 따르다가 절개지 가파른 흙절벽을 조심스럽게 10여미터 정도 내려가 아스팔트 포장도로에 내려서

한전기공에서 세운 백두대간 기념비 부근이다. 

 

여기서 다른 일행과 떨어져 최중교 님과 둘이서 아스팔트 포장도로를 따라 동행을 하게 되었는데, 며칠동안 악천후 속

강행군 끝이라 그런지 다리를 절룩이는 것 같기도 하고 어기적거리는 것 같기도 하는 몹시 거북스러운 걸음걸이다.

그리고 자주 다리 근육풀기 운동을 하는 모습으로 보아 무척 고통스러운데도 억지로 참아가며 걷고 있는 것 같다.

포장도로를 따르다가 오른편 샛길『강원 고성전화국 흘리분기국사』앞 계단길로 최중교님을 안내해 내려서니 진부령이다.

 

13 : 20  진부령(520) 도착
중간에 군부대 시설로 인하여 그 일부분의 마루금은 밟지 못하였으나, 그래도 오늘 마산 - 진부령 구간에서 가장 마루
금에

근접한 산행을 하여, 지난번 대간산행시 길을 잘못들어 가지능선 쪽으로 십자가 구조물을 경유하여 흘리에서 진부령까지

아스팔트 포장도로따라 걸으면서 느낀 허무하였던 감회에 대한 보상은 충분하고 개운하게 된 셈이다.

 

최중교 님과, 돼지처남 권경연 님은 여러분의 친인척들이 환영을 나와 꽃다발을 건네며 축하 인사를 하기에 분주하다.

구름나그네 님도 OK마운틴 서울 수도권 회원 님들이 마련하였는지 꽃다발을 받는다.

 

서울 수도권 회원님들이 마련한 구름나그네 님 몫의 백두대간 완주기념 현수막과 최중교 님 처남매부 두분 몫의 같은

현수막이 차례로 진부령 표지석 앞에 내걸리고 그 앞에서 기념촬영들을 하는가 하면 구름나그네 님에게는 마련해 온

기념패 전달식 등이 거행되느라 왁자지껄 소란한 가운데 상당한 시간이 소요된다.

 

나도 기념촬영의 모델이 되어본다.  내가 홀로 대간산행시에는 배낭의 중량을 줄이느라고 카메라를 휴대하지 않았고,

환영객들도 없어 사진이 남은게 없었는데, 이제 남의 대간완주 기념행사에 사진모델이 되어 보는 것이다.

 

사진모델이 되는 절차가 끝나고 나니 동행하였던 여자회원 님들 중 한분이 나에게 인사를 한다. OK마운틴 서울거주

회원인『아침이슬』님이다.  마산에서 갑자기 뜬금없이 나타난 내가 처음에는 우연히 합류하게 된 이방인인줄 알았는데

진부령에 도착하여 이야기를 들으니 필명 『박달령』이라는 OK마운틴 회원이라는 사실을 이제야 알았노라며 거듭

반가워 한다.

 

◇ 귀가

 

○ 단기 4335년(2002) 10월 27일 (일)

 

14 : 00  진부령 출발 최중교 님과 돼지처남 권경연 님 및 그 가족 일행은 속초 → 강릉 → 대구 방면으로 귀가하기

하여 먼저 출발하여버리고, 구름나그네 님과 서울 수도권 거주 OK마운틴 회원님 일행은 전세버스로 나중에 출발하다.

 

14 : 20  백담사 입구에서 점심식사

지리산 님이 주선하는 처음 들어간 식당은 만원이어서 다시 다음 식당에 들어가 식사를 주문하고, 식사가 나오기 전에

동동주와 소주를 시켜 먼저 마시기 시작하다.

 

우리 배달민족의 식사 순서가 원래 『선주후반(先酒後飯)』즉 반주를 먼저 몇잔 들이키고 나중에 밥을 먹게 되는 것이니까

제대로 순서를 지키는 셈이다.  그래서 조상님의 기제사를 지낼때도 그렇고 다른 모든 제례 절차에서도 먼저 술 석잔을

『초헌(初獻)』,『아헌(亞獻)』,『종헌(終獻)』이라 하여 올리고 난 후에 『개반삽시(開飯揷匙)』라하여 밥그릇 뚜껑을

열고 수저를 꽂아놓는 제례순서를 정해놓은 것이다.

 

동동주와 소주 아무거나 잔이 오는대로 받아 섞어 몇잔 마시고 났더니 상당히 취기가 오른다.

옆자리의 밤도깨비 님께 오늘 행사의 총무 보시는 분이 누군지 물으니 구름나그네 님과 나 두사람은 경비 갹출 대상에

제외시켰노라는 대답이다. (또 공짜여행을 하게 되었으니 거의 대머리가 되어가며 몇올 남지 않은 머리칼이 성하게

견뎌나지 못하겠다. 허허.)

 

15 : 10  전세버스 출발 - 서울로 향하다.
일요일 오후라서 귀경길 차량 증가로 지체와 서행을 반복하며 버스는 거북이 걸음이다.
중간에 어느 곳인지 잘 기억이

나지 않는 휴게소에 정차하여 용변을 해결하고 가락국수 한그릇씩을 저녁식사로 때운 후 다시 출발하다.

 

일행들이 권하는 소주를 간간히 한잔씩 받아마시기도 하며 옆자리의 구름나그네 님과 김귀천 공, 지리산 님을 비롯한

여러분들과 담소를 나누기도 하다가 잠깐씩 졸기도 하면서 무료한 지체 서행길의 시간을 보내다.

 

서울이 가까워지니 간간히 한두사람씩 중간 하차를 한다.
동촌님도, 지리산 님도 중간하차 하고, 구름나그네 님도 택시를 타고 강남고속터미널로 가서 대전행 심야고속버스에

승차하기 위하여 중간 하차를 한다.

 

23 : 30  서울 양재 지하철역 도착
양재 지하철역 바로 옆에서 출발하는 3000번 수원행 좌석버스를 한참이나 기다려 승차하다. (버스비 1,400원)

 

00 : 30  수원여고 앞 버스정류장 도착
좌석버스에서 하차하여 도보로 귀가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