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斷想·雜談

오랫만에 광교산의 야생 고양이를 만나다.

by 박달령 2017. 6. 6.

단기 4350년(2017) 6월 3일 (토)

상광교동 13번 시내버스 종점에서 출발하여 사방댐 위의 갈림길에서 토끼재로 오르는 길을 따라 한참 오르던 중, 토

끼재 능선을 약 150m 가량 앞두고 급경사 목재 계단길이 시작되는 지점에 11:20 경에 도착하여 설치된 긴의자에 앉

아 쉬면서 숨고르기를 시작하는데, 바로 옆에서 고양이 울음소리가 난다.


고개를 돌려보니 내가 앉은 바로 곁의 계단 밑에서 고양이가 나를 보면서 입맛을 다시는 것이 배가 고프니 먹을 것이

있으면 달라고 애원하는 표정이 분명하다. 즉시 배낭을 열고 과자를 싼 비닐봉지를 꺼내어 열은 다음 행동식으로 준비

한 쵸콜렛을 섞어 만든 긴 과자를 꺼내 반쯤 먹고난 다음 나머지 반토막을 고양이에게 던져 주었더니 즉시 입에 넣더

니 오물오물 씹어먹는 모습이 예쁘다.


과자를 꺼내어 또 반토막을 던져주었더니 맛있게 먹어치운다. 지나가는 등산객들이 이 모습을 보더니 과자만 주는게

아니고, 점심 반찬으로 준비한 소시지 튀김한 육류 식품도 던져주니 아주 맛있게 부지런히 먹는 모습이 귀엽다.


어떤 등산객은 물병을 꺼내더니, 계단 밑에 놓여있던 빈 물사발에 물을 부어주니, 이 물도 여러 번 핥아 먹는다.

최근 장기간의 가뭄으로 개울물이 말라붙어버리자 이 야생 고양이의 식수난을 걱정하는 어느 등산객이 이쪽으로 오르

는 날 집에서 사발 한 개를 가져다가 놓아준 것 같았다.


내가 즉흥적으로 "야생 고양이"라고 썼지만, 엄격하게 따지자면 이 고양이가 사람들에게 가까이 접근하려는 습성이나,

사람을 바라보는 시선과, 던져주는 음식을 즉시 받아먹는 모습 등으로 미루어 야생에서 태어나 성장한 정통 야생 고양

이는 아니고, 사람이 기르다가 버려진 고양이일 것으로 추측이 되지만, 현재 살고 있는 환경이 야생상태이기 때문에

그냥 야생 고양이로 부르기로 한다.


내가 이 야생 고양이에게 호감을 가지고 글을 쓰는 이유는 날마다 사람들이 고양이에게 사료를 가져다 줄 수는 없을

것이고, 평소 먹이활동을 하려면 산비탈을 누비고 다니면서 유해조수(有害鳥獸)로 분류되는 덩치가 작은 야생 들쥐를

사냥하여 잡아먹을 것이므로 광교산 일대의 유해조수 도태에 기여할 것이라는 기대감에서이다.


어떤 등산객은 광교산에 서식하는 다람쥐도 잡아먹힐 것으로 걱정을 하지만, 고양이는 나무를 타고 오르지 못하지만,

다람쥐는 나무를 잘 타고 이동을 하므로 고양이에게 많은 피해는 당하지 않을 것이고, 나무를 잘 타지 못하는 들쥐처

럼 90%이상 도태되지는 않을 것으로 생각한다.


또한 야생 고양이는 산림을 황폐화 시키거나 산림과 인접한 농지의 농작물에 피해를 입히지 않는다. 이러한 피해는

광교산에도 서식하는 야생 멧돼지떼들에 의하여 저질러지고 있는 실정이다.




▼ 광교산의 토끼재를 약 150 여 미터 앞둔 급경사가 시작되는 지점에서부터 설치된 목재 계단길





▼ 목재 계단 옆에 어느 등산객이 놓고 간 것으로 추측되는 고양이의 물사발

(물사발이 놓여있는 계단 밑 공간으로 고양이가 들락거리는 걸로 보아 계단 밑이 야생 고양이의 거처인 것으로 추측된다.)




▼ 야생 고양이의 모습 (1) (나를 비롯한 등산객들이 던져준 먹이를 실컷 먹고 배가 부른 듯한 표정이다)





▼ 야생 고양이의 모습 (2)





▼ 야생 고양이의 모습 (3)



이 광교산의 야생 고양이는 2~3년 전까지는 이곳에서 직선거리로 약 300~500m 위쪽에 있는「노루목대피소」주변에서

자주 그 모습을 보아 왔었다. 그런데 노루목대피소 주변에서는 먹이를 주는 등산객이 별로 없어서였는지 그 이후로는 그

모습을 볼 수가 없어 행방이 궁금했었는데, 오늘에야 내 눈에 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