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나이 여섯 살 개구쟁이 시절이었다.
시골 농촌이니 차 조심, 사람 조심 해가며 뛰노는데 제약을 받을 필요가 없는 환경에서 마음 내키는 대로 발길 닿는대로 걷고 뛰고 뒹구는 것이 날마다 반복되는 것이, 나의 생활이었다.
당시 내가 살던 곳은 전라북도 김제군(지금의 김제시) 봉남면 대송리 마을 어느 농가였다. 그 곳은 6. 25
한국전쟁으로 피난 비슷하게 출생한 집에서 이사하여 거주지를 잠시 옮겨 임시로 살던 곳이었다.
드넓은 텃밭이 있는 커다란 농가였는데, 마당가에 장독대가 있었고, 장독대 옆에는 텃밭 쪽으로 약간
으슥한 곳에 두어 평 정도의 딸기밭이 있었다. 이 딸기밭은 초여름부터 딸기가 열리기 시작하면 여섯 살 코흘리개 꼬마인 내가 매일 들어가
딸기를 따먹으며 놀던 곳이었다. 딸기는 따먹고 나서 하룻밤을 자고 나면 어제는 파랗던 딸기의
열매가, 다시 붉게 익어 있었기 때문에 매일 매일 먹을거리의 과일이 되었다.
그러던 어느 날, 그 날도 점심때가 거의 될 무렵 딸기밭에 들어가 익은 딸기를 부지런히 따서 저고리 주머 니에 담은 다음 한숨 돌리며 선 채로 정신없이 먹어 치우기 시작하였다. 그러던 중『△△야 ! 밥 먹어라 !』 하고 점심을 먹으라고 어머니가 부르시는 말씀을 듣고 엄마의 말소리가 나는 쪽으로 고개를 돌리며 그 쪽 으로 갈 양으로 먼저 발걸음을 뗀 오른쪽 발에 체중을 집중하며 왼 발을 들어 걸어가려고 하는 순간이었다.
체중이 실린 오른쪽 고무신을 신은 발바닥에 뭉클 하는 감촉이 오더니『딱 !』하는 기묘한 소리가 들림과
동시에『스르륵』하며 뱀 한 마리가 재빨리 달아나는 것이었다. 얼핏 순간적으로 보게 된 뱀은 크기가 중간치
정도는 되어 보였는데, 내 발 밑에서 달아나다가 장독 밑의 큰 돌덩어리 틈바구니로 사라져버렸다. 불과 5 ∼10
여 초 동안 순간적으로 보인 뱀은 지금 생각하니 독사는 아니었을 것으로 추측이 된다.
내가 알고 있는 상식으로는 독사는 밟으면 바로 반사적으로 밟은 사람의 발을 공격하여 물어 버리게 되었었는데, 그 뱀은 나에게 상처를 내지 아니하고서, 내가 밟았던 발에서 몸부림치며 빠져 달아나버렸으니 독사가 아니었을 것이다.
그 순간 혼비백산한 코흘리개 꼬마인 나는『으아아, 으악~!!!』비명을 지르며 엉덩방아를 찧고 뒤로 넘어졌다가,
얼결에 다시 일어나서 그 자리를 도망쳐 버렸다. 이 일은 내가 생애 최초로 뱀을 무서워하고, 싫어하고, 세상에서
가장 징그러운 동물로 생각하게 된 경험적 사건이 되었던 것이다.
그리고 그 후 수십 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오른쪽 발바닥 밑에서 뭉클『딱 !』소리가 나고 바로 이어서『스르륵』 소리가 나면서 도망치던 뱀을, 머릿속에 가끔씩 떠올리면 소름이 돋고 진저리가 쳐지는, 생생하게 간직하고 있는 잊을 수 없는 추억의 한 토막이 되어 버렸다. 그리고 앞으로도 이 일이 머리에 떠오를 때마다, 진저리를 치게 될
것이다. 그래서 지금까지도 잊어버릴 수가 없는 공포감이 일어나는 , 사고행각을 일으키는 징그러운 뱀의 악행 (惡行)이 되어버린 사고가 되어버린 사건이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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