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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록(追憶錄)

5년동안 쓰던 부채와의 이별

by 박달령 2010. 11. 5.

단기 4343년(2010) 10월 30일...

5년 전부터 산행할때 사용하던 부채가 더 이상 사용할 수 없을만큼 낡아서 폐기처분을 하였다.

아주 오래 전부터 나는 봄부터 가을에 이르는 동안 산행을 할 때면 항상 부채를 배낭에 넣어가지고 다니

휴식을 취할 때마다 꺼내어 부채질을 하는 것이 습관이 들어 있었다.

 

산길을 오르내릴때 더워서 땀을 흘리다가 휴식할 때 물을 한 모금 마신 다음 부채질을 하면 그냥 쉬는 것

보다는 부채의 바람이 감미롭게 느껴질 만큼 기분이 좋다.


전국 방방곡곡 산행을 다녀 보아도 산에서 부채질을 하는 산행객은 나 이외에는 목격하지 못했다.

그러나 나는 한 번 부채질의 맛을 안 다음에는 봄부터 가을까지 부채가 산행 필수장비가 되었다.

 

이 부채는 한 해 여름을 나고 나면 끝부분이 해져서 너덜너덜해진다. 가을까지 그럭저럭 사용하다가 초겨

울이면 너덜거리는 끝부분을 한지(韓紙)를 덧붙여 수선하여 말린 후 그 이듬해 봄에 다시 사용하곤 했었다.


그러던 것이 5년이라는 세월이 지나고 나니 이제는 중심부분까지 접히는 부분이 찢어져 종이를 덧붙여 수

선을 할 수 없는 지경까지 이르러 폐기처분을 결심하게 된 것이다.

 


▼ 5년동안이나 산 속에서 봄부터 가을까지 나의 몸을 시원하게 해주었던 부채

(부채 끝부분의 접히는 부분이 해져서 갈라지면 한지를 잘라 붙여 수선을 한 흔적이 표시가 난다.)

 


그런데 5년이라는 장구한 세월동안 나를 시원하게 해주었던 부채를 막상 수명이 다하여 폐기처분 하려니

섭섭하고 서운하여 사진으로나마 그 흔적을 남겨보기 위하여 이 글을 쓰는 것이다.

사람이건, 생물이건, 무생물이건 정들었던 대상과의 이별은 결코 즐거울 수가 없다.


그러나 어찌하랴 !

부채와의 인연이 여기서 다 한 것을...

이제 집안 어디엔가 있을 새 부채를 찾아내어 내년 봄을 준비하여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