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기 4332년(1999) 6월 6일 설악산자락 남교리를 06 :00에 출발하여 십이선녀탕 계곡의 절경을 감상하며천천히 계곡 상류로 오르기를 두어시간,
철철 쏴아 소리를 내며 흘러내려가는 냇물을 건너게 되었는데 때마침 피곤도 하고 목도 타던 참이라 냇가에배낭을 벗고 앉아서 물컵으로 연거푸 석잔이나 유리알처럼 흐르는 맑은 물을 떠서 거침없이 배가 부르도록 마시고 휴식을 취한 다음 일어나 약 200 여미터쯤 올라가니 어느 산악회 산행인지 관광버스 한차 정도 되는40 여명의 남녀가 냇가에 널부러져 앉아 냇물에 발을 담그고 즐겁게 담소를 나누고 있었다.
냇물소리가 너무 커서 가까운 거리의 사람소리를 듣지 못하고 물을 떠마신 결과 발씻은 물을 먹게 되었던 것이다. 물어보았더니 이른 새벽 03 :00 경에 장수대에서 출발 대승령으로 올랐다가 내려온다고 하였다.
그들에게 웃으며 말하였다.
"방금 요 아래에서 냇물을 떠마셨는데 물에서 발꼬랑내 같은 냄새가 나기에 왜 그런가 하였더니 여기서 발들을 담그고 계셨군요."
그랬더니 죄송하게 됐다고 여럿이 돌아가며 나에게 사과를 하는 것이었다.
12선녀탕 계곡 입구에서 04:30경에 라면을 끓여 아침 식사를 하는 동안 나보다 먼저 입산을 하는 산행객은한 사람도 없었기에 06:00경에 입산하여 08:00경에 안심하고 흐르는 냇물을 떠 마신 것인데, 설마 장수대에서 야간산행을 하여 12선녀탕 계곡으로 하산을 하는 산꾼들이 있을줄은 꿈에도 생각지 못한 나의 불찰이었던 것이다.
각설하고,
원효대사는 밤중에 모르고 마신 바가지의 물이 아침에 깨어나 해골에 고인 빗물임을 알고 토하는 순간 "일체유심조 (一切唯心造)"의 깨달음을 얻었다는데, 나는 그만 수도를 하지 못한 속인이어서 도를 깨우치고 성불을 할 절호의 기회를 놓진 것이 지금도 못내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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