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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금소총

선인들의 해학 - 고금소총(古今笑叢) - 제26화

by 박달령 2007. 10. 23.

♡ 둘 다 그렇고 그렇다. (甲乙兩人)

갑(甲)과 을(乙) 두 사람이 옥중에 함께 있으면서 서로 위로하여 갑이,
"우리가 이렇게 감옥에 들어왔으나 그 들어온 것이 원래 별다른 것이 아닌 듯 한데 당신은

무슨 죄로 이렇게 되었소 ?"

하고 묻자 을이,

"나는 엎드려 자다가 이렇게 되었소."

하니 갑이,
"아니 엎드려 잔 것이 왜 죄가 되오 ?"

하고 물었다. 을이,
"배 밑에 사람이 있었기 때문이지요."

하고는,

"당신은 어떤 연고로 여기에 왔소 ?"

하고 물었다. 이에 갑이,
"나는 어떤 밧줄의 끝을 잡고 간 이유로 왔지요."

하고 대답하자 을이,

"아니 밧줄을 잡은 것도 죄가 되오 ?"

하고 물었다. 이에 갑이,
"밧줄의 끝에 어떤 짐승이 매달려 있었기 때문이오."

라고 대답했다.

을은 남의 유부녀를 간통하다가 들어왔고, 갑은 남의 소를 훔치다가 들어온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