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초 작성처 : OK마운틴/ OK광장/ 산꾼들의 잡담/ 작성자 : 박달령/ 작성일 : 2003-02-16
제목 : 정월 대보름 유감
어제가 음력「정월 대보름날」이었다. (주 ; 이 글을 쓴 당시의 양력 2003년 2월 15일)
서양 양코쟁이들의 명절이라는「발렌타인데이」라던가 뭔가 하는 날과 겹쳐져서 초컬릿은 불티나게
팔리는데, 부럼이나 나물, 오곡(五穀) 등등 정월 대보름날 만들어 먹던 전통 세시풍속 음식은 예년에
비하여 별로 많이 팔리지 않았다고 방송 뉴스에서 전한다.
백인 우월주의에 굴복하여 우리 전통문화를 미신으로 야만시하면서 점점 백인문화에 종속되어가는
이러한 세태를 바라보고 있으려니 그저 씁쓸하기만 하다.
그러나, 정월 대보름 세시풍속을 돌아보면 우리 선인들의 과학적 사고가 놀랍다는 생각이 든다.
옛날에는 비닐하우스 같은 농업시설이 없을때라 겨울에서 봄으로 계절이 바뀌는 길목인 정월 대보름
쯤이면 초겨울에 담갔던 김장김치도 거의 떨어져 가고, 사람의 신체에 필요한 비타민을 비롯한 과일
이나 잡곡, 채소 등에서 섭취하여야 하는 여러가지 영양소의 결핍현상이 시작되는 시기이다.
이 때에 가을에 추수하여 갈무리 하였던 호도, 땅콩, 밤 같은 견과류를 꺼내어 "부럼"이라는 이름으로
먹기 시작하고, 역시 말려서 갈무리 하였던 채소류인 나물도 꺼내 요리하여 먹기 시작하는가 하면,
잡곡을 꺼내 오곡밥을 지어먹기도 하면서 편식으로 결핍될지도 모를 각종 영양소를 보충하며 봄나물
새싹이 돋아나올 때까지 견뎌냈던 것이다.
우리 선조들께서는 이러한 비밀스러움을 어떻게 알아내었을까 ? 정말 신기하기만 하다.
그런데 지금 우리 사회에서는 이를 마치 미신인양 야만시하며 잊어가고 있는 것이 안타깝기만 하다.
이러한 보존의 값어치가 충분한 전통문화를 되살려내어 유지하는 노력을 할 수는 없을까 ?
찾아보면 방법이 없는 것도 아닐것이다.
여러 분야에서 우리 전통문화를 보존하고 계승 발전시켜 나가려는 노력과 결실들이 많이 있으니까...
구체적 사례를 하나 들자면 「한의학」도 그 중에 하나라 할 수 있겠다.
우리나라는 8. 15 해방 이후 미군정시대를 거쳐 1948년 정부수립 후 이승만정권 초기까지 정부 중앙
각 부처에는 미국에서 파견된 고문관들이 행정을 배후조종하는 소위 "고문정치"를 하였었다.
당시의 보건사회부에 파견된 미 고문관들은「한의학」을 가리켜,
"쇠꼬챙이로 사람을 찌르고, 불로 맨살을 지지며, 나무껍질 풀뿌리를 삶아 먹이기나 하는 야만
적이고 주술적인 미신행위" 라고 멸시하며 의학의 범주에 넣어 주지를 않았다.
백인문화 사대주의에 중독된 양의학계에서도 한의학을 의학으로 인정하지 않았다. 그리하여 의료법
제정 당시에 "한의학은 비과학적이므로 의료법에 한의사 제도를 둘 수 없다" 는 주장이 대세여서
한의사 자격제도 자체가 말살되고 한의학의 전통이 단절될 위기에 처하였던 시절이었다.
한의사가 제도권 의료인이 되느냐, 아니면 쇠꼬챙이로 사람을 찌르고 나무껍질 풀뿌리를 삶아먹이며
푸닥거리나 하는 박수무당으로 전락하고 마느냐 하는 절체절명의 위기였던 것이다.
이 때에 일제 식민통치하에서 이미 비과학적이고 야만적 미신행위로 치부되어 겨우 잔명을 유지하던
소수 한의사들의 눈물겨운 투쟁으로 1951. 9. 25. 공포된 "국민의료법"에 간신히 「한의사」제도가
삽입되어 서럽게 서럽게 명맥을 유지하면서 전통의학을 보존 계승 발전시켜 오늘에 이른 것이다.
나도 어렸을때 학교에서 은연중 한의학은 미신따위에 불과하고 양의학이 과학적인 진짜 의학이라는
"선상님"들의 세뇌교육을 받으며 자랐던 기억이 난다.
그러던 중 수십년 전 미국 왕초 닉슨이 중국 방문길에 발목을 삐었는데, 중국의 한의사가 시침해 주는
침을 맞고 단기간에 쾌유가 된 사건을 계기로 양코쟁이들이 동양의 전통 한의학에 경이의 눈길을 보내
게 되었고,
이제는 좀 장사가 된다 싶으니까 양의학계의 한 축을 이루고 있는 약사들까지 한약조제권을 탐내어 밥
그릇 싸움에 뛰어 들었으니 참으로 격세지감을 느끼게 한다. (언제는 쇠꼬챙이로 사람을 찔러대고, 맨살
을 불로 지져대기나 하고, 나무껍질 풀뿌리나 삶아먹는 주술적 미신행위라 비웃더니만 ..... 쯔쯔쯔)
그리고 언제부터인가 전국 각 대학의「한의학과」는 수능(수학능력평가시험)생 중에서 성적이 상위권인
고급두뇌만이 대학 입학원서를 쓸수있는 인기학과가 될만큼 발전하였다.
이러한 사례를 생각하면서 누군가 뜻있는 이들이 나서서 우리 전통문화를 보존 계승하는 활동을 벌여
전 국민이 참여하여 정월 대보름 같은 세시풍속을 축제 한마당으로 즐기는 날이 오기를 기대하여 본다.
너무 지나친 기대일까 ?
(잊혀져 가는 전통문화가 아쉬워서 한번 궁시렁 궁시렁 대어 보았습니다.)
("우리 전통문화는 서구문화에 능욕당하여 길거리로 내쫓겨 쭈그려 앉아 있는 늙은 갈보의 모습과도 같
다." 라고 한탄하시던 고(故) 함석헌 선생의 말씀 한귀절을 되씹어 생각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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