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고금소총

선인들의 해학 - 고금소총(古今笑叢) - 제111화

by 박달령 2007. 10. 18.

♡ 생강장수의 한탄 (薑商恨歎)
 
커다란 배를 가지고 장사를 하는 한 상인이 생강(生薑)을 사서 한 배 가득 싣고 낙동강을 오르다 경상도 선산(善山)의 월파정(月波亭)나루에 배를 대고는 혼자 중얼거렸다.

"내 명색이 사내대장부로서 색향(色鄕)으로 이름난 이곳에 와서 그냥 장사만 하고 지나칠 수야 없는 일이지..."


그리하여 선산 고을에서 이름난 한 기생을 사귀어 그 집에서 생활하는 동안, 한 배의 생강을 모두 탕진하고 동전 한 푼 없이 빈손으로 돌아가게 되었다. 

 

빈털터리가 된 상인은 기생과 작별을 하면서 이렇게 얘기했다.
"내가 너의 집에 와서 지내는 동안 생강 한 배를 모두 날렸으나 후회는 없다마는 다만 소원이 한 가지 있다. 너의 그 옥문(玉門)이 어떻게 생겼기에 내 생강 한 배를 다 먹어치웠는지 보고 싶구나.  밝은 대낮에 한번 보여 줄 수 없겠느냐?"

 

이 말을 들은 기생은 웃으면서 생강 상인에게,
"그런 소원이라면 열 번도 들어드릴 수가 있습니다."
하고는 옷을 모두 벗고 번듯이 드러누워 무릎을 세우고 옥문을 보여 주었다.

 

이에 상인은 기생의 옥문을 헤치고 그 속까지 자세히 살펴본 다음에 다음과 같은 시를 한 수 짓고는 곧바로 뒤도 돌아보지 않고 창황히 떠나갔다 한다.

 

- 멀리서 바라볼 땐 늙은 말의 힘없이 감기는 눈알 같더니,
- 가까이 들여다보매 고름 든 종기를 찢어 헤친 상처 같구나.
- 양쪽에 나온 입술 안에는 아무리 보아도 치아(齒牙)가 없는데,
- 어떻게 한 배에 가득 실린 그 딱딱한 생강을 다 먹어치웠는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