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농속에 갇힌 목사 (籠禁牧使)
옛날에 원주에 유명한 기생이 있어 원주로 부임하는 목사(牧使)들마다 기생의 수완에 몸이 녹아 업무를 제대로 돌보지 못하였다.
한때 이를 심히 못마땅해하는 중앙의 관리가 있었는데, 여자에게 정신을 빼앗기는 자는 바보라고 무시하고 멸시하였다.
마침내 이 관리가 원주목사로 부임해 가게 되자 많은 사람들이 벼르고 있었다.
관리가 원주에 도착하기 전에 이방이 그 기생을 불러 꾀를 묻자 기생은,
"어려운 일이 아니니 사또를 몸뚱이 채로 옷장에 넣어 관아에 바치겠다" 고 큰 소리쳤다.
관리가 원주에 도착하고 며칠이 지나자 기생은 일부러 말을 원주관아 내에 풀어 화단과 마당 근처의 꽃과 화초를 다 뜯어먹게 만들었다.
화가 난 신임 원주목사가 말 주인을 데려오라고 하자 기생이 과부인 척 소복(素服)을 입고 나타났다.
목사의 추궁에 과부로 분장한 기생은 사내(남편)가 집에 없어 말의 관리가 소홀했음을 인정하면서 자못 설움에 복받친 듯 눈물을 찍어누르는데 목사가 내려다보니 그 자태가 절색인지라 한눈에 반했지만 짐짓 아닌 척 하였다.
그리고 과부의 사정을 감안하여 죄를 묻지 않고 방면하였다.
며칠이 지나 과부로 분장한 기생이 은혜에 보답코자 한다는 명분으로 주안(酒案)을 갖추어 원주목사의 처소를 방문하자 목사는 과부와 밤늦도록 수작하다가 마침내 정을 통하였다. 이리하여 밤마다 몰래 정을 통하더니 하루는 여인이 목사에게 자신의 집으로 오기를 청하였다.
마침내 목사는 남의 눈을 피해 밤중에 몰래 과부의 집에 들었다. 그리고 옷을 벗고 여인과 즐기는데 바깥에서 갑자기 우렁찬 사내의 목소리가 들렸다.
사내는 지금까지 베풀어 준 자신을 배신한 여자를 용서치 않겠다며 화난 음성으로 고래고래 소리쳤다. 놀란 목사는 피할 곳을 찾다가 창졸간에 여인의 장농 속으로 피했다.
방문을 성큼 열고 들어선 사내는 자신을 능욕한 여인을 벌주겠다며 그 증거로 장농을 들고 가 관아에서 죄를 묻겠다고 하였다.
그러자 기생은 거짓으로 그것만은 안 된다고 매달렸다.
그러나 사내가 강제로 옷장을 짊어지고 나가 원주 관아의 앞마당에 내려놓고 장문을 여니 장농 속에서 발가벗은 원주목사가 나오매 후일 모든 사람들의 웃음거리가 되었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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