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둔한 남편 (愚男)
한 양반 집에 부부 종이 있었는데, 아내인 여종은 매우 곱고 예뻤으며 또한 영리했다. 그러나 그 여종의 남편은 우둔하고 미련해 주책이 없었다. 이 집주인이 그 여종 남편 몰래 여종과 정을 통하고 있었는데 여종 역시 매우 좋아하며 적극적으로 응했다.
그래서 이 두 사람은 기회만 있으면 밤낮 가리지 않고 후미진 곳에서 만나 함께 즐거움을 나누었다. 하루는 낮에 주인이 여종을 데리고 후원 나무숲 사이에 가서 옷을 벗기고 눕힌 다음 그 위에 엎드려 즐기고 있었다. 이렇게 두 사람의 열정이 한창 무르녹고 있을 때, 저쪽에서 여종의 남편이 일을 마치고 이리로 오고 있는 것이 보였다.
이에 주인 남자는 얼른 몸을 일으켜 여종이 벗어 놓은 치마로 누워 있는 여종의 얼굴을 덮어 가렸다. 그리고는 그 여종의 남편을 향해 손짓을 하면서 이리 오지 말고 저쪽으로 가라는 신호를 보냈다. 그러자 여종의 남편은 알았다는 듯이 웃으면서 반대쪽으로 멀리 피해 갔다.
곧 주인 남자는 다시 덮었던 치마를 걷고 끝나지 않은 그 놀이를 계속하여 흡족하게 정을 나누었다. 낮에 이와 같이 여종과 즐거움을 나눈 주인은 저녁때 사랑방에 나와 의젓하게 앉아 있었다. 이때 낮에 관계를 가졌던 그 여종의 남편이 와서 싱글싱글 웃으면서 말했다.
"주인 어른! 아까 낮에 주인 어른이 어떤 여자와 재미를 보고 계실 때, 소인이 눈치를 채고 알아서 잘 피했지요 ? 헤헤헤."
하고 눈치 있게 미리 알아서 잘 피해 준 것을 자랑하듯이 이렇게 말하며 좋아하는 것이었다.
이에 주인 남자는 기특하다고 칭찬하며 다음과 같이 말해 주었다.
"응, 매우 고마웠다. 아마 그때 나하고 있던 그 여자도 네가 눈치채고 알아서 피해 주었다는 것을 알면 틀림없이 너에게 고맙다고 인사할 거야."
이 말에 여종의 남편은 큰일을 잘 해낸 듯이 너무나 흐뭇해하며 기뻐서 어쩔 줄을 몰라했다.
여종의 남편은 그 길로 자기 아내에게 가서 낮에 있었던 얘기를 자랑스럽게 들려주었다.
그리고 주인으로부터 큰 칭찬을 받았다며 자랑하기도 했다. 이 얘기를 들은 여종은 남편에게 다음과 같은 말로 단단히 주의를 시켰다.
"여보! 주인 어른에 대한 일은 누구에게도 소문내면 안 되어요. 만약 소문내면 큰 죄가 되니 절대로 남에게 말하지 말아요. 알겠지요 ?"
"아무렴, 내가 뭐 세 살 먹은 어린아인가 ? 그런 것을 남에게 얘기하게. 내가 눈치껏 알아서 할 테니 걱정하지 마."
라고 대답하고 나서 여종의 남편은 스스로 대견해하며 기뻐 잠을 이루지 못했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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