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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금소총

선인들의 해학 - 고금소총(古今笑叢) - 제114화

by 박달령 2007. 10. 18.

♡ 누가 먼저 ? (何人先行)

 

한 노파의 이웃집에 매우 젊고 예쁜 부인이 살고 있었다.  이 노파가 가만히 살펴보니 그 젊은 부인은 남편이 없는 사이에 건너 마을에 사는 노총각과 정을 통하고 있는 것 같은데 확실한 증거가 잡히지 않았다.  그래서 하루는 노파가 그 부인 집에 가서 이런저런 얘기를 하다가 슬쩍 거짓말로 부인을 떠보았다.

 

"저 건너에 사는 노총각 김씨가 며칠 전 나에게 자랑삼아 살짝 얘기하던데 어느 날 이 집 앞을 지나가니 부인이 억지로 끌어들여 방으로 데리고 들어가서 바지를 벗기며 즐기자고 해서 할 수 없이 한번 재미있게 해주었다고 하더군 그래.  부인 ! 그 노총각의 말이 사실인거여 ? 그 말이 사실이라면 조금은 자존심이 상하는 행동인데 도대체 왜 그렇게 했어 ? 그 총각은 그것을 자랑으로 여기던데....."


이렇게 완전히 이야기를 꾸며서 슬쩍 물었다. 

이 말을 들은 부인은 얼굴이 새파래지면서 분을 참지 못하고 소리쳤다.


"뭐요 ? 그런 억울하고 수치스러운 소리를 해요 ?  내가 언제자기를 끌어들였다고 그런 소리를 해.  어림도 없는 소릴랑 하지 말라고 해요. 사실은 내가 우연히 그 집 앞을 지나가는데 그 노총각이 갑자기 나를 억지로 끌고 들어가서 내가 할 수 없이 한번 당했을 뿐인데, 어찌 그런 수치스러운 말을 할 수가 있단 말이예요 ? 아이고, 원통하고 분해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