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고금소총

선인들의 해학 - 고금소총(古今笑叢) - 제163화

by 박달령 2007. 10. 16.

♡ 한맺힌 두견새 울음소리 (杜鵑恨聲)

 

북한산 아래 어느 마을에 여인네 셋이 모여 길쌈을 하는데 밤이 으슥해지자 두견새(소쩍새) 울음소리가 들려왔다.  하품을 하던 한 여인이 일손을 놓고,

"우리 심심한데 남정네들이 기생집에서 하는 것처럼 두견새 울음으로 글을 지어 봅시다."
하고 제안을 하자 마침 무료하던 차에 잘됐다며 두 여인네도 반겼다.

 

한 여인이 먼저 '금언한촉소(禽言恨蜀小 ; 한맺힌 두견새 소리가 촉소 촉소)'라고 지었다.
왜 촉소(蜀小)라고 지었느냐고 물으니,


"옛날에 촉나라가 있었는데 그 나라가 너무 작고 힘이 없어 망하는 바람에 그것을 한탄하여 두견새가 '촉소 촉소' 하고 울지요."
라고 했다.

 

두 번째 여인이,
"뭘 옛날 고사까지 들먹이며 글을 짓는가요 ?  나는 '금언한정소(禽言恨鼎小)'로 지었지요.  우리 집 솥이 작으니 두견새가 '솥적다 솥적다' 하고 우는 것 같지 않아요 ?"
라고 하였다.

 

가만히 듣고만 있던 세 번째 여인이 무릎을 탁 치며,
"나는 '금언한양소(禽言恨陽小)'로 지었소.  우리 집 서방님 양물(陽物)이 작으니 이를 알아챈 저 두견새가 '좆작다 좆작다' 하는 소리로 우는 것 같지 않은가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