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고금소총

선인들의 해학 - 고금소총(古今笑叢) - 제161화

by 박달령 2007. 10. 16.

♡ 나부터 살려주게. (我先之生)

 

과부마님 댁에서 머슴을 구한다는 소문이 났다.
일깨나 한다는 남정네들이 다투어 가보았으나 모두 퇴짜를 맞았다.
새경(머슴의 1년 품삯)이 너무 비싸다는 이유였다.

 

한 건장한 총각이 소문을 듣고 찾아가서는
"새경을 한푼도 받지 않을 터이니 다만 저녁마다 초 두 자루씩만 주시오."
하는 말에 흡족해진 과부는 허락하였고 이에 총각은 머슴살이를 시작했다.

 

과부가 보니 머슴이 저녁마다 목욕을 하고 방에 들어가는데, 머슴방에서는
항상 밤중까지 불빛이 환했다.


'저 머슴이 뭘 하느라고 저러는가' 하고 궁금해 어느 날 밤 문틈으로 머슴
방을 엿보니 머슴은 촛불 아래 벌거벗고 누운 채로 아랫도리에 힘을 주어서
양물을 주물러 번쩍 일으켜 세우고 있는 게 아닌가.

 

"어, 괴이한지고, 괴이한지고."
하고 과부는 얼른 자기 방으로 돌아왔으나 눈앞에 머슴의 양물이 떠올라 잠
을 이룰 수가 없었다.

 

그리하여 몇 번이고 나가서 다시 들여다보곤 했다. 그러기를 하루 밤에도 서
너 차례씩 엿보다가 어느 날 도저히 참을 수 없어서 마침내 문을 활짝 열어
젖이며 머슴방으로 쫓아 들어갔다.

 

"마님.  왜 이러시오.  내가 지금 저녁마다 촛불을 켜고 농사 잘되게 해 달라
고 치성을 드리는 판인데"
하고 머슴은 능청을 떨었다.

 

그러자 과부 마님은,
"아이고 총각, 농사고 뭐고 나부터 좀 살려 주게."

하며 촛불을 홱 불어 끄고는 누워 있는 머슴 위로 엎어져 버렸더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