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침에 대령(待令)한 훈도를 물리치다. (朝却訓導)
송언신(宋言愼)이 강원도 관찰사가 되어 각 고을을 순행하였는데, 이르는 고을에 기녀(妓女)가 없으면, 저녁에 반드시 훈도(訓導)를 불러 객침(客枕)이 무료하다는 뜻을 말하였고, 훈도는 그 의미를 알아채고 고을 사또에게 고하여 관비(官婢)가운데서 조금 나은 자를 골라 침소에 들이어 운우지정을 나누게 하여 주었다.
훈도(訓導)는 고을 사또 아래 500호 이상 되는 큰 마을에 둔 종 9품의 벼슬이었다.
하루는 궁벽진 고을에 이르렀는데 그곳에서도 저녁이 되어 역시 훈도를 불렀으나, 훈도는 마침 산증(疝症 ; 허리 또는 아랫배가 붓고 아픈 병)을 앓고 있던 터이라 관찰사가 묵는 객관에 나아가지 못하다가 새벽이 되자 간신히 아픈 몸을 이끌고 나아가 아전에게 자신이 왔음을 알리도록 하니 송언신이 말하였다.
"저녁에 대령한 훈도라면 즐겨 상견하겠네만, 새벽 훈도는 보고 싶지 않구먼."
이 말을 전해 듣는 사람마다 허리를 잡고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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