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벌거벗은 여종은 과연 감추기 어렵습니다. (難匿赤婢)
백사 이항복이 장인인 권율 도원수의 집에서 신혼 초에 한때 처가살이를 하였는데, 미모가 수려한 한 여종을 눈여겨보고는 권율에게 청하였다.
"조용한 곳에서 전심전력 독서하기를 원하옵니다."
권율은 그리 하라고 허락하였다. 이항복은 마침내 계책을 이루었는지라 후미진 별채에서 매일 여종을 은밀히 불러 사통(私通)하였다.
어느 날 밤도 여종과 잠들었다가 아침 늦게 일어났는데, 권율이 그 사실을 알고 청지기와 하인들을 데리고서 이항복의 방에 이르렀다.
이에 당황한 이항복은 이불로 여종을 감싸 방 한 모퉁이에 밀쳐 두었는데 이윽고 권율이 말했다.
"방이 협소하니 저 이불은 시렁 위에 두자꾸나."
청지기와 하인들에게 시켜 이불을 당겨 들어올리게 하니, 알몸의 여종이 이불 안에서 방바닥에 나동그라졌다.
이를 본 이항복은 겸연쩍은 웃음을 웃으며 말했다.
"벌거벗은 여종은 과연 감추기 어렵습니다."
이에 그 자리에 있던 사람들 모두 허리를 잡고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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