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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금소총

선인들의 해학 - 고금소총(古今笑叢) - 제183화

by 박달령 2007. 10. 16.

♥ 군자는 몸에서 옥을 떼어놓지 않는다. (君子不玉去身)

 

중종(中宗)조의 문신이요 학자 박순(朴淳)은 거동과 용모가 아름답고 신선 같았으며 성품 또한 청렴하고 결백하였지만 여종 범하는 것을 지나치게 좋아하여 밤만 되면 여종의 방을 드나들었다.

 

부인이 시집 올 때 데리고 온 이름이 옥(玉)이라는 여종이 있었는데 생김새가 지극히 추한지라 아무도 거들떠보지 않았지만 유독 박순만이 그녀를 범하였다.

 

혹자가 그 사실에 대해 비난하자 박순이 웃으면서 말했다.
"저 아이는 진실로 가련하오.  내가 아니라면 누가 추물인 그 애를 가까이 해주겠소 ?"

 

박순의 장인이 출가한 딸들에게 재산을 나누어주는 날 박순은 부인을 친정에 보내지 않았으며 땅문서도 받지 않았다. 박순의 벗이 이 말을 듣고 희롱하였다.


"공은 이처럼 처가의 재물에는 결백하면서, 유독 처가에서 보내온 옥이라는 여종만은 끔찍이 가까이 하는 까닭은 무엇인가 ?"

 

그러자 박순이 성난 목소리로 말하였다.

"자네는 『예기(禮記)』도 읽지 않았는가 ? 군자는 몸에서 옥을 떼어놓지 않는것(君子不玉去身)이 바른 몸가짐이기 때문에 가까이 하는 것일세."

한 자리에 있던 사람들이 모두 껄걸 소리내어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