ㅡ 단기 4345년 10월 5일(금)
지난 10월 3일 태백의 화방재에서 출발하여 만항재에서 화절령~사북역까지 마친 운탄고도(運炭高道)의 남은
구간인 사북 폭포주차장~화절령(꽃꺼끼재)~새비재~함백역 구간의 산행을 하기 위하여 20:30경에 집을 나서
서 수원역으로 나가 청량리까지 전철 1회용 교통카드를 1,850원에 구입하고 역 구내로 들어가 전동차에 승차
하니 21:10경이다.
청량리역에 도착하니 22:30경이 된다. 23:15에 출발하는 강릉행 열차시각을 기다리면서 역 대합실에 앉아서
배낭에서 캔막걸리를 꺼내 마시며 시간을 보내다가 승차하니 열차는 23:15 정시에 출발한다.
(열차요금 14,500원)
ㅡ 단기 4345년 10월 6일(토)
약 2시간 반쯤 지나 잠에서 깬 후 뒤척이다가 사북역에서 하차하니 02:40경이 되었다. 너무 이른 시간이어서
대합실을 바라보니 차림새가 노숙자는 아닌 남자들 4명이 의자에 누워 자고 있기에 나도 의자에 배낭을 벗고
드러누워 잠을 청하나 잠이 오지 않아 30여분 쯤 후에 일어나 역 밖으로 나간다.
사북역 앞으로 횡단하는 좁은 도로를 건너서 내리막 계단길을 내려서니 24시간 영업을 하는 듯 '또또해장국'
식당에 불이 켜져 있음을 확인하고 식당 옆을 횡단하는 도로에서 우회전하여 50여m 쯤 진행하자 24시간 김
밥집을 만나 들어가서 김밥 4줄을 사 배낭에 수납한다. (6,000원)
김밥집에서 나와 오던 길을 되돌아 와서 '또또해장국' 식당 앞에서 사북역 앞길을 지나 40여m쯤 진행하였더
니 이곳에도 24시간 김밥집이 있다. 사북역 앞에 24시간 김밥집이 두군데나 영업을 하고 있음을 확인하고 다
시 되돌아서서 '또또해장국' 식당에 들어가 신발을 벗고 올라앉아 식단을 바라보니 여러가지 메뉴가 있기에
그 중에서가정식백반을 주문하여 이른 새벽에 아침 식사를 한다.(7,000원) 음식맛은 보통정도로 먹을만하다.
사북읍내는 정선카지노에서 도박을 하며 밤샘을 하는 관광객들이 많아서 그런지 수십군데의 식당이 불을 밝
히고 영업을 하고 있고, 특히 도박자금이 급한 관광객들을 상대로 한 '전당포'도 불을 밝히고 철야영업을 하
는데가 수십군데는 됨직해 보이며 택시도 시가지를 빈번하게 왕래하고 있는 풍경이 이채롭다.
천천히 식사를 마치고 04:30경 식당을 나서서 길가에서 택시를 기다렸다가 세워 승차하고 폭포주차장으로
갈것을 주문한다. 택시를 타고 가면서 화절령 삼거리까지 들어갈 수 있는지 물으니 내가 예상했던대로 콘크
리트 포장도로가 노후되어 노면이 불규칙하여 운행을 하지 않는다는 대답이다. 폭포주차장 삼거리에서 하차
한다. (택시비 4,000원)
▼ 오늘 진행한 나머지 구간 운탄고도 지형도[1] (폭포주차장 삼거리~화절령~두위봉 아래)
▼ 오늘 진행한 나머지 구간 운탄고도 지형도[2] (두위봉 아래~질운산 아래~새비재~함백)
▼ 오늘 진행한 나머지 구간 운탄고도 지형도[3] (함백~예미역)
05:00경부터 고독한 방랑자는 오늘의 산행을 시작한다.
택시에서 하차하여 배낭에서 손전등을 꺼내 켜고서 화절령길로 방향을 잡아 노면이 불규칙한 콘크리트 포장
도로를 따라 화절령으로 올라간다. 05:50경이 되니 먼동이 터오기 시작한다.
화절령 삼거리가 가까워지니 어디에선가 흙을 운반해다가 쌓아놓고 상단을 평평하게 골라놓은 곳 옆에 이르
자 갑자기 생리작용통제사령부에서 긴급지뢰매설 작전명령이 하달된다.
이른 새벽 날이 완전히 밝지 않고 어슴프레한 시각이라 흙이 쌓인 곳으로 올라가 주변으로부터 은폐가 될만
한 바위 뒤에 지뢰 매설이 가능한 움푹한 장소에 앉아 지뢰를 상당량 투하한 다음, 삐라를 3회 살포하고 주변
의 흙을 발로 그러모아 매설을 완료한 다음 배낭을 둘러메니 유쾌, 상쾌, 통쾌로다.
▼ 화절령길이 갈라짐을 알리는 도로표지
▼ 하이원 하늘길 등산로 입구 시작지점을 알리는 안내표지
06:05 화절령 삼거리 도착
이곳 화절령 삼거리에서 우측 길로 올라가면 화절령으로 갈 것 같으나, 이정표가 '상동 12Km'로 되어 있는데
지도상에 발견되지 않는 지명이라 께름직하여 지난 10월 3일 하산시에 확인한 두번째 '화절령길'(도롱이연못
이정표를 지나 100m 더 진행한 지점) 이정표까지 올라간다.
▼ 화절령 삼거리 이정표
06:40 두번째 화절령길 이정표 설치지점에 도착하여 10분간 휴식 후 06:50경에 서쪽 두위봉 방면으로 가는 운
탄고도를 따라서 걷는다. 이 이정표에서 함백역 25Km를 가리키고 있어서 운탄고도길을 약식으로 가는 산행
객들은 이곳을 출발지점으로 해서 새비재를 넘어가는 것으로 산행을 마감하고, 오리지널 운탄고도 산행객들
은 만항재를 기점으로 함백 또는 신동읍소재지까지 준족은 하룻길, 보통은 화절령에서 한 번 끊고 화절령에
서 함백 또는 신동읍까지 하룻길 산행을 하고 있다.
▼ 두번째 화절령길 이정표(도롱이연못 이정표에서 100m 위로 올라간 지점) (여기서 함백역 방향으로 간다.)
▼ 서쪽 화절령 정상으로 향하는 운탄고도
07:15 화절령(꽃꺼끼재) 정상 4거리 도착
잘 아는 이에게 명확하게 확인은 해보지 않았으나, 이곳 화절령 4거리가 '화절령'이라고도 하고 '꽃꺼끼재'
라고도 부르는 화절령 정상일 것으로 생각되는 지점이다. '꽃꺼끼재' 라는 이름은 꽃을 꺾는다는 의미로 쓴
'꽃꺾이재'를 발음대로 표기한 것일 것이며, 이 '꽃꺾이재'를 한자(漢字)로 쓰면 '화절령(花折嶺)' 이 되기
때문에 둘 다 같은 의미의 명칭으로 추정할 수 있는 것이다.
화절령 정상에는 컨테이너 입산통제 산불감시초소가 있고, 서편길로 직진하는 모퉁이에 '두위봉 임도구조
개량사업' 표지석이 설치되어 있으며 이 표지석 옆을 지나자 짧은 콘크리트 포장길이 한참 이어졌다가 다
시 비포장도로로 바뀐다.
계속 진행하는데 뒤에서 자동차 소리가 들려 돌아보니 지프차 1대가 지나간다. 또 한참 진행하니 '두위봉
정상 5. 1Km'를 표시한 두위봉 등산로 이정표가 길가에 서 있어 산길 등산로를 안내하고 있다.
▼ 화절령(꽃꺼끼재) 정상 4거리 (이 4거리의 오른편 길이 화절령 삼거리에서 올라오는 길로 추정된다.)
▼ 화절령 정상 4거리의 입산통제 산불감시초소
▼ 화절령 정상 4거리의 두위봉 임도구조 개량사업 표지석
▼ 오늘도 고독한 방랑자를 반겨주는 길가의 야생화
▼ 짧게 끝나는 콘크리트 포장길
▼ 이른 새벽에 운탄고도를 운행하는 지프
▼ 두위봉 정상으로 가는 산길 등산로 안내 이정표
▼ 두위봉 이정표 옆에 세운 두위봉 정상 가는 도중의 주목군락지 안내 표지판
▼ 계속하여 반겨주는 야생화
▼ 오늘 처음 만나는 용도 불명의 산림청 표지판
오늘 걷는 길도 지난번 만항재~화절령 구간처럼 단조롭긴 하나 종전과 마찬가지로 지루함을 느끼지 않고
신선하고 즐거운 마음가짐으로 콧노래가 절로 나오게 하는 기분 좋은 길이다. 설악산이나 월출산처럼 기
암절벽의 절경도 보이지 않고 지리산 칠선계곡이나 설악산 12선녀탕 계곡같은 계곡의 절경도 없는 단조
로운 길을 이렇게 즐겁게 진행하기는 처음인 것 같다.
▼ 계속 이어지는 두위지맥 줄기
▼ 야생화
▼ 전망이 트이는 곳에서 조망되는 운무가 휘감은 이름 모를 산들
▼ 산모롱이를 돌아 나가자 산허리에 건너다 보이는 가야 할 운탄고도
▼ 두위봉 앞쪽을 가로막고 솟은 무명봉으로 두위봉은 보이지 않는다.
▼ 간간히 나타나는 암봉
▼ 산비탈의 너덜과 단풍
▼ 단풍
▼ 암릉과 그 아래의 단풍
▼ 알맹이가 지워졌는지 쓰지 않았는지 빈칸인 침출수 수질검사지점 표지판
▼ 운탄고도의 가을 정취
▼ 전망이 트이는 곳에서 조망되는 운무가 휘감은 이름 모를 산들
▼ 오늘 처음으로 만나는 고운 빛깔의 단풍
▼ 단풍
▼ 이름 모를 암봉
지도상 어느 지점인지는 모르겠으나 산모롱이 하나를 휘감고 돌아서니 갑자기 길 아래편에서 엔진소리
비슷한 굉음이 이어졌다 끊어졌다 하면서 들리는데 사람들의 말소리도 섞여서 들린다. 무슨 소리인지 몰라
어리둥절해진다. 나중에 길에서 만난 지프차에서 들으니 태풍피해목 벌목하는 전기톱 소리라 한다.
그렇다면 아침에 화절령에서 만난 지프도 벌목꾼이 운행하던 차였나보다.
09:00경이 되니 배가 고프다. 사북에서 04:00에 새벽 식사를 했으니 배가 고플 시간이 되었다. 마침 길가에
앉아서 식사를 할만한 너럭바위가 있어 앉아서 새벽에 산 김밥 2줄을 꺼내 캔막걸리 1개를 반주하여 아침도
아니고 점심도 아닌 어중간한 식사를 한다.
식사를 하는 도중 맞은편에서 갤로퍼 지프 1대가 지나가더니 식사를 끝내고 나니 다시 되돌아 온다. 내가
앉아있는 곳에서 멈추더니 유리창을 내리고 어디서 오느냐고 묻기에 화절령에서 온다고 하니까 그쪽 길에
도로 차단기 자물쇠 채운 곳이 있는지 묻기에 잠가놓은 곳은 없더라고 대답한 후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눈
다.
50대 후반으로 보이는 이 남자는 영월에 사는 주민인데, 두위봉 일대 산자락에 태풍에 쓰러진 피해목 벌목
작업을 다닌다고 한다. 그래서 그런지 '운탄고도' 에 대해서도 소상하게 알고 있고, 이 운탄고도를 종주하
는 산꾼이나 산악자전거 매니아들이 요즘 들어 자주 지나다닌다고 한다.
간단한 식사를 마치고 출발하여 조금 진행하니 길가의 큰 나무 앞에 자그마한 표지판이 서 있기에 살펴보
니 조림에 사용할 층층나무 종자를 채취할 어미나무이니 보호를 해달라는 산림청의 설명 표지이다.
▼ 조그만 표지판을 앞세우고 서있는 층층나무
▼ 표지판의 알림 내용
그런데 09:30이 지나자 길의 고도가 경사 약 10도 이상의 기울기로 40분 이상 완만하게 낮아지기 시작하
는데 고도가 300m 이상 낮아지는 기분을 느끼면서 혹시나 갈림길을 놓치고 길을 잘못 들어 평지 마을이
나 큰 도로로 하산을 하산을 하는게 아닌지 의심이 덜컥 든다. 두위봉 아래 어느 지점쯤인 것 같다.
그러나 너무 많이 내려와버렸으므로 될대로 되라는 심정이 되어 한참 내려가다 조그만 개울을 만나더니
다시 경사 10도 정도의 비교적 힘을 쓰게 하는 오르막이 시작되면서 발걸음을 느리게 만든다. 조금 더 진
행하니 익히 보아 왔던 용도 미상의 산림청 표지판을 만나게 되어 제대로 된 길을 가고 있음을 알게 되자
안도감이 든다. 이러한 오르막은 새비재까지 계속된다.
▼ 내리막길의 돌망태 철망으로 싼 축대
▼ 계속되는 내리막길
▼ 야생화
▼ 야생화
▼ 내리막길이 끝나고 오르막이 시작되는 개울
▼ 첫번째 만나는 등산로 철계단 (두위봉 오르는 길인지...?)
▼ 이름 모를 암봉
▼ 40분만에 두번째 만나는 등산로 철계단 (두위봉 오르는 길인지...?)
▼ 기어오른 담쟁이넝쿨에 의하여 질식 직전에 이른 참나무 (중앙)
▼ '추락위험지역' 경고표지도 서 있다.
▼ 탄광 복구지역 표지석
▼ 계속되는 오르막길
▼ 탄광 갱도 입구를 막은 듯한 돌담
▼ 폐광의 침출수가 흐르는 개울 (운탄고도의 옥의 티)
▼ 태풍에 꺾어진 아름드리 거목 (금년 두 개의 태풍 중 어느 것에 쓰러졌을까...?)
▼ 마치 자연석처럼 보이는 절개지 바위
▼ 야생화 군락
▼ 질운산(1,171. 8m)이 바로 위에 보인다.
오늘의 마지막이 되는 36호~37호 산림청 표지판을 지나는데 뒤에서 두런두런 사람 소리가 들리더니 "안
녕하십니까~?"하고 인사하는 말소리가 들려 돌아보니 30대 후반~40대 초반으로 보이는 산악자전거를
탄 남자 둘이서 새비재 방향으로 올라오고 있다. 답례를 하고 몇 마디 이야기를 나눈다.
그들은 아침에 만항재에서 출발하였다 한다. 도보로 걷는 산꾼들이 보병(步兵)이라면, 자전거를 탄 사람
들은 기병(騎兵)이라 할 수 있는 차이가 있다. 역시 자전거가 빠르긴 하겠지만 자전거를 타고 질주를 하
게 되면 도보로 걷는 것처럼 수려한 주변 풍광을 즐길 수가 있겠는가...? 그저 사냥개가 바위 뛰어넘기
하듯 하겠지...
▼ 오늘 마지막으로 본 산림청 표지판 (이 표지판을 지나면 곧바로 운탄고도의 종착점 새비재가 나온다.)
▼ 이 차단기 설치지점에서 약 100여m 진행하면 운탄고도의 종착점 새비재이다.
13:45 만항재에서 출발한 운탄고도의 종착지점 새비재에 도착한다.
새비재에 올라서서 앞을 바라보니 산비탈 거의 전체가 고냉지 채소밭인데 무우밭 몇 뙈기만 놔두고 배추
는 모두 뽑아내어 황량한 풍경이 전개된다.
▼ 새비재에서 내려다 보이는 고냉지 채소밭
▼ 아침에 만항재에서 출발하여 왔다는 산악자전거꾼들이 보인다.
▼ 새비재에 설치한 '두위봉 임도구조 개량사업' 표지석
이제 새비재를 넘어섰으니 '타임캡슐공원'으로 가기로 한다. 새비재에서 바라보이는 왼편의 능선길 바로
아래에 나 있는 콘크리트 포장도로를 따라 한참 진행하니 타임캡슐공원 안내 이정표가 나타나 가리키는
대로 따라가니 공원이 나온다. 14:40에 타임캡슐공원에 올라선다.
▼ 타임캡슐공원 가는길에 지나치는 무우밭
▼ 타임캡슐공원 안내 이정표
▼ 타임캡슐공원 100m 앞둔 지점의 이정표
▼ 타임캡슐공원 진입로
▼ 타임캡슐공원 오르막 계단 입구
▼ 타임캡슐공원 유래 설명 안내판
▼ 타임캡슐공원 광장
▼ 타임캡슐을 묻는 광장 바닥 (정선군청에서 구획하여 분양하고 있다.)
▼ 영화 '엽기적인 그녀'의 주인공들이 타임캡슐을 묻었다는 소나무 ('전지현 소나무'라고 부른다)
▼ 타임캡슐공원에서 증명사진 한장.
▼ 관광객들이 기념 낙서를 하라고 공원 한켠에 설치한 낙서병풍
▼ 떠나다가 다시 뒤 돌아 본 타임캡슐공원 광장
타임캡슐공원에서 다시 계단을 내려서니 휴게실이 보인다. 들어가서 캔맥주 1개(3,000원)를 사서 마시며
주인 아주머니한테 여기서 함백역으로 가지 않고, 신동읍소재지 방면인 예미역으로 걸어가는 길이 있는
지 물으니 바로 앞의 길을 일러주면서 길을 따라 가다가 좌측으로 용운사로 가는 안내판에서 좌회전하여
용운사 방향으로 진행하면 예미역으로 갈 수 있다고 알려준다. 설명을 듣고 바로 휴게실을 출발한다.
▼ 타임캡슐공원을 떠나 하산하면서 만나는 배추밭
▼ 하산하면서 만나는 민가 담장밑에 핀 코스모스가 가을이 깊어감을 알린다.
타임캡슐공원을 뒤로 하고 휴게실 아주머니가 일러준 콘크리트 포장도로를 따라 내려가면서 좌우를 살
피며 진행을 하는데 아무리 걸어도 '용운사' 안내표지는 보이지 않는다. 이제나 저제나 하면서 걷고 또
걸어도 나타나지 않는다. 5Km의 길을 계속하여 걷고 걷다가 결국은 함백역 시내버스 종점이 나온다.
함백 시내버스종점에 이르도록 정선군에서 설치한 이정표는 함백으로 가는 길만 가리킬뿐 신동읍 소재
지로 가는 갈림길은 전혀 안내를 하지 않았다. 지도에 보면 길이 있을 것 같은데 초행자를 골탕 먹인다.
함백 시내버스 종점에 이르니 16:00이 되었는데, 바로 50여m 앞의 아스팔트 포장도로로 시내버스가 떠
나간다. 간발의 차이로 예미역 앞으로 가는 시내버스를 놓치고 다음 버스는 두 시간 후에나 온단다.
예미역까지 택시를 탈 요량으로 114에 전화를 하여 예미 택시 전화번호를 문의하니 033-378-0006을
일러준다. 그러나 신호는 가는데 전화를 받지 않는다. 10여회나 전화를 시도하여도 전화를 안받는다.
길가에 손바닥만 하게 세워져 있는 미니 이정표를 보니 예미까지 5Km로 되어 있다.
5Km...? 시내버스는 두 시간 후에나 올 것이고 택시는 전화도 받지 않고, 에이~ㅅ~! 떫다고 땡감 한개
못 씹어 먹을쏘냐...? 5Km 그냥 걸어가기로 한다. 오늘 운탄고도 약 28Km도 걸어왔는데 뭘...!
예미역 방향으로 421번 지방도로를 휘적휘적 걸어가는데 왼쪽 새끼발가락 다음 발가락 끝이 점점 아
파온다.
아마 발가락에 물집이 생겨나는 모양이다. 억지로 참고서 지루한 아스팔트길을 걸어가자 예미역이 나
온다. 17:20 경에 예미역에 도착한다. 예미역은 사북역보다도 더 초라하다. 그런데 예미역 앞에는 조
금 전 함백에서 10여차례나 전화를 해도 받지 않던 택시가 두 대나 승객을 기다리고 있는것 아닌가?
예미역 주변은 한적한 시골 농촌 풍경이다. 역에 들어가 매표창구에 청량리행 17:28 열차가 좌석이 있
는지 물어보니 좌석은 모두 매진되었다 한다. 할 수 없이 10여일 전 예매하였다가 만약을 몰라 반환처
리를 하지 않고 보관중인 다음 열차 승차권을 꺼내보니 사북역에서 청량리로 18:47에 출발하는 승차권
이다. 예미역에는 19:21에 도착하는 열차인데 그냥 한 시간 50분쯤 더 기다리기로 한다.
사북역에서 출발하는 귀가열차 승차권을 구입한 사연인즉 사실 오늘 만항재~화절령 구간을 걷기 위해
구입했던 것인데, 그 후에10월 3일 개천절 승차권을 조회해보니 좌석이 있어서 구입하여 앞당겨 산행을
하고 이 승차권은 오늘 사용하게 되었던 것이다.
▼ 규모가 아주 작고 초라한 예미역
뱃속이 출출하여 역 밖으로 나가 주변을 살펴보니 식당이 없다. 할 수 없이 사북에서 새벽에 사서 배낭
에 넣어둔 김밥 두줄 남은 것이 생각나 꺼내서 역 대합실에 앉아 허기진 배를 채운다. 09:00경에 김밥
두줄을 먹은 후로 쉴때마다 너댓차례 5개나 준비한 캔막걸리와 과자로 간식을 하면서 걸었기 때문에
여기 예미역까지 식사를 안하고 그냥 내쳐 걸어온 것이다.
김밥을 다 먹고 화장실에 가서 세수하고 머리까지 감고 나니 한결 몸이 개운해진다. 양말을 벗고 왼발
가락을 살피니 새끼발가락 직전 네번째 발가락 끝부분에 물집이 보여 핀으로 물집을 따고 1회용 반창
고를 감은 다음 양말을 신고 시발도 신으니 좀 부드러워진다.
이렇게 시간을 보내면서 19:00 이 가까워지자 등산복 차림의 남자들이 하나 둘씩 들어오는데 나까지
합하여 5명이 된다. 자연히 오늘의 산행이 화제가 되어 대화를 해보니 두 사람은 함백에서 단곡계곡
으로 진입하여 두위봉을 올라갔다가 원점회귀해서 내려온 사람들이다.
그리고 나머지 두 사람은 오늘 새벽에 태백역 앞에서 만항재까지 택시를 타고 올라와 만항재를 출발하
여 새비재까지 당일로 걸어온 준족 산꾼들이다. 다행히 새비재에서 트럭을 얻어타고 예미역까지 왔기
때문에 열차 시각에 맞춰 도착하였는데 그런 까닭에 타임캡슐공원은 들리지 못하고 그냥 왔다고 한다.
계속하여 산행 이야기로 화제가 만발하여 시간 가는줄 모르는 가운데 19:21 열차가 들어와 승차하고
나른하게 밀려오는 피로속에 꿈결속으로 빠져들었다가 깨니 어느덧 청량리역이다. 22:30경에 청량리
역에서 하차하여 지하 청량리역으로 내려가 수원까지 1회용 교통카드를 1매(1,850원) 구입하고 지하
철 전동차에 승차하여 귀가하니 다음날 00:30이나 되었다. 샤워 후 01:30경에야 잠자리에 든다.
▼ 나를 청량리~사북, 예미~청량리까지 왕복시켜준 열차 승차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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