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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산상식

비공인 등산용어(1) <알바>

by 박달령 2012. 7. 20.

‘알바’ 란 ?

"아르바이트" 를 줄인 말입니다. 공식적인 등산용어는 아니지만 언제부터인지 산악인들 간에 정착된 비공

인 등산용어라 할 수 있습니다.

 

어느 분이 이 용어를 최초로 사용하셨는지는 모르겠으나, 산행계획을 세울 때 내가 가고자 계획한 등산로

를 따라 가는 것을 "주업(主業)"이라는 개념으로 보고, 삼거리나 사거리 갈림길 등에서 착오를 일으켜 계획

한 등산로가 아닌 다른방향의 길로 잘못진행하여 헤매는 현상을 "부업(副業)"이라는 개념의 "아르바이트"

로 칭하여 이 "아르바이트"를 줄여 ‘알바’라고 한 것이랍니다.

 

알바는 30~40분 정도 진행하다가 오류를 발견하고 되돌아서 바른 길을 찾는 가벼운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2~3시간 정도를 모르고 진행하다가 되돌아서게 되어 계획하였던 산행시간에 쫓겨 초조하게 만들기도 하

고, 심한 경우 목표지점이 아닌 엉뚱한 곳으로 하산을 하여 산행을 종료하기도 하는데, 아주 심한 경우 길

을 찾는다고 길 아닌 곳을 몇 시간씩 헤매다가 길을 잃고 조난을 당하기도 하므로 주의를 요합니다.

 

산행 좀 하셨다는 분들 치고 이 알바 경험이 없으신 분은 거의 없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저도 처음에는

두렵고 공포감에 시달린 적이 많았는데, 알바 경력 10여 차례 지나니까 나중에는 그러려니... 하고 무덤덤

해지고 노하우까지 생기더군요.

 

노하우란 다른 게 아니고 산행경력이 좀 쌓이니까 길을 잘못 들어 20~30분 정도 진행하면 갑자기 예감이

이상해집니다. 그러면 안개 끼고 비 오는 날은 바로 되돌아서서 원위치로 돌아와 다시 길을 찾기도 하고,

맑은 날씨에 시야가 좋으면 지도와 나침판을 꺼내어 전후좌우를 확인하기도 하지요.

 

GPS를 배우고 익혀 사용하면 알바 염려가 거의 없어 좋습니다. 그러나 저는 이 문명의 이기를 사용하기가

싫습니다. 그 이유는 첫째 너무 GPS에만 의존하다가 갑자기 기계에 고장이 발생하거나 기타 사고발생으로

사용 불능시 눈뜬장님이 될까봐 겁이 나서이지요.

 

그리고 그 다음은 저 자신이 산에 들어가는 목적이 고대 원시인류의 생활에 근접하거나 또는 야생동물과 유

사한 생활을 통하여 심신을 자연에 친해지도록 단련하는 것이라는 생각에 가능한한 현대인류의 문명의 이기

를 피하고자 하는 취향 때문입니다.

 

재미있는 현상은 이 "알바"에서 힌트를 얻어 "도바"라는 신조어도 조심스럽게 사용하는 이들도 있는 모양이

더군요. "도로바이트" 를 줄여 "도바"라고 하는데, 이는 길을 잘못 들어 아르바이트를 하는 게 아니라, 산행

도중 휴식장소 등에 소지품(주로 지도, 디지털카메라, 겨울장갑, 외투 등등)을 흘린 것을 잊고 한참 진행하

다 발견하고 되돌아서서 도로 그 장소로 가서 물건을 찾아오는 일을 "도바"로 표현한다더군요.

 

"도바", 일본식 영어 같기도 해서 좀 찜찜하기는 하지요.

일본인들은 외래어가 좀 길다 싶으면 줄인 말을 만들어 외래어 본국에서도 못 알아듣는 말로 만들어버리

지요. 예를 들어 "가짜 오케스트라 기계" 라는 뜻을 줄여 (일본어 "가라") + (영어 "오케") = "가라오께"라는

합성어를 만들기도 하고,

 

"원격조정기"의 "리모트 컨츄럴"이라는 말을 줄여 "리모콘"이라고 하거나, 여러 방면으로 아르바이트를 하

는 사람이라는 뜻의 "프리랜서 아르바이터" 를 줄여서 "후리타" 라고 하는 식으로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