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한겨레/ 사설.칼럼.논쟁/ 논쟁/ 2011. 7. 9./ 우석훈/ 2.1연구소 소장
------ http://www.hani.co.kr/arti/opinion/argument/486504.html
흑자? 낙타가 바늘구멍 들어가기
정부 지출 등 비용까지 ‘경제 효과’로 잡는 계산법…
예비타당성 기준에 맞춰 비용편익 분석부터 해보자
평창이 삼수 만에 겨울올림픽 유치에 성공했다. 이유야 어떻든, 나름대로 애쓰신 분들의 노고를 치하하지 않을 수 없다. 모든 것을 경제만으로 환원하기는 어렵겠지만, 대형 이벤트는 수십조원이 들어가니, 경제성을 걱정하지 않을 수가 없다.
객관적인 사실 두 가지를 먼저 생각해보자.
우선 겨울올림픽에서 유일하게 경제성을 인정받은 경우는 1994년 노르웨이 릴레함메르의 경우이다. 환경단체의 반대가 워낙 강해서 선수촌도 임시건물로 지었고, 가능하면 경기장 신설을 줄였다.
둘째, 겨울올림픽 유치 후유증이 최근 점점 커져간다는 점이다. 일본의 나가노 등이 대회 종료 후 경제 위기로 빠져들었다.
일반적으로 공공사업을 할 때에는 예비타당성 등 법적 절차에서 비용편익 분석을 하게 되어 있다. 그래서 비용편익 비율이라는 수치를 뽑고, 이게 1보다 높으면 일단은 흑자, 1보다 낮으면 적자, 그렇게 공적인 판단을 하게 되어 있다.
새만금 때에는 1보다 높게 하기 위해서 쌀값을 일반 시중 가격보다 비싸게 하는 ‘안보미가’ 등의 편법을 동원했다. 이게 사업 타당성 평가라는 절차인데, 삼성경제연구소나 현대경제연구원에서 제시하는 경제효과 수치들은 기본적으로는 경제성 평가가 아니라 경제적 영향이라서, 실제 공공사업에서 법적 의사판단의 기준으로는 쓸 수 없는 수치들이다.
간단하게 말하면, 모든 사업은 수익과 비용을 계산해야 하는데, 이들의 계산은 정부 지출 등 비용을 전부 ‘경제적 효과’라고 잡았고, 근거가 불투명한 겨울스포츠 시장의 확대를 전부 수익으로 잡았다. 이런 식으로 예비타당성을 계산하는 법은 없다. 도대체 얼마가 들어가고 얼마나 들어온다는 것인가?
기업에서도 이런 식으로 사업성 검토를 하지는 않는다. 기업이 진짜 자기 돈을 넣을 때는 ‘턴오버’, 즉 몇 년 내에 자기가 투입한 금액이 다시 돌아오는가를 계산하거나 아니면 내부 수익률 형태로 계산을 한다. 3년 정도면 수익성이 높은 사업이라 무조건 하고, 5년 정도 되면 일단 고민이 시작되고, 8년 이상이면 심각한 고려를 한다.
기업의 사업 타당성 평가 기준으로 해보면, 평창 올림픽은 턴오버가 안 되는 사업이 아닌가? 이렇게 주먹구구식으로 사업하면 회사는 바로 망한다.
자, 논의를 좁혀서 강원도청이라는 지자체의 계정을 중심으로 살펴보자. 어차피 많은 토건 사업이 그렇듯이 이벤트가 벌어질 때까지는 중앙의 돈이 내려오니까 뭔가 생기는 것 같지만, 이벤트가 끝나면 이제 경기장당 300억~500억원씩 되는 유지보수비는 아무도 챙겨주지 않는다.
2018년 이후, 연간 1조원 가까운 돈을 매년 강원도가 치러야 한다. 2002년 부산 아시안게임은 그 자체로 성공한 경기였지만, 시설물 유지비를 대느라고 결국 사이클 경기장은 경륜장으로 바꾸고, 부산 시민들에게 사행성 자금을 뜯어내는 중이다.
88 올림픽의 메인 경기장도 지금 서울시가 어쩌지 못해서 쩔쩔매고 있지 않은가? 대구 국제육상선수권대회는 몇 년 동안 돈을 쏟아부었지만, 대구는 지금 1인당 지역소득 전국 꼴찌다. 2018년 이후, 이게 강원도의 미래가 될 가능성이 높다.
여기에 강원도는 불안 요소가 하나 더 있다. 이미 12년째 묶여 있던 외부 투기자금들이, 어떻게든 중앙정부 돈이 들어와서 땅값이 올라가면 바로 손절매하고 나갈 태세 아닌가? 중앙정부 돈을 투기꾼들이 뜯어먹고 나가는 ‘먹튀’ 가능성이 매우 높다. 이런데 무슨 수로 강원도가 돈을 번다는 말인가?
앞으로 남고 뒤로 밑진다는 말이 딱 이 경우가 아닌가? 평창으로 강원도가 망하지 않을 가능성, 낙타가 바늘구멍 들어가기보다도 희박해 보인다.
자신 있으면 비용편익 분석부터 예비타당성 기준에 맞춰 정식으로 해보자. 강원도청 계정을 중심으로 해보면, 1은커녕 0.5도 힘들어 보인다. 외부 투기꾼과 지방 토호들에게 덜 당하려면 기본 계산이라도 똑바로 해보자. 사회적 보건비용, 겨울 스포츠, 생태 비용 등 공공의 시각에서 안 다룬 게 너무 많다.
평창은 나가노와 다르다? 다르긴 뭐가 다른가? 투기 규모만 더 컸지, 본질은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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