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斷想·雜談

<펌글> 지리산 반달곰, 과연 안전한가 ?

by 박달령 2011. 3. 31.

<출처> http://san.chosun.com/site/data/html_dir/2011/03/17/2011031701742.html

월간 산/ 3월호/ 홈/ 화제&인물/ 글 박정원 부장대우

 

[초점] 지리산 반달곰, 과연 안전한가?
등산객과 수차례 마주쳐… 아직 사고 없지만 언제 터질지 우려

 

지리산 반달곰, 과연 등산객에게 안전한가? 고유종 복원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추진한 반달곰의 지리산 방사는 올해로 만 10년째 접어들었다. 방사한 반달곰과 그 곰이 새끼를 낳아 지금 모두 17마리에 이르러, 지리산의 자연 상태에서 등산객과 같이 놀고 있다. 

등산객들은 고유종 생태계 복원이라는 측면에서는 당연히 찬성하고 환영하지만 ‘과연 우리나라와 같은 높지 않은 산악지형에서, 더욱이 등산객이 이렇게 많은 나라에서 산에 그냥 방사하는 게 안전한가’에서부터 ‘언젠가는 사고가 한 번 터질 텐데’하는 의구심까지 지닌 채 사고의 위험을 안고 오늘도 지리산을 등산하고 있다. 일부 등산객들은 “반달곰의 지리산 방사는 우리 안에 가둬둔 반달곰을 지리산이라는 큰 울타리에 인간과 같이 놀도록 내버려둔 것과 별반 다르지 않다”고 사고의 잠재 가능성에 우려를 표명했다.

반달곰 방사 프로젝트는 2001년 생태계 복원사업의 차세대 과제로 수컷인 장군·반돌이와 암컷인 반문이와 막내 등 네 마리를 우리나라에서 곰이 지낼 만한 자연생태계가 그나마 제일 좋은 조건을 지닌 지리산에 실험 방사했다.  ‘고유종인 반달곰이 과연 생태계 복원에 성공할 수 있을까’에 대한 실험적 방사였다. 어린 반달곰 네 마리의 자연 상태에서 적응을 관찰한 뒤 2002년 5월 프로젝트 종결 선언과 함께 ‘자연 방사에 성공할 수 있다’는 확신을 가지고 실제 복원사업단을 발족시키며 본격 사업에 들어갔다.

공단에서는 반달가슴곰관리팀(종복원센터를 거쳐 현재의 멸종위기종복원센터)을 발족시키고 2004년과 2005년 러시아 곰, 2006년과 2007년 북한 곰을 들여와 방사했다. 이후 2009년 방사한 반달곰이 지리산에서 새끼를 낳아 반달곰 고유종 복원 사업은 성공적이었다고 정부와 국립공원관리공단은 평가했다.

당시 고유종 복원 프로젝트에 직접 참여한 국립생물자원관 한상훈 박사는 세 가지 단계에서 사업은 성공적이었다고 말했다. 첫 단계로는 방사한 반달곰이 자연 상태에서 자라 교미에 성공, 직접 새끼를 낳은 건 환경 적응에 성공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둘째 단계로는 방사한 반달곰이 인간과 충돌에 의해 중간에 사고가 나기도 했지만 2012년쯤 최소 개체수가 50마리에 이르면 더 이상 인공 방사하지 않고 자연증식이 가능한 수준이 된다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반달곰의 방사를 현재보다 조금 더 늘려야 한다는 주장이다.

셋째 단계로 2009년에 태어난 곰이 자연상태에서 자라 2013년이나 2014년쯤 새끼를 낳고, 그 새끼가 튼튼하게 자라는 2015년쯤에는 반달곰 복원사업은 완벽한 성공을 보게 되는 것이라고 밝혔다.

애초 반달곰 복원사업팀이 지리산을 선택한 이유는 반달가슴곰의 서식에 필요한 생존 먹이량과 면적(440㎢) 등이 남한에서 가장 뛰어났기 때문이다. 즉 육식과 채식을 두루 즐기는 반달가슴곰이 주로 찾는 조릿대와 취나물, 쥐와 다람쥐 같은 설치류, 참나무에서 얻을 수 있는 견과류 등이 반달가슴곰 서식에 필요한 양을 충분히 갖췄다는 점이 높게 평가됐다.

 

▲ 1 지리산에 방사한 곰 중에서 가장 위험한 것으로 알려진 ‘천왕’이 등산객들이 오가는 등산로 근처에 나타나 어슬렁거리기도 한다. 사진 국립공원관리공단 제공 2 자연으로 방사하기 전 국립공원관리공단의 복원센터에서 반달곰의 자연적응 훈련을 시키고 있다. 사진 공단 제공 3 2005년 7월 지리산에 방사된 북한산 반달가슴곰 ‘장강21’이 나무 위에서 먹이를 찾아 헤매고 있다. 사진 국립공원관리공단 제공
정부와 공단은 “고유종 복원 성공적” 평가

2002년 공단에서 발표한 ‘지리산 반달가슴곰 서식지 관리방안에 관한 연구’라는 보고서에 따르면, 지리산국립공원 내에 서식 가능한 반달가슴곰의 개체수는 조릿대 기준으로 최소 5,452.6마리에서 최대 9,060.4마리, 취나물은 최소 11.6마리에서 최대 19.3마리, 견과류는 최소 267.8마리에서 최대 445마리로 나타났다. 따라서 현재 지리산의 식생만으로 서식 가능한 반달가슴곰의 개체수는 최소 5,732마리에서 최대 9,524.7마리로 조사됐다. 이는 반달가슴곰이 지리산의 먹이조건을 100% 이용한다는 가정에서 나온 수치다.

지리산과 서식환경이 비슷한 일본의 중부산악지역에서 반달가슴곰들의 가을철 견과류 이용률은 적게는 69.9%, 많게는 93.7%로 나타났고, 하쿠산 지역에서는 적게는 99.4%, 많게는 99.8%를 이용하고 있다고 보고했다. 따라서 지리산에서 반달가슴곰의 먹이는 충분하다고 결론을 내렸다. 

반달곰 복원사업에 애초부터 참가한 한상훈 박사는 “지리산이 안고 있는 면적·먹이·먹이사슬 등은 반달가슴곰이 서식하기 충분한 자연조건을 갖추고 있다. 문제는 인간의 간섭이다. 남한에서 곰이 자연적으로 사라진 게 아니고 인간에 의해 사라졌다. 현재 고유종 반달곰 복원 성공여부의 최우선 과제도 인간과의 갈등을 완화시키고 최적의 서식환경을 만들어 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매년 지리산에는 300만 명 내외의 등산객이 찾는다. 이들에게 지리산에는 자연 방사한 곰이 살고 있으니 산을 찾지 말라고 말할 수는 없다. 또 찾지 말라고 해도 산에 가지 않을 사람들이 아니다. 왜냐하면 우리나라 사람들이 갖는 지리산의 역사·문화·지리적 상징성은 엄청나기 때문이다. 결국 언제 터질지 모르는 사고 가능성을 안고 지리산에서 인간과 곰이 공존하는 형국이다.

곰은 기본적으로 온순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누가 먼저 공격 하기 전에는 상대방을 절대 해치지 않는다고 한다. 그러나 우연한 사고는 누구라도 예측할 수 없다. 유순한 곰이 인간과 공존하면서 사고를 치는 경우가 간혹 보고된다. 


먹이습관에 길들이면 인간도 해쳐

캄차카 반도에서 곰 사진만 찍는 일본 동물 사진가 호시노가 있었다. 그는 10년 이상 곰을 따라 다니며 곰의 생생한 현장모습을 렌즈에 담았다. 하지만 어느 날 곰에게 무참히 살해된 채 발견됐다. 원인을 추적해 보니 결국 인간 때문이었다.

독일 방송국에서 자연상태의 곰의 생활을 촬영하기 위해 먹이를 던져 유인했다. 몇 번 이런 일이 반복되며 곰은 인간이 주는 먹이에 맛을 들이게 됐다. 인간만 보면 먹이를 달라고 보챘다. 먹이습관이 든 곰은 10여 년 이상 같이 지낸 호시노에게도 먹이를 요구했다. 전혀 의외의 상황을 맞은 호시노는 즉시 곰에게 살해당한 것이다. 결국 다른 인간 때문에 10여 년 같이 지낸 곰에게 비극적 최후를 맞은 셈이다.

아무리 유순한 곰이지만 그래도 동물이다. 최근 우리나라 동물원에서 탈출한 곰을 처리하는 과정을 보면 끔찍한 생각이 든다. 지리산에서도 이런 상황이 생기지 말라는 보장은 없다. 

2010년 12월 6일 과천 서울대공원에서 몸무게 40㎏ 여섯 살짜리 검은색 수컷 말레이곰 한 마리가 탈출해 비상이 걸렸다. 경기 의왕시 청계사 주변을 거쳐 청계산으로 향했다고 하자 청계산 주변 주민들에게 대피령을 내렸다. 소방·경찰 관계자 200여 명, 서울대공원 직원 120여 명과 소방헬기까지 동원돼 탈출한 말레이곰을 찾아 긴급 출동했다. 몸무게가 40㎏ 정도밖에 안 되고 비교적 온순한 것으로 알려진 곰인데도 곰이 잡힐 때까지 며칠 동안 청계산에 등산객 출입을 통제했다.

2011년 1월에도 비슷한 사건이 발생했다. 충남 청양의 한 식물원에서 사육 중이던 반달가슴곰 한 마리가 탈출했다. 탈출한 곰은 4년생 수컷으로 몸무게가 140~150㎏가량 됐다. 경찰 100여 명과 엽사 9명이 즉시 곰의 행방을 뒤쫓았다. 이 곰은 지난해 탈출한 말레이곰보다 덩치가 3배나 더 크고 위협스러웠다. 경찰은 발견 즉시 사살명령을 내렸다. 결국 탈출한 지 하루 만에 동원된 엽사에 의해 사살됐다.

전국의 산에 500마리 내외가 자연 상태에서 서식하고 있는 일본에서도 매년 곰에 의한 인명사고 소식이 들리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지리산 반달곰만 괜찮다고 할 수는 없다. 출입만 통제한다고 해서 능사는 아니다. 곰이 제한된 구역에서만 지내는 것도 더더욱 아니다.

지리산에서 곰과 마주치는 등산객들은 매년 늘고 있다. 지금도 지리산에서 등산객과 가끔 마주친다. 2007년 4월 연하천에서 곰과 마주친 이삼규씨는 당시를 이렇게 회상했다.

“겨울잠에서 갓 깨어난 듯한 곰이 약 50m 전방에서 우리 곁으로 어슬렁어슬렁 다가오고 있었어요. 부랴부랴 사진은 찍었지만 겁이 나 도망갔죠. 사실 그렇게 위협적이지는 않았지만 곰이라는 자체가 무서웠습니다. 곰은 사람을 보면 무서워서 도망간다고 들었습니다만, 그러지 않더군요.”

이씨는 2010년에도 중산리에서 천왕봉으로 올라가던 여자 등산객이 곰을 만나 기겁을 하고 내려왔다는 얘기를 들었다고 했다. 또 다른 곰을 마주친 지종석씨는 2005년 7월의 그날의 상황을 생생하게 전했다.

“지리산 곰이 사람을 해치거나 하는 위급한 상황이 아직 발생하지는 않은 것 같습니다. 그러나 개체수가 늘어나면 만나는 횟수도 잦아지고 위험가능성도 높아지겠죠. 그 때는 분명 지금과는 다른 특단의 대책이 있어야 사고가 발생하지 않을 것입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지리산에서 반달곰의 번식 성공 가능성에 회의적입니다. 등산객들에게 위험한 것도 있지만 이렇게 사람이 많이 다니는 산에 곰이 제대로 서식할 수 있겠습니까. 성공 가능성이 낮다고 봅니다.”

“방사한 곰 핑계로 등산객 규제할까 우려”

배성한씨는 지리산 반달곰 방사에 대해 더욱 비판적이다.

“곰이 서식한다는 구역을 정해 놓았는데, 곰이 그 구역 안에서만 지낸다는 보장이 있습니까? 상황을 인식하는 인간도 지정등산로 외에 지역을 마음껏 다니길 원하는데, 곰이 어디를 못 가겠습니까. 결국 방사한 곰을 핑계로 등산객들에게 규제와 통제가 가해질까 우려됩니다.”

이제 3월 6일이면 곰과 개구리가 겨울잠에서 깨어나는 경칩이다. 곰은 경칩 전후 겨울잠에서 깨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겨우내 바닥난 체력을 회복하기 위해 먹이를 찾아나서 신경이 곤두서고 예민해 있을 시점이다. 지리산 등산객들이 더욱 조심해야 할 시기이기도 하다.

지리산에서 인간과 곰의 공존이 정말로 가능할까? 반달곰 고유종이 복원되어 지리산에 사는 한편 사람도 자유롭게 등산을 다닐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지만 일본의 예에서도 보았듯 동화 속에서나 가능할 상상에 불과하다. 그럼에도 공단은 이런 위험에 대해서는 외면하고 오로지 반달곰 복원에만 열중하고 있는 느낌이다. 나중에 ‘반달곰 정착이 생태적으로 중요하니  인간은 전면 출입금지’를 선언할 참일까. 대부분의 등산인들은 이런 점을 가장 크게 우려하고 있다.

지리산을 국민들이 심신 수련의 장으로 두려움 없이 돌아다닐 수 있게 하는 것과 반달가슴곰을 복원하는 일, 두 가지를 등산객을 상대로 여론 조사를 해본다면 전자에 더 큰 비중을 두어야 한다는 사람이 훨씬 더 많을지 모른다.

 

▲ 1 2009년 9월 나무 위에서 먹이활동을 하다 카메라에 포착된 지리산 새끼 반달곰과 어미의 모습. 사진 공단 제공 2 러시아에서 들여온 반달가슴곰이 2007년 11월 지리산 나무 위에 올라가 사람들을 물끄러미 내려다보고 있다. 이 곰은 지리산 동부지역 능선에서 방사됐다. 사진 국립공원관리공단 제공 3 2007년 4월 겨울잠에서 갓 깨어난 듯한 곰을 지리산 연하천에서 만난 등산객이 긴급 촬영하고 도망갔다. 사진 이삼규씨 제공

 

 

지리산 곰과 마주쳤을 때 대처요령


공단에서는 지리산 곳곳에 산행 중 곰을 만날 경우의 대처요령을 안내판에 적어놓고 있다. 일본에서는 등산객들이 배낭에 방울을 매달아, 소리를 싫어하는 곰이 아예 접근을 못하도록 사전에 방지하고 있다. 실제로 일본 산에서 등산객들의 방울소리가 곳곳에서 “딸랑 딸랑~, 딸랑 딸랑~” 울려 귀에 꽤 거슬리는 경우를 자주 겪는다.

등산하다 곰을 만났을 때 가장 기본적인 요령은 절대 등을 보이고 내달리면 안 된다. 곰은 100m를 6~7초에 내달리는 준족이다. 도망가는 것보다 적극 대처하는 방법이 더 효과적이다. 다음은 국립공원관리공단이 제시한 반달곰 대처법이다.

 

▲산행 중에 반달곰을 만났을 경우

- 먼저 공격하지 마시고 침착하게 재빨리 상황을 판단하여 행동해야 합니다.
- 반달가슴곰과 마주쳤을 때는 시선을 피하지 말고 곰의 움직임을 주시하면서 곰으로부터 천천히 떨어져야

   합니다.
- 반달가슴곰은 금속성 소리를 싫어합니다. 호각을 크게 불거나 방울소리를 내면서 자리를 피해야 합니다.
- 반달가슴곰이 접근할 경우엔 손을 크게 휘두르거나 높은 바위에 올라가 곰보다 더 큰 존재임을 알리십시

  오. 계속 집요하게 접근할 경우 갖고 있는 배낭과 스틱 등과 같은 물품을 이용해 적극 방어를 해야 합니다.


▲절대 해서는 안 되는 행위

- 먹이를 주거나 남은 음식물을 버려서는 안 됩니다. 사람이 주거나 버린 음식물에 한 번 맛을 들이면 자연

   적응에 실패하거나 사람 가까이 접근할 수 있어 매우 위험합니다.
- 단독 산행을 피하고 지정 탐방로를 이용해야 합니다. 여러 명이 함께 마주쳤을 경우 반달가슴곰이 먼저 위

   험을 느껴 달아나게 됩니다.
- 카메라, 비디오를 곰에게 향해서는 안 됩니다. 촬영을 시도하거나 인공적으로 반짝이는 플래시는 반달가

   슴곰에게 위협을 느끼게 하여 사람을 공격하게 만들 수 있습니다.
- 곰에게 등을 보이지 않아야 합니다. 당황하여 등을 보이며 도망가게 되면 반달가슴곰이 자신보다 약한 상

   대로 인지해 공격을 가할 수도 있습니다.


/ 글 박정원 부장대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