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기 4343년 8월 21일(토)
오늘은 영월의 태화산(太華山)을 가려고 계획한 날이다.
태화산은 영월지맥, 또는 영춘지맥의 시작점도 되고, 종착점도 된다.
영월지맥은 한강기맥의 태기산 삼계봉에서 갈라져 나온 산줄기가 남쪽으로 흐르면서 태기산, 매화산, 치악산, 남대봉, 감악산, 용두산을 걸쳐 영월 태화산(1027m)에서 남한강 속으로 사라지는 산줄기로 섬강과 제천천, 주천강의 분수령이다. 그리고 춘천지맥과 한강기맥의 일부 구간을 합하여 영춘지맥이라 부르기도 한다.
04:50에 기상하여 산행준비를 하고 05:40에 아침식사를 시작한 다음 06:10에 집을 나서서 시내버스(1,000원)를 타고 수원 터미널로 가서 07:00출발 태백행 첫차를 영월까지 버스표(12,600원)를 사서 승차를 하고 출발, 고독한 방랑자의 방랑길을 시작한다.
시외버스는 영월터미널에 09:10경에 도착한다.
화장실에 다녀와서 시내버스 정류장을 물어서 찾아가 흥월리로 가는 버스 시각표를 찾아보니 간발의 차이로 09:20에 출발하는 버스를 놓쳐버렸다. 미리 잘 알아보고 계획을 세워 시외버스에서 내리자 마자 바로 달려 왔더라면 탈 수 있었는데 아쉽게 되었다.
정류장 앞에서 어찌할까 망설이며 서성거리다 때마침 정차하는 택시에 승차하여 팔괴리 오그란이라는 마을을 물어보니 잘 모르기에 봉정사 입구 삼거리에서 내릴거라 하니 그제야 알아듣고 출발한다. 09:40경 오그란이 마을 봉정사 입구에서 하차한다.(택시비 8,000원)
신발끈을 조이고 옷매무새를 가다듬고서 09:50에 오그란이 마을을 출발하며 고독한 방랑산행을 시작한다.
무더운 날씨 폭염속에 출발 시작부터 땀이 비오듯 쏟아지는 걸 참고 견디며 홀로 걷는다.
▼ 태화산 산행 개념도
▼ 영월 터미널에서 약 100여미터 떨어진 곳의 시내버스 시발점에 있는 시내버스 시각표
(태화산 산행 들머리인 오그란이를 가기 위해서는 흥월리행을 타야 한다.)
산행 출발하여 몇 걸음 안가서 태화산 정상 4. 8Km, 태화산성 2. 3Km를 알리는 이정표가 나타난다.
절골계곡을 따라 올라가는 길은 콘크리트 포장길을 따라 조금 올라가자 10여호의 마을이 있는 가운데로 나 있는데 한참을 올라가니 포장길은 끝나고 비포장 농로가 나타나 이 농로를 따라 한참 오르니 "단체의 숲"이라는 간판이 서있는 소로길 삼거리가 나타나고 그 간판 옆에 태화산 등산로 약도를 그려놓은 안내판이 따로 서 있다.
"단체의 숲"이라는 의미가 그 간판에 쓰여있는 현대시멘트 주식회사와 국유림관리소간에 자매결연을 맺어 관리하는 산이라는 뜻인듯하다. 간판이 서 있는 소로길을 따라 한참 진행하니 길가 언덕밑에 소형 컨테이너가 설치되어 있고 이 컨테이너 옆을 지나자 절골 개울을 건너서 한참 소로길을 따라 오르니 대문에 자물쇠가 채워진 농장 가옥이 나타난다.
농장 가옥 앞의 소로길은 여기서 끝나고 얼마 가지 않아 나무가 우거진 개울로 접어들면서 습기를 잔뜩 머금어 미끄러운 돌덩이가 깔려있는 개울물이 흐르는 너덜길이 지루하게 1Km도 훨씬 넘게 계속되어 바람도 불지 않아 후덥지근하여 땀으로 온 몸이 범벅인데다 발걸음마저 더디게 한다.
이러한 너덜길을 힘들고 더디게 오르다 보니 태화산성 및 태화산 정상으로 가는 좌측길과 샘터 50m로 가는 우측길이 갈리는 삼거리가 나온다. 왼쪽길은 산성고개를 거쳐 태화산 정상으로 돌아가는 길이고 샘터로 가는 오른편 길은 곧바로 주능선으로 올라서서 태화산 정상으로 가는 길이다. 왼편 산성고개로 향한다.
▼ 태화산 산행 이정표
▼ 오그란이 마을 삼거리에서 마을을 향하여 오르는 콘크리트 포장길
▼ 마을을 지나 비포장 농로를 따라 한참 진행하자 나타나는 단체의 숲 간판이 서있는 삼거리
▼ 간판 옆에 따로 서 있는 등산로 안내판
▼ 등산로 안내판 앞으로 난 소로 갈림길
▼ 소로길을 따라 조금 진행하자 길가에 나타나는 소형 컨테이너
▼ 컨테이너를 지나자 나타나는 절골계곡 개울물
▼ 어제 내린 비로 수량이 불어난 개울물
▼ 대문에 자물쇠가 굳게 채워진 농장 가옥
▼ 농장 가옥을 지나 한참을 이어지는 소로길
▼ 소로길이 끝나고 시작되는 개울의 습기를 머금어 미끄러운 너덜길
▼ 너덜길이 끝나고 나타나는 삼거리의 이정표(여기서 왼쪽 산성고개로 향하여 오른다.)
▼ 오른편 샘터쪽으로 길을 잡으면 태화산성으로 돌지 않고 바로 주능선으로 올라서는 지름길이다.
삼거리에서 왼편 태화산성길로 접어드니 너덜은 끝나고 부드러운 흙길이다.
완만한 경사의 흙길을 한참 올라서니 주능선 삼거리 산성고개가 나타나고 산림청에서 세운이정표가 서 있다. 시각은 12:10...
불과 2. 2Km의 거리를 두시간 20분이나 걸려 올라왔다. 비오듯 흘리는 땀에 지쳐서 놀며 쉬며 올라오느라고 달팽이 걸음을 걷게 되었던 것이다. 주능선까지 올라오는 동안 경사가 완만했으니 망정이지 급경사 깔딱고개가 자주 나타났더라면 바람도 불지 않는 숨막히는 폭염속에 비록 나무그늘이 좋은 산길일망정 중도에 탈진할뻔 했다. 나의 여름 산행 속도는 이처럼 한 시간에 1Km에 불과하다.
주능선 산성고개에 올라 한참 쉰 다음 북동쪽 150m 거리에 있는 태화산성으로 향한다.
태화산성은 성터의 흔적만 간신히 남아 오래 전 역사를 말하여주고 있을 뿐, 복원은 되지 않았다.
산성의 끝자락은 절벽에서 끝나고 우거진 나무 사이로 남한강이 조망된다.
▼ 너덜길이 끝나고 시작되는 흙길
▼ 길가의 그늘밑에서 자라는 음지식물
▼ 힘겹게 주능선 삼거리 산성고개에 올라서자 나타나는 이정표
▼ 이정표의 하단부
▼ 태화산성 방면의 숲길
▼ 태화산성의 전설적인 유래 설명 안내판
▼ 태화산성의 흔적
▼ 태화산성 끝자락에서 조망되는 남한강 줄기
▼ 남한강 건너로 보이는 마대산(1052. 2)
▼ 성터의 고사목
▼ 성터의 흔적
▼ 버섯
태화산성을 다 돌아본 후 산성고개로 되돌아 나와서 태화산 정상을 향하여 걷는다.
산성고개에서부터 태화산 정상까지 2. 5Km의 능선구간은 고저가 심하지 않은 거의 평탄한 육산인데,
동편 남한강쪽은 절벽이고 서쪽은 비교적 완만한 구조를 이루고 있다.
약 400 ~ 500m 정도 진행하면 심심치 않게 나타나는 동쪽으로 조망이 트이는 전망대가 나타나 남한강을 조망하게 된다. 날씨가 쾌청하고 개스가 끼지 않았으면 남한강의 모습이 한폭의 그림이었을텐데 조금 아쉬은 점이다.
태화산 정상을 향하는 능선을 걷다가 시각이 13:00이 되어 바위가 있는 적당한 장소에서 떡도시락으로 점심식사를 때운다.
▼ 태화산 정상을 향하는 능선 길가의 야생화에서 꿀을 탐하는 벌과 나비들
▼ 수시로 만나는 전망대에서 내려다 본 남한강
▼ 가지를 힘차게 뻗은 소나무
▼ 가끔씩 나타나는 암릉
▼ 암릉
▼ 수시로 나타나는 전망대 표지
▼ 남한강과 맞은편의 마대산
▼ 남한강
▼ 남한강
▼ 남한강
▼ 또 다른 전망대에서의 남한강
▼ 고사목
가끔씩 나타나는 전망대에서 조망을 즐기며 걷는데 발 앞에서 갑자기 스르르르르 ~ 윽 ! 하는 소리가 나서 내려다보니 두어발자국 떨어진 곳에서 뱀 한 마리가 나를 피해서 도망을 하느라고 빠른 속도로 달려간다.
독사는 아니고 독 없는 뱀인데 길이가 약 80Cm 정도 되는 꽤 큰 축에 속하는 뱀이다.
독사 같았으면 도망을 가지 않고 길가운데를 가로막고 기싸움을 걸어왔을텐데 독없는 뱀이라서 몇 걸음 멀리서 인기척을 느끼자마자 달아난다.
한참을 진행하니 통나무를 반을 갈라 걸쳐놓은 긴의자 두개가 설치된 전망대가 나타나고 나와 비슷한 연배의 남자 산행객 한사람이 조그마한 누렁개와 함께 의자에 앉아 쉬고 있다. 오늘 처음 만나는 사람이다.
서로 인사를 나누고 어디서 산행을 시작했느냐고 물었더니 봉정사 입구에서 10:00에 출발했다 한다. 나보다 10분 뒤에 출발하였는데, 샘터 삼거리에서 태화산성쪽으로 돌아서 진행하지 않고 샘터쪽으로 해서 주능선으로 바로 올라 여기까지 왔다는 것이다.
이곳에서 내려다 본 남한강의 풍광이 지금까지 보아왔던 조망보다 훨씬 아름답다.
산행객과 한참 이야기를 나누다가 내가 먼저 출발을 한다.
그리고 약 200여미터 진행하자 이번에는 길이 약 30Cm가량의 작고 가늘은 시커먼 색깔의 뱀 한 마리가 두어발짝 앞에서 나의 발자국소리에 놀라 잽싸게 달아난다. 오늘 두 번째 보는 뱀이다.
조금 진행하니 태화산 정상을 0. 6Km 남긴 지점에 큰골로 하산하는 삼거리 갈림길이 나타난다.
처음 계획은 태화산 정상에 올랐다가 남진하여 화장암을 거쳐 충북 단양군 영춘면 오사리로 하산하려 했으나 너무 무더운 날씨에 시달려 컨디션이 말이 아니므로 이곳 큰골 삼거리로 되돌아나와 큰골로 하산하기로 계획을 수정한다.
큰골 갈림길을 지나 조금 진행하니 대구에서 왔다는 40대 후반에서 50대 초반으로 보이는 남녀 산행객 4인이서 길가에 자리를 펴고 앉아 점심식사를 하고 있다. 오사리쪽에서 올라와 태화산 정상을 거쳐 봉정사로 하산한다고 한다.
이분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도중에 조금 전 전망대에서 만났던 개를 거느린 산행객이 도착하여 같이 정상을 향하여 진행한다. 정상에 거의 도착할 무렵 오늘 산행경로 중 딱 한군데 위험구간에는 목제 안전시설이 설치되어있고, 그리고 딱 한군데 험난한 암릉에는 밧줄을 이용한 안전시설이 설치되어 있어 위험하지 않게 진행한다.
▼ 가장 조망이 아름답고, 긴 의자 두개가 설치된 전망대 표지
▼ 남한강의 조망
▼ 건너다 보이는 마대산과 남한강 줄기
▼ 큰골 갈림길 삼거리의 이정표
▼ 오늘 산행로 중 딱 한군데 위험구간에 설치한 안전시설
▼ 오늘 산행로 중 딱 한군데 험난한 암릉에 설치된 안전시설
▼ 위 아래 두군데에 커다란 구멍이 뚫려 있어도 살아있는 생명력 질긴 나무
정상을 약 100여미터 앞둔 공터에 통나무를 반으로 쪼개어 만든 긴의자가 두 개 설치된 쉼터가 조성되어 있다. 계속하여 조금 진행하자 태화산(1027) 정상이 나타나고 정상에는 충북 단양군과 강원도 영월군에서 각자 설치한 정상 표지석 두개가 삼각점을 가운데 두고 나란히 서 있다.
두 기관에서 협의하여 양쪽 기관 이름을 나란히 새겨넣은 표지석 하나만 세운다면 국민의 혈세를 낭비하지 않을텐데... 아쉬운 현상이라는 상념에 빠져든다.
그러나 전국적으로 각 관청과 기관들이 혈세 낭비를 하는 사례가 여기 뿐이겠는가 ?
건강도 좋지 않은데 이런 일에 스트레스 받으면서 정력을 소모하지 말자.
남이사...!!!
요강을 붙들고 한강을 헤엄쳐 건너건 말건,
전봇대를 쪼개어 이쑤시개를 만들건 말건,
1천만원짜리 밍크코트를 입은채 개펄에서 샅바씨름을 하건 말건,
통영갓을 쓴채 오토바이를 몰고 달리건 말건,
똥지게를 짊어진채 카바레에서 탱고 스텝을 돌리건 말건...관심을 멀리하자.
그렇지 않아도 좋지 않은 건강에 스트레스는 내 몸에 독이 된다.
태화산 정상은 숲이 우거져 아무데도 조망이 트이지 않는다.
정상에 도착한 시각은 14:45이 되었다.
배낭을 벗어놓고 잠시 10여분간 쉬다가 15:00경 큰골 갈림길로 되돌아 나간다.
▼ 정상 약 100여미터 직전의 쉼터에서 쉬고 있는 산행객
▼ 스트레스를 주는 태화산 정상의 두 개의 표지석
▼ 두 개의 정상 표지석 사이에 있는 삼각점
▼ 길가에 일부러 쌓아올린것처럼 보이는 바위
▼ 큰골 갈림길 삼거리로 되돌아나와 큰골로 하산한다.
큰골 하산길은 수십만평은 됨직한 경사 완만한 벌판에 밀림이 우거져 있다. 고냉지 채소밭으로 개간할 욕심을 낼만한 지형이다. 큰골 갈림길 삼거리에서 약 2Km 하산하니 경사 완만한 벌판지대는 끝나면서 큰골마을이 나타나고 마을 가운데로 조성된 좁은 콘크리트 포장도로를 약 1. 5Km 내려가자 2차선 아스팔트 포장도로가 나타난다.
큰골 계곡을 따라 나란히 조성된 콘크리트 포장도로를 개울물소리를 들으며 따라 내려가다가 적당한 장소가 나오기에 개울로 내려가 알탕을 한 다음에 배낭에서 여벌 옷을 꺼내 갈아입으니 개운하다.
알탕을 하면서 OK대충산사 시절인 3년 전에 지은 나의 자작 한시를 다시 한 번 되뇌어 본다.
百扇 不如一風 (백선이 불여일풍이요) - 부채질 100번이 거풍 한 번만 못하고,
百風 不如一手 (백풍이 불여일수요) - 거풍 100번이 세수 한 번만 못하고,
百手 不如一足 (백수가 불여일족이요) - 세수 100번이 탁족 한 번만 못하고,
百足 不如一湯 (백족이 불여일탕이로다) - 탁족 100번이 알탕 한번만 못하도다 !
험험, 어흠 !!! 알탕은 참으로 좋은 것이여 ~ !!! 푸하하하하하...!!!
▼ 경사가 완만한 밀림 우거진 큰골 하산로 일대(수십만평은 됨직한 구릉지대이다.)
▼ 큰골마을
▼ 큰길로 나가는 큰골마을 콘크리트 포장도로
큰골 입구 삼거리에 도달하니 태화산 등산 안내도가 그려진 대형 안내판이 서 있다.
그리고 길가에는 웃는 표정의 목장승도 서 있다. 아스팔트 포장이 되어 있는 삼거리에서 좌측 서쪽으로 가면 흥월리 버스 종점 달곳마을로 가는 길이고, 우측 동쪽으로 가면 영월읍으로 가는 길이다.
▼ 태화산 안내도
▼ 큰골마을 입구의 목장승(왼쪽의 목장승은 찍히지 않았다.)
큰골마을 삼거리까지 하산을 끝내고 나니 시각은 17:00이 되었다.
마을사람들에게 흥월리에서 나오는 버스 시각을 물으니 18:30이 넘어야 지나간다고 하기에 114에 영월택시 사무실 전화번호를 물어 택시를 호출하고 기다리니 10분쯤 후에 택시가 도착하여 영월 시외버스 터미널까지 간다.(택시비 10,000원)
18:15에 출발하는 수원행 직행버스 승차권을 구입하려니 시발지인 태백에서 좌석이 매진되었다고 하여 할 수없이 18:00에 출발하는 동서울행 버스 승차권을 구입하고(14,400원) 대합실에서 기다리면서 캔맥주 한개를 사서 마시면서 갈증을 달래본다.
이윽고 동서울행 버스가 도착하여 승차하고서 안전벨트를 맨 후 시원하게 쏟아지는 에어컨 바람아래에서 나른한 잠속에 빠져들며 귀가길에 오른다.(지하철 1,200원, 7770번 좌석버스 1,800원)
오늘 태화산 산행길은 오르막길이고 능선길이고 하산길이고 간에 급경사 깔딱고개나, 험난한 암릉이 없고 경사가 완만하고 부드러워 이 무더운 폭염속에 그나마 탈진하지 않고 진행할 수 있었다.
▼ 오늘 나를 영월로 왕복시켜준 버스 승차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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