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기 4342년 12월 9일과 10일 이틀간에 걸쳐 경기 북부지방과 강원도 지역에 상당히 많은 양의 비가 내렸다. 기억하기로는 30 ~ 40mm 가량의 비가 내린 것 같다. 12월 11일 아침에 일어나니 비가 그쳤다. 일기예보를 검색해보니 주말에 비소식은 없다.
백두대간이 지나는 대관령 북쪽의 선자령은 1천미터 이상의 고지대이므로 비가 아닌 눈이 많이 내렸을 것이라는 데에 생각이 미치자 불현듯 눈 쌓인 선자령이 가고 싶어진다. 저녁식사 후 일찍 잠자리에 들었다가 12월 12일 토요일 새벽 03:10에 휴대전화 알람소리에 잠이 깨어 일어나 산행준비를 하고서 04:15에 집을 나선다.
수원역앞에서 04:30에 출발하는 사당행 7770번 좌석버스를 타고 가서 05:00경에 사당역앞에 내려 지하철역으로 내려가 강변역까지 차표를 산 다음 신문을 읽으며 첫차를 기다린다. 05:34에 도착하는 2호선 지하철을 타고 가다 강변역에서 06:00경 하차하여 길을 건너 동서울터미널에서 06:32에 출발하는 버스에 횡계까지 차비 13,200원을 지불하고 차표를 구입한다. 이 버스는 강릉행 직행버스이다.
버스표를 구입하고 나니 25분 정도 시간여유가 있어 터미널 구내식당에서 우거지해장국(5,000원)을 시켜 허겁지겁 먹은 다음 버스에 승차하니 버스는 곧 출발한다. 영동고속도를 달리던 버스는 장평정류장, 그리고 08:40경 진부터미널을 거쳐 08:55경 횡계터미널에 도착한다.
횡계에 내려 시가지를 둘러보니 간판들이 옛날에는 평창군 도암면이었는데 언제인지 모르게 <대관령면>
으로 바뀌어져 있었다. 대관령 일대가 도암면이니 관광산업 육성 차원에서 행정구역 명칭을 바꾼 것으로 추측이 된다. <횡계>는 대관령면 소재지인 횡계리이다.
그런데 주변을 둘러보아도 눈이 쌓여있지 않다. 터미널 길건너편으로 건너가 택시 사무실이 있는 곳으로 가니 택시 6대가 대기하고 있다. 순번이 돌아온 택시에 올라 대관령으로 가자고 하니 선자령 등산을 가려고 하는지 묻기에 그렇다고 대답하고, 여기는 지대가 높아서 엊그제 눈이 많이 내리지 않았는지 물으니 날씨가 너무 따뜻하여 비만 왔다고 한다.
과거의 영동고속도로로 사용되던 구도로변의 선자령 등산로 입구에서 택시비 7,400원을 지불하고 하차하면서 혹시 선자령에 올랐다가 이쪽으로 되돌아 나올지 모르니 택시 사무실 전화번호를 알려달라고 하자 명함을 꺼내준다.(택시기사 : 전재구 - 016-780-0123)
대관령에 내려서 사방을 둘러봐도 눈이 없다. 그래도 일말의 희망을 가져본다. 대관령의 표고가 840m이고 선자령은 1,157. 1m로 317m 이상 높으니 선자령에는 설마 눈이 쌓여 있겠지 하고 말이다.
등산로 입구 공터에는 봉고승합차 한대가 뒷문을 개방하여 노점을 펼치고 있는데, 등산장비들을 팔고 있다. 집에서 출발할때 빠트린 장비들을 사려는 등산객들한테 팔기 위한 것으로 짐작된다.
간단히 산행준비를 한다음 09:20에 산행을 시작한다.
7년전 단기 4335년 봄에 백두대간을 북진시에는 왼편의 국사성황사 가는 길로 해서 성황사를 거쳐 대간 마루금에 올라섰지만, 오늘은 오른편의 선자령으로 바로 가는 마루금길로 올라선다.
▼ 대관령에서 선자령으로 가는 등산로 입구 삼거리 (왼편은 국사성황사 가는 길)
▼ 선자령 가는 길
▼ 선자령 가는길
▼ 길이 굽은 곳에 세워진 이정표
▼ 대관령에서 선자령까지 완만하게 이어지는 길
선자령으로 향하는 길에는 높이 5m는 되어 보이는 낡은 목책이 길가에 수시로 나타난다.
무엇에 쓰기 위해 세워둔 목책인고 ?
▼ 수시로 나타나는 길가의 목책
넓지막한 산길을 한참 가니 무선표지소로 가는 찻길과 만나는 삼거리에 바리케이트가 설치되어 있고, 그 옆에 <제3벙커터>라는 비석이 세워져 있다. 그 옆에는 군용 지하벙커를 철거한 내력이 쓰인 간판이 서 있다. 지금은 군용으로 용도가 폐기된 옛 시설물이 된 것이리라. 그 곳을 지나니 한국통신 중계소의 높은 중계철탑이 나타난다.
▼ 산길과 무선표지소로 가는 찻길이 합쳐지는 삼거리의 바리케이트
▼ 철거한 벙커터를 알리는 비석
▼ 지하 벙커를 철거한 내력이 쓰인 간판
▼ 철거 벙커터 옆에 서있는 이정표
▼ 한국통신 중계철탑
▼ 선자령쪽 능선
▼ 가까이 다가선 한국통신 중계철탑
▼ 국사성황사와 반정마을이 갈리는 4거리 이정표
한국통신 중계소를 지나 찻길을 조금 진행하니 무선표지소 시설이 나타난다. 전에 이 길을 갈때에는 무선표지소 담장 옆을 따라 마루금으로 올라섰었다. 그런데 오늘 다시 와보니 그 길은 막혀있고, 약 50m 전방에서 왼쪽으로 새로 길을 내어 놓았다. 무선표지소를 지나니 산길이 시작되고, 길바닥은 엊그제 내린 비로 땅바닥이 녹아 진흙 죽탕길이다. 맑던 하늘에 구름이 동해안에서부터 몰려와 점점 흐려진다.
그러나 비는 올것 같지 않다.
무선표지소 앞 갈림길에 이르러 조금 쉬고 있으니 10여명 일행이 산행을 하면서 나를 앞질러 간다.
여기서부터 진흙탕길을 신발을 더럽히며 걸어가는데 신경이 많이 쓰인다.
▼ 콘크리트 포장 찻길이 끝나는 무선표지소 앞의 갈림길 이정표
▼ 새로 내놓은 길
▼ 선자령 방향으로 두갈래로 갈라지는 삼거리 이정표 (나중에 합쳐진다는 표시가 되어 있다.)
▼ 대간 능선상의 암릉 (하늘은 점점 구름이 짙어간다.)
새봉정상에 설치된 목조 전망대에 도착하여 동해바다를 바라보니 조금 전에 끼이기 시작한 구름으로 바다는 보이지 않고 강릉시내만 어렴풋이 보인다. 여기서부터 백두대간상에 설치된 풍력발전기가 가까이 보이기 시작한다. 이곳도 표고 1천m 이상은 되어보이는데 눈이 녹아버리고 없다.
선자령에도 눈이 다 녹아버리고 없을 것 같다.
▼ 새봉 정상의 전망대
▼ 전망대에서 뒤돌아본 능경봉
▼ 동해바다는 보이진 않고 강릉 시내만 간신히 보인다.
▼ 풍력발전기가 가까이 보이기 시작하는 선자령쪽 능선
▼ 풍력발전기
▼ 가까워지는 풍력발전기
▼ 구름에 상단부가 가리워진 풍력발전기가 서있는 능선
▼ 가까이 다가선 풍력발전기
▼ 파랗던 하늘은 구름으로 잔뜩 흐려지기 시작하고...
▼ 선자령에 가까워지자 녹다가 만듯한 눈이 산비탈에 지저분하게 보이기 시작한다.
선자령(1,157. 1m) 정상에 이르니 그 넓은 공터에 쌓였던 눈이 근래의 이상난동으로 녹아 없어져 허전하다. 오늘은 눈산행의 기대를 잔뜩 안고서 왔는데 실망스러운 산행이 되어버렸다. 그래도 오늘 선자령을 찾은 산행객들이 족히 200여 명은 되어 보인다.
다른 산줄기의 이름에 "령"자가 붙으면 그 산릉을 넘나드는 주변보다 비교적 낮은 고갯길인데 이곳 선자령은 산봉우리의 이름이 되었다. 그 유래가 궁금하다.
▼ 선자령 정상 넓은 공터의 눈도 다 녹아 없어졌다. (지난주 일요일에는 눈이 쌓여 있었다는데...)
▼ 산림청에서 세운 선자령 정상 표지석
▼ 옛날에 세웠던 선자령 정상 표지석
▼ 선자령의 삼각점
▼ 선자령 정상의 우체통과 등산안내도
선자령에서 잠시 쉬다가 북쪽으로 낮은목까지 갔다가 거기에서 우측 강릉쪽 보현사 계곡으로 하산하려고
처음에는 계획을 세웠으나, 선자령 정상에서부터 그 북쪽으로 가는 길은 12월 15일까지 입산통제를 하고 있다.
그래서 이제 대관령으로 다시 하산을 하여 귀가하기로 마음을 정하고 하산을 시작한다. 아침에도 길바닥이 얼음과 눈이 녹아 질퍽거렸는데, 한낮이 되어 날씨가 따뜻해지니 더 녹아 질퍽거린다.
▼ 대관령쪽으로 하산하는 길.
▼ 하산길의 풍력발전기
▼ 하산길의 풍력발전기
▼ 백두대간 마루금의 소나무
▼ 백두대간 마루금의 소나무
▼ 이 산행객 일행들도 선자령의 눈을 밟아보겠다고 잔뜩 기대를 걸고 왔을 것이다.
▼ 하산길에 국사성황사(國師城隍祠)를 둘러본다.
▼ 성황사
▼ 산신당
▼ 오수를 즐기는 견공(낯선 사람을 봐도 짖지 않는다)
▼ 아주 편한 자세로 잠든 또 다른 견공
국사성황사에는 굿을 하는 무속인들이 치는 꽹가리 소리와 장구소리가 은은하게 들린다.
한바퀴 둘러보고 나오는데 횡계에서 물건을 싣고 온 1. 5톤 트럭이 보여 횡계까지 편승을 부탁하니 선선히 승낙을 하여 횡계까지 나왔다. 횡계교를 지나 감사의 인사를 하고 트럭에서 하차한다.
▼ 대관령면 소재지 횡계리 송천위에 놓인 횡계교
▼ 대관령면 횡계리를 북에서 남으로 관통하며 흐르는 송천(남쪽으로 흘러 동강에 합류된다.)
▼ 횡계에서 바라본 대관령 능선
▼ 전에는 없었던 것 같았는데 높이 우뚝 서있는 15층 오피스텔 건물
▼ 용평스키장 경기 탓인지 횡계 시가지에는 이국적인 정감을 풍기는 건물이 도처에 서있다.
횡계 터미널에 도착하니 14:30에 출발하는 동서울행 버스가 막 들어와 승차하고 이른 귀가길에 오른다.
오늘은 기대가 어긋나 실망스러운 산행이 되어버렸다.
▼ 동서울 -> 횡계, 횡계 -> 동서울 간의 버스표와 횡계 택시기사 전재구님의 명함
'강원권 산행' 카테고리의 다른 글
눈 덮인 오대산 (0) | 2010.01.24 |
---|---|
장터가 돼버린 태백산 (0) | 2010.01.24 |
산속에서 한 사람도 만나지 못한 홍천 아미산 (0) | 2009.10.18 |
양구군청 거짓홍보에 반토막난 도솔산 → 대암산 종주 (0) | 2009.10.11 |
일기오보(日氣誤報)에 속아 실패한 설악산 산행 (0) | 2009.09.2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