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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금소총

선인들의 해학 - 고금소총(古今笑叢) - 제34화

by 박달령 2007. 10. 23.

♡ 간밤에 겪은 봉변 (去夜逢辱)

나이 80이 된 노인이 젊은 첩과 함께 밤일을 하는데, 그 첩이 말하였다.
"이렇게 일을 한 후에 만일 잉태하면 사슴을 낳겠어요."
"어째서 사슴을 낳는단 말인가 ?"
"사슴 가죽으로 밤일을 하시니 사슴을 낳지 않고 무엇을 낳겠나이까 ?"

사슴 가죽이란 부드러워 노인의 시들은 양물(陽物)을 빗대어 이른 말이었다.
이튿날 친구와 함께 술을 들다가 그 노인이 말하였다.
"나는 간밤에 큰 욕을 당했구려. 첩과 더불어 일을 하는데, 첩이 내 양물을 사슴가죽이라 말하니 그게 어찌 큰 욕이 아니고 무엇이겠소."

그러자 친구가 말하였다.
"내가 당한 욕은 가히 입에 담을 수 없는 정도요. 내가 일전에 첩과 함께 밤일을 하는데, 첩이 말하기를

'지금 선친(先親)의 산소 곁을 헤매시옵니까 ?'

하기에 내가 무슨 말이냐고 물었더니, 첩이 이르기를

'시체를 이끌고 입장(入葬)하고 계시니 선영의 곁이 아니면 무슨 연고로 그리 어렵게 입장을 할 수 있겠사옵니까 ?'

하니 이건 귀로는 들을지언정 어떻게 차마 입으로 옮겨 말 할 수 있겠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