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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금소총

선인들의 해학 - 고금소총(古今笑叢) - 제40화

by 박달령 2007. 10. 23.

♥ 처음 당하는 일이로다. (今時初見)

어떤 산파가 있었다. 그 산파가 어느 산가(産家)에 왕진을 갔는데 그 집에는 음탕한 남자가 있어 산파의 그 아름다운 용모를 보고는 엉큼한 생각을 가지게 되었다. 산파가 돌아가자 그는 빈집 한 채를 얻어 병풍과 족자와 가구를 벌여놓고 그 방을 어둡게 한 다음 나체가 되어 이불 속으로 들어가 누웠다. 그리고 뜰에는 약탕관을 놓게 한 다음 교자(轎子)를 보내어 산파를 데려오라 하였다.

산파가 곧 당도하여 방으로 들어가서 병풍을 열고 손을 이불 속으로 밀어넣어 윗배로부터 아랫배를 진단하면서 이리저리 주물러 보았으나 배가 별로 부르지 않고 높지도 않았다. 산파는 의심하면서 다시 배의 아래위를 어루만지면서 음문(陰門) 가까운 곳에 이르자 양물(陽物)이 크게 뻗쳐 배꼽쪽을 향하여 일어나 있었다.

 

산파가 크게 놀라 뛰쳐나가자 여종이 희롱하면서,

"우리 아씨께서 언제나 해산하시겠습니까 ?"

하고 물었다. 그러자 산파가,

"어린아이의 머리가 먼저 나오는 것은 순산이고, 발이 먼저 나오는 것은 역산(逆産)이고, 손이 먼저 나오는 것은 횡산(橫産)인데, 이 댁 어린아이는 신(腎)이 먼저 나오니 이건 처음 보는 일이요, 거기다 그 신(腎)이 커서 순산하기 어렵다."

하고 탄식하였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