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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금소총

선인들의 해학 - 고금소총(古今笑叢) - 제50화

by 박달령 2007. 10. 22.

♥ 손가락이 바뀌었다. (彼指則是此指則非也)

관서에 비지촌(非指村)이라는 마을이 있는데 그 유래는 다음과 같다.
옛날 어떤 사람이 누에를 치는데 뽕잎을 먹일 때가 되어 사방으로 뽕잎을 구하러 다니던 중 어떤 곳에 당도하여 보니 뽕나무가 무성한 곳에 부잣집이 보였다.


조용히 뽕나무 밑으로 들어가서 사방을 살펴보니 사람이 놀았던 자리가 있었다. 큰 뽕나무 위에 올라가서 뽕을 따고 있는데, 갑자기 어디서 한 남자가 급히 달려와서는 뽕나무 밑에서 얼마동안 방황하더니 길게 휘파람 소리를 몇 번 내었다. 그러자 20여세 가량의 아름다운 여인이 술 한 주전자와 한 보시기의 안주를 가지고 그 남자가 있는 곳으로 달려왔다.

그 남자는 맛있는 술과 안주를 먹을 생각은 하지 않고 그 여인을 끌어안고 운우(雲雨)의 정을 나누었다. 그리고 서로 턱을 맞대고 앉아 사랑을 소곤거리기 시작하였다. 여인이 먼저 남자에게,
"우리가 이렇게 사랑을 주고받는 처지가 되었는데, 이제 서로 폐부(肺腑)를 털어 보여야 합니다. 우선 내가 먼저 당신의 옥경(玉莖)을 빨겠으니 당신도 나의 옥문(玉門)을 빨겠소 ?"
하고 물었다. 그러자 남자는,

"그것 좋은 일이요." 하면서 즉시 자신의 옥경을 드러내어 놓았다. 여인은 그 옥경을 빨고 나서 자신의 옥문을 남자 앞에 드러내어 보였다. 남자는 그것을 보면서 무엇인가 생각하더니 "옥문은 옥경과 달라서 움푹 들어가 있으니 빨기가 거북하오. 그러니 내 긴 손가락을 옥문에 넣은 다음 그 손가락을 빨면 되지 않겠소 ?" 하고 물었다.
여인은 "그렇게 하여도 좋소." 하고 대답 하였다.

남자는 곧 긴 손가락을 넣어 보았으나 음액(陰液)이 손가락에 묻어 나와 빨기에 더러웠다.

그리하여 그 손가락을 감추고 다른 손가락을 빨았다. 그러자 여인은,
"당신은 왜 나처럼 하지 않아요 ? 이 손가락이 아니지 않아요 ?" 하고 비난하였다.

이렇게 되어 이 손가락이다, 아니다 하고 다투게 되었는데 이 때 뽕나무 위에 있던 사람이,

"그 손가락이 옳고 저 손가락은 옳지 않소 !" 하고 판단을 내려 주었다.

 

그러자 놀란 남자는 엉겁결에 도망을 가버리고 뽕나무 위에 있던 사람이 곧 나무에서 내려와 그 여인과 마음껏 놀아난 후에 그녀가 가지고 왔던 술과 안주를 먹고서 뽕 한 짐을 잔뜩 지고 돌아왔다.

 
그래서 그 후부터 이 마을은 "그 손가락이 아니다."라는 뜻의 "비지촌(非指村)"이라는 이름으로 불려졌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