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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금소총

선인들의 해학 - 고금소총(古今笑叢) - 제77화

by 박달령 2007. 10. 20.

♡ 네가 무슨 상관이냐 ? (有何關於汝)

약국(藥局)의 사람들이 술과 안주를 장만하여 남산에 놀러 갔다. 그 중 한사람이 발을 씻고 나자 갑자기 양물(陽物)이 움직여 참을 수 없어 으슥한 소나무 숲 속을 찾아가 한창 손장난을 하고 있는데, 때마침 금송군(禁松軍 ; 한양 인근 산의 소나무 도벌감시 산림경찰)이 뒤에서 큰 소리로,
"여보시오, 남산 중지(重地)에서 이게 무슨 짓이오 ?" 하였다.

그 사람이 깜짝 놀라 뒤를 돌아다보니 금송군이라, 낯을 붉히면서 금송군의 소매를 당겨 가까이 앉히면서,
"내가 하였던 일을 제발 떠들어 대지 말아주오." 하고 통사정을 하니,
"남산 중지에서는 이러한 일은 법으로 엄하게 금하고 있으니 그냥 둘 수 없소. 마땅히 잡
아가야겠소." 하고 엄포를 놓는다.

 

약국 사람이,
"노형 그게 무슨 말씀이오. 속담에 죽을 병에도 사는 약이 있다는데, 나의 한때 무안한 일
을 노형이 어찌 용서하지 못하오 ?" 하고 간절히 빌며 주머니를 풀고 돈을 내주면서,
"이것은 얼마 되지 않으나 몇 잔의 술값으로 하고 널리 용서하시오. 그리고 후일 나를 찾아 오시면 마땅히 더 후하게 대접하겠소." 하니 금송군이,
"형씨의 댁이 어디요 ?" 하고 물었다.

"내 집은 구리개(銅峴) 아무데의 몇 번째 집이오." 하고 일러 주었다. 이에 금송군이,
"남산으로 말하면 곧 안산중지(案山重地) 인지라 이러한 일은 만약 잡히게 되면 한결같이 벌을 주기로 되어 있으나 형씨의 간절한 부탁이 이와 같으니 잡아가지 않겠소. 후에는 다시 하지 마시오." 하였다. 약국 사람은 크게 감사하였으나 금송군은 돈을 받고, 속으로 심히 웃으면서 가버렸다.

이튿날 금송군이 약국사람의 집으로 찾아갔는데 과연 그 사람이 멀리 금송군이 오는 것을 보고 곧 돈을 급히 내어 주니 그것을 받고 돌아갔다.
그리고 수일이 지나자 또 찾아오니 다시 전과 같이 돈을 집어 주었는데, 이와 같이 4 - 5차나 계속되자 옆집 사람이 알게 되어 무슨 연유인지 궁금하여 까닭을 묻자 약국사람은 숨기고 말하지 않았다.

그런데 그 후에도 이 일이 계속되어 옆집 사람이 다시 그 까닭을 묻자 그 사람은 그제야 조용히 귀에다 대고 소근거렸다.
"내가 아무 날 남산에 갔다가 이러이러 하였더니 금송군이 용서해 주어서 그 은혜에 감사하여 돈을 주고 있소."

이 말을 들은 옆집 사람이 웃으면서,
"남자의 손장난(手淫)은 누구나 하는 일이라, 남산 뿐만 아니라 비록 대궐 안에서 한다 하여도 누가 말리겠소 ? 후일 또 오면 꾸짖어 보내시오." 하고 일러 주었다.
그 후에 금송군이 또 왔다. 그러자 약국 사람이 이번에는,
"나의 손장난이 너의 무엇과 상관되는가 ?" 하고 꾸짖었더니 금송군은,
"처음부터 그와 같이 말하였더라면 누가 찾아 왔겠소 ?" 하고 뒤도 돌아보지 않고 재빨리 달아나 버렸더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