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초 기록처 : OK마운틴/ 대충산사/ 휴게실/ 작성자 : 박달령 | 작성일 : 2006-05-29 18:42
[제목] 산행중 만난 산꾼들과 나눈 실없는 새(鳥) 이야기
지난 5월 27일 토요일에 "못잊어 다시 가고픈 산" - "응봉산 덕풍계곡"을 찾아가려고 모처럼 수원 집에
금요일 저녁 일찍 갔으나 비 예보 때문에 구입했던 열차표를 반환하고 하루 공쳤습니다.
울진 응봉산은 덕구온천에서 올랐다 내려오면 무미건조한 산행입니다. 삼척쪽 풍곡리에서 덕풍계곡
으로 1용소 -> 2용소 -> 3용소 ->로 하여 가파른 오르막을 올라 도착하는 응봉산은 때묻지 않은 절경
을 자랑하는 남한 최후의 비경이라 일컫는 산행로입니다.
그러나 일기예보에서 비온다는 말만 나오면 산행계획을 접어야만 하는 산행로입니다. 워낙 계곡의
산세가 험해서입니다.
5년만에 다시 찾으려고 계획했던 곳이어서 지금은 어느정도 안전시설이 설치됐는지도 궁금하였습니다.
비 예보에 아쉽게도 열차표까지 물르고 토요일 하루 공친 다음 5월 28일 일요일 새벽에 밖을 내다보니
하늘이 맑습니다.
두 번 생각 할 것도 없이 후다다닥 짐을 꾸려 목적지도 정하지 않은 채 수원터미널에 가니 07 : 20 출발
하는 양평행 직행버스가 있어 타고 가면서 중원산, 도일봉이나 한바리 할까 생각하고 "200명산 등산지도"
의 책을 펼쳐보다가 아니가본 양자산 -> 앵자봉을 오르기로 하고 09 : 00경 여주군 산북면 상품리 정류
장에서 내려 1Km가량 양평쪽으로 44번 도로를 따라 걸으니 좌측으로 영명사 안내판이 보이고 영명사까
지 3Km라고 쓰여있습니다.
아아니 ! 시방 이 땡볕에 타마구 깔린 길을 1 Km나 걸은 것도 미치겠는데 또 영명사까지 3 Km를 땡볕을
맞으며 타마구를 디디고 걸어야 헌다 ? (주 ; 타마구 = 아스팔트를 노가다판에서 일컫는 속어)
참으로 허파가 뒤집어질 일입니다.
오토매틱으로 쏟아져 나오는 구구단 2단 끝줄을 읊조리며, 이를 부득부득 갈면서 영명사까지 3 Km의
타마구 깔린 길을땡볕을 맞으며 걸어갑니다. 영명사는 절이름 끝자의 사(寺)자에 걸맞지 않은 초라한
암자 규모의 절입니다.
법당 옆으로 난 그늘진 시원한 산길에 접어드니 그제야 구구단 2단 끝줄이 멈춰집니다. 몇번의 된비알을
올려쳐 양자산(709. 5m) 정상부근에 도착합니다. 산길이 요상맹랑하게 갈려 정상 표지석을 못찾고 근처
의 삼각점만을 찾아 여기가 정상인가 ? 의심이 나서 지도와 나침판을 꺼내 삼각점에 나침판을 놓고 지도를
정치해보지만 사방이 녹음이 우거져 전후좌우 지형전망이 안보이니 지도고 나침판이고 무용지물입니다.
그 때 마침 서울의 단체산꾼 15명 가량이 떠들썩하게 도착합니다.
그분들 중 저와 동년배 쯤의 리더인 "강사장"으로 호칭하는 석재공장 사장님의 안내를 받아 약 200여미터
떨어진 곳에 숨어있는 양자산 정상 표지석에 도착합니다. 고마운 감사의 인사를 드렸습니다.
행선지를 묻는지라 앵자봉까지 종주를 한다 하니, 그분 말씀이 자기네 일행은 앵자봉쪽 능선으로 가다가
주어치고개에서 상품리로 하산하니 거기까지 동행하자고 합니다. 감사 인사를 드리고 뒤따라 갑니다.
앵자봉 정상에서 불과 1. 5 Km의 짧은 거리에 350 m의 된비알 고도를 정신없이 쏟아져 내려 주어치 고개에
이르는 동안 4개음절의 새소리는 계속 우리 머리위를 따라옵니다. 산행 리더이신 강사장님은 그 새소리를
몇 번 듣더니 저한테 저게 무슨 새인지 아느냐, 그리고 모습을 보았느냐고 물으시기에 저는, "새 모습은 한
번도 못보았고, 새의 이름은 학명(學名)으로는 "검은등 뻐꾸기"라고 하고, 속명(俗名)은 '홀딱벗고새'라고
한답니다." 라고 대답하여 드렸습니다.
그랬더니 학명이 "검은등 뻐꾸기"라는 사실을 처음 알았다며 꼭 기억해 두었다가 조류도감을 검색하여 새의
모습을 한번 확인해 보겠다 하십니다. 그런데 속명 "홀딱벗고새" 라는 이름은 무슨 뜻이냐 하시기에,
"아 ~ ! 저 새 우는 소리가 '홀딱벗고', '홀딱벗고' 라고 소리치지 않습니까 ? 그래서 '홀딱벗고새' 라고 한답
니다." 라고 답했더니, "아하 ! 정말 새소리를 듣고 보니 '홀딱벗고' '홀딱벗고' 하네요." 하시면서 처음 듣는
이야기라사며 매우 신기해 하십니다.
그러면서 동행하는 일행들을 잠시 멈추라고 하시더니, "이제야 궁금증이 풀렸습니다. 이 선생님(박달령을
가리키며)의 말씀이 시방 우는 저 새가 학명으로는 '검은등 뻐꾸기'라고 하고, 속명은 '홀딱벗고새' 라고
부른답니다." 하시고서 저를 박학다식하다고 잔뜩 치켜세우고 극찬하시며 계속하여 머리위에서 울어대는
새소리가 들릴 때마다 '홀딱벗고', '홀딱벗고' 라고 따라서 복창을 합니다.
그러니까 동행하신 15분의 산꾼들도 이야기를 듣자, 정말 그러네요 하고 감탄하며, "홀딱벗고", "홀딱벗고"
를 계속하여 복창합니다. ㅡ참 ! 내 원, 살다 보니 벼라별 희한한 사건으로 칭찬을 다 듣습니다.ㅡ
그러더니 강사장님은 저에게, "그런데 선생님, 저 새가 왜 '홀딱벗고', '홀딱벗고'라고 우는지 그 내력이
있습니까?" 하고 묻기에, "아직 그 내력은 들은 일은 없습니다. 다만 제가 생각하기로는 요즘같이 무더운
여름날씨에 땀흘리며 산행을 하다가, 인적이 드문 곳에서 거풍하면 좋다고 저 새가 알려주는 것으로 생각
이 됩니다."하고 말씀 드렸더니,
"거풍은 또 뭣인가요 ?" 하고 놀라 물으시기에, "한문으로 '지나갈 거(去)'자에 '바람풍(風)' 자를 써서 거풍
이라 하는데, 땀 흘리며 산행을 하다가 인적이 없는 호젓한 곳에 이르러 쉴 때에 윗도리는 홀딱벗고, 아랫도
리는 바지와 팬티를 몽땅 아래로 내려서 사타구니 사이로 바람이 지나가도록 해주면 기분이 상쾌하여 신선
이 되어 날아갈듯 시원하니, 저 새가 그 이치를 일러주는 것으로 생각이 된다는 말씀이지요." 하고 답해 드
렸더니 동행하신 일행 모두가 과연 일리있는 말이라며 박장대소를 하는 것이었습니다.
이렇게 웃고 즐기는 사이에 "주어치고개"에 도착하여 그분들은 상품리로 하산하고 저는 다시 된비알을 올려
치며 앵자봉으로 향합니다. 앵자봉을 약 1 Km쯤 앞두고 50여m 앞쪽에서 마주오던 산꾼이 제가 가고 있는
방향에서 왼쪽 가지능선으로 향하기에 불러세워 앵자봉 가는 길을 물으니 자신이 내려온 길로 가면 된다고
답하기에, 어디로 가시느냐고 물었더니 양자산으로 종주를 하는 중이라고 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그쪽은 가지능선이고 양자산 가는 주능선은 지금 내가 올라오는 길이며 내가 시방 양자산에서 오는
길이라고 했더니 깜짝 놀라는 것이었습니다.
광주군 초월면 무갑리에서 주능선으로 올라붙어 양자산을 향하다가 가지능선으로 잘못들어 약 30분 알바를
하였는데 이번에 저를 못 만났으면 또 알바를 할 뻔 하였다고 감사의 인사를 하는 것이었습니다.
우여곡절끝에 앵자봉(666)에 도착하여 관산(555. 8)까지 가려다가 시간이 안되는 것 같아 박석거리 길로
하산하여 15 : 40에 천진암 주차장에 도착하니 마침 광주 시내버스가 출발 10분을 앞두고 있습니다.
광주시청앞에 도착하여 수원행 60번 버스를 타고 집에 도착하니 18 :50였습니다.
이상 우연히 만난 산꾼들과 나눈 실없는 새(鳥) 이야기였습니다.
▼ 디지털카메라 동영상 촬영기능으로 녹음한 검은등뻐꾸기의 "홀딱벗고 !" 노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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