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학교 지각하고 만화가게에서 땡땡이 친 불량학생 - 목적지 아닌 백화산을 오른 내력
OK마운틴 카페 "대충산사" 느낌표 ! 님이 『150리 물길따라…』라는 제목으로 연재하는 산행기 겸 기행문에 매료되어 한번 꼭 동행하고 싶은 생각이 마음 한구석에 자리잡고 있었는데 때마침 대충산사 카페의 산행일정 방에 느낌표 ! 님께서 추석연휴 첫날인 2004. 9. 25. 전북 완주군 운주면 안심사를 기점으로 산행을 하신다는 일정이 올라있어 동행하기로 계획을 세워본다.
대전 서부시외버스터미널에서 06 : 15에 출발하는 운주행 첫버스로 출발하는 것으로 되어있어 여기에 맞춰 영동에서 대전으로 향하는 대중교통편을 이리저리 짜맞추어보니 영동역에서 05 : 21 출발하는 서울행 무궁화호 열차가 대전역에 05 : 52에 도착하니 택시를 타면 아침 이른 시각이라 교통정체가 없을테니 서부터미널에 운주행 첫차가 출발하기 직전에 간신히 댈 수 있을 것이라는 계산이 나온다.
좀 빠듯하기는 하지만 가능할 것 같아 전날밤에 준비를 마치고 탁상시계를 다음날 새벽 03 : 00에 울리도록 맞추고서 잠이 든다.
◇ 느낌표 ! 님과 만나기 위해 학교에 등교하는 학생의 심경이 되어 …….
단기 4337년 9월 25일 03 : 00 기상
세수를 하고 옷을 입고 배낭을 다시 점검하고 등산화 끈을 졸라매면서 이제 150리 물길을 공부하러 등교하는 학생의 심경이 되어본다.
04 : 30 숙소를 나서다.
도보로 영동로터리까지 걸어나가 24시간 영업하는『김밥천냥』에 들러 김밤 6줄을 두줄씩 따로따로 포장해 달래서 6,000원을 지불하고 배낭에 넣은 다음 영동역으로 향하다.
05 : 10 영동역 도착 - 대전역까지의 승차권을 2,500원에 구입하다.
05 : 22 열차가 1분 연착하여 도착한다.
열차에 승차하여 자리에 앉아 김밥 두줄을 꺼내 이른 아침식사를 하다.
05 : 55 대전역 도착
열차가 3분 연착하여 대전역에 도착한다.
빠른 걸음으로 역을 나서서 택시 승강장으로 향하는 발걸음이 조급해진다.
택시에 승차하여 기사에게 서부터미널에서 06 : 15에 출발하는 운주행 첫차를 타야 하는 사정을 설명하니 시간상으로 서부터미널로 가는것보다는 운주행 버스가 정차하는 도마동 정류장으로 가는게 시간이 절약된다고 답한다.
서부터미널에서 도마동 정류장으로 나오는 시간이 5 ∼ 6분 걸리는데 택시가 가는 길은 그 지름길이라는 설명이다. 택시기사의 말을 따라 도마동 정류장으로 가겠다고 말하고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다.
06 : 17 도마동 버스정류장 도착 - 택시 하차(택시비 5,000원)
아무렴 서부터미널에서 출발한 운주행 첫차가 도착하려면 3 ∼ 4분은 여유가 있을 것이므로 마음 느긋하게 매표소로 향한다.
매표소에 접근하자 관리하는 60대 남자가 어디 가는 차를 탈거냐고 묻기에 운주행 첫차가 서부터미널에서 06 : 15에 출발한다는데 여기서 타려고 한다고 대답했더니, 그 관리인 남자 대답이 운주행 첫차는 5분 전에 지나갔다고 한다.
그 대답을 듣고 어리둥절한 표정이 된 나에게 관리인 남자는 운주행 첫차는 서부터미널에서 06 : 15에 출발하는게 아니고, 06 : 06에 출발하는데 그로부터 6 ∼ 7분쯤 후에
이곳 도마동 정류장을 지난다고 한다. 다음 차는 08시 몇분인가 라고 ……
매표소 관리인 남자의 대답을 듣고 나니 참으로 황당하다.
꼭 학교 등교시각을 못맞추고 지각을 하였던 옛날 학창시절의 추억이 되살아난다.
◇ 학교에 지각하게 되자, 만화가게에 가서 땡땡이를 치는 불량학생이 되다.
자아 ! 이제 어떻게 할 것인가 ?
학교 교문이 보일락 말락한 지점에서 지각을 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는데 책가방 들고 꺼덕꺼덕 교문을 들어섰다가는 훈육주임 선상님(지금은 생활지도교사인가 뭔가로 명칭이 바뀌었다는데 잘 모름)한테 얻어걸려 원투스트레이트에 어퍼컷에 앞발차기 등의 무차별 폭격을 당하게 되니 에라 모르겠다.
만화가게에 가서 만화책이나 실컷 뒤지다가 출출해지면 빵집에 가서 노닥거리다가 오후쯤에 극장주변이나 어슬렁거리고 나서 귀가하여 부모님께 시치미를 딱 떼고 학교에서 모범생으로 열심히 수업을 받은척 해보는 것으로 하루 일과를 마감하였던 추억이 되살아나 옛날 악동으로 돌아가보기로 한다. 그때 극장에서 상영되었던 영화는 "맨발의 청춘" "돌아오지 않는 해병" 등등 기억이 생생하다.
그래 좋다 ! 만화가게로 빵찝으로 극장으로 줄행랑치는 불량학생이 되자 !
마음을 다져먹고 대전 동부시외버스터미널로 향한다.
07 : 05 대전동부시외버스터미널 도착
영동행 시외버스는 08 : 30이니 시간이 너무 많이 남아있다.
07 : 15 출발 김천행 시외버스가 황간을 경유하느냐고 매표소에 물으니 그렇다는 답변을 하므로 3,300원에 차표를 구입하고 버스에 승차하다.
07 : 15 황간행 버스 출발
버스는 경부고속도로를 경유하여 황간 나들목을 빠져나간다.
07 : 55 황간 시외버스정류장 도착
잠시 휴식을 하면서 만화가게를 어디로 할것인지 생각해보니 바로 황간에 해발 933 m의 백화산이 생각난다.
08 : 15 황간정류장 옆에 대기하고 있는 택시에 승차하여 반야사로 향하다.
08 : 25 반야사 도착(택시비 10,000원)
등산로는 본래 반야사 500여미터 직전에 좌측으로 석천을 건너는 잠수교를 지나서 들머리가 시작되지마는 반야사 관람을 위하여 들어간다.
반야사 대웅전에 모셔진 불상은 얼굴 표정이 심술궂고 눈매가 싸늘하여 심장이 약한 사람은 섬뜩해지겠다. 반야사 주지스님이 좀 신경을 쓰셨으면 좋겠다.
불전에 참배하면서 불상(佛像) 자체가 신(神)으로 생각하고 참배를 하지는 않으니까 불상의 표정은 무시하고 그냥 참배를 한다.
불상 자체를 신으로 생각하고 참배를 하면 그건 바로 우상숭배이고 마신(魔神)에게 무릎을 꿇는 것일 뿐이다. 다만 참배하는 불상은 부처님께 나의 간절한 뜻을 전달하는 매개체로서의 값어치가 있을 뿐이다.
그러니까 옛날 400여년 전의 고승 진묵대사께서는 폭설이 쌓인 한겨울에 땔감이 떨어지자 법당의 목불(木佛)을 끌어내려 도끼로 패서 장작을 만들어 아궁이에 불을 지펴 며칠간의 땔감으로 사용, 추위를 이겨내지 않으셨던가.
08 : 50 백화산 산행기점이 되는 잠수교에 도착
등산복 차림의 50대 남자들 5명이 있어 차림새를 다시 살피니 버섯채취꾼이다. 등산객이 아닌 사람들은 등산화가 좀 품질이 엉성하거나 아예 고무장화를 신고 있어 쉽게 구별이 간다.
그때 부근 밭에 다녀오는지 채소바구니를 든 50대 아주머니가 나타나자 버섯채취꾼들이 이것저것 물어보는데, 아주머니는 외지에서 온 버섯채취꾼들에 의하여 백화산이 망가졌다고 불평이 대단하다.
어떻게 와전되었는지 금년 늦은 여름부터 대전 청주등지에서 하루에 몇대씩 관광버스를 타고 수백명의 버섯채취꾼들이 들이닥쳐 송이 능이 싸리 기타 잡버섯을 찾아 백화산 일대를 헤집고 돌아다녀 싹쓸이 하면서 쑥밭을 만들어놓아 원주민들은 버섯 구경도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09 : 00 산행 시작 - 본격적인 불량학생이 되다.
이제부터 느낌표 ! 님과의 학교 공부는 팽개치고 본격적인 만화책 섭렵이 시작된다.
산행기점은 두갈래인데 좌측길은 주행봉을 거쳐 능선을 따라 백화산 포성봉에 이르는 길이고, 우측길은 바로 포성봉으로 오르는 길이다.
포성봉으로 바로 오르기 위하여 우측길을 택하여 빈집 옆으로 가니 대충산사 청록님의 표지기가 반긴다. 언제 다녀가신 표지기일까 ?
표지기가 달린 방향으로 보아서 포성봉으로 오르신 것 같은데…….
조금 오르니 연못 가운데 관음보살 석상을 모셔놓고 그 옆에 자그마한 목조 토굴이 지어진 곳을 지나고 산길이 다시 나타난다. 혼자 수행하는 스님의 토굴 같다.
포성봉 오름길은 능선길인데 지도상의 등고선만을 볼때는 산세가 험할 것으로 생각되지마는 실제 올라보면 경사가 좀 급하기는 하여도 험난한 곳은 없다.
10 : 00 전망이 좋은 곳에 도착하여 휴식
청록님의 표지기가 두번째 보이고 조금 오르니 전망도 좋고 쉬기 좋은 장소가 나타나 퍼질러 앉아 쉬기로 한다. 아마 산행기점과 한성봉 중간지점쯤 되겠다.
배낭에서 맥주와 오징어를 꺼내 마시고 씹으면서 아래를 내려다 보니 반야사와 반야사 바로 앞을 구비구비 감돌아 흐르는 석천 냇물이 조망된다.
백화산 한성봉을 처음 오르는 사람들은 석천이 백화산 산자락에서 발원하는 청정수로 착각하기 쉽겠으나, 이 석천은 멀리 경북 상주시 화서면(속칭 화령) 일대에서 발원하여 백두대간 서쪽 비탈의 여러 실개천을 아우르며 남쪽으로 화동면을 지나 모서면을 남하하여 모동면에 이르러 "금계천"이라는 이름을 얻고 여기서 공성면 효곡리 상판저수지에서 흘러오는 "반계천"과 합류 남서진하여 충청북도 도경계선을 지나 반야사 앞을 흐르면서 이름이 다시 "석천"으로 바뀐다.
"석천"은 잠시 흐르다가 충북 영동군 황간면 신흥리에서 "초강천"에 합류하여 이름이 없어진다. 초강천은 영동군 상촌면 물한리계곡에서 내려오는 물이다.
이 초강천도 무수히 굽이치면서 영동군 용산면을 지나 심천면 심천리와 초강리 사이에서 "금강"에 합류하여 이름이 없어진다.
10 : 20 휴식을 끝내고 출발
한성봉까지의 길은 마찬가지로 경사는 좀 급하나 험난하지 않다.
11 : 20 백화산 한성봉(933) 도착
김밥 두줄을 꺼내 소주 반주하여 이른 점심식사를 하다.
점심을 막 마치고 나니 40대 중반의 남자 두사람이 주행봉쪽에서 올라온다. 청주에서 등산과 버섯채취를 겸하여 왔다는 것이다.
만화가게에서 점심과 휴식을 마치고 빵집으로 갈것인가 극장으로 갈것인가 잠시 망설여본다. (주행봉을 경유하여 하산할지, 금돌산성을 지나 경북 상주시 모동면쪽으로 하산할지 말이다.)
결국 금돌산성쪽으로 방향을 정한다. 이정표에는 1. 7 Km로 되어있다.
11 : 50 금돌산성으로 출발
험하지 않은 능선길을 따라 성벽으로 추측되는 돌담 비스무리한 흔적이 금돌산성 성벽 같다. 청록님의 표지기가 보이지 않는걸로 봐서 청록님은 아마 주행봉쪽으로 하산하신 것으로 짐작된다.
12 : 20 금돌산성 복원지역 도착
긴 성벽중에서 80 m만을 20여년 전에 복원하였다는 안내판의 설명이다.
이정표에 보문사터 1. 5 Km라고 쓰여있다.
보문사터 쪽 내리막길로 진행한다.
13 : 05 보문사터 도착
절터의 흔적은 거의 남아있지 않다.
길따라 조금 내려가니 개울이 나타나고 약 1. 5 Km가량 개울을 따라 바위 너덜길이 이어지고 있어 무릎이 약한 산꾼들은 괴로움을 당하겠다.
지루한 개울 너덜길이 끝나니 비포장 소로길이 나오고 곧이어 콘크리트 포장길로 바뀐다. 콘크리트 포장길을 조금 가니 50대 초반의 남녀 내외를 만난다. 화령에서 버섯채취를 하러 온 사람들이다. 동행 하산하면서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눈다.
콘크리트 포장길은 5 ∼ 6차례 냇물에 설치된 잠수교를 건너면서 약 2 Km 정도 이어진다. 지루한 길이다.
14 : 00 보현사 도착
처음에는 출입문에 간판이 없어 절인줄 몰라봤는데 마당 안쪽에 대웅전 현판이 걸린것을 보고 절인줄을 알았다.
동행하던 버섯채취꾼 부부에게 물어보니 보현사라 하기에 어째 절이름을 알리는 간판이 없는지 물으니 저 아래쪽에 돌에 새긴 표지석이 있다한다.
100여미터 내려가니 유원지 집단시설지구 입구에 상당히 커다란 비석이 세워져 있고 여기에 "보현사"라 새겨져 있다.
동행하던 버섯채취꾼 부부가 보현사 비석 근처 넓은 공터에 주차된 소형트럭으로 향하기에 화령으로 향하는 길에 모동면 소재지까지 편승을 청하니 쾌히 승낙하여 운전석 뒷좌석에 올라 모동면으로 향하다.
14 : 20 모동면 소재지 도착
시내, 시외 공용버스 정류장에 들려 알아보니 14 : 40에 황간쪽으로 나가는 대구행 시외버스가 있다.
14 : 45 좀 늦게 도착하는 대구행 시외버스에 승차 (버스비 1,800원)
버스는 경북에서 다시 도계를 넘어 충북으로 진입하여 황간으로 향한다.
황간에서 하차하여 영동행 버스를 갈아타고 귀가하다.
- 이로써 학교에 지각하고 만화가게로, 빵집으로, 극장으로 쏘다니던 불량학생의 땡땡이 행각은 끝났다.
- 이제 느낌표 ! 님의 『150리 물길따라…』산행기를 기다려본다.
꼭 학교 하루 빼먹은 불량학생이 그래도 걱정은 되는지 이웃 친구 노트 빌려다 밤새워 베끼기 하고 싶은 심정으로 기다려보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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