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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금소총

선인들의 해학 - 고금소총(古今笑叢) - 제191화

by 박달령 2007. 10. 9.

♥ 어떠한 벼슬을 주랴 ? (何官除授)

 

시골에 살던 어떤 상번(上番 ; 지방 군인이 서울로 근무소집 명령을 받고 올라가던 일) 군사(軍士)가 종묘 문지기로 배정이 되었다.  그 때에 군사의 상관인 수문부장(守門部將)과 종묘령(宗廟令)등은 일 없이 한가로이 늘 베개를 높게 베고 잠을 자거나 술과 밥 내기 노름이나 할 따름이었으므로, 군사는 늘 마음 속으로 부러워하였다.

 

군사는 지방에서 올라와 여비가 부족하여 여각이나 주막이 아닌 여염집을 밥집으로 정해두고 왕래하며 밥을 먹었는데, 주인집은 과부가 살았고 주인은 안채에 있으면서 여종을 시켜 밥을 지어내어다 중문 바깥의 툇마루에 갖다 바치도록 하였다.

 

하루는 군사가 밥집으로 가 중문 밖에서 밥을 달라고 외쳤는데  마침 여종이 심부름을 나가고 없어 아무 대답이 없자 곧장 중문 안으로 들어갔다.  안채 마루 한쪽에 밥상은 이미 차려져 있었는데 주인 과부는 마루 위에 드러누워 네 활개를 벌리고 곤하게 자고 있었다.

 

그리고 마루 한쪽 끝에는 아교가 담긴 그릇이 있었으므로 군사는 아교를 조금 덜어 물에 묽게 타서 과부의 음문(陰門)에 몰래 발라놓고는 마루에 걸터앉아 밥을 먹었다.

 

얼마 되지 않아 과부가 잠에서 깨어났는데, 음문이 축축한 것 같아 살피니 진득하고 끈끈한 물에 젖어있고 군사는 밥을 먹고 있었다. 과부는 잠든 틈에 군사가 몰래 자신을 범한 후 밥을 먹고 있는 것이라 여기고 목소리를 낮추어 물었다.

 

"그대가 어찌 안채까지 들어왔소 ?"
"때는 늦은데다 몹시 배고픈 나머지 당돌하게 들어와 밥을 먹었으니 용서해 주길 바라오."


군사가 이렇게 말하자 다시 과부가 말하였다.
"흉악한 일이오. 당신 이제 어떻게 할 터이요 ?"
하고 책망하는 척 하더니 마침내 군사의 손을 끌고 방으로 들어가 마음껏 서로 운우(雲雨)의 정을 나누었다.

 

이때부터 과부의 접대하는 정성이나 음식의 풍족함이 전 보다 몇 배는 더하였으므로 군사는 몰래 마음 속으로 자랑스럽고 기쁜 생각이 들어 하루는 자신의 양물(陽物)을 어루만지며 중얼거렸다.

 

"너의 팔자는 정말 좋다.  네게 관직을 줄 수 있다면 어떤 관직을 제수해야 마땅할꼬 ?  선전관(宣傳官)은 네가 무과(武科)를 하지 않은데다 외눈박이이니 아니 되고, 한림학사(翰林學士)는 네가 문과(文科)를 하지 않은데다 시골의 글도 못 배운 한미한 출신이니 감히 바랄 수가 없지.  내가 보건대 수문부장(守門部將)과 종묘령(宗廟令)이 녹봉도 많이 받고 좋은 음식을 먹으며 허구헌 날 편안하고 한가로우니 정말 좋은 직책이로다.  너에게 줄만 하도다."

 

이러더니 갑자기 자기 양물을 향하여

"수문부장님 !"

하고 부르는 것이었다.


곁에서 우연히 엿들었던 사람이 이 말을 사람들에게 전하자 듣는 사람들이 박장대소하였다.  그 후로 수문부장이나 종묘령 같은 벼슬아치들을 바로 '호팔자(好八字)'라며 놀리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