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고금소총

선인들의 해학 - 고금소총(古今笑叢) - 제189화

by 박달령 2007. 10. 9.

♡ 장차 그곳에 뼈를 묻어다오. (將我老骨葬于那裡)

 

어떤 선비가 스승에게서 풍수지리(風水地理)를 학습하고 있었는데 어느날 밤에 아내를 벌거벗긴 후 손으로 아내의 콧마루를 어루만지며 이렇게 말하였다.


"이곳은 용이 나오는 곳이오.(發龍之所)"

 

이어서 두 젖가슴을 쓰다듬더니 말하였다.
"좌청룡 우백호가 다 갖추어져 있군."


그리고 허리 아래를 어루만지며 말하였다.
"금성호혈(金星虎穴)이군."

 

이윽고 선비도 옷을 벗고 아내의 몸 위로 올라가자 아내가 물었다.
"무엇을 하려는 거예요 ?"


선비가 대답하였다.
"산소자리의 형국이 다 갖추어졌으니 나성(羅星)을 쥐고 와서 물구멍(水口 ; 풍수지리의 정기가 흘러들어간 곳)을 막으려는 것이오."

 

선비의 부친이 건너방에서 잘못 알아듣고 아들 내외가 풍수를 논하는 것이라 여겨 큰 소리로 말하였다.


"세상에 그렇게 좋은 혈(穴)이 있다니 ! 장차 내가 죽거든 그곳에 뼈를 묻어다오."
하고 소리치니 후일 듣는 사람마다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