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교산(582m) 정상은 사람들이 흔히 알기를
경기도 수원시에 위치하고 있는 것으로 오해
하고 있다.
그러나 수원시와 용인시의 경계선에서 약 100m
쯤 용인시 쪽으로 들어가 위치하고 있는 봉우리다.
정확한 주소는 경기도 용인시 수지구 신봉동 산116
번지이다.
그리고 한남정맥의 마루금이 지나고 있는 것으로
오해하고 있기도 하다.
그러나 한남정맥 마루금도 수원시와 용인시
경계선을 지나갈 뿐이고 광교산 정상은 한남
정맥 마루금에서 약 100m 벗어나 있다. 마치
석병산(1055. 3m)이나 마산(1051. 9m), 희양산(998m) 등의 정상이
백두대간 마루금에서 살짝 벗어나 있듯이 말이다.
그런데 1992년 12월 23일에 수원시청에서 막대한 예산을 들여, 광교산 정상에 높이 1. 5m가 넘는 굉장
히 큰 규모의 정상표지석을 설치하였다. 표지석 후면에는 광교산의 산이름 유래를 설명하고 표지석 설치
일자 및 <수원시장>을 새겨 넣었으며, 표지석 상단부는 수원시내의 화성(華城)을 상징하는 건축물 모형을
조각하였었다. 광교산 정상이 마치 수원시에 위치한 것처럼 오해를 일으키게 된 원인이 된 것이다.
▼ 수원시청에서 용인땅에 세운 광교산 정상표지석 앞면
▼ 광교산 정상 표지석 뒷면
나는 광교산이 수원시 경계를 벗어나 용인땅인 사실을 상당히 오래 전부터 알고 있었으므로 정상에
올라 이 정상표지석을 볼 때마다 언젠가는 용인시측에서 경계분쟁을 일으킬 것이라는 것을 예측하고
있었다.
그러나 수원시청에서 이 정상표지석을 세울때만 하여도 용인은 시(市)가 아닌 시골의 군(郡)에 불과하
였으며 용인군민들은 광교산 정상이 용인군 경계선 안에 있는 용인땅인 사실도 잘 모르고 있었고, 용인
군민들이 광교산 정상을 등산하거나 관심을 갖는 경우는 거의 없었으므로 수원시청의 처사를 문제삼지
않고 세월이 흘렀다. 광교산은 수원시민들만의 체력단련장 독무대가 되어 있었던 것이다.
그런데 수도권 신도시 개발 붐을 타고 용인군 수지읍 등 여러 곳이 택지개발로 인구가 늘어가면서 용인
군이 용인시로 승격되었고 이어서 용인시내에 수지구, 기흥구, 처인구 등의 3개 구가 설치되는 등 시세
(市勢)가 상전벽해와도 같이 급팽창함에 따라 이에 비례하여 수지지구를 비롯한 용인시민들의 광교산
등산객이 문전성시를 이루면서 드디어 2005 ~ 2006년경부터 심심치 않게 광교산 정상지점의 경계문제
가 용인시민들의 관심사가 되기 시작했다.
그러던 중 용인시의 <용인시계 대탐사단>이라는 시민단체에서 2007년 6월 16일 광교산 정상에 이곳
이 용인 땅임을 알리는 표석을 설치하였는데, 광교산 정상은 시루봉이 아니라 <푯대봉>이며, <시루봉>
은 광교산 정상에서 동쪽으로 상당히 떨어져 있고 높이가 570m임을 명시하여 놓았었다.
<푯대봉>이라는 이름은 생소한 이름이거니와, <시루봉>의 위치는 광교산 정상 동쪽 약 200 ~ 250m
지점의 고기리 능선과 동천리 능선이 갈라지는 분기점 바위 암봉이 원래의 시루봉이라는 것도 표지석에
설명된대로 맞는다. 그런데 어느 때부터인가 모르지만 광교산 정상을 시루봉이라고 왜곡된 호칭을 하기
시작하였던 것 같다.
이러한 사실은 수년 전 수원 토박이 원주민 중 70대 ~ 80대 노인어른들로부터 위와 같은 이야기를 들어
서 알게 되었으며 그분들은 그래서 본래의 시루봉을 궁여지책으로 <원시루봉>이라고 부르고 있었다.
▼ 용인의 [용인시계 대탐사단]이라는 시민단체가 설치한 광교산 정상 표석
그런데 위의 표석을 못마땅하게 생각하는 수원시민들의 소행으로 추정되는 황당한 사건이 며칠 후에
발생하였으니, 이 표석을 누군가가 산 아래로 굴려버려 수풀 어딘가에 쳐박혀 버려지게 한 것이었다.
이 사건은 당연히 용인시민들의 감정을 자극하게 되었다.
이 사건에 자극을 받은 용인시민들은 용인시청에 한층 강도를 높여 민원을 제기하게 되었고, 이에 용인
시청에서도 수차례에 걸쳐 광교산 정상 표지석의 제거를 수원시청에 강력하게 요구하는 기폭제가 되었
던 것이다.
못마땅 하다면 용인쪽에서 세운 표석에 대하여 수원 시청에 정식 민원을 제기하여 수원시와 용인시가
상호 행정적 협의를 통하여 적법절차에 따라 이성적으로 해결하도록 하여야 할 일을, 이렇게 폭력성 물
리력을 동원하여 보복을 한 이러한 행위는 쉽게 설명하자면 경계를 침범하여 남의 땅에 말뚝을 박아놓
고 내 땅이라고 우기던 사람이, 내 땅을 되찾겠다는 진짜 주인에게 폭력을 행사한 것으로 밖에는 볼 수
없는 것 아닌가하는 생각이 들었다. 나 자신 수원시민의 한사람으로 이 소식을 접하고 심히 부끄러웠다.
▼ 위의 표석이 설치되었다가 훼손되어 없어진 자리
그 후 2008년 11월 8일 토요일 오후 15:00경 광교산 정상에 오르니 수원시청에서 설치한 정상 표지석
을 튼튼한 띠와 철사줄로 결박하여 놓은 것이 눈에 띄었다. 아마 헬기를 동원하여 어디로인지 옮기려는 듯이 보였다.
▼ 수원시청에서 설치한 정상표지석을 운반을 위해 결박한 모습
수원시에서 정상 표지석을 운반 철거하고 다시 새로운 표지석으로 교체하려는 듯이 보여졌고, 이는 예산
낭비로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귀가한 그 다음날 수원시청 홈페이지 열린시장실 시민의소리 방에다 아래
와 같은 질의서를 올려 보았다.
[나 空山明月이 수원시청 홈페이지 열린시장실에 올린 시민의 소리]
번호 : 5602, 작성일 : 2008-11-09
제목 : 광교산 정상표지석 꼭 교체해야만 합니까?
내용 :
2008년 11월 8일 토요일 오후 15:00경 광교산 시루봉 정상에 올랐습니다.
그런데 견고한 화강암으로 만들어 세운 커다란 정상 표지석을 튼튼한 띠와 철사줄로 결박하여 놓은
것이 눈에 띄었습니다.
아마 어디로인지 헬기로 운반하려는 듯이 보였습니다.
그렇다면 현재의 정상표지석을 헬기로 운반하여 없애고 새로운 표지석으로 교체하여 다시 세우려고
하시는 것 아닌지요?
그러나, 현재의 정상표지석은 새로운 것으로 교체하여야 할 아무런 이유가 없는 것으로 생각됩니다.
전후좌우로 돌아가며 살펴 보아도 어디 한 군데 파손된 곳도 없고 처음 설치할때와 마찬가지로 보존상태
는 100% 깨끗하여 흠잡을데 없는 상태였습니다.
이러한 정상표지석을 반드시 교체하여야 할만큼 타당한 어떠한 이유라도 있는 것인가요?
저의 생각으로는 예산낭비에 불과한 조치로밖에는 달리 해석이 안됩니다.
첨부파일로 같이 올리는 사진을 보시고 재고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참고 : 첨부파일은 위 표지석을 밧줄로 결박해 놓은 사진이었음]
위 질의에 대하여 수원시청에서는 2008년 11월 13일자로 아래와 같이 답변서신을 보내어주셨다.
[수원시청의 답변내용]
안녕하십니까? 수원시장 김용서 입니다.
우리시를 사랑하는 마음으로 시정발전을 위해 깊은 관심을 가져주시는 귀하께 감사드리며, 광교산 정상
표지석 교체에 대하여 의견주신 내용에 대한 답변입니다.
귀하께서 말씀하신 광교산 시루봉은 용인시 고기동으로 기 설치되어 있는 정상석이 수원시의 상징과 수
원 시장 명의로 되어 있어 용인시민의 민원요청에 따라 용인시에서 한남정맥 정상석 교체 사업으로 추진
하고 있는 사항입니다.
아울러 현재 철거된 표지석에 대하여는 광교산 시점부에 설치를 검토 중에 있음을 알려드립니다.
광교산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과 사랑을 부탁드리며, 기타 이와 관련하여 궁금하신 사항은 우리시 녹지과
(산림휴양팀 ☎228-2342 김남현)로 연락주시기 바랍니다.
귀하의 가정에 건강과 행복이 늘 가득하시길 기원합니다.
안녕히 계십시오.
그리고 수원시청 홈페이지에 위와 같은 답변이 올라오기 이틀 전인 11월 11일 오후에 수원시청 녹지과 담당
직원으로부터 전화가 걸려와 받으니 나의 질의에 대한 구두설명을 먼저 하는 것이었다.
정상표지석을 교체하려는 게 아니고, 용인시에서 철거를 요구하여 여러차례 존치협의를 하였으나 협의가 결
렬되어 할 수 없이 철거를 하여다가 광교산 등산 시작지점으로 옮기려 했다는 것이었으며, 옮기는 작업은 내
가 광교산 정상에 올랐던 다음날인 11월 9일 일요일날 끝냈다는 것이다.
그간 협의과정에서 수원시에서는 정상표지석 뒷면의 <수원시장>이라는 4글자를 쪼아내어 없애자는데까지
도 양보안을 제시하였으나, 표지석 상단부분의 화성을 상징하는 건축물의 조각때문에 굳이 철거를 해야 한
다는 용인시의 반대에 부딪쳐 어쩔 수가 없다는 설명이었다.
용인시청에서는 용인시민들의 <내 땅을 제대로 찾으라>는 요지의 민원이 빗발치자 수원시청에 정상표지석
의 철거를 요구하기에 이르렀고 결국은 수원시가 이 표지석을 철거하기에 이른 것이다.
이로써 수원시청에서 남의 땅이라 할 용인군에 1992년에 세워 16년간 자리를 지켜왔던 광교산 정상표지석
은 광교산 정상에서는 이제 영영 볼 수가 없게 되었다.
ㅡ 2008년 11월 16일(일요일)
궁금증이 일어 광교산 정상을 다시 찾아보았다.
수원시청에서 남의 땅에 세웠던 종전의 정상표지석을 철거해내고, 용인시청에서 다시 세운듯이 보여지는
정상표지석이 보였다. <광교산>으로만 표기되어 있고 <시루봉>이라는 말은 없었다.
또한 이 표지석을 세운 주체가 용인시청 또는 용인시민이라는 표식은 없었다.
아마 수원시민들의 감정을 자극하지 않으려는 듯한 배려로 생각되었다.
아무튼 이로써 광교산 정상은 본래의 주인이 되찾아간 결과가 되었다.
▼ 용인시에서 새로 세운 광교산 정상표지석 앞면
▼ 뒷면
▼ 수원시청에서 철거한 종전의 표지석이 서 있던 자리
광교산 정상에서 능선길을 따라 동쪽으로 약 200여m 떨어진 진짜 시루봉으로 발걸음을 돌려 보았다.
<시루봉>이라는 표지석이 세워졌나 궁금해서였는데 설치되지 않았다.
▼ 광교산 정상에서 동쪽으로 200여m 떨어진 진짜 시루봉
그리고, 용인시측에서 문제를 제기할 가능성이 충분한 시설물이 또 하나 있다.
광교산 정상에서 능선따라 서쪽으로 약 1 Km쯤 가면 <억새밭>이라는 이정표가 서있는 곳이 있다.
이 이정표에서 서쪽으로 가까이 약 15m 정도 떨어진 곳에 수원시청에서 설치한 간이화장실이 보인다.
그런데 이 화장실이 설치된 장소도 수원시와 용인시 경계선 마루금 북쪽으로 용인시 땅이다.
용인시민들이 여기까지 오는 사람들은 거의 없는 형편이고 이용자의 90% 이상이 수원시민들인 이 화장실
도 경우를 따지자면 마루금 남쪽 수원시 땅에다 설치해야 하는데 용인시 땅에다 설치한 것은 용인시측에
서 문제 제기를 할 여지가 충분하다.
천재지변에 준하는 집중호우 등으로 화장실에서 발생하는 오물이 수원시쪽으로 흐르지 않고, 용인시 땅인
고기리계곡으로 흘러 용인땅을 오염시킬 여지가 충분해 보이기도 하다.
수원시민들이 이용하는 화장실 시설을 용인시 땅에 설치한 것은 아무래도 부당한 처사로 생각되므로 용인
시 측에서 문제를 제기하여 분쟁이 발생하기 이전에 수원시청에서 조치를 취해야 할 것으로 생각된다.
▼ 광교산 정상에서 약 1 Km 서쪽에 위치한 [억새밭] 이정표
▼ 위의 [억새밭] 이정표 서쪽으로 보이는 수원시청에서 용인땅에 설치한 간이화장실
(사람들이 걸어오는 길이 수원시와 용인시 경계선 마루금이고, 화장실이 설치된 지점은 마루금 북쪽의 용인시 땅이다.)
▼ 가까이 다가가서 본 간이화장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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