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뭔지도 모르고 도망가다. (走去不知何故)
어떤 귀머거리가 길을 가다가 해가 지는 바람에 근처 인가에서 하룻밤을 묵어가게 되었다.
이때 또 한 사람의 소금장수가 투숙하게 되어 두 사람이 한방에 들게 되었다. 그런데 그 소금장수는 함께 자는 사람이 귀머거리인 줄을 모르고 있었다.
밤이 깊어지자 옆방의 주인 부부가 교접(交接)을 시작하여 운우(雲雨)의 환성이 높았다. 소금장수는 재미가 나서 옆에 자고 있는 귀머거리의 옆구리를 쿡쿡 찔러 깨웠다. 그러나 귀머거리에게는 그 환성이 들릴 리가 없었다. 그래서 귀머거리는 소금장수가 우연히 옆구리를 건드린 것이라 생각하며 나무라지 않고 그대로 잠을 잤다.
그런데 새벽이 되자 주인 부부가 또 교접을 시작하였다. 이에 소금장수는 재미가 나서 또다시 귀머거리의 옆구리를 쿡쿡 찔러 깨웠다. 이에 대노한 귀머거리가,
"이놈아, 이 늙은 개 같은 놈이 밤중에 쿡쿡 찌르더니, 새벽에도 또 쿡쿡 찌르느냐 !"
하고 큰 소리로 나무랐다.
옆방의 주인은 이 소리에 자기 내외 간의 방사(房事)를 희롱하는 줄로 오인하고 화가 나서 큰 몽둥이를 들고 쫓아가,
"이놈아 ! 우리들의 일을 네놈이 웬 간섭이냐 !"
하고 호통치며 후려 패니 귀머거리는 무슨 연고인지 알지도 못한채 너무 다급한 나머지 봇짐까지 그대로 두고 줄행랑을 쳐 도망을 갔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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